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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36 905회 0건
약속대로 사무실에서 후다닥~

9.

“너 미쳤냐!”
“...”

불과 같이 화를 내는 현민이 놈의 말에 부정하지 못하고 묵묵히 돈가스를 으적거리며 씹기만 한다.

“거기서 베팅을 왜 해! 못 먹어도 본전인 게임에 왜 불나방처럼 달려드냐고!”
“목소리 낮춰..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지금 낮추게 생겼어!”
“신이가 힘들 다잖아.”
“그런데?”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아나! 이 또라이 새끼야!”
“안 먹으려면 나가자. 쪽팔려서 더 이상 못 먹겠다.”

반도 먹지 못한 돈가스를 놔두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다.
카운터에 계산을 하고 음식점을 나오는데 현민이 놈이 내 팔뚝을 잡고는 옆 골목으로 끌고 간다.

“내가 분명히 분위기 이상하니까 조심하자고 했냐 안했냐!”
“...”
“신이도 짜고 널 가지고 노는 거 몰라!?”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분명히 얘기 했잖아! 처음 만난 날부터 접근 했던 방식도 이상하다고! 그리고.. 말은 안 했는데 어제 차로 데려다 주면서 느낀 게 뭔지 알아? 신이 걔도 처음부터 이 게임을 알고 같이 동참한 게 분명해.”
“그렇겠지.. 한상이가 신이한테 얘길 했으니까 우리 단골도 알고 있었겠지...”
“그걸 아는 놈이.. 바보냐? 아니면 모자란 거냐?”
“그런데 말이야.. 뭐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드냐?”
“뭔 소리야?”
“우리가 계획한 대로라면.. 집으로 신이를 데려올 수 있는 것까진 예상했는데.. 그 다음이 계속 찜찜하단 말이야. 신이가 하는 행동을 보면 정말 내가 게임이란 걸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모습이던데..”
“그게 연극이라고 이 새끼야!”
“연극일까? 내가 아는 신이는.. 그렇게 연기를 잘 하는 여자가 아닌데..”
“네가 알긴 뭘 알아! 여자는 원래 여시란 말 몰라? 백여시! 신이란 여자는 이미 한상이란 남자한테 여시가 아니라 강시가 됐다고 새끼야. 강시 몰라!? 도사가 조종하는 강시!”
“...”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계획이고 뭐고 네가 망하게 생겼는데 어쩔 거냐고!”
“어제나 지금처럼 말이라도 잘할 것이지.. 어버버버버가 뭐냐 어버버가!”
“아! 지금 농담이 나오냐! 그동안 준비했던 게 얼만데... 흥신소 돈은 어떻게 할 거야? 조사비로도 200만원이 넘을 텐데! 그 새끼가 베팅이라고 건 돈을 가만히 두겠냐? 가처분이라도 걸지 모르는데! 아니 그 새끼라면 걸고도 남겠다. 마음대로 입금했다가 출금까지 하는 놈이면...”
“...”
“원래 계획대로 밀어붙이자. 더 잘 된 거잖아. 그 놈이 숨겨둔 비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계획은 더 빛을 발하는 거 아니냐. 계획대로 다 찾아내서 내가 책임지고 빼돌릴게 넌 정신적으로도 압박 하면서 신이만 담당하라고! 그리고 창구 놈이 알아봐준다고 했던 그 프로들한테 맡기면 아무리 강한상이 놈한테 길들여졌다고 해도 신이가 한상이 놈을 안 버리고 배기겠냐고!”
“과연 그럴까?”
“...뭐?”
“창구가 소개시켜준 남자들이 아무리 날아다니는 놈이라고 해도.. 신이가 마음을 돌릴까?”
“날 믿으라니까! 사실 그 친구들 중에 한명하고 같이 술도 마셔봤는데.. 넌 상상도 못할 테크닉으로 여자를 후리더라고, 창구하고 그 사람이랑 단란빵에 같이 갔는데 나중에는 거기 아가씨가 전번을 먼저 날리면서 전번 좀 알려달라고 얼마나 성화던디.. 장난 아니었다니까!”
“그래?”
“그래가 아니고! 진짜 답답하게... 너 나한테 뭐라고 했냐!? 마음정리 다 했다고 했잖아! 꿩 먹고 알 먹고 도랑까지 치자며!.... 우선 전세명의부터 옮기고.. 그래 돈도 나한테 다 보내. 아직 이라면 안 늦었을 거야. 우선 잔금 있는 거 다 털어서 내 통장으로 입금 시키...”
“현민아...”
“...왜?”
“살면서.. 계속 찝찝한 감정이 가시지 않을 때 없었냐?”
“......?”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그러 감정이 머리랑 가슴에서 계속 떠나질 않는다.”
“무슨 헛소리야! 그딴 감정이 지금 대수냐? 원래 다 잡은 고기가 더 아깝게 느껴지는 거 몰라? 지금 넌 신이란 전 와이프한테 괜히 감정적으로 기울어서 그러는 거야! 아니! 강한상이가 신이를 시켜서 너한테 그런 감정의 호소를 하게 만들었고 넌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고 이 빙신아!”
“그럴까?”
“그럴까가 아니라고! 아! 진짜..”
“내가 신이란 여자를 정말 모르고 결혼까지 했을까? 몇 년이나 같이 살면서 신이란 여자의 껍데기만 보고 살았을까?”
“뭘 얘기하고 싶은데?”
“뭔가가... 뭔가 석연치 않은 무엇인가가 계속 머릿속에서 떠돌고.. 지워지지가 않으니까 문제라고.”
“착각이라고 이 병신아!”
“우선 계획 좀 보류하자.”
“무..뭐?”
“아니.. 까짓것 다 줘버린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더 자세히 알아볼 게 있어.”
“알아보긴 뭘 알아봐! 너 개털 되고 싶어!?”
“나 간다.”
“야! 잠깐만!!”
“..왜?”
“네가 어떻게 알아보려고? 흥신소 직원이 알아 온 정보다 틀렸는데.. 어떻게 알아본다는 거야?”
“생각이 있어. 나중에 연락할게.”
“야! 태규야!! 안 된다니까! 지금 헛수고 하는 거야! 지금 짜인 각본에 놀아나는 거 몰라! 야야!! 어차피 시작한 건 멈출 수 없다는 거 잘 알지!”

