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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37 937회 0건
(늦었쥬~ 죄송해유~. 시간이 나서 신나게 쓰다보니 끊는 타이밍 조절 실패했슈.)

하하.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8.


“야야야야!!”
“...?”

한강공원의 계단식 둑에 앉아 있던 내게 현민이 놈이 달려오며 호들갑을 떤다.

“봤냐?”
“뭘?”
“방금 지나간 여자 봤냐고? 와~ 진짜 죽이던데..”
“여자?”
“그래! 하얀색 티셔츠에 핫팬츠 입고 있는 여자 말이야! 여길 지나가서 저쪽으로 걸어갔는데 못 봤어?”
“못 봤는데..”
“진짜 스타일 죽이던데.. 스물다섯? 여섯?? 쎄끈하게 빠진 다리하고 가슴이... 와~~진짜 오랜만에 진국을 봤는데. 아깝네 눈 호강 좀 시킬 수 있었는데~ 어. 그런데 술은 안 사왔냐?”
“먹고 싶다고 한 놈이 사와야지. 내가 한잔하자고 했냐?”
“전화 건 놈은 너야.”
“낮에 한 잔 꺾자고 먼저 말 한 건 너고.”
“에라이.. 분위기 보니까 기분도 꿀꿀 한 거 같은데.. 오케이~ 이 형님이 오늘 쏜다. 편의점이 저쪽이지.”
“어디가! 반대쪽 매점이 훨씬 가까운데.”
“눈요기라도 제대로 해야지! 네가 못 봐서 그렇지. 진짜 죽이더라. 다리가 짜~~악 빠졌는데.. 핫팬츠는 보이지도 않아요. 우리 젊었을 땐 여자들이 그런 건 창피해서 입지도 못했는데.. 크크크~ 우리야 행복한 눈요기니까 좋기만 하지만 말이야.. 안 그래?”
“나이 값을 해라.. 발정난 개새끼마냥 뭔 짓이냐.”
“멍멍~ 오우~~~우우.. 어!....”

내 비아냥거림에도 현민이 놈은 두 손을 앞으로 모아 개 흉내를 내며 멍멍거리며 흉내를 내다 갑자기 멈추곤 방금 온 길목을 향해 멍하니 서 있다.

현민이의 시선이 고정 된 길의 가장자리엔 화장실에 다녀온다던 신이가 머뭇거리며 서 있었다.

“거기서 서서 뭐해?”
“네?...안녕하세요.”

“아.........하이..아니.. 안녕....”

“...”
“......”

“하...세요.”

고개를 숙여 현민의 인사를 받은 신이는 다시 ‘하세요.’라는 인사의 끝말을 듣고 얼떨결에 고개를 또 한 번 숙인다.
한 층 커진 두 눈으로 신이를 너무 빤히 쳐다보는 현민의 시선과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보며 난 팔꿈치로 그 놈의 허벅지를 찍게 된다.

“악.. 아... 하하하하하.. 그런데 이 미인...님..은 누구시냐?”
“누구긴 누구야 신이지.”
“뭐!? 신이!?..신이!?..하하... 신이씨구나.. 머리를 묶고 화장을 지우니까.. 전혀 못 알아보겠네... 아니... 화장을 한 건가? 눈하고 입술이... 가스..ㅁ......아..아니..”
“뭔 헛소리를 하고 서 있냐! 너 술 사온다고 안 했냐?”
“응?..... 그렇지.. 술 사와야지... 지금 사오려고 하잖아.. 그..런데 술이 어디서 팔더라?”

횡설수설하기 시작한 현민의 모습에 기가차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이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면서도 시선은 신이를 향하던 현민이가 가려던 매점이 아닌 아까 내가 가리킨 매점으로 뛰어간 후 신이가 머뭇거리다 말고 내게 말을 한다.

“저기...”
“...?”
“현민씨..한테.. 제 얘기 했어요?”
“무슨 얘기?”
“그....... 게임 얘기...”
“왜? 창피해?”
“네?... 아니요.”

아까와는 다른 떨림과 머뭇거림을 신이가 보이며 답답하게 말을 이어갔다.

“안 했어.”
“.....”
“뭐 좋은 일이라고 그런 얘길 다 하냐.”
“진짜죠?......그리고..”
“응?”
“저.. 레깅스 좀 돌려주세요.”
“아까 버렸는데.”
“네!? 그걸 왜 버려요!?”
“필요 없다며?”
“.....”
“그런데 왜? 극장에서도 자신이 막 나가는 여자라고 하지 않았나? 침대에서 나한테 했던 말. 낯선 남자한테 알몸을 보이면서 흥분을 했다며.. 아니야?”
“그거랑!.. 이게 같아요?”
“뭐가 달라? 오히려 더 부담 없지 않나? 어차피 나하고는 남남이잖아. 이혼한 사이. 기껏해야 이혼한 전 남편의 친구 아니야?”
“.....”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더니.. 지금은 왜 그러나?”
“너무..하네요.”
“뭐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님도 잘 아는데..”

신이 말대로 현민의 와이프와 신이는 친언니와 동생처럼 스스럼없이 지냈었다.
현민과 내 사이가 워낙 돈독한 친구사이기도 했지만 지금보다는 덜 예뻤던 신이를 세상에서 가장 예쁜 동생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제수씨는 급기야 자신의 친 남동생과 바꾸자는 장난스러운 말까지 했었다.

“왜? 현민이가 당신 변한 모습을 그대로 제수씨한테 전할까봐? 전해져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
“...”
“어차피 안 볼 사람 아닌가? 네가 다른 놈하고 놀아나든 그 놈들하고 변태적인 섹스를 하든.. 한상이의 거대한 자..읍~”

신이가 갑자기 내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는다.
현민이가 커다란 검은 봉지를 두 개나 들고 내 뒤편에서 뛰어오는 모습을 신이가 먼저 발견하고는 다급히 내 입을 틀어막은 것이다.

정작 현민은 두 손을 올려 내 입을 틀어막는 신이의 행동으로 올라간 블라우스의 짧아진 길이만큼 훤히 보이게 된 하얗고 가느다란 허벅지에 온 시선을 뺏겨 뛰어오다 발걸음을 멈췄다는 것도 모른 채 내 입을 막는대 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와......”

“혀 깨물었잖아. 왜 이래!”
“조..용히 좀 해요.”
“조용히가 문제가 아니고.. 당신 팬티 다 보여.”
“헉!!”

