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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1:25 580회 0건
10.


“군대는 정말 어떻게 안간거에요?”
“궁금해 하지 말라니까 그러네....국가기밀이야..”
“피..또 그러신다.....정말 안가르쳐줄거에요?”
“고아잖아..고아들은 군대 안간다니까.....”
“그거 아니라면서요....자기는 해당사항 없다고 했으면서....”
“잔 비었어...술이나 따르시지..”
“천천히 좀 마셔요...누가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왜케 급해요..”
“낮에 모임 나갔었다며?”
“네...점심 식사하고...차 한잔 마신 후에 들어왔어요...”
“별 일은 없었지?”
“매일 그렇죠 뭐...아줌마들 만나면 애들 자랑...학교를 어디에 보내느니..어디 학원강사가 괜찮다느니...이런 대화가 주요 이슈고...”
“김 교수 와이프는 별 말 안해?”
“차를 안가져오셔서 집까지 제가 모셔다 드렸어요...오는 길에 잠깐...그냥 눈치가 좀 그래보이더라구요...”
“그놈의 여편네...아직 정신 못 차렸지?”
“잘은 모르겠지만...쫌....”
“이혼 알아보고 있다더라...”
“정말요? 사모님은 별 말 없었는데...”
“그쪽 모르게 진행중인것 같애.....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 것 같더라고...”
“이긍......결국 그렇게 되는구나......봉합된 것 같더니..”
“계속 만나나봐....딴에는 김교수 모르게 만난다고 애쓰는 것 같지만..사람을 붙여놨는데 모를 리가 있나......”
“하아.....하지만 어른들이야 그렇게되두 애들이..... 불쌍해서 어떡해요?”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걔들도 이미 다 큰 성인이나 다름없는데...그리고 그동안 그만큼 뒷바라지 했으면 이제 본인 앞가림은 해야지..”
“남 일이라고 그렇게 쉽게 말하면 안돼요..둘째는 아직 중학생이라던데...”
“안주 이것말고 다른거 없어?..엄마가 보낸 문어는?”
“풉.....그거 웬 남정네 몸 속에 다 들어간지 오래네요...”
“쩝.....노파심에 말하는거지만...혹여나 너 그 여편네 본받기만 해...확~~~”
“확 뭐요?”
“난 김교수랑 달라....양반처럼 안끝내....사회에서 아주 생매장을 시켜버릴거야...엄마도 못만나게 아주 처절하게....알겠어!!!”
“피....자기.....이럴때보면 정말 애같애....애를 상대하는 방법은 내가 자기처럼 애가 되는 방법밖에 없는데.....”
“아고고.......내일 서둘러 출발할려면 일찍 자야하는데...잠도 잘 안오고...그 방법이 뭔데?”
“자기...나 있잖아요......”
“엉?”
“난....자기말고.....다른 남자........만족 못해요......”
“말로는 다 그래 바보야..뒤에서 호박씨 까니까 문제지.......”
“아니..그런 뜻이 아니라.........이긍...내 몸이....이 몸땡이가 다른 남자를 만족 못한다구요...이제 좀 알아듣겠어요?”
“난 또 뭐라고.......하긴 내가 좀 그렇긴 해? 키키...”
“바보.......내가 어린애에다...바보를 데리고 살아요...안주도 마땅찮은데 그만 마시고 잔 이리내요...”
“희정아..”
“네?”
“내일 주말이라 많이 막힐텐데...좀 늦게 출발할까?”
“엄마한텐 일찍 나선다고 했는데.....자기가 그러고 싶다면 뭐 그래두 되긴 하지만..근데 갑자기 왜?”
“간만에 내 보지 좀 질퍽하게 눌러줄까 하고......흐흐....”
“어휴 정말 못말려......나 그날인거 또 잊었죠? 그저께 분명 말했는데....”
“아직 안끝난거야? 도대체가 뭔 놈의 생리를 그렇게 오래하는지....쯥...”
“그만 포기하시고 주무세요........알겠죠?”
“위는 다 벗어...”
“언젠 안그랬나 뭐......”


무수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러한데...
그 당시 그의 상징은
새로운 진입을 시도 할때마다 내겐 너무 벅차기만 한 대상이었다.