우선 사무실로 돌아간다.
너무 시간을 허비했다. 가뜩이나 부장한테 요즘 찍혀 눈치리란 눈치를 한 몸에 받고 있었기에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부장이 나만 기다리고 있었는지 들어가자마자 또 잔소리를 듣게 된다.

애새끼처럼 술 먹고 싸움질이나 하고 다니니까 업무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겠냐는 등의 부장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려듣고 업무에 복귀를 하지만 곧 생각에 잠긴다.

오목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5개의 일렬로 이어진 바둑알이 승리한다는 룰을 설명 해주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뭘까? 첫 판은 룰의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바둑알을 놓는 법과 함께 내가 이기는 상황을 연출하여 한 번 보여주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초보자도 이길 수 있도록 일부러 져준다면.. 귀여운 조카들에게 내가 가장 많이 써먹던 방법이다.

그리고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을 어느 정도 심어줬다면 꿀밤이란 내기를 걸고 더 흥미진진한 게임을 벌이는 방법이라면.. 내 조카들에겐 거의 100% 먹혔던 방법이었다.

강한상의 독단적인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라면... 신이의 이해할 수 없었던 반응이 이해가 간다.
모든 것을 공유한다던 신이의 말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신이도 재미의 도구로 이용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과정을 지금 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게임이라고 하기엔 너무 황당했고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이미 자신의 여자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여자인 신이를 굳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심판관의 역할을 맡긴 이유가 뭘까?.. 단순히 스릴을 위해서? 아니면 창우가 말했던 다른 놈의 좌절을 맛보거나 스스로 맛보기 위한 네토의 짜릿함을 위해?

