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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48 777회 0건
지훈이 들어간 레스토랑은 식탁마다 칸막이로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 놓은 넓은 홀이었다. 두리번거리며 수진의 모습을 찾아 살피니 종업원이 다가왔다. 종업원이 그에게 한쪽 구석을 가르치며 손님이 기다린다고 했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식탁에는 벌써 기본으로 주문한 술과 안주가 놓여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블루 컬러의 니트, 한 뼘 길이의 블랙 하의에 매치되는 높은 블랙 킬 힐을 신고 있어서 늘씬한 각선미가 강조되어 보였다. 그녀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그를 맞이했다. 긴 속눈썹을 치켜뜬 그녀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좀 늦었네.”
“도로가 혼잡해서. 운전하기가........”

“한 10분 기다렸나. 전화하려다가 말았지.”
“일찍 도착했나 봐요.”

지훈이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들이 그녀가 주문했던 음식들을 가져다 놓았다. 바다가재와 참치 회, 튀김, 생선탕과 생선초밥이 식탁위에 깔끔하게 놓여졌다. 그리고 종업원이 와인 한 병을 들고 와 물었다.

“열어 드릴가요?”
“그래요!”

수진은 종업원이 마개를 열어준 와인 병을 들고 지훈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의 니트 겉으로 들어난 젖가슴이 유난히 탐스러워 보였다. 그가 그녀에게서 와인 병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녀 앞에 놓인 그라스에 와인을 따라 주고 자신의 그라스도 채웠다. 그녀가 포크를 집어 들면서 그에게 물었다.

“식성도 모르고 시켰는데, 괜찮아?”
“아무거나 잘 먹어서........”

“요즘 뭐했어?”
“그냥, 강의 듣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별로 특별한 일은........”

“.........그렇구나.”

참치 회와 초밥을 몇 개 집어 먹은 수진이 와인이 채워진 그라스를 집어 들고 지훈을 쳐다봤다. 그는 그라스를 집어 들어 그녀의 잔에 가볍게 부딪고 마셨다. 잠시 이어지는 침묵에 그는 왠지 분위기가 답답하고 무거웠다. 그는 마주 바라보는 그녀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따라 더 정열적으로 보이네요.”
“그러니!? 그런데 좀 피곤해. 대전을 왕복하고 종일 돌아 다녔더니.”

“운전기사라도 두든지. 열차를 이용하지.......”
“운전기사는 낭비고 사치야. 대전에서 돌아 다녀야하기에 열차는 힘들고.”

“항상 그런가?”
“아니 이따금 지방에 내려가지.”

“힘들겠네.”
“괜찮아. 습관이 돼서. 학교생활은 재미있어?”

“재미라기 보단, 내가 얻고자 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어떤 때는 시간이 지루하기도 하고.”
“난 캠퍼스 생활하는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는데.”

“그만큼 재미있었나?”
“글쎄.......재미라기보다는 내 주위 환경이 그랬어.”

“친구들........!?”
“그런 것도 있고.”

“남자 친구들!?”
“적지는 않았지. 은영 언니가 더 인기가 많았지만....... 새침해서........”

수진은 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받았던 캠퍼스 생활을 떠올렸다. 그런데 사실 활달한 그녀보다 조신한 은영이 남자들의 관심을 더 받았었다. 그들은 자신의 생활에 대한 화제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마쳤다. 레스토랑을 나와서 지훈은 세워놓은 승용차로 다가갔다. 망설이다가 웃으며 뒤따라 나오는 그녀에게 인사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걸음을 멈춘 그녀가 짙은 눈썹을 치켜떴다.

“왜! 가려고.......!?”
“어디 갈 생각인지.......?”

“차 가지고 우리 집으로 가지. 집에 가서 한잔 같이 해!”
“네........!?”

지훈이 대답하기도 전에 수진은 지훈의 승용차 앞에 세워놓은 그녀 자신의 승용차로 다가갔다. 멀거니 쳐다보던 그는 자신의 승용차 운전석에 올라앉았다. 출발하는 그녀의 흰색 승용차를 보고 그도 가속 폐달을 밟았다. 사거리에서 신호에 막혀 그는 샛길을 이용해 그녀보다 빠르게 천호동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는 승용차 안에서 그녀의 승용차를 기다렸다.

