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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37 832회 0건
12..


“어떻게 들어왔습니까?”
“111177. 비밀 번호가 너무 쉽던데요.”
“......”
“스토커 아니니까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어요. 한상씨가 알려줬어요.”

당황하는 표정을 숨길 수 없던 나와는 다르게 신이는 처음 놀란 표정을 한 번 짓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주방으로 걸어가 커피까지 타기 시작한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내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였다. 한상이란 이름이 등장한 시점부터 이 여자가 이곳에 무단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행동과 신이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커피를 타는 행동까지. 모든 게 설명이 되는 듯 보였다.

문제는 ‘왜?’ 였다.
박미지란 여자가 왜 내 집에, 그것도 내가 없던 시간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날 기다리고 있는 지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비밀 번호는 당장 바꿔야겠네요.”
“바꾸셔도 그 사람이라면..”
“.....그런데 왜 오셨습니까?”
“저요? 글쎄요....”
“글쎄라니.. 오신 목적도 모른다는 말씀입니까?”
“목적은 확실한데.. 이런 경험은 저도 처음이라 서요.”
“.....강한상이가 보낸 겁니까?”
“........”
“제가 알기론.. 미지씨한테 제가 듣게 된 내용으로는 강한상이란 놈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그런 감정 아니었습니까?”
“지금도 죽여 버리고 싶어요. 하지만...”
“하지만?”
“태규씨는 모를 거예요.. 원수 같은 남잔데 계속 끌리는,,, 뻔히 관계의 결말이 보이는데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그런 관계요.”
“그럼 저랑 말을 한 다음에 다시 강한상을 만났다는 말입니까?”
“...네.”
“그런 일을 당하고도 또 만났다고요? 강한상이란 남자가 어떤 남자인 줄 알면서요?”
“태규씨도 저한테 거짓말을 했잖아요.”
“...네?”
“한상씨를 기업스파이처럼 말했잖아요.”
“그건... 하지만 미지씨를 위한, 그러니까 경고차원에서 드린 말이었습니다. 강한상이란 남자가 미지씨한테 왜 접근을 했는 질 알게 된다면 이런 행동은..”
“알고 있어요.”
“...?”
“태규씨한테 접근하기 위해서 절 이용했다는 것도, 그리고 옆에 앉아 계신 한신이란 저 여자 분이 강한상씨의 연인이라는 것도요.”
“제 아내였습니다!”
“네. 그것도 알고 있어요.”
“그런 걸 알면서 여기에 찾아 왔다고요? 무슨 이유로 찾아 왔는지 모르겠지만.. 제정신이 아니군요.”
“글쎄요.. 와이프를 두고 게임을 하는 사람한테 들을 얘긴 아닌 거 같은데요.”
“.....”
“저도 처음엔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했는데.. 태규씨 얘길 듣고 한 번 더 한상씨한테 몸을 맡기고 나니까 이해할 수 있겠던데요. 마약.. 마약보다 더 강한 쾌락이 무엇인지..”
“마약이라고요?”
“네. 병만 안 걸리고 임신 걱정만 없다면.. 어차피 내숭 떨 나이도 훨씬 지났는데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죠. 돈도 벌고 좋은데..”
“돈을 받는다고요? 강한상이가 돈을 준다고 했습니까?”
“일종의 위자료라고 해두죠. 단 조건부 위자료.”

며칠 만에 너무나 달라진 박미지의 모습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바로 며칠 전 내 앞에 서서 두려움에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비스듬히 무릎 꿇고 앉은 자세 그대로 박미지는 막힘없이 자신의 얘길 내게 똑바로 전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박미지란 여자의 본모습이었다.
회사 내에서 서른 살이란 젊은 나이에도 마녀노땅이라는 별명으로 깐깐한 모습을 보여주는 평소의 모습 그대로 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 모습이 사적인 이 자리에서 보여줄 모습이 아니란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앞에도 말했지만 박미지란 여자는 내게 호감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회식자리에서도 남몰래 날 챙겨주며 호감을 옅지만 분명 드러냈던 여자임에는 확실했으니까 말이다..

단순히 내가 박미지에게 했던 거짓말 때문이라고 하기엔 그 거짓말의 크기가 너무 미미했기에 지금 더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뿐이었다.

“태규씨를 좋아하시나요?”