오는 길에 현민이가 나지막한 탄성을 뱉으며 넘어질 뻔 한 모습을 보여줬을때 옷 상태를 신이에게 얘기하자 화들짝 놀라 얼른 블라우스를 끌어내린다.
내 예상보다도 블라우스의 길이가 많이 짧아 그냥 서 있어 다가 조금만 숙여도 엉덩살이 보일정도였으니 팔을 올린 신이의 행동은 말 그대로 팬티가 훤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넌 왜 정신을 못 차리냐?”
“응?..하하하하하하.. 제수... 신이씨 반바지가 너무 짧은 거 아니냐.”
“짧긴.. 요즘 다 이러고 다닌다고 좋아하던 게 누군데.”
“그렇긴 한데.... 내가 언제!. 하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신이씨도 유행을 만히 신경 쓰시나 봐요.”

“네?..네.”
“앉자. 술은 사왔냐?”
“먹고 죽자고 잔뜩 사왔다. 안주는 별 거 없어서 그냥 오징어랑 과자 몇 개 사왔는데.. 신이씨 괜찮죠?”

“네...”

나와 현민이가 계단에 자리를 잡고 앉는데 신이는 멀뚱히 서 있다. 연신 블라우스의 끝자락을 잡고서 말이다.
진퇴양난이란 사자성어가 딱 신이의 모습이었다. 앞을 내리면 뒤가 보였고, 뒤를 내리면 앞이 보였고.. 신이는 우선 현민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지 현민의 시선을 피해 연신 앞만을 내리기 시작했다.

길을 걷던 사람들이 자신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것을 애써 외면하면서 그렇고 서 있었다.
그러나 신이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지는 건 어쩔 수 없어 보였다.

“당신도 앉아.”
“.....그게.”
“왜?”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돼요?”
“다른 곳? 왜?”
“..”

신이가 붉어진 얼굴로 또 매섭게 날 노려본다. 물론 그런 신이의 시선은 현민이가 영문도 모른 채 내 시선을 쫓아 고개를 들었을 때 금방 걷히기는 했지만, 역시나 그 복장 그대로 이 자리에 앉을 수는 없을 거라는 걸 알기에 더 짓궂게 말을 이어간 나였다.
어리석게도 극장에서 신이 자신이 말 한대로 닳고 닳은 몸뚱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행동을 하게 만들 내 분노의 표현이었다.

“그냥 앉아. 그러게 그 짧은 걸 입지 말라고 했는데.. 입은 건 당신이잖아.”
“....그냥 매점 앞으로 가요.”
“...”

“그래. 그래도 제수씨가 곤란해 하잖아. 방금 보니까 매점 앞에 자리도 많더라.”

어쩔 수 없이 현민의 말대로 우린 자리를 옮겼다.
마음 같아서 계속 신이를 골탕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으나.. 금세 신이의 곤란해 하는 표정에 마음이 수그러들기 시작한 나였다.
아무리 신이라도 내 친한 친구 앞에서는 보통의 여자처럼 행동한다는,, 비록 오기로 레깅스까지 벗어 내게 건넨 신이였지만 지금 느끼는 창피함을 고스란히 내게 전해주는 곤란해 하는 모습에 이 자리만은 봐준다는 표정을 지으며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앉는 현민이의 시선이 잠깐 딴 곳을 향했을 그 타이밍에 맞춰 신이가 후다닥 자리에 앉아 작은 핸드백으로 중요부위를 가리곤 입을 동그랗게 말아 깊은 한숨을 몰아 내쉰다.

신이가 극장에 입고 온 팬티는 레깅스에 자국이 남지 않는 옆 라인이 아래로 넓은 햄팬티란 것이었다. 팬티 한 장만을 입고 있으면 골반 아래로 넓은 노라인의 밴드가 자리 잡은 형태로 은근한 섹시함을 보여주는 팬티였지만, 블라우스 아래에 감춰진 팬티의 밑면으로만 얼핏 보자면 그 넓은 면으로 타이트한 반바지처럼 보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과하게 달라붙는 섹시한 반바지가 세상에 있다면 말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로 신이의 햄팬티는 뒤쪽 면이 불투명 나일론의 아랫면과 아주 얇은 망사로 되어 엉덩이 윗 골이 그대로 보이는 섹시 팬티였다.

“이거 쓰세요.”
“...네!?”
“핸드백이 작아서 제 눈 둘 곳을 못 찾겠어요.”
“...감..사합니다.”

현민이가 매너 있게 자신의 가방을 테이블 위로 신이에게 건넨다.
블라우스를 잔뜩 내린 신이의 행동에도 훤히 드러나는 허벅지 위쪽 모습이 가려지자 겨우 정신을 차린 현민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담배 있냐?”
“그래. 담배나 한 대 피자.”
“저기 가서 피우자.. 제수씨 담배 연기 싫어하잖아.”
“...그럴까?”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을 때 현민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했고 현민의 말대로 매점 뒤쪽의 빈 공간을 향해 걸어갔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게임이란 것을 신이는 ‘네가 모르는 줄로 알고 있다’라는 걸 얘길 하기 위한 나이스 타이밍이란 생각에 아무렇지 않게 현민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 내 모습을 신이가 불안한 듯 빤히 쳐다봤고 조금 떨어진 공간으로 신이와의 걸이가 멀어지자 이번엔 현민이가 다시 호들갑을 떨며 신이을 연신 훔쳐본다.

“와... 제수씨 진짜 몰라보게 변했네..”
“그때 술집에서 봤잖아.”
“그렇긴 한데.... 그땐 카디건이라도 걸치고 있었고 경황이 있었겠냐..... 제수씨 키가 몇이지?”
“168이던가.. 왜?”
“엄청 커보여서.. 아니.. 다리가 길어서 그렇게 보였나.. 그런데 가슴 수술한 거 맞아? 너무 자연스럽던데.. 그럼..”
“그럼 뭐!?”
“아..아니.. 그냥 신기해서...”
“..”
“감촉...은 어때? 진짜 같아?”
“그만 좀 해라. 그래도 내 와이프였던 여자다.”
“....꿀꺽~.”
“그만 봐 인마!”
“응?..응.. 와~~...”
“그래도 이 새끼가..”
“미안..”
“그만 주접떨고 신이는 네가 게임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절대로! 입 밖에도 내지마라.”
“응?..그럼 당연하지... 그런데 태규야.”
“응?”
“이게... 게임이잖아.”
“게임? 그런데?”
“이겨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내 말은.. 흥분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얘기하자면,, 네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뭐겠냐? 그 강한상이란 젊은 놈한테 체력도 안 되지, 물건도 비교가 안 된다고 너도 말했잖아.”
“그래서?”
“그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화내지 말고, 어디까지나 이기기 위한 작전이니까.. 우리가 더 한 짓으로 그 놈을 깔아뭉개야 되는 거 아니냐고.”
“더 한 짓?”
“창구 말 못 들었냐? 원래 생리학적으로도 여자는 한 남자한테 만족 못한다고 했잖아. 더군다나 그 강한상이란 놈한테 교육을 받은 여자라면... 너도 이제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데.. 체력이 많이 딸리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 너도 도와주겠다고?”
“그렇지! 내가 비록 그 놈처럼 대물은 아니지만 우리 무식한 와이프한테 많이 단련이 됐잖아. 솔지기 너랑 나랑 물건 차이도 별로 안 나잖냐고..”
“죽을래?”
“..뭐?”
“친구고 뭐고.. 여기서 맞짱 함 뜨까? 옛날 일 생각나게 해줘!?”
“어.. 신이씨 이쪽 본다. 빨리 가자..”
“......”