크고 굵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기에...
새 인연과의 상관관계는 현저히 떨어지지만...
나는 누누이 말해왔듯...
그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아무 의미도 없다라는 것을 모토로 살아온 사람이었으므로.
오늘 만난 모임의 일원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라는 사실을...
그에게 또 한번 주지시켜주고 싶었다.

“꼬치구이 된 기분이었죠....”
“꼬치치고는 너무 굵다....”
“자기 얼굴에도 주름이 하나둘 생기는데...얘는 점점 더 젊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싫어? 싫어서 막 젊은 놈 만나고 싶고 그래?”
“어이구 정말...내가 다시는 그 모임 나가나봐....누군 나가고 싶어서 나가나...안나오면 뒤에서 말들도 많고 자기 위치 때문에 어쩔수 없이 나가는건데..남의 속도 몰라주고....”
“꼬치구이 된 기분이 싫지만은 않았지?”
“피........얼른 주무시기나 하세요....”
“가슴이 몽글몽글허니 좋구나..........으갸갸갸........”


더욱이...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시간 내내...
들어와 있다면...
그 시간 내내....
잔뜩 발기되어 있다면.........
내 몸은.....
그의 뜻에 따라 변화 아닌 변화를 강요당해야만 했는데......


“내 보지가 언제 이렇게 커진거야.......퍽퍽퍽퍽퍽!!!!!퍽퍽퍽퍽!!!”
“흡흡흡.....자기야........흡흡흡.........흐앙~~”
“보짓물은 왜 또 이렇게 많이 흘려대구......퍽퍽퍽퍽퍽퍽!!!!!!”
“흐아..흐아........흐억............흐엉........”
“홍수가 났네 홍수가 났어...퍽퍽퍽퍽...쭈울꺽쭐꺽!!”
“헝헝헝......허엉”
“좋아?......퍽퍽퍽....보지가 숨쉬는 것처럼 혼자 막 벌어졌다 조였다 난리도 아닌데...그렇게 좋아?”
“흐윽......흐응......좋아......너무 좋아......보고싶어.....혼났어.......흐응......”
“두어달 떨어져있으면 정말 죽어나가겠다...퍽퍽퍽퍽........또...또 조여들어....푸즈즈즉!!!퍽!!”
“흐악흐앙.......자기야......나 또.........흐앙!!!!!!!!!!”
“자지 놔달라고.......자지를 놔야 더 박아댈거 아니야......푸즈즈즉!!!!!퍽!!!!!”
“끄륵......그륵그륵!~~나.....가요..........끄륵............하앙....”

속 몰라 주는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던 그...


같이 시작한 대학생활이지만...
마지막 1년을 보내던 나와는 달리...
아직 시작에 불과한 햇병아리의 신세를 면치 못하던 그...

익어가는 사랑에 비례할만큼 만남의 횟수는 늘어나지 못했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번의 만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고...
그를 만나고 돌아오거나..그를 보내야 할때 쏟아지던 눈물 또한..
그에게 보이지 않으려 무척이나 애써야만 했다.

“그때의 넌 애늙은이 같았어...보기 얼마나 안쓰럽던지....오죽했으면 민수 포기하고 다른 남자 만나서 행복해라 했겠니..?”

진심으로...
그와 이별하는 것은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라고 느낄 만큼...
같이 있는 내내 우리의 사랑놀이는 점점 그 색채가 진해져만 갔고...
이젠...
그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그의 눈빛..몸짓만 보고도...
그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취하기에 이르렀다..


새하얀 엉덩이를 그의 오른편에 놓아...
그의 오른손이 나의 몸속을 느끼기 편하게 하던 요부의 모습...

“흑.....흐윽.......자기야....나 ......뭔가........나올것 같아요......흐윽....”
“쭐꺽쭐꺽...쭐꺽쭐꺽.....이미 충분히 나오고 있어...손바닥 젖은거 안보여? 쭐꺽쭐꺽~~”
“흑....흐악......조금만.....조금만 더 빨리.....흐악!!!!!!!”
“탁탁탁탁..........줄꺽쭐꺽~~~탁탁탁탁!~~~~~~쭐꺽쭐꺽~~”
“자기야!!!!!!!!!!!!!!!!!!!!후덜덜덜덜~~~~~”

새벽녘이 되어서도 손에서 놓지 않던 책....
그 밑으로는....
소녀적을 떠올리며 나의 얼굴이 들이밀어져 있기도 했고..

