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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기행(母子奇行) - 2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2:36 1,385회 0건
“고생했다.”

장혁광이 이민재에게 두부 한 모를 건네며 던진 말이었다. 민재는 말없이 두부를 건네받아 한 입 머금었다. 이미 차가워진 두부가 자신의 신세와도 같았다.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엄마는 민재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차에 가 있어.”

혁광이가 엄마 보고 명령조로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엄마는 그가 시킨 대로 고분고분 말을 들어 혁광이가 타고 온 듯한 검은 차량의 조수석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건 뭔가.’

대체 이건 무슨 상황인가. 민재는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좀 전 혁광이의 명령조에 고분고분해진 엄마의 엉덩이가 유독 탐스러워 보여 그 느낌을 배가시켰다.

‘딸깍’

혁광이가 은색 지프 라이터를 열었다.

‘치익’

담뱃불을 댕겼다.

‘푸우...’

늦가을 차가운 태양 아래 희뿌연 담배연기가 쌀쌀한 바람에 흩날려 민재의 코 끝에 닿았다.

“그렇게 됐다.”

장혁광이 퉁명스럽게 뱉어낸 말이다.

‘푸우... 콜록 콜록... 카악..!!! 퉤..!! 퉤엡.. 펩..’

그게 다였다. 기침과 함께 가래침을 크게 한 번 뱉더니 더 이상 말 않고 입술에 묻은 잔침을 튕기며 먼 곳을 응시하며 담배만 피워댈 뿐이었다.

‘그렇게 됐다.’

그렇게 됐다라.... 거기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관계(關係)’

엄마와 혁광이 이 두 사람 사이에는 이미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만나서는 아니 만나서도 아니 되는 사이였다. 결코 물리적으로 대면할 수도 없었다. 허나 두 사람은 지금 민재의 중개 없이도 독자적인 관계로 발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엄마에게 하대(下待)할 수 있는 관계로 말이다. 더욱이 민재가 차가운 교도소 바닥에서 6개월 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말이다.

혁광이가 그간 일어났던 일에 대한 자초지종을 아주 짧게 통보하듯 말해주었다. 민재가 수사기관에 발각되고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자 바로 민재의 집에 가서 범죄증거를 삭제했다고 했다. 그리고 민재의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해 엄마와 입을 맞췄다 했다. 당연히 엄마는 아들 민재를 위해 그에 응했을 거다. 바로 그 과정에서 ‘그렇게 됐다’라는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더욱이 사건이 종결되자 다른 사건으로 수배령이 내려져 은신할 거처가 필요하던 차에 기가 막히게 민재의 빈방을 혁광이가 들어와 차지하게 된 것이다. 민재가 알기로 혁광이는 예전부터 여자 나이를 가리지 않고 데리고 놀다 등쳐먹고 다녔던 놈이다.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 놈이 들어온 것이다. 결코 엄마를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는 왜 이런 놈을 허락했을까...’
‘왜 집으로 들였을까...’
‘이놈이 날 상대로 엄마를 협박했을까?’

머릿속에 갖가지 의문의 그림들이 그려졌다. 일단 그렇게 정리가 되고 혁광이의 차량에 탔다. 집으로 가는 것이다. 민재는 뒷좌석에 앉았고 엄마는 민재의 옆자리가 아닌 혁광이 옆인 보조석에 앉았다. 차량을 타기 전 민재는 엄마와 눈이 짧게 부딪쳤다. 엄마의 눈이 말했다.

‘그렇게 됐어.’

혁광이가 했던 그 말 그대로 이번에는 엄마의 눈이 아들 민재를 향해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이미 혁광이 뒤에 숨어 그놈에게 의지하는 듯한 느낌마저 강하게 들었다. 민재도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내비쳐주었다. 그 짧은 서로의 묵인(默認)으로 두 모자(母子)의 관계는 어쨌든 한결 편해졌다. 하지만 민재의 정신은 여전히 얼얼했다. 과연 이대로 지금의 비정상적인 관계가 용인되어도 되는가... 그 수락의 주체는 다름 아닌 민재인데... 민재만 손해 보는 일인데... 엄마를 뺏기는 일인데...

“자기야.. 잠깐.. 저기 사거리에서 잠깐 멈춰줘.”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엄마가 혁광이에게 하는 말이었다. 민재는 두 귀를 의심했다. ‘자기야’라니... 엄마는 분명 혁광이 보고 자기라고 했다. 사이드 미러로 엄마의 얼굴을 봤다. 엄마는 전혀 방금 했던 자신의 말을 의식하지 못 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말 그대로 무의식적으로 평소에 했던 말이 나온 것이었다. 갓길에 잠깐 차를 대자 밀착된 치마 때문인지 엄마의 엉덩이가 좁은 보폭의 총총걸음으로 여성용품 매장으로 달려갔다. 혁광이가 그런 엄마의 뒤태를 한동안 감상하고 있었다.