너무 번거롭다.
굳이 이런 승리의 전리품을 걸지 않는다고 해도 전 남편을 잘 구슬리기만 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 텐데... 확실한 미끼를 던지기 위한 수단이라고 하기엔 강한상이란 남자에겐 제로에 가까운 메리트가 ‘도대체 왜?’라는 물음으로 계속 내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맴돌고 있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 순간 난 차로 강한상의 집까지 이동하던 그 순간에 내 본능의 지시대로 베팅이란 것까지 하게 되었다.

오기가 없었다곤 할 수 없었지만.. 현민의 말처럼 계획했던 모든 시나리오들을 독단적으로 깨버릴 정도의 강한 의문을 어제에 신이의 모습으로 인해 더욱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현민과 계획한대로 옛 추억을 안에서 내가 흔들고, 대물이긴 하나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는 강한상과는 질적으로 다른 프로들의 도움을 받아 외적으로도 차근차근 신이의 쾌감을 더 끌어올려 강한상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만든다면...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단순히 화려한 외모와 차원이 다른 능력, 그리고 남자의 환상과도 같은 대물에 이끌려 신이가 그렇게 목을 매고 있는 걸까? 내가 알고 있던 신이가???
그럼 어제의 행동은? 이미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신이가, 강한상이란 놈에게 1년여 동안이나 조교로 정신교육을 받고 유방확대 수술까지 받은 신이가 굳이 내 친구의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고? 그런 내 행동에 짜증과 오기를 부리게 되어 매점 앞에서의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르게 완전히 반대의 행동을 현민 앞에서 보여 준 행동까지 강한상의 통제 된 행동일까?

일은 하지 않고 생각만 하던 난 부장이 외근을 다녀온다는 말을 듣고는 5분 후 경리과로 조용히 걸어갔다.
마침 박미지와 다른 직원이 탕비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미지씨 잠깐 시간 좀 낼 수 있을까요?”
“네?.. 지금요?”
“네.”
“.... 먼저 들어가요.”

미지를 데리고 옥상의 야외 휴게실로 자리를 이동한다.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한 올의 실 가닥을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던 난 나로 인해 회사 내에서 유일하게 강한상과 엮이게 된 박미지를 머리에 떠올리곤 얽히고설킨 그 의문의 질문들에 조그마한 힌트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무작정 미지를 찾아오게 되지만.. 막상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망설이게 된다.

“왜요?”
“...네?”
“저번에도 찾아 오셨다고 하던데.. 무슨 일로??”
“....”

대답은 하지 않고 나도 모르게 박미지란 여자를 관찰하듯 다시 아래부터 위로 훑어보게 된다. 신이하곤 비교할 순 없었지만 나이에 걸맞은 연륜과 미모가 묻어나는 단정한 외모와 몸매는 충분히 매력적인 여성임이 확실했다.

“지금 성희롱 하시려고 절 부른 거예요?”
“네..네?? 성희롱이라뇨?”
“그런 눈빛으로 사람을 훑어보는 게 성희롱이라는 거 모르세요? 성희롱 예방교육 시간도 이수하셨던데..”
“아.. 죄송합니다. 그런 게 아니고요.”
“그럼요?”
“.......”

시선을 돌려 잠시 마음을 다진다. 어차피 말을 돌려 얘길 한다면 자칫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었다. 그것도 이런 민감한 주제에 대해 얘길 나눈 경험이 거의 없었던 난 조심스럽지만 직설적인 대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먼저 맞는 게 속 편할 거란 생각의 내 선택이었다.

“강한상이란 친구요.”
“네?..한상씨..... 그..그게 누구에요?”

역시나 강한상의 존재를 부정해보려는 박미지였지만 그녀의 흔들리는 목소리로 강한상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서 참견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저도 연관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무례하게 미지씨한테 이렇게 얘길 하는 겁니다. 부탁 좀 드릴게요.”
“..연관? 태규씨하고 그 사람이랑 연관이 있다고요? 아니면.. 저하고..”
“네. 그 강한상이란 남자와 연관이 있습니다.”
“어떻게요?”
“자세히 말씀드리면 미지씨도 더 얽히게 돼서.. 아직도 연락을 하시나요?”
“.....아니요.”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내가 찾아가지 않은 그 호텔에서의 만남이 마지막일거란 예상은 우선 들어맞았다. 철저한 계산 하에 접근한 강한상은 내 반응을 보고 박미지의 이용 여부에 대한 재고를 다시 생각했을 거란 예상과 그 이용가치에 대한 선의 경계를 이제부터 찾아보기로 한다.