잠시 시작된 침묵을 깬 건 신이였다.
커피를 내오고 내게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은 신이는 박미지의 얘길 묵묵히 듣고 있었기에 잠시 신이의 존재를 잊었던 나였고 나지막한 목소리와는 다른 냉소적인 말투에 그제야 고개를 돌려 신이의 존재를 다시 확인한다.

신이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눈빛엔 분명 경계라는 단어서 깃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더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이 상황자체를 나와 달리 이해하고 있다는 행동을 보여주며 예상했던 일이라는 표정을 보여주는 신이었는데 눈빛의 날카로움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했었죠.”
“.....지금은요?”

내게 냉소적인 얼굴로 대하던 박미지도 신이의 도발과도 같은 질문을 기다렷다 는 듯 응수를 했다. 이 어색한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두 여자의 기 싸움과도 같은 분위기에 끼어들 틈을 놓치게 된다.

“그게 상관있나요? 어차피 신이씨는 한상씨 여잔데?”
“상관없어요.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제게 어떤 통보도 없었기에 하는 말이에요.”
“통보라고요? 한상씨가 통보를 해야 하나요? 신이씨한테?”

두 여자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듯 한 착각도 잠시, 난 박미지란 여자가 며칠 만에 이렇게 변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게 된다. 스스로 저주했고 경멸했던 강한상이란 남자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변할 수 있는지가 말이다. 돈의 위력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이질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변화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는 걸 신이가 깨닫게 해준다.

“결정권자는 저라는 걸 한상씨가 얘기 해줬나요?”
“네. 하지만.. 뭐 여기까지만 말하죠. 괜한 말해봐야 신이씨가 나중에 한상씨한테 고자질이라도 하면 저만 곤란해지잖아요. 안 그래요?”
“....”
“어차피 즐기기 위한 게임 아니에요?”
“제 생각보다도 더 많이 좋아하셨나 봐요. 태규씨를..”
“..........”
“배신감 때문이라면 이럴 필요 없어요. 이 사람 지금 누구보다도 가장 고통 받고 있으니까요.”
“고통을 받고 있다고요? 이런 추잡한 게임을 하면서!?”
“........”
“이런 말 해봐야 입만 아프잖아요. 그냥 즐길 거 즐기자고요.”
“즐긴다고요?”

“즐긴다니.. 오늘 온 게 즐기기 위한 방문이라는 말입니까?”
“그럼 뭐가 있겠어요? 설마 지금 와서 태큐씨랑 감성 팔이라도 할까요? 한상씨가 얘기하던데요. 태규씨가 담이 작다고, 간이 작다고 했나? 하여튼 태규씨가 제대로 즐길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전 와이프 앞에서 그게 커지지도 않았다면서요?”
“...”

박미지가 말을 하며 가소롭다는 듯 내 사타구니를 쳐다본다.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최대한 내색하려 하지 않는다. 그 날의 내 추태라고 부르기도 뭐한 그 창피했던 일을 이 여자가 알고 있다는 것도 놀랍고 충격적이었지만, 그런 얘기까지 하는 강한상이란 놈의 비열함에 다시 한 번 치를 떨게 된다.

“그럼.. 여긴 오신 이유가 저랑 섹스라도 하려고 왔다고요?”

먼저 매너 없는 돌직구를 날린 건 박미지였기에 나도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네.”
“됐습니다. 신이 앞에서 그럴 생각 없습니다.”
“왜요? 또 안 커질 거 같아요? 아니면 신이씨 앞이라서 체면이라도 차리시려고요?”
“미지씨.. 신이 말대로 미지씨한테 제가 상처를 줬다면.. 고개 숙여 사죄라도 드릴게요. 미지씨의 이런 모습.... 보기 괴롭습니다.”
“괴로워요? 호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기가 차다는 듯 크게 웃기 시작한 박미지의 행동에 또다시 놀라게 된다.

“걱정되는 게 아니고 괴롭다고요? 저 때문에요? 정말 가식적이시네요.”
“....”
“그만 얘기해요. 더 얘기해봐야 밑바닥만 더 볼 뿐일 거 같네요.”

내가 또 무슨 말실수를 한 건지 감도 못 잡겠다.
박미지란 여자에 대해 그래도 좀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무참히 부서지게 되었고 그런 그녀의 행동에 어떤 말과 모습으로 대해야 할지도 갈팡질팡하게 된다.

“잘 됐네요.”
“무..뭐?”

“뭐가 잘 됐다는 거죠? 신이씨?”