“쭈우웁~~쭙~~~~~공부가 ...돼요?”
“어.....잘돼.......더 깊이!!!!!!”
“쭙.......컥.......쭙쭙~~~정말 돼요?”
“잘된다니까....평소보다 훨씬 잘돼...더 빨리!!!!”
“쭙쭙쭙쭙쭙쭙!!!!!!쭙쭙쭙쭙!!!!!!!좋아요?”
“신호 온다.......더 깊고 빠르게...입술로 압력을 많이 줘서!!!!!”
“흡흡흡흡~~후릅.....쭙쭙쭙~~~~쭙쭙쭙......입속에 해줘요........쭙쭈우웁!!!!”
“나와!!!!!!!!!!!”
“다 마실거에요......쭙쭙쭙!!!!!!!!!쭙쭙!!!!!!!!!!!커헉!!!!!!!!!!!!!!꿀꺽꿀꺽~~~~~쭈웁!!!”


그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던...
그래서 더 소녀요부의 모습은 극으로 치달아야만 했던 시간...

“본과 마치는 겨울에 결혼해...”
“컥.....쭙...........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
“결혼 일찍 하자고....”
“..........................”
“난 군대도 안가니까....결혼 일찍하고 인턴 밟을래...”
“.........................”
“그때가서 싫다고 할거면....지금 미리 말해...난 너 아니고 다른 여자 만나더라도 그럴거니까...”
“자기.......지금 한 말......정말이죠?”
“내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
“.....................”
“결혼 일찍해야...내 보지 한 살이라도 어리고 싱싱할때 실컷 즐기지.......안그래?”
“.....................”
“한번 쌌더니...졸립다.....그만 빨고 이리와..”
“흑..............”
“요상한 프로포즈 받았다고 늙어서 욕하면 죽어...알겠어?”
“흑......안그럴거에요......내가 왜........절대........흑.......”
“보지로 내 입 좀 덮어.....”
“흑...흐윽......네.........그럴게......그럴게요......”

그의 혀가 내 몸속으로 들어와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가고..
내가 그의 몸을 머금어...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오던 시간...

몸이 기억하고...
몸이 먼저 반응하던 우리의 그 시간은 그렇게 우리 곁을 스치고 있었고...
2학년이라는 태양 또한 붉은 노을을 자아내며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너흰 위기 없었어?”
“흠..글쎙............”
“바람도 막 피고 그랬다며.......하긴...이 해바라기 여사가 그런걸로 포기할 여자였음 그전에 진즉 포기했겠지....너흰 싸우지도 않았어?”
“내가 눈으로 직접 본 바람은....딱 한번인데...”
“헐.....봤어? 두눈으로 직접? 어떻게 본거야?”
“나 말고 다른 여자들 몇몇이랑 잔건 들어서 알고 있었어....”
“헐..........정말 대단하다 대단해..........그런데도 안싸워? 나같으면.....”
“싸움이 안돼.....”
“야 그게 싸움거리인데 왜 싸움이 안돼......죽이네살리네 해야지.......어휴 이 답답이....”
“너도 알다시피...그 사람이랑 나....결혼전에 동거 몇 년 했잖아..”
“그래...그랬지......그때가 아마 민수 아직 학생일때였지?”
“응...그때부터 느낀거지만...우린 싸움이 안돼....설령 다퉈서 토라지더라도...일주일을 못가..”
“왜? 민수가 막 애교부리고 그래? 잘못했다고 무릎도 꿇고?”
“아니......그 사람이 그럴 사람으로 보이니?”
“부부생활 본인들만 알지...내가 안봤는데 알게 뭐야.......”
“그냥...싸우더라도....일주일 못넘겨..넘겼다간 정말 큰일나.....”
“왜? 바람피는게 더 큰일이지...그것보다 더 큰일이 어딨냐!!”
“내가 말않고 지내면...답답해 해.....그러다 화내고..”
“헐......똥 싼놈이 똥팬티 빨아주는 년 나무란다고....적반하장도 유분수지.....지가 뭘 잘했다고..”
“화내면 무서워....지금도 그래...”
“에라이 모자란 년아!!! 너 백치냐? 예전에 그 잘나가던 날라리 염희정은 어디가고..어휴...이게 남편말이라면 아주 죽는 시늉까지 할 년이네.....에라이~~~”
“바보같이 들리겠지만......난 그 사람 없으면 못살아....”
“허허허......아 네....잘 알죠......너무 잘 알아서....환장하면서도 친구라고.....이렇게 듣고 있습죠..어련하시겠습니까...이 모자란 년...쯧쯧...”
“그 사람도 그래...”
“본인 입으로 그러디?”
“응.....”
“허허허허......아주 천생연분이 따로없네 그려....잘났다잘났어...죽이 척척맞네 맞어....”
“동거도 그래서 시작된거구.....”
“그때야말로..뼈삭는줄 모르고 아주 좋아 죽었지? 너희 엄마두 허락하셨대매?”
“응....그 사람이 먼저 말씀드려야 한 대서....말하고 시작했어...”
“허허허.....희정이 모친...드디어 소원성취하셨네....의사사위.....허허허....”
“그런것보단.....잘 생겨서 더 좋아했어..”
“에라이!!!!!!!침 뱉을데라도 있으면 가래라도 뱉고싶다........귀 썩기전에 일어서야지...끙...”
“반찬 싸놨어...엄마가 잔뜩 싸주신거...”
“빨리 내오기나 해 이것아...곧 애들 올 시간이야......”
“잠깐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빛좋은 살구로만 오해할만큼
멀쩡했던 겉모습과 달리..그의 삶은 무척이나 치열했다.