“그 친구가 혹시 저에 대해 뭘 물어 보진 않았습니까?”
“뭘 말이에요? 전 그 사람하고 태규씨가 알고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고요.”
“그럼 정보습득용은 아닌가...”
“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보 습득이라뇨? 그 사람이 기업스파이라도 된다는 말이에요?”
“.....네?”
“지금 분명히 혼잣말로 정보가 어쩌고 했잖아요!”
“아닙니다. 기업스파이 같은 걸...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세요? 혹시...”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박미지의 버릇을 발견하게 된다.
초조해지면 치마의 옆단을 잡고 구기는 모습을 간간히 보긴 했는데.. 그런 버릇이 자신의 상태를 무의식중에 보여준다는 걸 관찰로 요즘 알게 된다. 신이로 인해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모든 행동과 상황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거라는 의심으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사람의 모습을 관찰하는 방법을 몰래 키우게 된다.

“솔직히 말씀해 주셔야 미지씨한테 피해가 안 가도록 보고를 할 수 있어요.”
“보고라뇨? 무슨 보고요?”
“솔직히 말씀 해 주셔야 저도 솔직히 말 할 수 있습니다.”
“무..뭘 말이에요? 그냥 잠깐 만나서 밥만 먹은 사이에요. 그 이상도 이하도 없..”
“XX호텔 612호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

박미지의 얼굴이 하얗게 사색이 되었고 치마를 만지작거리던 손을 꽉 움켜쥔다.
역시 강한상이란 놈은 준비된 상황에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않을 거란 내 예상도 맞았다. 물론 날 궁지로 몰기 위한 그 계획에 한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박미지씨니까 확인을 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본인 확인절차 없이 그냥 보고 했을 겁니다.”
“저..저 어떻게 해요...”

갑자기 울먹이는 미지의 모습에 당황하게 된 나였다. 그러나 난 당황한 표정을 최대한 숨기며 우선 박미지를 테이블이 있는 의자에 앉힌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혹시 회사내부 기밀이라도 넘긴..”
“물류 회사에 기밀이 뭐가 있겠어요.. 기껏 해봐야 사장 비자금정도지..”
“그럼요?”
“모르겠어요.. 저녁에 경리과 회식하던 자리에서 우연하게 만난 남자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호텔이었고.. 친근하게 접근하는 남자한테 당황하고 놀랐는데.. 너무 친절하게 대하고.. 거짓말은 안 할 거 같은 사람이었는데..”
“진정하시고..... 그럼 그 날은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울먹이며 얘기를 시작한 박미지의 얘기는 내 예상 밖이었다.
회식 후 당황하며 놀라 깬 미지의 바로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고 있는 강한상의 모습에 전날의 기억을 아무리 떠올리려 노력해보지만 새하얀 백짓장 같은 기억 속에서 또 아무렇지도 않게 눈을 비비며 일어나 미지에게 해장국이 먹고 싶다며 한 번 더 끌어안은 강한상의 연기에 미지는 당황하면서도 최대한 냉정하려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곧 보게 된 삐까번쩍한 외제차와는 어울리지 않는 강한상의 배려심 많은 행동은 모든 여자들이 찾던 왕자님의 모습 그대로였기에 신고라는 단어를 금세 잊게 된 미지였고 그건 해장국 집에서의 말과 행동에서 더 호감어린 요소가 되어버렸단다.

자신과 너무 잘 맞는 말과 행동, 물론 철저히 준비된 강한상의 계획된 행동이었겠지만 단지 술이 과해 한 원나잇의 상대로선 우연을 넘은 필연처럼 느낄 수밖에 없었던 미지였을 것이다. 자신감만 넘치는 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미지에게 조심스럽게 연애를 제안한 강한상의 행동으로도 꿈을 꾸는 줄로만 알았을 것임이 분명했고, 그건 갑자기 일이 바빠졌다는 친절한 문자와 함께 일주일동안의 잠적으로 미지의 혼을 쏙 빼놓는 치밀함으로 이어갔다.