수진의 흰색 승용차가 입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지훈은 승용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그녀가 그에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 오가는 사람도 없지만 그들은 나란히 그녀의 아파트 층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번호 키를 누르고 들어갔고 그가 들어가면서 현관문을 닫았다. 먼저 니트웨어를 벗은 그녀가 그의 점퍼를 받아들여서 옷걸이에 걸어 주었다.

지훈이 소파에 있는 동안 수진은 습관처럼 슬립만 걸치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위스키 잔과 안주를 탁자에 내려놓고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위스키 몇 잔을 마신 그녀가 소파 팔걸이를 베고 가로로 누우면서 그의 무릎위에 다리를 올려놓았다.

“나. 종일 다녔더니, 다리가 아파. 주물러 줄래.”
“항상 그런가?”

“요즘은 조금만 걸어도 힘들더라고.”
“물리 치료를 받아보지.........”

지훈은 추운데 있다가 들어와서인지 위스키의 알코올기운이 달아올랐다. 그는 무름 위에 올려놓은 그녀의 다리를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침없이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애무했다. 길게 누운 그녀가 눈을 감았다가 그를 빤히 올려다봤다.

“이제 좀 괜찮은 거 같아.”
“..........”

수진은 일어나서 위스키 잔을 들어 마시고 지훈을 향해 배시시 눈웃음을 졌다. 그리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가 입술을 포개자 그녀는 입속에 있는 위스키를 그의 입속으로 흘려 넣었다. 그리고 지훈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그녀는 습관처럼 브래지어도 하지 않고 슬립가운을 걸친 상태였다. 벌어진 가운 사이로 농염한 젖가슴이 들어나 보였다.

수진은 눈을 치켜뜨고 올려다보더니 양 팔을 뻗어 지훈의 허리를 감쌌다. 그는 허리를 굽혀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혀와 혀가 엉키는 키스에 이어 지훈은 수진의 가운 속을 더듬었다. 그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그에게 몸을 맡긴 채 TV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렸다. 클래식 연주곡이 흐르는 채널이었다. 그는 그녀의 슬립을 벌리고 젖가슴을 애무하다가 허리를 굽혔다.

그는 볼륨감 넘치는 탐스러운 젖가슴을 주무르면서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사르르 눈을 감은 그녀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쪽 젖가슴을 주무르던 그의 손에 그녀의 슬립 어깨끈이 풀어졌다. 슬립이 벌어지고 팬티차림의 그녀 나신이 들어났다. 그의 손길은 익숙한 여인을 다루듯이 그녀의 팬티 속을 더듬었다.

수진의 육감적인 몸은 점점 뜨거워졌다. 지훈은 결코 서둘지 않았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보다는 성욕에 달아오른 그녀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점점 거친 숨을 흘리며 그의 목덜미를 붙잡고 매달렸다. 비스듬히 소파에 의지한 그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탐닉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수북한 음모가 덮인 둔덕을 쓰다듬으며 허벅지 사이를 손바닥으로 마찰했다. 그녀가 급히 들이 마신 숨을 멈추었다. 그리고 둔부를 비틀었다. 그녀의 음순이 손바닥에 거치적거렸다. 그는 음순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돌돌 말아 마찰 시켰다. 그리고 슬그머니 보지구멍 속에 손가락을 넣었다가 빼냈다. 그녀의 허벅지가 경련을 일으켰다.

“하 윽! 지, 지훈........”
“........”

지훈은 보지구멍 속에 들어갔던 손가락 끝이 샘물로 적셔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음순과 보지 입구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번쩍 들어 가슴에 안았다. 입술을 벌리고 있던 그녀가 눈을 떴다가 감으며 고개를 외면했다. 그는 하얀 궁전 같은 그녀의 침실로 그녀를 들고 들어갔다.