장학금을 놓치는 순간...
얼마 되지도 않았던 전재산 중 일부가 고스란히 학비로 들어가야 한다는 중압감과..
전에도 언급한바 있지만...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자기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세우는 데 이골이 나 있는 듯 했고....

“너 아니었음 그때 난 아마 죽었을지도 몰라..”

나라는 탈출구..해소책이 없었으면...
그의 표현처럼 나쁜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를만큼....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했다.

글로 읽고 있자면...
우리는 매일 만나서 매일 섹스를 하며 희희낙락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의 우리는 그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고...
글에 표현되는 일들은...
젊은 날의 우리가 겪어야만 했던 아픔...시련의 과정을..
현명하게(?) 뛰어넘은 소소한 발자취에 불과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모르면 몰랐을까...
섹스가 일으키는 상승효과를 충분히 느끼던 우리라는 성인은..
양쪽 모두 그 관계를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기게 됐고...
다 늙은 소리 듣는 지금까지 그 행위가 주는 작용은 변함이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또 덧붙이자면...
한쪽의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라...무게중심이 얼추 맞아간다면...더더욱.....
아니라고? 아직은 아니라고...?
뭐...아무래도 상관없긴 하지만......
그냥 그렇다는 거다.......

휴~~~~올 시간이 됐는데...왜 아직 안오시는지.....


동거.....
친구의 말처럼...
22살부터 함께한 우리의 동거생활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그와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풀었던 내게..
적잖은 충격을 주며 시작되었다.

‘공부...공부...또 공부....’

그는 아침 일찍 등교해...
자정이 넘어서 들어오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시험기간이나 평가기간이 도래하면...
잠깐 얼굴 보는 것 조차 쉽지 않았을만큼 미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운좋게
졸업하자마자 취업에 성공한 나는...
본과 생활이 주로 이루어지던 대학로근처의 대형 안경점에서 낮시간을 대부분 보냈지만..
그는
소위 지나가는 길에 들르는 그런 서프라이즈 한번 할 겨를이 없었고...
전농동에 위치해있던 아담한 전셋집으로는 항상...
장바구니 가득 든 나 홀로 오르며 길을 넓혀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한 일상속에서도...
그는 대부분 내 곁에서 잠을 잤고....
새벽을 밝히며 나를 안아오기도 했으며...
항상 나와 호흡을 나누곤 했으니...