그리고 완벽한 섹스 앞에서 오히려 미지는 이 남자를 꼭 잡아야 한다는 각오까지 하게 만들었다. 그 후 한참을 뜸을 드리다 고백과도 같은 자신의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빌미로 박미지에게 상처를 주기 싫다는 핑계를 대며 헤어져야 한다는 얘길 했었고, 그런 안타까운 강한상의 행동에 미지는 이해한다는 말과 행동으로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도록 만들었고, 결국 박미지는 강한상이 원하는 변태적이고 이질적인 섹스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 변태적인 행위를 단 사주 만에 받아들이기 시작한 박미지란 여자를 과연 미친년이라 욕할 수 있을까?
인터넷으로 봤던 수많은 이해할 수 없는 이기주의에 개인주의인 여자들보다는 그래도 좀 더 솔직하고 절실했던 박미지를 과연 내가 욕을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물론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여자라고 해도 말이다.

박미지는 이 주 만에 섹시한 옷과 스타킹을 입고 강한상을 유혹하듯 춤을 추며 허리를 스스로 움직였었고, 만난 지 20일 만에 첫 쓰리섬을 했었다고 한다. 박미지가 참을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발기조차 쉽지 않아 약을 먹어야 만 했던 강한상이 쓰리섬이라는 상식적이지 않는 행위 앞에서 약이 필요 없을 정도의 발기력을 보여주며 계속해서 자신에게 사랑한다, 미안하다. 라는 말을 반복하며 자신만을 바라봐줬기에 눈물을 삼키며 다른 남자의 물건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문제는 날 호텔로 부른 그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룸서비스로 저녁을 해결한 둘은 곧바로 시작된 전위에서 역시나 발기력에 문제가 있는 강한상을 위해 스스로 변태적인 섹스를 자청한 박미지였고, 곧 찾아온 낯선 또 다른 한 남자에게 몸을 허락한 후 흐느끼며 흔들리는 몸을 애써 강한상의 표정을 살피던 미지는 뭔가 모를 불안감에 휘둘리기 시작했었다고 한다.

전화가 되질 않는 나로 인한 분노의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강한상은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게 분명했었다.

다른 남자와 몸을 섞더라도 항상 옆에서 지켜주던 강한상이 전화를 이유로 자리를 피하길 반복했고 급기야 베란다에서 들려온 강한상의 큰 목소리에 남자를 밀어내려 한 박미지였지만.. 이미 흥분한 상태인 남자는 계속해서 자기를 범하고 또 범했었다고 한다.

뭔가 잘 못 됐음을 인지한 박미지였지만...
이미 남자는 미지의 팔을 꼼짝 못하도록 구속한 채 계속해서 보지 속을 들락거렸고, 베란다에서 들어온 강한상이 요란한 파괴음을 내며 집어 던져 깨진 핸드폰의 모습에도 자지를 빼내지 않았다고 했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자신의 눈빛에 오히려 실소와 같은 미소를 짓고는 혼자 나가버렸다고 한다,

자신을 홀로 남겨두고, 단 둘이 남겨진 침대위에서 남자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와는 달리 더 거칠고 빠르게 자기를 범하기 시작했었다고...
십여 분이나 울고 있는 자기를 범하던 남자가 겨우 사정을 끝내고 떨어졌을 때.. 미지는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니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고 남자가 몸을 치웠을 때 이제야 끝이 났다고 눈물만 흘리며 그나마 안도를 하던 미지였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곧 호텔 문이 열리고 두 명의 남자가 우스갯소리를 하며 들어왔고, 그 남자들 또 한 미지의 눈물범벅인 얼굴을 쳐다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차례대로 범하기 시작했었다고 한다. 한 남자가 먼저 자신을 잡고 몸을 흔들었고 그 남자가 끝이 나자마자 또 다른 남자가 자신의 몸을 범하고.. 그렇게 끝이 나고도 다시 시작하길 반복하는..