“그렇지 않아도 이 사람한테 가르쳐줄게 많았는데.. 미지씨가 좀 도와주세요.”
“.....네? 지금 도와달라고 했어요? 저한테?”
“네! 게임이라고 본인 입으로 방금 얘기했잖아요. 아니에요?”
“.....”
“그럼 즐겨야죠. 게임인데~”
“그래요. 즐겨야죠. 뭘 어떻게 즐길까요? 그렇지 않아도 막상 와서 어떻게 즐겨야 되는 지 난감했는데.”
“한상씨가 가르쳐주지 않았나요?”
“.........”
“가죠.”
“어..어딜요?”

전혀 예상 밖의 행동이었다.
어버버하고 있는 나와 달리 단호한 표정의 신이는 그 단호함이 오히려 온화한 표정처럼 보일정도로 담담하게 보여질 정도였다. 강한상이란 절대 권력자 앞에선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신이의 표정에 단 한마디도 못한 채 바라만 보게 되는데..

그런 당당함에 기가 죽은 박미지일까? 박미지도 신이의 이런 행동은 나처럼 예상 밖인 듯 보였다.
일어나는 신이를 고개를 들어 멍하니 쳐다보는 박미지의 모습에서도 당황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신이에겐 그런 표정조차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여긴 분위기가 안 살잖아요. 가요.”
“어딜 가?”
“당신도 따라와요. 차 키 줘요.”

신이는 박미지와 날 이끌고 차에 오른다.
운전을 할지 모르던 신이가 운전석에 거리낌 없이 앉더니 이내 시동을 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난 스스로 뱉은 말을 책임이라도 지려는 놈처럼 조수석 문을 여는데..

“당신은 뒤에 타세요.”
“뭐?”
“미지씨. 앞에 타세요.”

적막감까지 흐르는 차 안과는 달리 스쳐지나가는 차들과 가로등 불빛들이 차 안을 연신 비춰대며 밝히길 반복하던 그때 신이가 박미지한테 먼저 말을 걸었다.

“한상씨가 당신을 보낸 이유를 모르겠어요?”
“단순한 거 아닌가요? 태규씨한테 적극적인 여자에 대해서 알려주라는.. 위축 된 상태로 제대로 게임을 즐기겠냐고 하던데요.”
“단순히 섹스로 풀어줘라?”
“그럼요?”
“제가 옆에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목적만으로 당신을 보냈다고 생각하세요?”
“그..그럼요? 다른 게 뭐가 있나요?”
“아니에요.”
“신이씨는... 한상씨 편 아닌가요? 법적으로만 남남이지 사실상 사실혼 관계 아니었나요? 한상씨는 그렇게 얘기 하던데.”

강한상이 박미지에게 대충 어떤 뉘앙스로 얘길 했는 질 짐작할 수 있는 대화였다.
강한상은 내게 상과도 같은 선물을 주려고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해 위로성 선물이라고 해야겠다. 그날 신이 앞에서 내가 보인 추태로 강한상의 욕구를 다 채울 수 없었다면 강한상은 당연히 더한 행위를 서슴없이 할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박미지를 내게 보낸 이유가 완전하진 않지만 설명이 됐다.
남자 둘이서 여자 하나와 노는 입장에서 반드시 비교가 될 것이고 그건 물건의 크기든 체력의 차이든 간에 어쩔 수 없이 약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이른다는 창구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자 둘의 서비스를 받는 할렘의 행복을 꿈꾸는 남자의 욕구라는 말도 함께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강한상은 내게 한 번의 수모를 준 후 그 수모를 잊을 만큼의 쾌락을 선사하려는 의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신이가 있는 수요일에 일부러 박미지를 보냈을 거란 짐작을 해 본다.
그런 예측을 하며 난 신이의 얘길 기다린다.
대답은 정해져있었지만.. 작은 기대를 갖고 박미지의 질문에 운전만 하고 있는 신이를 얼굴을 룸미러로 찾아본다.

“맞아요. 지금 제 남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남자는 한상씨밖에 없어요.”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외각의 모텔이었다.
화려한 조명에 걸맞은 외관과 그 외관에 어울리는 세련된 카운터가 위치한 모텔 안으로 들어간 우리 셋은 그곳에서도 신이의 발걸음을 쫓아가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셋이라 말하는 신이의 대범하고 무덤덤한 표정에 오히려 카운터에 있는 남직원이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작은 장지갑에서 카드와 오만 원짜리 한 장을 동시에 꺼내 지불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상층의 모텔비는 카드로 계산을 했고 오만원은 그 직원의 팁임을 금세 알게 된다.
신이의 당당한 행동과 운 좋은 팁에 직원은 아무 말도 없이 카드키를 신이에게 넘겼고, 날 부러운 놈이라는 시기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기까지 했다.