수진을 침대에 눕힌 그는 키스를 하면서 자신의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그의 손길에 가운이 흘러내리고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감추고 있던 팬티마저 벗겨졌다. 그들은 완전히 발가벗은 나신이 되었다. 그는 다시 확인하는 사람처럼 그녀에게 키스를 하면서 젖가슴과 허벅지 사이를 탐닉했다.

“하 아! 음........”
“..........!?”

지훈은 수진의 허벅지를 벌리고 엎드려 발기된 페니스를 보지 입구에 문질렀다. 눈을 치켜뜬 그녀가 허리를 들어 올리며 그의 등을 부둥켜안았다. 그는 보지 입구의 여린 살갗을 문지르던 페니스를 보지 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갑자기 그녀가 회들짝 놀라 둔부를 뒤로 빼려고 하면서 바들바들 떨렸다.

“하 ~ 윽! 난 몰라.........”
“으 음........”

눈동자를 크게 뜨고 올려다본 수진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는 천천히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몽롱한 표정으로 변한 그녀는 이따금 둔부를 들어 올리며 좌우로 비틀었다. 그가 보지 속을 헤집는 페니스는 이따금 빨라졌다가 멈추기도 했다.

“으 읍, 으 읍, 핫. 읍.......”
“음. 으........”

지훈의 페니스가 움직일 때마다 규칙적으로 숨소리를 흘리던 수진이 급하게 몰아쉬기도 했다. 그녀의 보지 속은 분비물로 흥건해졌다. 그녀의 몸에서 흘린 많은 량의 분비물을 느끼는 그는 조금은 꺼림칙하기도 했다. 그녀는 성적으로 강했고 예민했다. 그의 손길에 그녀의 육체는 불같이 달아올랐고 페니스가 보지 속을 헤집고 다닐수록 그녀는 아등바등 매달리며 뜨거운 호흡을 흘렸다.

“읍, 읍, 읍, 자, 자기야. 읍, 하 응.......”
“헛, 으읍.........”

지훈은 수진이 얼마나 섹스에 강한지 시험하고 싶은 짓궂은 생각이 들었다. 좌우로 회전시키는 페니스를 급히 빼냈다가 빠르게 보지 깊숙이 밀어 넣기도 하고 페니스로 채워진 보지 구멍 속으로 손가락도 넣었다. 그녀는 기절할 듯이 떨면서 그의 등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결국 그가 사정하기 전에 오르가즘의 늪에 빠져 숨넘어가는 신음을 흘렸다.

“하 앙~! 아, 안 돼.......! 난 몰라......!”
“헉~!”

지훈은 페니스가 뜨거운 샘물에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몸속에서 흘러나온 오르가즘의 눈물은 뜨겁고 허벅지 사이를 흥건하게 할 만큼 넘쳐흘렀다. 머리를 침대에 묻고 허리를 들어 올린 그녀는 일그러지는 표정으로 까무러치는 사람 같았다. 그러나 그는 질척거리는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진퇴시키기 반복했다.

“아 으.......!”

축 늘어졌던 수진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다시 지훈의 허리를 당기며 매달렸다. 치켜뜨고 올려다보는 그녀의 쌍꺼풀이 짙어진 눈동자에는 습기까지 어려 보였다. 어느 순간 그는 다리에 힘을 주고 그녀의 허리를 끌어 당겼다. 온 몸을 경직 시키는 순간 그의 페니스에서 울컥거리는 분비물을 보지 속에 쏟아 넣었다. 그 순간 그녀도 다시 숨넘어가는 신음을 흘렸다.

“하 읍~!”
“하으, 자, 자기야! 미, 미치겠.........”

수진은 엎드려 숨을 몰아쉬는 지훈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숨을 멈추고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고 길게 숨을 내쉰 그녀는 둔부를 들어 올렸다. 그는 페니스로 가득한 보지속이 뜨거운 열탕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의 허리를 붙잡고 늘어지던 그녀가 축 늘어졌다. 그가 마지막 분비물을 뿜어내며 페니스를 진퇴시키니 보지 구멍 밖으로 흘러나온 분비물이 찌거덕 거렸다.