서로 낄낄거리며 자신을 범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눈을 감고 흔들리는 몸과 쾌감이 아닌 고통만을 느끼며 죽고 싶다는, 죽여 버리고 싶다는 충동만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지만... 결국엔 끝날 거 같지 않은 그 시간도 남자들의 정력이 다 끝난 후 끝이 났었고, 홀로 남겨진 미지는 실성한 사람처럼 집으로 내던지듯 돌아와 정액들로 가득한 자신의 몸을 씻어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울먹이기만 한다.

신고를 몇 번이나 생각했었지만..
먼저 허락한 것도 자신이었고, 따라간 것도 자신이었기에 신고를 한다 해도 결과가 너무 뻔해 자포자기식으로 체념만 할 뿐이었다는 말에 나 또한 어떠한 위로의 말도 떠오르질 않았다.


“죄송해요.. 힘든 얘기를..”
“... 태큐씨한테 미안해요. 하지만 전 절대로 회사 기밀이나.. 없는 기밀이지만, 있어도 결코 다른 누구한테도 얘기한 적 없어요! 단 한번도..”
“그런데 강한상이란 남자가 미지씨한테 접근한 게 한 달도 더 전이라고요?”
“.....네.”

시간상 말이 안 된다.
나와 신이는 길게 잡아도 2주전의 그 술집에서 만남이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박미지와 만남으로 이미 나에 대한 준비를 말해주고 있었는데..

과연 이 사실을 신이가 알고 있을까?
아니..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신이가 알고 있다고 해도 주체는 강한상이란 남자일 테니 신이가 할 수 있는 건 내게 힌트를 주는 게 다였을 테고, 몰아붙이기에 급급했던 내 행동에 말할 틈이 없었을 수 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확실한 문제의 핵심은 신이가 왜 강한상이란 남자에게 집착을 하고 있느냐였다.

“전.. 어떻게 해야 되요? 만약 이 사실이 밝혀지면.. 전 이제 시집도.. 회사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녀요.”
“걱정 마세요. 위에다가는 업무가 개입되지 않은 그냥 사귀던 남자라고만 보고하겠습니다.”
“강한상이란 남자.. 회사에서 신경을 쓸 정도로 위험한 남자가 맞나요?”
“거기까진... 그냥 평소대로 업무에 전념해주세요.”

일개 직원인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스스로 웃기긴 했지만, 처음부터 협박용으로 밀어붙인 내용을 끝까지 일관하게 된다. 만약 찔릴 게 없는 여자였다면 이런 어리숙한 연기에 속아 넘어 올 리 없었지만,, 자신의 불안감에 스스로 자백을 한 꼴을 그나마 감사하며 박미지란 여자에 대한 마음을 아예 접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사무실로 내려와 거래처를 갔다 퇴근한다는 말로 나와 버린 후 곧바로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들어가 신이를 닦달하며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방법만큼은 최악이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나였기에 평소와 다름없는 행동과 말로 우선은 신이를 지켜보기 위해 집으로 운전을 한다.

이미 도박의 조각이 된 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했고, 내 속에 있던 감정을 마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단순한 미련이라면 현민의 말처럼 게임을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야 했고 어제의 분노와 욱했던 감정이 진심이라면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신이를 대해야 한다는 각오를 하며 머릿속의 잔념을 떨구기 위해 노력하는데..

내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현민이냐? 아까는 미안했어.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하고..”
[회사냐?]
“응?..응.”

아까 낮의 일도 그렇고 해서 지금 신이에게 달려가고 있다고는 말을 못 한다.