“너무 살인적이에요...사람들이 어쩜 그러구 살아?”
“본과는 아무것도 아니지 뭐......인턴 때는 그냥 걸어다니는 시체나 다름없다던데 ?....”
“우리 자기....보약이라도 먹여야 할까봐...”
“나 의사 지망생이야 이 바보야......보약은 무슨..”
“엄마가 준비한다는거 일단 자기한테 물어본댔는데...안되겠어요....”
“쯧......나보단 네가 더 걱정이다...나야 뭐 이런 생활에 만성이 돼서 괜찮은데...넌 나 잘 때 자고...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그러다 쓰러져!!”
“피.......난 집에와서 혼자있을때 쉬곤 하니까 걱정말구요......”

“늦었어..얼른 자...”
“안 자요?”
“책 조금만 보다가...”
“내가 방해만 되니까....먼저 잘게요.......흉보지 마요..”
“응....잘자....”

그래서...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생긴 여유시간에는...
그 호흡은 한층 진해져 갈 수 밖에 없었던 우리...


부부나 연인이 살 부대끼고 살아가는 동안 다툼이 왜 없겠냐만....
그의 스케줄은 그 다툼의 기회마저 쉽게 허락지 않았다.

훗날...
우리에게도 남들이 말하는 위기는 분명 일어났지만...
스물 두살의 나는...
내 자신의 소중함보다...아니..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대상이 내가 아닌 그라고 생각했기에..
싸움이 될만한 일을 아예 원천차단하고 있었고..

“저기 희정씨...오늘 끝나고 저녁이나 같이 할까?”
“아..어쩌죠...남자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아...그래?....그렇구나.......저녁은 다음에 하지 뭐..하하하...”
“네..죄송합니다..”

사소한 일이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어떠한 빈틈도 만들지 않으려 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고...
이 남자는 내 남자라고...당당히 외칠 수 있었던 시절...

더 없이 바빴지만...
우리의 그 시절은 핑크빛 희망으로 가득했기에..
묵묵한 걸음걸음에는 어떠한 걸림돌도 존재할 수 없었다.


“1년이 넘었다...이 놈의 인간......휴우......”
“....................”
“너희도 이런적 있어?”
“그 정도는 아니어두....몇달동안 멀리한적은 있지...”
“바람펴서?”

‘끄덕.....’