“음.........!”
“아 읍........!”

그들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거친 호흡을 진정시켰다. 수진은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의 기운이 빠져 나간 상태였다. 그러나 보지 속에서 아직도 꿈틀거리는 페니스의 촉감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거렸다. 지훈이 상체를 일으켜 그녀를 내려다 봤다. 당당하고 대담하던 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야수에게 쫓기다가 지친 암사슴 같았다.

지훈은 여전히 페니스를 밀어 넣은 자세에서 그녀의 젖가슴을 손아귀에 움켜쥐었다. 그리고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가 혀로 핥았다. 그녀의 젖꼭지는 포도 알만하게 크고 탐스러웠다. 그는 젖꼭지를 이로 살짝 살짝 깨물었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등을 두들겼다.

“아 잉~! 하, 하지 마! 아프단 말이야.”
“깨물어 먹고 싶은데.”

“미워 죽겠어, 난 어떡하라고.”
“하하하........”

“그런데......! 나, 좋아하는 거야?”
“싫은 여자를 어떻게 안을 수 있어.”

수진은 뜨거워진 가슴의 열기를 내뿜듯이 길게 숨을 흘렸다. 지훈은 짓궂은 생각이 들어 보지 속에 막힌 페니스를 깊이 밀어 넣었다가 빼내면서 갑자기 깊이 돌진시켰다. 허벅지를 들썩인 그녀가 입술을 벌렸다가 다물면서 놀란 눈으로 올려다봤다. 그리고 눈을 흘기면서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두들겼다.

“하 잉~!”
“하하하........!”

“죽여 버릴 가보다.”
“하하하........!”

수진은 아찔한 짜릿함과 함께 자궁 속까지 치미는 충격에 놀란 것이다. 그가 장난꾸러기 소년처럼 웃음을 흘리며 팔을 붙잡았다가 놓아주었다. 그녀는 몸속에 페니스를 넣은 채 내려다보고 있는 그를 간신히 밀치고 일어났다. 그리고 발가벗은 알몸으로 욕실을 향해 갔다. 그녀는 습관처럼 샤워를 하고 다시 그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밤사이에 서리가 내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놓은 승용차 앞 유리창이 뿌옇게 되어 있었다. 운전석에 올라앉은 지훈은 한동안 히터를 틀어 놓고 수진의 아파트 베란다를 올려다봤다. 유리창에 비쳤던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는 가속페달을 밟았다. 왠지 다른 날보다 더 피곤함을 느꼈다. 그녀를 만족시켜 주는 라고 너무 기력을 소모한 탓인 것만 같았다.

왠지 수진에게서 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그는 마치 섹스파트너가 된 기분이라 씁쓸했다. 그런데 이틀 후 그는 그녀에 대해서 환멸감을 느꼈다.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그녀를 만났던 스탠드바에 들어가게 되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한잔 마시고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는 무심코 팔짱을 끼고 홀 안으로 들어오는 남녀를 바라봤다.

여자는 분명히 술에 취한 듯 흐느적거리는 수진이었다. 그녀는 남자와 같이 바텐더 앞의 탁자 앞에 앉았다. 바텐더에게 위스키를 주문해서 마시기 시작한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녀는 그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그녀가 위스키를 입에 물고 남자의 입에 넣어 주었다.

남자가 수진을 안고 키스를 했다. 가벼운 키스가 아니었다. 긴 키스를 끝내고 그녀가 홀 안을 둘러 봤다. 지훈을 발견한 그녀는 흠칫하는 표정을 하더니 눈웃음을 쳤다. 그리고 남자에게 떨어져 앉았다. 그녀는 수시로 지훈을 바라봤다. 그런데 남자가 다시 그녀를 껴안고 키스를 했다. 키스를 하면서 그녀는 지훈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그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 지훈아! 어디가?”
“나, 취했어~! 집에 갈게.”

지훈은 의아스럽게 쳐다보는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며 입구로 걸어갔다. 홀을 나가는 그를 보고 수진이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남자의 이끌려 다시 의자에 앉았다. 지훈은 그녀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며 스탠드바를 나왔다. 그는 그녀의 이미지로 술이 확 깨는 것만 같았다. 아니 마신 술을 토할 것만 같았다.