잽싸게 도망친 현민이 먼저 신이의 앞에 앉는다.
저걸 확 그냥.. 이라는 생각을 겨우 억누르며 나도 신이의 옆에 앉았고 검은 봉지에서 소주를 꺼내 단번에 뚜껑을 열고 종이 소주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운전해야 되잖아요.”
“됐어.. 대리 부르지 뭐. 넌?”

“나도 마셔야지..하하...”

계속해서 헛웃음을 짓는 현민을 보며 괜히 부른 건 아닌지 라는 생각을 하며 쓰디 쓴 소주를 원샷으로 들이켰다. 그리고 이어진 침묵..

어색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테이블의 공기는 어쩔 수 없는 분위기였다.
자신의 옷차림만을 걱정하듯 몰래 블라우스를 끌어내리는 신이의 고개만 숙이고 있는 행동과 그런 신이의 시선을 피해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기 바쁜 현민이..
결정적으로 욱하는 마음에 무작정 한강으로 끌고 나온 난 정작 그 다음 행동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멀뚱히 소주잔과 신이, 그리고 그런 신이를 훔쳐보는 현민의 모습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적막을 깬 건 현민이었다.
현민이 스스로도 이 삭막한 분위기와 자신의 시선에 조금씩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신이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전화시키기 위한 행동처럼 보였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네!??..아..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깜짝 놀라 잡아 내리던 블라우스를 꽉 움켜쥐며 신이가 한 톤 높은 음성으로 어색하게 대답을 한다.

“몰라보게 예뻐지셨네요...”
“.....아니에요.”
“이 놈이 속을 많이 썩였나봐요. 이혼하시고 나서 이렇게 예뻐지신 거 보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에요. 태규씨랑 헤어지고 나서.. 저도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요?... 재혼 생각은... 없..으시겠죠. 그러니까 태규를 다시 만나셨겠죠..아.. 그럼 태규랑 재혼을 하시는.. 하하하하하.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냐.”

머리가 지끈거린다.
차라리 입을 틀어막고 저 두 눈을 꿰매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겨우 억누르며 현민을 노려보는데, 현민도 자신이 하는 말이 횡성수설을 넘어 도가 지나치다는 걸 본인 스스로도 아는지 내게 울상을 보이며 두 눈을 질끈 감는다.

“형님은... 잘 지내시죠?”
“네? 형님.. 아! 제 와이프요? 그 아줌마야 뭐.. 세상 걱정근심이 다 빗겨가고 있어요. 살만 디룩디룩 쪄가지고, 그러면서 밤마다 샤워는 왜 그렇게 해대는지..”
“네?..큭큭.”
“아~.. 제가 또 주책이네요. 예전부터 이 버릇을 못 고치네.. 하하하..하.......”

“나중에 한 번 다시 만나자. 제수씨가 당신 많이 보고 싶어 하더라.”
“그래요?.. 그렇지 않아도 저도 진짜 뵙고 싶었는데...”
“시간도 많은데 나중에 같이 저녁이나 한 끼 하면 되지..”
“.....네.”

“그런데.. 춥지 않으세요? 아직은 쌀쌀한데..”
“...조금요.”
“아고.. 그렇게 짧은 바지를 입고 오실 줄 알았으면 차에서 담요라도 가져올 걸 그랬네.. 그래도 보기는 좋네요. 하하하하하.....하.”
“...”
“하하.... 별로 마시지도 않았는데.. 왜 소피가 마렵냐.. 저 잠시만...”

또다시 찾아온 어색함에 현민이 자리를 피한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뭐라고 뻥끗거리는 입모양을 보여줬지만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기에 그냥 무시하고 앉아 있는데 현민이가 멀어졌을 때 신이가 입을 열었다.

“그만 집에 가면 안 돼요?”
“...왜?”
“......”
“혹시.. 흥분 돼? 팬티라도 적셨나?”

쪼잔 하게 느낄 진 모르겠지만 내 화는 아직 안 풀렸다. 극장에서의 내 예매 실수가 있었긴 하지만 단 둘이 오랜만에 하게 된 데이트를 강한상이란 이름을 들먹인 신이에 대한 분이 쉽사리 풀리지가 않았다.

“태규씨!..... 그만 해요. 이제 됐잖아..제가 잘못했다고 치고... 그만하고 집에 가요.”
“잘못? 그게 잘못한 사람의 태도냐?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이젠 솔직히 말할 수 있겠네?”
“...네?”
“이틀 동안.. 당신한테 내가 느낀 감정을 솔직히 말할게. 말로는 이 게임이란 게 싫다고, 강한상이 그 놈이 진짜 남자라고, 내 남자라고 얘기하는 당신 속에서 내 자리가 자꾸 보이는 건 왜 일까? 내 착각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제 속을 태규씨가 어떻게 알아요?”
“알지는 못하는데.. 느껴지니까 하는 소리잖아.”
“...”
“이미 강한상이한테 조교되고 익숙해진 몸이라면서,, 왜 현민이 앞에선 이렇게 조신한 척 행동해? 어차피 안보면 그만이잖아. 당신이 말한 대로 노출하면서 흥분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 거 아닌가? 뭘 그렇게 가리고 앉아 있어?”
“......그만..해요.”
“당신은 당신이 변했다고 자꾸 얘기하지만.. 변한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그 놈한테 익숙해졌다고 해도 당신은 당신일 뿐이라고.... 사람한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이 항상 단정하길 바라고, 남한테 밉보이지 않으려고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이런 창피한 모습은 견디지도 못해서 핫팬츠라도 한 번 입어보라는 내 말에 고개만 가로젓던 게 당신이란 여자라고.”
“속단하지 마세요. 이건 단지 현민씨란.. 당신 친구에 대한... 예의고 매너라서 그런 거예요.”
“매너... 당신 말대로라면 그런 게 남아있나? 어차피 다 알.....”
“...?”
“나중에 어차피 다 알게 될지도 모르는데.. 내가 게임에서 지면 그걸 알고 있는 현민이한테 뭐라고 말해야 돼? 독일로 가버린 후에 현민이 와이프하고 같이 만나자고 하면 내가 뭐..”
“혹시.... 현민씨한테 말 했어요?”
“뭐? 뭘?”
“말 했죠?”