분위기를 잡기 위해 온 모텔치고는 너무 큰 사치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난 학생일 뿐이었다.
신이 말대로 신이가 가르쳐주는 모든 것을 겸허하고 열심히 배워야 하는 학생.........

엘리베이터는 금세 9층으로 우릴 안내했다.


“씻었나요?”
“.....네?..아..아직..”

110만원이 넘는 모텔비를 일시불로 지불하던 신이를 나도 모르게 혼내며 말릴 뻔 했던 내 행동은 모텔방의 구조에 까맣게 잊게 된다. 모텔이라고 하기엔 그 웅장함부터 달랐다. 거의 50평에 가까운 넓이와 갖춰진 부대시설들은 출장 중 가봤던 모텔이나 호텔과는 차원이 달랐었다.
노래방 기기와 칵테일 바, 성인 5명 정도가 들어가 누워도 넓게 느껴질 버블풀이라 쓰여 있는 커다란 욕조는 내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커다란 침대의 모퉁이에 있는 은회색의 동그란 기둥엔 강한상의 집에서 봤던 족쇄용 고리들이 걸려있었고 전면 유리로 된 벽 한 쪽의 바깥엔 바비큐파티까지 할 수 있는 테이블과 그릴이 놓여 있었다.
10명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나무색 긴 소파의 가죽 또한 최고급으로 보였다.

그 소파에 먼저 신이가 앉는다.

“둘이서 먼저 씻어요.”
“네?”
“안 씻었다면서요. 태규씨랑 같이 들어가서 씻으라고요.”

“신이야.. 이게..”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리고 미지씨.”
“......네.”
“한상씨가 말 했을 테죠?”
“말을 하다뇨?”
“제 말은 꼭 들으라는 말 못 들으셨나요?”
“.....”
“한상씨라면 그 얘기는 꼭 했을 거예요. 아니라면 태규씨랑 같이 안 씻으셔도 되요.”

대답대신 박미지는 몸을 돌려 욕실을 찾았다.
너무나 쉽게 눈에 띈 욕실은 이 초특급 파티 룸의 한 쪽 벽면을 반을 다 차지하고 있는 전면 유리 뒤에 있었다.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벽너머엔 샤워꼭지와 네 개의 다리가 달린 욕조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유리벽 위에 커튼 같은 것이 보이긴 했지만 박미지는 그 커튼은 쳐다보지도 않고 욕실로 걸어갔고, 입구 바로 앞에서 입고 있던 블라우스와 스커트로 보였던 원피스의 등 지퍼를 능숙하게 내리곤 단번에 벗었다. 뇌쇄적인 검은색의 브래지어와 한 세트인 팬티, 그리고 허리를 감고 있는 얇은 끈으로 된 가터벨트에 연결 된 살색 스타킹까지 다 벗은 박미지는 먼저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곤 손으로 물줄기의 온도를 재듯 잠시 동안 행동을 멈추고 있다.

“나보고 정말 저길 들어가라고?”
“네. 저한테 가르쳐달라고 했던 건 태규씨잖아요.”
“....들어가서.. 내가 충동을 못 이기고 저기서 시작이라도 하면?”
“그럼 더 좋고요.”
“....알았어.”

신이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나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강한상이란 놈에 비하면 초라할지 모를 내 물건이었지만 평균이상이라 자부했던 물건을 덜렁거리며 그 욕실로 당당하게 걸어갔고 욕실의 유리문 손잡이를 잡아 힘을 주는데.. 나도 모르게 신이를 향해 고개를 돌리게 된다.
신이는 팔짱을 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샤워를 시작한 박미지를 한 번 쳐다보곤 날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묘한 위압감이 날 위축 들게 만들었지만.. 오늘도 초라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각오를 다짐하며 단번에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역시나 이 어색함은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다고 느끼게 된다.

박미지의 몸매도 꽤 괜찮은 편에 속했고 얼굴도 나름 상급이라 평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신이란 여자에 비하면 평범하게 보여졌다.

‘그래.. 차라리 이런 평범함이 나한테 더 어울릴지 모르는데.....’