남자는 언제나 여자의 최초 애인이 되고 싶어 하고 자신만의 여자이기를 요구한다. 이것은 어리석은 허영심이다. 여자는 빈틈없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여자가 언제나 바라는 것은 남자의 마지막 애인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는 여성의 실상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정욕으로 말미암아 자기기만을 끊임없이 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날, 지훈은 수진에게서 여러 통의 전화가 걸려왔으나 받지 않았다. 그는 그녀로 인하여 자신이 천박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놀이게 감으로서 그녀의 성적 만족을 시켜주는 존재였다는 의식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 역겨운 생각이 들었다.

창문의 커튼 사이로 눈이 부시도록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동이 트기 전에 눈을 뜬 은영은 침대에 누운 채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무의미해서인지 그녀는 첫눈을 봐도 감상적인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직 아침 식사 준비를 하기는 이른 시간이었다. 그녀 옆에서는 규칙적인 숨소리를 흘리는 남편이 잠들어 있었다.

은영은 요즘 와서 부부관계도 없는 남편이 타인 같이만 느껴졌다. 언제 부부관계를 했는지 그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성적인 기능이 저하되는 남편을 의무적으로 받아드린다는 것은 고역이었기 때문이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그녀는 침실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

지훈이 소파에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추운 날씨에 옷을 입은 채 잠들어 있는 그의 모습에 은영은 가슴이 저렸다. 그에게 다가가니 술 냄새가 진동했다. 아마도 술에 취해 늦게 들어와서 그대로 쓰러진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으로 인해서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깝고 애틋했다.

“방에 들어가서 자.”
“...........”

은영은 조심스럽게 지훈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려 했다. 남편의 잠을 깨울 것 같아서 목소리를 높일 수도 없었다. 몇 번 흔들어도 그는 쥐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그를 일으켰다. 몽롱한 눈빛으로 일어선 그가 비틀거렸다. 그녀는 그의 팔을 어깨에 메고 허리를 끌어안았다.

은영은 간신히 지훈을 그의 방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한동안 그를 내려다보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글썽거려졌다. 그녀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 그의 방을 나와서 넋을 놓고 벽에 기대서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그녀는 안타깝기만 했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각가지 상념을 떨쳐버린 그녀는 한동안 남편의 서재를 청소하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민기가 시간에 관계없이 틀어박혀 있던 서재라서 지저분했다. 소리 나는 청소기를 돌릴 수 없는 그녀는 빗자루로 쓸어내고 물걸레로 닦아냈다. 바닥에 떨어진 책과 노트들을 택상위에 정리 해놓고 돌아서던 그녀는 띠딩~! 띠딩! 멜로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컴퓨터는 전원이 꺼져 있고 책상위에 펼쳐놓은 책 밑에 불빛이 보였다.

쌓여있는 책을 젖혀 본 은영은 남편의 휴대폰임을 알았다. 그녀는 평소에 남편의 휴대폰에 관심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인해서 부부싸움을 한다고 하지만, 남편도 그녀의 휴대폰에 대하여 무관심했다. 부부간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은영은 별 다른 생각 없이 휴대폰을 제자리에 놓았다. 그런데 그녀가 돌아서려니 다시 띠딩! 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춤거리던 그녀는 무심코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환하게 켜진 액정화면에 메시지문자가 보였다. 그녀는 다시 눈을 깜박이며 들여다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큰 옵! 잠이 안 와.]
[오빠~!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서 공부했어. 잘했지?]
[보고 싶다. 오빠.]

문자 내용을 보고 은영은 의아심으로 가득해졌다. 제자들이 보내는 문자인가. 그런데 이른 새벽에......? 옵 이라는 호칭은 인터넷 상에서 젊은이들 간의 은어였다. 여자의 직감인지, 그녀는 왠지 긴장이 됐다. 문자를 확인하니 발신인이 진 이라고만 되어 있었다. 진.....?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를 호칭한 것만 같았다. 그녀는 발신인과 남편이 주고받은 문자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큰 옵! 보고 싶어.]
[진아야!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
[맨날 공부. 공부. 그 말뿐이 못하나. ㅋㅋㅋ~]
[나도 보고 싶다.]