신이가 날 똑바로 쳐다보며 입술을 오물거린다.
변한 게 하나 없는 신이의 버릇이다. 내가 뭔가를 잘못했을 때 당장이라도 쏘아붙이려는 듯 할 말을 잔뜩 뱉어내려다 차마 입 밖으로 못 꺼내겠다는 느낌의 아주 작은 저 오물거림은.. 신이가 확신이 섰을 때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하는 버릇이었다.

“미쳤냐? 내가 그런 걸 왜 얘기해! 저 새끼한테 얘기 했어 봐. 저 나불거리고 좋아하는 놈이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했겠어!?”
“거짓말....”
“누가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 아.. 진짜 답답하네..”
“당신은 잘못하면 더 억울한 척 한다는 거... 모르죠?”
“누..누가! 내가!?”

멍청하게 말까지 더듬게 된다.
신이의 저 올곧은 눈동자는 사람의 거짓말을 간파하는 초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아마도 아내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남편이라면 다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진짜로 아무 말 안 했다고..”
“왜 눈동자가 흔들려요?”
“내가 언제? 그냥...바람이 좀 불어서 그렇지!”
“그래요?”
“당연하지! 내 눈동자가 나뭇잎이냐! 흔들리긴 뭘 흔들려..”
“현민씨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네요.”
“그럼!”
“그럼.. 제가 이렇게 행동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현민씨는 그냥 훔쳐보기만 하겠네..”
“무..뭐?”

신이가 블라우스의 단추를 위에서부터 두 개를 풀곤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길이를 계속 의식하던 신이는 줄 곳 웅크리듯 몸을 작게 만들었기에 가슴도 잘 드러나질 않았었는데... 허리를 세우자 신이의 가슴이 더욱 도드라지듯 솟아올랐고 풀어진 단추 사이로 가슴의 골이 자연스럽게 들어났다.

허벅지도 위까지 드러나 팬티의 옆쪽 아래라인이 그대로 보였지만 각오라도 단단히 한 듯 신이는 자세를 고집한 채 현민을 기다린다.
진땀이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걸 느끼던 그 순간 현민이가 씻은 손을 허우적거리듯 털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고 순간 이상한 분위기에 나와 신이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너 왜 그래?”
“응? 뭐가?”
“얼굴이..”

“현민씨..”
“네?......어....”

뒤늦게 신이의 가슴골을 발견한 현민은 대답을 하다말고 눈을 더 크게 떠 그 벌어진 블라우스 사이에 시선을 못 박은 듯 고정하게 된다.

“이혼한 후에요.. 각자 다른 연인을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혼하면 남이잖아요.”
“그..렇긴 한데..”
“그럼 남의 연애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입장이 아니잖아요.”
“...”

신이가 팔짱을 끼며 바짝 다가와 앉는다. 지금까지의 수줍은 모습이 거짓말인 것처럼 신이가 말을 많이 하기 시작하자 현민의 눈동자도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남자라면 어쩔 수 없이 하는 행동처럼 신이의 얼굴과 가슴을 숨길 수 없는 시선으로 번갈아 쳐다보면서도 신이의 집요한 질문에 몸만을 뒤로 물러앉는 모습을 보여주자 신이가 더 바짝 다가와 얘길 이어간다.

“그럼.. 다른 사람하고 잠도 잘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네!?...그..거야..”
“그때.. 제 남자친구 봤죠?”
“......”
“솔직히 그걸 보고 화를 내는 것도 웃긴 일 아니에요? 그리고 누굴 만나라 만나지 마라라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태규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니까. 같은 남자라서 남자를 잘 알거든요. 남자가 봐야 나쁜 놈인지.. 착한 놈인지 여자보다 더 잘 알 수 있다는 말도 있잖아요. 태규딴에는..”
“애도 아닌데, 그래도 이렇게 불러낸 건 너무 하잖아요.”
“...”

끼어들어야 되는데.. 난 거들떠보지도 않고 똑바로 현민을 몰아붙이고 있는 신이의 또박또박 말하는 말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타이밍을 좀처럼 잡질 못했다. 그나마 현민이 이놈이 내 입장을 대변하듯 얘길 잘하고 있었기에 안도를 하게 되는데..

현민이도 신이의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술이 아닌 물병의 물을 벌컥이며 마시기 시작한다.

“태규씨랑 헤어지고 나서 현민이 오빠랑 사귄다면.. 그걸 보고 전 남편이 화를 낼 입장이 아니지 않아요?”
“풋~..켁.. 저..저랑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켁켁~”
“왜 그렇게 놀라세요?”
“놀랄 수밖에 없죠.. 갑자기 절 끌어들이시니까...”
“갑자기가 아니잖아요.”
“.....네?”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무..뭘요?”
“....”
“왜...왜 그렇게 쳐다봐요?”
“.......”
“전 아무것도 몰라요.”
“뭘 모르는데요?”
“네? 그러니까 뭘 모르는지 모른다고...요...”
“그러니까 왜 모르시냐고요.”
“그...그게....”

“말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는 거야. 그리고 당신은 왜 이렇게 말이 많아졌냐? 그만 가자.. 가자고..”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기에 서둘러 둘의 대화를 막고 끼어든다. 연인들의 싸움에서 여자의 고단수적인 말싸움을 이길 남자가 몇이나 되겠냐는 생각에 무작정 끼어들고 보는데.. 신이는 집요하게 현민을 잡고 늘어졌다. 이미 신이의 머릿속엔 확신이 가득 차 보였다.

따발총처럼 몰아붙이다 갑자기 시작 된 신이의 되묻기와 침묵작전은 현민에게 오히려 효과적이었다. 내 대변을 하듯 얘길 하던 현민의 음성이 조금씩 작아진다.
그런 현민의 모습에 더 크게 눈을 뜨고 신이가 시선을 내린다. 테이블 아래 숨겨진 현민의 사타구니와 두 손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주제를 바꿔 얘기 한다.