“뭐해요? 안 씻어요?”

잠시 딴 생각을 하고 멀뚱히 서 있는 내게 박미지가 퉁명스럽게 얘길 한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미지의 몸매와 외모는 막상 벗겨 놓고 보니 꽤 괜찮다는 느낌을 준다. 아주 약간 통통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몸매는 신이가 과할 정도로 육감적인 몸매였기에 비교가 될 뿐 오히려 평범함 속에 육덕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꽤 괜찮은 몸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박미지의 몸매를 감상하듯 쳐다보게 된다. 그런 내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미지가 등을 돌리고 씻기 시작한다. 아무리 자신이 돈에 회유됐다고 스스로 말을 해도 낯설지 않은 내 앞에서의 알몸은 부끄러운 듯 몸을 가리고 씻는다.

이런 어색함이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어색한 알몸의 대화가 내겐 더 익숙하다는 생각을 하며 멀뚱히 서 있자 박미지가 자리를 비켜준다. 호화모텔에 어울리는 고급 바디 샴푸로 몸에 대충 거품을 낸 다음 머리까지 단번에 감기 시작했다.

“그렇게 씻으면.. 씻겨요?”
“응? 뭐가요?”
“...아니에요.”

5분도 안 걸린 내 샤워는 또 한 차례 어색한 시간을 지속시켰다.
여기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랫배부터 몰려오긴 하는데.. 막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쁜 남자처럼 뒤에서 와락 껴안고 그대로 추행부터 할까? 아니면 다정하게 다가가서 키스를 날려? 그것도 아니면 거만하게 걸어가서 내 자지를 빨라고 시켜?’

“당신 와이프.. 무서운 여자네요.”
“..네? 신이요?”
“지금 당신하고 섹스를 하라는 거잖아요. 그것도 눈앞에서..”
“그러려고 온 거잖아요. 강한상이 보낸 이유가 그거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제가 기대한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어요.”“기대를 하다뇨? 그럼 어떤 모습을 기대하셨습니까?”
“...나가죠.”

박미지가 먼저 욕실에서 나간다. 내 대답은 회피한 채 박미지는 커다란 수건을 몸에 두르고 먼저 자리를 피하듯 나갔고 난 마지막으로 몸을 묵에 적신 후 잠시 동안 머리를 더 식히기 위해 다시 샤워기 아래에서 찬물로 머리를 적신 후에야 대충 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 미지를 뒤쫓아 욕실에서 나갔다.

내가 거실로 나갔을 때 이미 박미지는 커다란 침대에 완전한 알몸으로 누워있었고 그 옆에서 신이가 옷을 벗고 있었다. 신이도 미지씨와 마찬가지로 완전한 알몸이 되었고 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멀뚱히 서 있게 된다. 아마도 욕실에서 나온 박미지에게 신이가 어떤 명령을 한 듯 보였다.

“이리 와요.”
“..응?...응..”

신이의 명령대로 괜히 수건으로 내 사타구니를 가리고 어리버리하게 침대 쪽으로 걸어간다. 이 위압감은 흡사 강한상에게 느꼈던 그 감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애써 떨쳐버리며 침대 바로 앞까지 걸어갔고 지그시 두 눈을 감고 누워있는 박미지의 몸과 팔짱을 끼고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신이를 번갈아 쳐다보게 된다.

두 여자를 놓고 아무리 비교를 해봐도 역시나 신이의 몸이 더 아름다웠고 얼굴도 훨씬 더 예뻤지만.. 지금 순간은 그런 아름다움과 행동에서 오는 위압감은 오히려 내 물건에 주눅을 주고 있었다.

“해봐요.”
“응..응? 무..뭘?”
“미지씨를 얼마나 더 무안하게 만들 거예요? 아무리 여자 둘과의 썸이라고 해도 처음엔 발기가 잘 안 될 거예요. 천천히 미지씨의 몸을 음미하면서 당신도 즐겨 봐요. 절대로 뭘 해주려고 하지 말고..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듯 음미하며 즐기면서..”
“즐..겨?”

얘길 하며 신이가 천천히 걸어가 커다란 리모컨을 손에 든다. 몇 개의 버튼을 조작하더니 조명의 밝기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배려인지 곧 모텔 안은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 찾아왔고 바로 앞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암흑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잠시 동안의 암흑안의 정적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확실히 이 암흑은 내게 도움이 되는 듯 느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순간에 느껴지는 두근거림과 긴장된 호흡의 작은 물결들이 날 그 미세하게 들리는 숨소리에 정신을 집중하도록 만들었고 어차피 받을 교육이란 것의 의도를 이젠 알 수 있었기에 더듬거리며 침대의 끝을 만져본다.