“한두명 아니라며....처음 상대는 누구였는데?”
“누군지도 잘 몰라.......”
“허어.........봤다며...네눈으로 직접 본거 아니었어?”
“보긴 했지....”
“에이 정말...답답하잖아......좀 시원시원하게 다 털어놔봐....”
“털어놓고 말고 할것도 없어....그냥...우연찮게 병원 근처 지나다 본거니까..”
“맞다...너 그때 일하던 곳이 병원 근처였다고 했지? 허허허허.......거 참....근데 순순히 인정해? 자기 바람폈다고?..”
“며칠 말없이 지냈더니 묻더라구...왜 그러냐구.....”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그냥.......그때는 아무말 않고 말았지 뭐...”
“야이~~~나 같았으면 당장 멱살잡고...아니지아니지.......그럼 못배워먹었다고 더 정떨어져 할지 모르니까 그래선 안되고.....넌 어떡했는데?”
“며칠동안 근처에도 안가고 말도 안걸고 하니까......일주일째 되던날이었나? 취해서 들어와선 안으려고 하더라...”
“이 백치같은 년........또 멍청하게 안겼구만.......맞지?”
“아니....나도 그땐 그럴 기분이 아니었어..혼자 끙끙 앓기만 하려니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짚고 넘어가야겠단 생각도 했고...그래서 그 사람 밀쳐내고 물었지..”
“물었더니? 뭐래? 아니래?”
“화내던데........무지무지....그렇게 화내는거 난생 처음 봤어...”
“헐...정말 ....남자들은 어쩜 배우나 못배우나 하는 짓이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냐....그쯤되면 100%지 뭐...묻고말고 할 것도 없다 야.......”
“내가 잠깐 정신이 어떻게 됐나봐........”
“뭔 소리야.....네 정신이 왜? 막 따지고들고..죽자살자 덤비기라도 했어?”
“아니......그때...병원근처에서 본 모습....”
“......................?”
“그 여자가 그 사람 팔짱 억지로 낀 걸.....내 눈엔....그렇게 안보였으니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안보려했나봐..”
“엥.....야 그건 남자들이 으레 하는 핑계에 불과하지 무슨 네눈을 의심해..”
“그 사람이 화내면서 말하는데.....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어....1학년때 뭣 모르고 미팅 나갔다가 만났던 여자고...연락 끊겼던 여잔데....우연찮게 만났다..그래서 아무 사심없이 반가워했는데...앞에 나가서 차라도 한잔 하자길래...하고 급히 들어가는 길이었다..그 여자가 팔짱을 꼈는지 어쨌는지...그런 건 인식조차 못했다.....”
‘헐........넌 그걸 전부 믿어? 이 바보같은.......허허......참......“
“말했잖아.......그렇게 화내는 모습 처음 이었다고......무서웠어.....”
“때리기라도 하대? 뭐가 무서워 이 밥통아.....”
“차라리 그랬으면 나았지......휴우..........”
“이그...이 구제불능.....남자 하나에 눈꺼풀 확 뒤집어져선...쯧쯧....”
“한달 넘도록 집에도 안들어오고........연락해도 전화한통 없구.....”
“허허......이 독한새끼......내 그럴줄 알았어.....야 너는 죽었다깨도 그 인간 못이기겠다..차라리 그때 포기한걸 잘했다 생각해라...어우~~개시키...키키...”
“욕하지 마...기분 나빠져...”
“어휴.......제가 실수했네요 사모님....죄송합니다......이럴줄 알았냐? 이것들을 확.....키키....그래서...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했는데?”
“말 안할래......”
“야!!!!!!!!!!이게 진짜!!!!!!!빨리 말안해!!!!!!!!!”
“애들 올 시간 아니야?”
“오늘 그 인간이 연차내서 애들 데리고 캠핑갔거든!!!나 오늘 민수 들어올때까지 버틸거야..그러니까 얼른 말해!!!!!!”
“풉......그 사람이 되게 반가워할거야......”
“반가워하긴...머리나 안쥐어박으면 다행이지......애가 셋인 엄마를 아직 애 취급해요...그나저나 샛길로 새지 말고 어떻게 넘어갔는데...빨리 그거나 말해줘.....궁금해 죽겠단 말야....”
“휴...........그냥 내가 빌었어......”
“푸흡......찾아가서?”
“응...........”
“잘 지내고 있디? 집에도 안들어오는데 얼굴 막 기름기 좔좔 흐르고..부티 나고 그랬던건 아니고?”
“전혀.........그 반대였지....마음고생 몸고생......얼굴에 다 드러나던걸......그래서 더 미안했구........”
“어휴~~~넌 정말 어쩔수 없는 구제불능이다.........결국 그래서 또 찰싹 붙었구만 이 이상한 커플.......맞지?”
“방학이라고 해봐야 며칠 쉬지도 않았지만......그때가 마침 여름방학 시즌이었어...그래서 둘이 여행도 갔었고...”
“재결합을 축하하며? 키키....보나마나 불타는 밤이 됐겠구만....어휴~~부러워...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다...........이년의 팔자....”
“아프기도 한 밤이었지.....무척....”
“어련하시겠어요 사모님.....확 이걸 어휴....몇달동안 독수공방으로 지내다시피 하다...또 한달넘게 하늘같은 서방님 얼굴도 못뵀는데.....발가벗고 춤을 추래도 들어드려야합죠...아니야?”
“그런 건....평소에도 하지 않아?”
“푸하...........하하하하.......얘 정말 뭐래니........야 염희정!!!!!이게 정말 죽을라고!!!!!!”
“히히............”
“좋기도 하겠다 이년아......그렇게 좋디? 지금 생각해도 히죽거릴만큼 그렇게?”
“좋고...아프고.....죽고.......세상사 그런것 아니겠어?”
“나 그냥 가야겠다...민수올때까지 버텼다간 내가 내 명에 못살거야.....으아악!!!!!”
“히히히히.......”


그리고...
그 걸음걸음 사이에 존재하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기에...
소소한 아픔은 금세 잊혀져만 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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