“게임 좋아하시죠? 옛날부터 모이면 고스톱부터 치자고 하셨잖아요.”
“네?.. 그..렇죠.”
“우리 게임 할까요? 태규씨 빼고...”
“태규를 빼고요? 그래도 태규랑 지금 게임.......”

현민의 자폭성 얘기에 머리가 지끈거리다 못 해 욱신거렸다.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어버버’하고 있는 현민을 뒤로하고 두 눈을 꽉 감고는 아파온 이마를 손바닥으로 감싸 쥔다. 그런 내 모습과 날 향한 현민의 도와달라는 시선을 남겨두고 신이는 플라스틱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깊은 한 숨을 내쉰다.

나와 현민이가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적막함이 흐르기 시작하자 신이가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지그시 눈을 감고는 다리를 꼬은다. 머리가 복잡한지 무의식중에 한 행동으로 보였지만.. 그 행동은 신이의 팬티와 함께 짧은 순간이었지만 팬티 중앙의 적나라하게 갈라진 도끼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휘둥그레진 현민의 눈 모양으로도 이미 봤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나온 것도 다 계획한 거예요?”
“아니에요. 그냥 태규가 불러서.. 전 신이씨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래요?”
“네.. 그.. 게임이란 것도.. 다른 게 아니라.. 그냥 태규가 힘들다고.... 고민 상담하듯 얘기한 게 다라서..”

“너 죄지었냐? 왜 말까지 더듬냐..”
“응... 그래도.”
“평소엔 말주변으로 먹고 사는 놈이.. 에휴... 그리고 당신.. 다 보여..”

“...?”
“다 보인다고.”
“뭐가요?....어멋..”

신이가 황급히 자세를 고쳐 앉는다. 그러나 현민의 시선은 한동안 신이의 허벅지 사이에 고정 된 채로 움직일 생각을 하질 않는다.

“넌 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데!”
“응?..미안..”
“네 마누라를 내가 그렇게 쳐다보면 기분 좋겠냐!?”
“미안하다고..”

“왜요?”
“왜라니?”
“현민씨도 다 알고 있다면서요.”
“.....”
“먼저 말 한 건 태규씨.. 당신 아니에요?”
“그건...”
“보세요.”
“뭐!?”

“..네?”

방금전 스스로 창피해하며 황급히 다리를 모으던 행동을 언제 그랬냐는 듯.. 대놓고 천천히 다리를 벌린다.
아무리 한적한 목요일의 한강공원이라 사람이 없다고는 해도, 신이는 내 불알친구인 현민이 앞에서 다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현민이가 아닌 날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이다.
블라우스 아래로 보이는 도끼자국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팬티는 길고 하얀 신이의 허벅지와 함께 현민의 시선을 사로 잡았고 꼴깍거리며 침을 삼킨게 만들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는 신이이면서 신이가 아닌 여자로 변한다.
두 남자의 혼을 빼 놓은 신이는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조용히 현민이에게 말을 한다.

“둘이서 무슨 얘길 했어요?”
“.....예?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태규씨가 어디까지 얘기 했어요?”
“........”

“그만해!”
“...뭘 그만해요?”
“알았으니까... 그만하라고.”
“....”
“현민아 미안. 먼저 일어날게.”

현민이에게 건성으로 사과를 한 난 신이의 팔을 거칠게 잡고는 차가 주차된 주차장으로 끌고 가는데,, 얼마쯤 걸어갔을 때 신이가 내 팔을 뿌리친다.

“아파요!”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미쳤냐!?”
“미쳤냐고요? 제가 그만하자고 부탁까지 했었죠!”
“그래도 그렇지 그런 행동을 해!?”
“제가 어떻게 행동했는데요?”
“몰라서 물어? 남자에 환장한 년처럼 아무대서나 다리를 벌리고! 그것도 내 친구 앞인데..”
“....”
“왜!? 그렇게 쳐다보면 어쩔 건데!?”
“당신은.. 지금 이 상황에 친구가 먼저에요?”
“...뭐?”

잔뜩 원망스런 표정으로 신이가 날 똑바로 쳐다보며 옅게 떨리는 입술로 얘길 이어간다.

“그래요. 난 남자한테 환장한 년이에요. 그래도 사람 가릴 줄 아는 년이라고요. 당신이 왜 안 되는 줄 알아요? 최소한.. 최소한 한상씨는 절 아는 사람 앞에서 곤란하게 하진 않았어요.”
“이..이년이!!”

손바닥을 올려 어깨 높이까지 들던 난 내가 참는다는 듯 길게 한숨을 쉬며 신이의 팔을 잡으려 손을 뻗는데...

“됐어요. 전 알아서 돌아갈게요.”
“어딜 가!”
“현민씨한테 데려다 달라고 할 거예요.”
“무..뭐? 야! 한신이! 이게 진짜!!!”
“악!”

뒤로 돌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신이의 팔목을 힘껏 잡아당겼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너무 세게 당기게 되었고 내 손에 잡힌 채 신이가 넘어지듯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신이는 고통스럽게 소리를 질렀고 아스팔트 바닥에 쓸렸는지 무릎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신이가 입술을 꽉 다문 채 천천히 일어서더니 고통스러운 표정을 애써 숨기며 내 손을 강하게 뿌리쳤다.

“이젠 그만해요...”

더 이상 신이의 팔을 잡을 수 없었다.
무덤덤한 표정을 애써 짓는 신이의 얼굴은..
신이의 눈동자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 맺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넋이 나간 놈처럼 신이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던 난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서야 신이를 뒤쫓게 된다. 오랜만에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뛰어 우리가 앉았던 매점 앞으로 도착했는데,, 신이와 현민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5분정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숫자를 누르려는데...
신이의 핸드폰번호도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다급히 단축번호 8번을 누르며 현민이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현민이도 전화를 받질 않는다.

‘신이가 받지 말라고 했나.. 아무리 그래도 현민이 이놈이 내 전화를 안 받을 놈이 아닌데.. 아니면...’

불연 듯 불안감이 현실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둑에서 날 찾아온 현민이였기에 그의 차가 어디에 주차되어있는지도 몰랐으며, 결국 난 온 주차장을 다 뒤져 현민이의 차를 찾게 되지만 늦은 시간에 몇 안 되는 주차된 차들 중엔 현민이의 차는 보이질 않았다.

몇 번이나 현민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역시나 매세지함으로 넘어가는 현민의 전화에 더 안절부절 못하곤 차 주위를 서성거리기만 한다.

너무 성급했다.
너무 미련했다..
내가 미쳤었다...