문자 메시지 중에 유난히 은영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소름이 끼치고 휴대폰을 들고 있는 손이 떨렸다. 다른 문자들은 눈이 아른거려 흐릿하게 보였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각가지 혼란스러운 의문이 떠올랐다. 남편에게 여자가? 언제부터였지? 부부관계도 하지 못할 정도인데? 그것도 문자 내용을 보며 어린 여자였다.

은영은 남편에게 여자가 있다는 사실보다는, 왠지 배신을 당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한편 자신과 지훈의 관계를 떠올렸다. 그동안 남편에게 느꼈던 죄책감으로 번민했던 자신 스스로가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남자는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또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왠지 배신한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참동안 책상을 짚고 있던 은영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서재를 나왔다. 어느덧 유리창 밖은 훤히 밝아오고 있었다. 주방으로 가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던 그녀는 남편이 욕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힐끔 쳐다봤다. 그녀는 평상시 남편을 지식인으로서 교수로서 존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식적이고 추하게 느껴졌다.

민기는 아내가 자신의 휴대폰을 봤다는 것을 모르기에 평상시나 다름없이 세면을 하고 출근준비를 서둘렀다. 어제 밤늦도록 원고를 작성하느라고 피곤했다. 식사를 하고 서재로 들어간 그는 손가방을 챙기면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지나로부터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일상생활에 관한 것과 보고 싶다는 문자였다.

지나로부터 보내온 문자를 확인하던 민기는 달력을 바라봤다. 12월의 금요일이었다. 그는 지나의 청순한 모습을 떠 올렸다. 삭막하고 시계추 같은 생활에 그는 그녀를 생각한다는 것이 큰 위안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주말을 이용하여 부산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손가방을 들고 서재를 나간 그는 층계를 내려갔다.

기다리고 있던 은영이 남편의 손가방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구두를 신는 남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서 있었다. 그녀는 문득 ‘이 남자가 내 남편인가’ 라고 반문했다. 구두를 신고 일어선 그가 주춤거렸다. 그는 아내에게 출장을 다녀온다고 말하려는 것이었다. 지나를 만나려고 하는 것이기에 그는 아내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주춤거리던 그가 지나치는 말처럼 목소리를 흘렸다.

“나. 오늘 강의 끝나고 세미나에 참석할 거요.”
“세미나요......!? 어디로요?”

“전번에 출장 갔던 부산대학에요. 월요일 강의가 있으니 일요일 저녁에는 올라올 거요.”
“꼭......! 가야 되요?”

“힘들지만.......! 논문 작성에 필요한 학술 세미나니 다녀올게요.”

민기는 대답을 하고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봤다. 아내에게 그런 질문을 받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을 쳐다보는 아내의 눈빛이 가늘게 떨리는 것만 같았다. 그는 처음으로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뜨끔하였다. 은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독감이 유행하니, 조심하시고 꼭 식사 챙겨 드세요.”
“그럴게요. 당신도! 나오지 말아요. 추운데........”

아내의 자상한 말에 민기는 비로소 안심하였다. 그는 아내에게서 손가방을 받아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그는 왠지 뒷머리에 아내의 시선이 잇닿은 것만 같아서 빠른 걸음으로 정원을 지나쳐나갔다. 내려 쌓인 눈을 밟을 때마다 들리는 뽀드득! 소리에 그는 상쾌한 기분이 들고 갇혔던 우리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이 들었다.

부산에도 많지 않지만 눈발이 내리고 있었다. 지나는 여러 명의 학생들과 어울려 제과점 안에 앉아 있었다. 그 학생들은 같은 학교 여학생 친구들과 항상 어울리는 다른 학교 남학생들이었다. 그녀는 수시로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주고받으며 빵을 집어 먹었다. 민기와 문자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그녀 옆에 앉아 있던 여자 친구가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지나! 너 휴대폰 바꿨구나! 요즘, 웬일이냐?”
“헤헤~! 이거 요즘 나온 신형이다.”