[네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거 같아서 내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뭐? 직접 나서다니?”
[분명히 말했지... 게임일 뿐이라고, 네가 지금은 혼란스러워 하는 거 같은데. 그건 그냥 살아온 정 때문이야. 너 이렇게 계속 미기적거리면서 행동하면 게임이고 뭐고 다 날아가 버린다고 새끼야! 너 나한테 뭐라고 했냐. 처음에 얘기할 때 이걸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 봤지!? 그리고 내가 직접 흥신소까지 알아보고 조사하면서.. 나한테 4:6으로 나누자는 말까지 했잖아. 지금에 와서 너 혼자 폭주하면 그동안 준비한 게 뭐가 되냐고! 내 입장은 생각해 봤냐!]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얘기 했잖아. 정 때문이라고.. 내가 분명히 신이가 변했다고 얘기 했지!. 확인시켜 줄게.]
“뭔 소리야? 뭘 확인을 시켜줘!?”
[요즘 기계들이 얼마나 좋게 나오는 지 그때 보여줬지? 볼펜 녹음기하고, 통신차단장치하고.. 이 차단장치가 한 채널만 열어놓고 다 돌릴 수 있는 것도 얘기 했었나?]
“한 채널이라니?”

[띵똥~~~]

너무나 익숙한 벨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누구세요?]
[접니다 제수씨.]

신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핸드폰 속에서 내 귀에 전해졌다.

“야!! 김현민! 이 새끼가... 야!! 야!!”

소리를 질러보지만 내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 듯 둘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또렷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쩐 일이세요? 그리고 저 분은 누구...]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태큐랑 신이씨하고의 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좀 나눠야 할 거 같은데...]
[지..지금요? 태규씨는 아직 회사..]
[태규랑은 이미 얘기한 상태입니다.]
[태구씨랑요?]
[네. 못 믿겠으면 전화를 걸어보세요.]
[잠..시만요.....................]

잠시 동안의 침묵이 이어졌고 곧 확인하는 현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맞죠?]
[태규씨가 전화를 안 받는데요.. 나중에 얘기하면 안 될..]
[이미 얘길 다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마도.. 태규가 일부러 전화를 안 받는 거 같은데.. 문 앞에서 이러고 있는 것도 좀 그런데.. 이 친구는 걱정 마십쇼. 단순한 흥신소 직원이고.. 오늘 나눌 대화의 내용에 결정적으로도 중요한 친구니까요. 아니면.. 태규와 20년 넘은 친구인 절 못 믿으시겠습니까?]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요. 나중에...]
[나중은 없습니다. 태규 놈이 지금 당장이라도 자살이라도 하면.. 제수씨가 책임지실래요?]
[자살이라뇨!? 태규씨가 왜 자살을 해요!?]
[그러니까.. 안에 들어가서 말씀 나누시자고요.]

[끼익~~.. 철컹]

“야!! 이 새끼가.. 야야!!”

[태규가 전 재산을 게임에 걸었다는 거.. 알고 계신가요?]
[......]
[표정 보니까 다 알고 계시는군요. 그럼.. 태규한테 이 집의 의미가 어떤지도 알고 계시니 말 하긴 쉽겠네요.]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요..]
[친구로서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서 말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혼한 사이라고는 해도 지킬 의리가 있는 건데.. 태규를 가지고 노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않겠냐는.. 말이죠.]
[가지고 놀다뇨.. 전 그런 일 없어요.]
[이게 가지고 노는 게 아니라~.. 하하.. 지나가는 개가 웃겠네..]
[...]
[솔직히 네토리인지 뭔지를 하는 거면 자기들끼리 할 것이지 왜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냐고..]
[지금 그게 말씀이죠? 네토리라뇨?]
[순진한 척 하고 앉아 있네.. 내가 조사를 안 했을 거 같아?]
[현민씨.. 지금 상당히 불쾌해지려고 하는데요. 그만 나가주세요.]
[여기가 네 집이냐!? 내 불알친구 태규 집이지!]
[이것 봐요!]
[왜?! 이제 와서 안방마님 행세를 하시게? 우리 그냥 좋게 좋게 가자고~ 너도 그 젊은 새끼하고 놀아나면서 이제 슬슬 실증이 날 때 안 됐냐? 어차피 태규랑 마지막으로 찐하게 놀 생각 아니었냐고, 그러니까 이런 황당한 게임이란 걸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어쩌냐고.. 태규 저 친구가 정신을 못 차리고 헛소리나 하고 앉아 있는데.]
[......]
[그냥 내 계획대로 너만 잘 넘어 와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니겠어? 어차피 네년도 섹스에 환장해서 그 어린놈하고 붙어 있는 거 아니냐. 그럼 더 즐겁게 해 주는 쪽에 붙어야지. 안 그래!?]
[이러고도 태큐씨 친구라고 할 수 있어요!?]
[친구니까 이러는 거지! 이혼 했으면 그냥 남남으로 잘 살면 되는 걸... 그리고 솔직해지자고! 너도 즐기고 싶어서 이 게임에 동의한 거 아니야!?]
[그만 나가주세요!]
[야!]
[까악!!!!!!!!!!!! 웁웁!!웁~~]
[이 친구가 강남에서 알아주는 호스트거든.. 이 친구하고 한 번 엮이면 기둥뿌리도 뽑아서 가져다주게 된다던데.. 너도 어차피 즐길 거면 프로하고 제대로 맞붙어야지. 안 그래?]