“괜찮아요?”
“아니요. 괜찮아 보여요?”
“...태규 집으로 갈까요?”
“....”
“아니면..”
“현민씨.. 태규씨한테 무슨 얘기 들었어요?”
“..네? 무슨 얘기..라뇨?”
“제 얘기.. 태규씨가 뭐라고 얘기했어요?”

운전을 하면서도 현민의 눈동자는 신이의 늘씬한 다리와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신이의 가슴을 연신 훔쳐보기에 바빴다.

“별..다른 얘긴 안했는데..”
“제가 색다른 섹스에 미쳐있다고.. 그런 얘기도 다 했죠?”
“무..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해요. 태규가 그런 얘길 할 놈이 아니잖아요.”
“거짓말...”
“진짜에요. 태규를 누구보다도 잘 아시면서....”
“아뇨.. 제가 알고 있던 태규씨는 사라졌던데요.”
“무슨 말인지..”
“저도.. 제 자신이 이렇게 변할지 생각도 못했는데.. 사람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거잖아요.”
“변하다뇨...”
“변한 제 모습이요. 됐어요.. 그것보다 태규씨가 게임이란 것도 말 할 정도였으면.. 그 게임이란 게 뭔지도 얘기 했을 거고, 어떻게 해야 이기는 건지도 얘기 했겠죠.. 아니에요?”
“그건...”
“어제.. 태규씨가 저한테 상처를 준 건... 그건 얘기 했어요?”
“상처요?”
“네.. 여자로서의 자존심도 다 무시하고 안아주지 않은.. 겉으로는 옛 남편인 척.. 다정한 남편이었던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면서 제가 변한 모습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요. 오히려 절 무시하고 강압하고..”
“그건.. 태규가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현민씨는요?”
“....저요?”
“절.. 어떻게 생각해요?”

신이가 오른쪽 무릎을 천천히 구부리며 위로 세운다.
하얀 허벅지의 속살을 드러내며 팬티의 도끼자국을 더 선명히 그리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무릎을 구부리자 현민이가 운전을 하다 크게 침을 삼키게 된다.

“현민씨가.. 태규씨한테 얘기해주면 안 되요?”
“무..뭘요?”
“게임을 포기하라고요.”
“그..걸 제가 어떻게......”
“제가... 신이란 여자는 이제 더 이상 태규란 남자가 감당할 수 없는 여자라고.. 사실대로만 얘기 해주면 되요.”
“사실대로..요?”
“...네,”
“.....꿀꺽~”

신이가 곧게 펴고 있던 왼쪽 발의 신발을 벗더니 천천히 움직여 기어스틱 너머에 있는 현민의 사타구니로 옮겨 지그시 짓누르기 시작한다. 뇌쇄적인 하얀 발에 반들거리는 발톱들이 지나치는 가로등 불빛에 비춰질때마다 현민의 자지를 짓이기기 시작했다.
신이는 조수석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뇌쇄적인 눈빛을 현민이에게 보내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기 시작했고, 이내 발가락을 움직여 현민의 불끈 솟아오르기 시작한 귀두를 쓰다듬듯 어루만지며 찬찬히 발을 움직인다.

“으윽.. 그..그만 해요.”
“왜요?”
“....”
“태규씨한테 들었죠?.. 전 이제 남자 없이는 못사는 몸이 되어 버린 여자라고...”
“아무리... 그래도.... 친구 와이프를...”
“이젠 아닌데요. 와이프도 아닌데~”
“.......꼴깍..꿀꺽~.”
“현민씨는.... 잘 해요?”
“네..네?? 뭘.....?”
“잘 해요?”
“그..그게....윽~”
“난.. 잘 빨아주는 남자가 제일 좋던데....”
“........꾸~~울~~~꺽~”
“영구제모해서.. 빨기도 좋은데.....”
“자..잠깐 차 좀 세우...으윽!!”

‘끼익~~’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급정거를 한 현민의 차안은 이미 열기로 후끈거리고 있었다. 도발과도 같은 신이의 유혹에 침만 꿀꺽 거리며 참아대던 현민은 결국 사타구니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발을 못 이기고 신이를 덮치기 시작했다. 조수석을 있는 대로 뒤로 젖히곤 그 좁은 조수석 발판 쪽에 억지로 자신의 다리를 밀어 넣고는 신이의 허벅지를 더 크게 벌리며 신이의 팬티를 쳐다보게 된다.

선명히 드러난 순백의 사타구니를 가리고 있는 신이의 팬티는 금방이라도 벗겨달라는 듯 현민을 유혹하고 있었고, 몇 번이나 침만 삼키던 현민은 결국 그 유혹에 못이기고 떨리는 손을 움직여 신이의 팬티를 옆으로 젖힌다.

이미 신이의 팬티는 가운데가 심하게 젖어 있었기에 현민은 더 이상의 망설임과 주저함 없이 얼굴을 처박고 신이의 부드러운 살결부터 느껴지는 보지에 입술을 파묻기 시작했다.

영구제모라는 말뜻을 입술로 절실히 느끼며 부드럽고 향기로운 신이의 보지를 정신없이 탐닉하기 시작한 현민은 코로 전해지는 아찔한 꿀 내음에 이미 한 손은 자신의 자지를 옷 위로 잡고 문지르기 바빴다.

“아~~.. 좋아~~ 클리를 더... 더 빨아줘요.”
“후루룩~~흡~~쩌~업쩍~~쩝쩝~~”
“아~~~~ 으음~~.. 손가락도.. 손가락으로 보지를 쑤셔주세요.”

질퍽하게 빠는 소리와 질겅거리는 소리가 차 안을 가득 매우기 시작하자 신이의 신음소리가 그 소리들에 지지 않으려는 듯 더 크게 번져가기 시작한다.

“아아~.. 거기.. 거길...더.. 더 안쪽으로.. 아~~”
“스흡~..썹...쩝쩝...후룩~.. 모..못 참겠어요..”
“아~~.. 와줘요. 현민오빠.. 자지로.. 자지 넣어줘요~.”

신이를 더 밀어 올리며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억지로 벨트를 푼 현민은 단번에 팬티까지 바지와 함께 내려버렸고 팅겨져 나오듯 벌떡이는 자지를 손으로 잡고는 그대로 신이의 위에 올라타 애액과 침으로 번들거리는 신이의 보지 입구에 자지를 맞추곤 거칠게 밀어 넣기 시작했다.