“너 요즘 삐까 뻔쩍한다. 돈도 잘 쓰고, 옷도 메이커만 입고 짱이다, 네 아빠 돈 잘 버나보다.”
“아니! 우리 큰 옵이 사줬어.”

“큰 옵!? 큰 옵이 누구야?”
“서울에 있는 교수 옵이야.”

“친 오빠는 아닐 테고, 누군데?”
“그냥 가까운 친척이야. 나, 대학까지 보내준데.”

“좋겠다! 빵값 네가 낼거지?”
“알았어.”

지나를 둘러싼 친구들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그녀에게 시선을 향했다. 평소 같으면 주눅이 들어 말도 못하던 그녀였다. 요즘은 민기로부터 받는 용돈을 쓰고 있어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그녀 주위로 몰려들었다.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는 그녀는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가득했다. 남학생 한명이 그녀에게 바짝 다가앉았다.

“지나야! 나하고 피시방 가자!”
“오늘은 안 돼. 그리고 나 컴 샀어. 큰 옵이 사줬어.”

예전의 지나가 아니었다. 그 남학생은 그녀가 좋아했던 남자 친구 승호였다. 그녀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했던 남자친구였다. 그리고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 생활이 달라진 그녀는 승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던 그녀는 가방을 챙겨들고 일어섰다.

“나, 시간 없어서 먼저 갈게.”
“어디 가는데?”

“오빠가 롯데 백화점에서 기다려.”
“잘 가! 월요일 날 보자!”

“그래! 잘 가.”
“월요일에, 꼭 빵 사줘야 돼.”

“알았어.”

카운터로 가서 빵값을 지불한 지나는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고 제과점을 나왔다. 그리고 부리나케 걸어가 건널목 앞에 다가섰다. 신호등 아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사람들 뒤편에서 그녀의 손목을 당기는 사람이 있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그는 불량스러워 보이는 사복을 걸치고 있었다.

“야! 너 어디가?”
“이거 놔. 빨리 가야 돼.”

남학생을 쳐다보는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다름 아닌 그녀의 순결을 앗아간 친구의 오빠 준철이었다. 준철의 옆에는 그녀가 안면이 있는 그의 친구 형권이 빙긋이 웃으며 서 있었다. 그녀가 준철의 손을 뿌리치려고 하자 형권이 그녀의 다른 팔을 낚아채서 끌어당겼다. 울상이 된 그녀는 끌러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러지 마. 왜 이러는 거야?”
“너, 요즘 잘나간다면서.”

“이거 놓라고~! 큰 옵이 기다린단 말이야.”
“큰 옵!? 아하! 오빠가 없다는 걸 아는데, 놈씨 하나 물었구나.”

“그런 게 아냐. 이거 놓으란 말이야.”
“나이든 놈씨인 모양인데, 얼마나 작업했는지 용돈을 많이 받았구나. 돈 좀 내놓고 가”

“그게 아니라니까. 제발 놔 줘.”
“넌, 내 여자야! 소문 내기 전에 작업한 돈 내놔.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릴 테니.”

“이거 놓고, 마음대로 해.”
“아쭈! 이게 간땡이가 부었네.”

지나는 어떻게든지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질질 끌려가던 그녀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 그녀는 순찰중인 경찰 두 명이 앞에서 오고 있는 것을 봤다. 그녀는 악을 쓰며 소리 질렀다.

“아 악~! 이거 놓으란 말이야. 살려주세요.”
“이게 어디서 소리를 질러. 정말 죽으려고 작정했나........”

두리번거리던 그들은 다가오는 경찰을 보고 붙잡고 있던 지나의 팔을 놓아 주었다. 그녀는 그 틈을 이용해 떨어트린 가방을 집어 들고 뛰었다. 마침 신호등이 바뀌고 사람들이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그녀는 달음박질하여 건너편에 있는 은행으로 뛰어 들어갔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쉰 그녀는 유리창 너머로 밖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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