곧 종아리의 딱딱한 뼈가 내 손에 느껴졌고 좀 더 위로 올려 부드러운 허벅지에 손을 얹어 본다.

“.......하아~”

깊은 심호흡이 적막을 깨고 내 귀에 들어왔다.
완벽한 빛의 차단은 눈이 어둠에 차차 적응이 되고서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공간은 확실히 내 위압감을 흥분 감으로 돌려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그건 비단 내게만 적용되고 있는 현상이 아닌 듯 느껴졌다. 천천히 올라가는 내 손에 감촉에 미지가 움찔거리며 반응을 시작했다.

허벅지에서 바로 보지로 향하던 내 손의 방향을 틀어 가슴으로 옮긴다. 강한상이란 놈에게 배운 대로 결코 서두르면 안 된다는 걸 머릿속에 떠올리며 천천히 옆구리를 지나 가슴을 향해 손을 옮겼고 부드러운 미지의 가슴이 내 손에 들어왔다.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손으로만 느껴지는 감촉은 색다른 자극을 주며 그림처럼 머릿속에 그려졌고 형태의 잔상을 상상하듯 보여주며 날 평소처럼 흥분시키기 시작했다. 가슴으로 옮긴 손을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하자 중앙의 꼭지가 조금씩 부풀어 올라 딱딱해져갔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꼭지의 형태를 장난치듯 굴리며 쥐었다 폈다를 번갈아 했고 이내 다른 꼭지에 얼굴을 옮겨 살짝 물어본다.

“아~~...”

오른 손을 올려 미지의 허벅지 안쪽을 가볍게 쥐어본다. 천천히 손을 올려 미지의 허벅지 깊숙한 곳에 손을 옮기려 했을 때.. 가늘고 긴 다른 손이 내 손을 덮는다.

신이였다.
내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 미지의 허벅지를 조금씩 벌리더니 이내 자신의 얼굴을 미지의 사타구니 속으로 밀어 넣었다.

“흑~..으음....음~~”

보이진 않았지만 신이가 뭘 하고 있는 지는 미지의 신음소리와 내 손에 느껴지는 반동으로 충분히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내 손을 덮고 있던 신이의 손이 움직여 자신의 머리위로 내 손을 옮겼고 손에 느껴지는 움직임에 확신하게 된다.

신이가 미지의 보지를 빨고 있었다.
부드럽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신이의 머리를 고스란히 손에 느끼던 난 다시 미지의 가슴을 부드럽게 빨기 시작했다. 신이의 입에서 나는 소리를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들으며 천천히 꼭지를 유린했고, 이내 목덜미를 지나 미지의 입술을 찾아 얼굴을 움직인다.

방금 씻어 상큼한 샴푸냄새를 맡으며 촉촉하게 젖은 미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갰을 때.. 가벼운 첫 입맞춤은 점점 미지의 뜨거운 숨결로 인해 거칠게 변해갔다. 손에 느껴지는 신이의 움직임이 더 깊숙이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수록 끙끙대며 내 입술을 탐하던 미지의 입술에서 혀가 나와 내 입속에 파고들었고 난 그런 끈적끈적한 분위기에 공조하듯 미지의 혀에 내 혀를 뒤엉키며 아래에서 나는 질겅거리는 소리와는 다른 소리로 하모니를 이루기 시작했다.

점점 더 고조되는 암흑 속에서 이미 내 자지가 크게 발기해 당장이라도 아무 구멍에라도 넣어달라고 성화를 부리기 시작하는데.. 불쑥 한 손이 내 자지를 움켜쥐었다.

“윽...”
“으음~~..음~~~하아~~”

내 자지를 잡고 있는 여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손에 더 정열적으로 미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신이의 머리위에 올려놨던 손을 옮겨 미지의 가슴을 주무르며 뒤엉키는 혀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을 맛보던 난.. 신이의 얘길 머릿속에 떠올린다.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듯 즐기면서.......’

“하아~~~~ 아~.. 태규씨.. 자지... 빨고 싶어요.. 아~~”

그제야 내 자지를 잡고 앞뒤로 부드럽게 움직이던 손이 풀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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