대음순조차 거의 없는 신이의 보지는 들어온 자지를 사방으로 깨물며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해 현민의 정신까지도 침범하며 아찔한 쾌감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밀어 넣을 땐 부드럽고 쫄깃한 조임으로 받아들였고, 나갈 땐 거칠고 강한 조임으로 엄청난 쾌감을 선사해주는 신이의 보지속 움직임에 현민이 신음소리를 뱉어내게 된다.

“으윽~..윽..헉헉...헉.. 아윽..”
“하악~~~~. 아~~...아~아~~ 더... 더 세게... 아~~학학~..학~~ 좋아.. 아~ 현민 오빠 자지.. 너무 좋아~ 더... 더 박아줘요~..더 깊게~ 아아아아아”





‘꽝!!!!!!!!!! 쨍그랑~’

‘삐익~~삑삑삑~ 삐뽀~~삑삑~’

요란한 경적음이 거의 텅 빈 야외 주차장을 후려갈긴다.


분명 내가 미쳐가고 있었다.
결코 방금 전의 망상 속에 여자처럼 내 친구인 현민을 유혹할리 없는 신이인데.
망상을 넘어 삼류 포르노 영화를 혼자 찍고 있던 난 나도 모르게 강한상이란 놈에게 받은 차에 화풀이 하듯 주먹을 내지르게 된다. 아니.. 화풀이가 아닌 망상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내 자신의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유리창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몸소 느끼며 주먹에 피를 뚝뚝 흘리는 내 모습이 오히려 처량하고 불쌍하게 느껴진다.

아파서가 아니었다.
이런 망상이나 혼자 하며 행동으로는 신이를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대하려 했던 내가 도저히 용서가 되질 않았다. 아무리 내게 폭언을 던져놓고 간 신이었지만.. 주먹에 느껴지는 고통보다 지금 이 순간 다른 누구도 아닌 현미을 유혹하는 신이의 상상을 했다는 것이 더 아프고 쓰라렸다.

피가 흐르는 주먹을 감싸 쥐는 것도 사치라 느끼던 그때 내 핸드폰이 소리를 낸다.

“여보세요! 너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집이지.]
“집? 누구 집? 신이는!?”
[누구긴 누구야 내 집이지. 신이씨? 데려다 줬는데. 그런데 이건 무슨 소리냐.. 혹시 사고 났냐?]
“어디로 데려다 줬어? 집으로!?”

말을 하며 서둘러 요란하게 소리치고 있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고 곧 고요해진 차안에서 심호흡을 한 번 하곤 다시 되묻게 된다.

“어디로 데려다 줬어? 우리 집으로 데려다 줬냐?”
[아니..]
“그럼?”
[OO타워로.. 원래 거기서 산다고..]
“거길 데려다 주면 어떻게 해!!! 지금 제정신이냐!”
[아.. 깜짝이야. 그럼 어떻게 해! 울면서 거기로 데려다 달라고 하는데.]
“.......”

현민이 말한 곳은 강한상이 살고 있는 호화주택이었다.

“알았어..”
[야! 너 괜찮아!? 아까 경보음 아니었어? 사고 난 거야?]
“아니야..”
[야야...]
“아.. 현민아..”
[왜?]
“집에 데려다 주... 아니다. 오늘 수고했어.”
[야야!!.. 뚜~~뚜~~]

전화를 끊고 유리창 깨진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를 강하게 밟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정신없이 운전을 하며 난 생각에 잠긴다. 신이의 모습과 내 행동.. 그리고 내 가식과 가면..

아직도 귓속에선 신이의 ‘그만하자.’란 말이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띵똥~~ 띵똥~~]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문조차 열리지 않고 인터폰 너머에서 강한상의 냉랭한 목소리가 날 반긴다.

“신이 좀 만나자.”
[왜요?]
“뭐?”
[제가 분명히 신이가 거부하는 어떤 것도 용납이 안 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돌아가십쇼.]
“게..게임은!? 이렇게 게임을 끝낸다고?”
[네. 신이를 상처 입히면서 할 필요성은 없죠. 무릎이 다 까졌던데.. 그냥 게임이란 건 아예 없었던 걸로 하시죠.]
“그건 말이 안 되잖아! 벌써 시작한 거 아니야!? 이제 와서..”
[그만하시죠. 쪽팔리게...보기에 꼴불견입니다.]
“자..잠깐!! 무릎이라도 꿇을까? 아니면 머리라도 숙여? 신이 좀 만나자. 너무 미안해서 이렇게 못 돌아가! 신이랑 얘기만 하게 해...”
[하~ 참...무릎 꿇고 사과한다고 룰을 어기면.. 전 백번이고 무릎을 굻겠네요. 됐습니다.]

강한상의 목소리는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머릿속엔 오로지 신이를 만나야 된다는 생각만을 하게 된 난 나도 모르게 머리가 아닌 아무렇게나 입에서 나오는 말을 하게 된다.

“나도.. 나도 베팅을 할 테니까.. 신이 얼굴 좀 보여줘.”
[......]
“원래 게임이란 게 판을 키워야 재미진 거 아니야? 그러니까 나도 베팅을 한다고.”
[들어오시죠.]

그제야 문이 열리고 널찍한 거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팬티 차림에 모텔에서나 봤던 가운을 입고 소파에 앉는 강한상을 무시하고 신이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날 한상이가 불러 앉힌다.

“신이는 자고 있습니다.”
“....”
“그래서... 베팅을 걸 만 한 게 있긴 하십니까? 설마 제가 드린 차를 건다는 헛소리는 아니시겠죠?”
“....”
“역시 말 뿐이십니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네요.”
“내 집....”
“집??”
“전 재산인 내 전셋집이면 되겠냐?”
“호~.. 전셋집을 내 놓겠다고요? 그런데 말이죠. 전세라고 해 봐야 6천? 1억? 얼마나 갈라나 모르겠네요. 이왕 베팅을 하고 다시 게임을 시작하려면.. 급을 맞춰야 되는 거 아닙니까?”
“천 이백.. 이혼하고 하나도 안 쓰고 모은 내 전 재산까지 걸면 되나?”
“에게~ 고작 그걸로... 이 집만 해도 얼만데...”
“솔직히... 이 집이 네 명의가 맞긴 해? 뒤로 빛만 몇 억이 있는 건 아니냐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왜? 찔리냐?”
“꼴에 뒷조사란 걸 해보셨구나~~. 크크... 가만... 음~~~~~”
“...”
“아! 잠깐만요.”

핸드폰을 꺼내 든 강한상이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인대도 몇 번 울리지 않은 핸드폰 너머에서는 잠긴 목소리의 남자가 대답을 했다.