“야이 개새끼야!!!! 그만 해! 이 씨바...”

[원래는 조금 지난 다음에 맛보여주려고 했는데.. 나중이나 지금이나~]

[부욱~ 찌익!!!!!]

[우욱!! 아욱욱욱!!!!욱!!!!]

심하게 덜컹거리는 소리와 옷 찢어지는 소리가 교차하며 내 귀에 들려온 후 잠시 후에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사장님.. 진짜 괜찮겠습니까..]
[왜 이제 와서 후달리냐? 자신 없어?]
[아니요.. 이거 반항이 너무 심한데...]
[연기야 연기. 프로란 친구가 딱 보면 모르냐?]
[정말 이혼녀에요?]
[그렇다니까!]
[이거 특상품중에서도... 정말 괜찮은 거죠?]
[걱정 말라니까. 이친구가 왜 이렇게 겁이 많아.]
[겁이 많은 게 아니고.. 악!!! 이.. 이 년이..]

터질 듯한 내 심장소리가 핸드폰 너머의 소리와 섞여 들린다. 현민이 놈의 과격한 행동에 치를 떨며 액셀을 있는 힘껏 밟아보지만,, 계속해서 신호등에 걸리며 운전만 더디게 되는 이 상황에 화를 내며 욕을 하게 된다. 그리고 들려온 낯선 남자의 고함소리에 더 귀를 집중해 듣는데, 신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그러고도 친구야! 어떻게!!]
[친구 같은 소리하네.. 친구니까 이런 짓도 서슴없이 하지! 이 년이 어디서 남편을 호구로 보고..]

남자의 손을 물어뜯은 게 분명했다.
간간히 들려오는 남자의 신음소리와 다시 들린 신이의 고함소리에도 현민의 목소리는 냉정하기만 했다.

[말 했잖아! 태규도 이미 알고 있고, 다 동의한 일이라고! 조용조용 가자! 응!]
[....]
[그래 이 년아! 진작 말 들을 것이지..]
[이거 놔요.]

아직도 잡고 있는 남자에게 신이가 놓으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그 놓으라는 같은 말이 내게 달리 들렸다.

[오~....]
[사장님.. 정말 유부녀 맞아요?]

[정말.... 태규씨도 동의한 게 맞아요?]
[그렇다니까. 안 그럼 내가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겠어?]

잠시 동안의 이어진 침묵에 내 핸드폰을 확인한다. 계속 이어져가는 시간의 흐름으로 분명 끊기지 않았는데 너무도 조용했다.
그리고 곧 들려온 신이의 목소리에 핸들을 쥐고 있는 손에 꽉 힘을 주게 된다.

[좋아요.. 누구부터 할래요?]
[뭐?...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면??.. 둘이서 같이 할래요?]

[...도저히 못 참겠다. 사장님 저부터 맛 좀 보겠습니다.]

--계속--

읽어보니 괜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잡담은 자삭했습니다. 그냥 한 푸념같은 말인데.. 말이란 게 내뱉기는 쉽지만 받아드리는 분에 따라 감정 상할 수도 있을거란 생각에 자삭한 것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뱉은 말에 책임지기란 엄청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네요.

그럼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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