[여보세요..]
“사무관님 접니다.”
[네..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지금 돈 좀 이체했다가 다시 회수 할 수 있을까요?”
[회수요? 이체는 쉽지만... 찾는 건..]
“어려운 거 아니까 사무관님한테 돈을 드리는 거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어디로 보낼까요?]
“잠시 만요.”

테이블 아래에 있던 서류뭉치를 꺼내 든 강한상은 서류들을 훑어보고는 번호를 부르기 시작했다.

“102-02-XXXXXX. 구민 은행이고요. 예금주가 진태규입니다.”
“뭐?”

[잠시 만요. 네. 얼마나 넣을까요?]
“음.. 열장만 넣어주십쇼.”
[네.. 넣었습니다. 그럼 곧바로 찾을까요?]
“잠깐만요. 폰뱅킹 하시죠?”

“....”
“하시잖아요~. 확인해 보세요.”

강한상의 말에 영문도 모른 채 핸드폰을 꺼내 은행 어플을 누른다. 그리고 잔액을 조회하는데...

‘일..백..천.. 억..십.....’

“됐습니다 사무관님. 이제 원위치 시켜주세요. 밤늦게 죄송합니다. 하하하하하하.”
[한상씨.. 이런 장난 좀 자제해 주십시오. 원래대로라면 자금반환요청서도 넣어야 되고 체계란 게 존재하는데 당연히 저도 보고란 걸..]
“에이~ 너무 빼신다. 어차피 사무관님하고 관련 된 은행인데 뭐가 어렵다고. 그리고 다 사무관님의 능력을 아니까 이렇게 어려운 부탁도 드리는 거죠.. 하하.. 그럼 주무십시오.”

내 통장에 순식간에 10억이란 금액이 들어왔다가 금세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적 없는 액수가 내 핸드폰에 찍힌 것도 놀라웠고, 그 찍혔던 돈이 내 허락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에 더 놀라게 된다.

“현민이 말로는 개털일지 모른다....고.....”
“하하하하하. 사람을 참 재밌게 해주는 능력이 있으시네요. 하긴 외형적으론 백수에 얼마 남지도 않은 어머니 재산이나 갉아 먹는 좀벌레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됐고, 그래서.. 이젠 믿으시겠습니까?”
“...”
“그럼.. 이젠 형님이 절 믿게 만드셔야 할 텐데..”
“뭐?”
“막말로 게임에서 졌다고 도망이라도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잡아서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인데... 아니에요?”

농담처럼 말하는 강한상의 미소에 섬뜩함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날 똑바로 노려보는..

“걱정 마라. 나도 최소한 약속을 어기는 놈은 아니니까.”
“벌써 약속을 어기셨잖아요.”
“그건 내 실.. 그럼 어떻게 할까? 각서라도 쓸까?”
“각서라... 좋죠~. 각서 좋네! 하하하하하하..”
“각서든 공증이든 다 할 테니까.. 신이 좀 보게 해줘. 다시 게임을 시작한다면 오늘까지는.. 신이는 오늘까지 나랑 같이 있어야 되는 거잖아.”
“우선 쓰시죠.”

강한상이 불러준 내용은 내가 말한 그대로였다.
흰 종이에 파멸의 길로 걸어갈지도 모를 글씨들을 써내려가며 벌써부터 후회를 하게 되지만, 지금 이 순간엔 그런 것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미친놈처럼 신이의 얼굴만 내 머릿속에 맴돌 뿐 한때 신이와 행복하기 위해 너무도 힘들게 모았던 내 재산들은 뒷전이었다.

“신이야. 나와.”
“....”

방문을 열고 강한상이 신이를 몇 번 더 부르자 형광등 불빛이 눈이 부신지 눈을 비비며 신이가 방문을 열고 나온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완전한 나체로 신이는 날 한 번 쳐다보곤 무덤덤하게 거실로 걸어 나왔다.

“형님 집으로 가라.”
“..네? 지금요?”
“그럼? 형님도 어렵게 직접 오셨는데.. 오늘까지 형님 집에서 지내기로 한 거잖아. 약속은 지켜야지.”
“...이건 뭐에요?”
“응? 크크.. 베팅. 이래야 진짜로 내기가 성립이 되는 거지.”
“베팅이라뇨?... 헉! 미..미쳤어. 이게 뭐... 당신 손은 왜 그래요?”

“.....”

강한상의 바로 옆에 알몸으로 앉은 신이가 방금 작성한 각서를 보고는 내게 미쳤다고 한다. 그리고 내 피가 뚝뚝 흐르고 있는 주먹을 보곤 화들짝 놀라 테이블 위에 있는 각티슈의 티슈를 몇 장이나 꺼내 내게 달려왔다.

내 자신이 이렇게 초라해 보이리라곤 결코 예상 못했다. 아니.. 나 혼자 그렇게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울먹이듯 얼굴을 잔뜩 찡그린 신이가 내 주먹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병원에 가요. 이대로 두면...”
“괜찮으니까... 가자.”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지금...”
“그냥 가자고!”
“....”

“형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룰은 지켜주셔야 됩니다. 아시죠!”
“...”
“그리고 신이도.. 처음부터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던가.. 오늘처럼 중간에 찾아오는 일은 없도록 해. 알겠니?”

“.....”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게임이고 뭐고 너도 다시는 안 본다..”
“알..았어요.. 안 그럴게요.”
“그럼~ 두 판이나 뛰었더니 피곤하네요. 그만 나가주시죠. 신이도 재미있게 놀다가 내일 보자고..”


신이가 대충 옷을 걸친 후 강한상의 집에서 나온 우리는 신이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집이 아닌 병원 응급실로 향하게 되었다.
깨진 차 창문에 어이없어 하는 모습도 잠시 병원을 가는 내내 내게 미련하다고, 무식하다고, 미쳤냐는 말과 제발 정신 좀 차리라는 말을 번갈아 하는 신이는 울먹임을 애써 참으며 내 오른손을 감싼 휴지를 놓을 줄 몰랐기에 운전하기가 힘이 들었다.

신이의 말대로 내가 정말 미친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짠돌이로 소문까지 내며 악착같이 벌었던 내 재산을 단 한 순간에 날릴 수 있는 도박에 걸다니.....

그러나 내 주먹의 찢어진 상처를 꿰매는 의사 옆에서도 떠나지 않고 같이 인상을 찡그려주는 신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따뜻한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다.
한동안 잊었던 그 감정에 바늘이 살을 뚫고 들어오는 고통 속에서도 혼자 낄낄거리며 신이를 바라본다.

“미쳤어요? 지금 웃음이 나와요?”
“그러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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