‘네 거냐...’

엄마가 네 거냐? 엄마가 네 거라도 되냐? 혁광이가 엄마를 아니, 엄마의 몸을 마치 자기 거인 양, 자신의 소유물인 양 득의(得意)의 표정으로 쳐다보는 수컷의 얼굴을 해보이자 민재가 가슴 쓰라리며 외치는 속내였다. 혁광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자동차의 콘솔박스를 열어 뭔가를 찾고 있었다. 담배였다. 민재는 말없이 차 창밖을 봤다.

‘...!!!’

잔상이었다. 방금 전 무심코 보았던 그 잔상은 이내 뚜렷해졌다.

‘속옷... 스타킹’

그건 바로 여자의 가느다란 흰색 속옷과 커피색 스타킹이었다. 얼른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았다. 이미 닫혀 있었다. 분명히 레이스가 양옆으로 달린 가느다란 흰색 여자 팬티와 커피색 스타킹이었다. 심장이 덜컹거렸다. 순간 한 호흡이 무겁고 깊게 내려앉아 두근거렸다. 분명 엄마의 팬티였을 것이다. 엄마와... 이놈이... 이 차.... 안에서..... 여기서.... 그 짓을 했단 말이.... 되는.... 민재는 눈을 감았다... 생각하기도 싫었다. 근데도 눈을 감으면 감을수록 민재의 눈앞에는 혁광이가 엄마의 팬티를 끌어내리고 엄마는 그런 놈에게 엉덩이를 들어주며 오히려 그놈에게 ‘헐떡’이는 모습을 내보이는 영상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불쾌감에 눈을 질끈 감고서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하지만 그 끝자락에는 알 수 없는 묘한 짜릿함이 딸려 들어왔다.

‘딸깍’

보조석 문이 열렸다.

“미안.... 오래 기다렸지? 출발해.”

혁광이가 줄담배 두 대를 다 필 때쯤에서야 엄마가 돌아왔다.

“뭐 샀어?”
“응? 아니... 그냥..”
“뭐 샀는데...”
“얜... 넌, 궁금한 게 왜 이리 많니? 빨리 가...”

달랐다. 호칭이 이번에는 달라졌다. 아까는 ‘자기야’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너’라며 애 취급을 했다. 사실 이게 맞는 것이다. 아들 친구는 이렇게 불러야 하는 것이다. 차량이 출발한 이후에도 은연 중 언뜻언뜻 두 호칭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뉘앙스였다. 한 방향으로 종잡을 수 없는 묘한 관계였다. 엄마에게 있어서 혁광이는, 의지할 수 있는 남자로서 그리고 아들 친구인 아이로서의 이중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혁광이는 흘러나오던 음악의 볼륨을 키우고선 핸들에 손가락을 튕기며 장단을 맞췄다. 왼손은 달리는 차 창 밖으로 팔을 내밀어 담배 재를 털어댔다. 엄마는 그 옆 보조석에서 두 손을 공손히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서는 얌전했다. 하얀 옆얼굴에, 짧은 치마가 말아 올려져 드러난 뽀얗고 탐스러운 허벅지가 오히려 불쾌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그림이 짙어질 무렵 집에 당도하게 되었다.

“난, 볼 일 있으니.. 다음에나 보자.”

혁광이는 두 사람을 내려주고 떠났다. 오랜만에 보는 회색 대문 집이다. 마음이 안정되었다. 민재의 아빠는 어릴 적에 세상을 떠났고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엄마가 단독주택의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작은 마당을 지나 돌계단을 올라가 현관문을 열었다. 유독 종일 엄마의 풍만해진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냄새’

민재는 거실에 들어서자 집안 특유의 냄새에 더욱 포근해졌다. 엄마의 냄새였다. 6개월 만에 맡아보는 이 냄새이다. 민재 방으로 들어갔다. 냄새가 달랐다. 낯설었다. 느낌만이 아니었다. 이미 다른 이의 방이었다. 구조적으로도 조금 바뀌어 있었고 못 보던 자질구레한 것들이 바닥에 어질러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옷걸이에 다른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옷들이 즐비해 있었다. 마음이 묘했다.

‘장혁광’

그놈이다. 그놈이 민재의 자리를 대신해 살았던 것이다.

“얘기 들었지?”

엄마가 불쑥 들어와 어깨 뒤에서 하는 말이었다.

“얘는... 가끔씩 들어와. 되도록 원래대로 사용하라고 했는데... 애가 이렇게 해놨네...”

하더니 혁광이가 어질러놓은 옷가지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또 다시 엄마의 뒤태에 보름달 같은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엄마의 엉덩이를 보고서도 아니 의식하지도 않았는데 저번 면회 때부터 자꾸 들어오는 것이다. 더군다나 혁광이를 의식한 순간부터는 자꾸 성(性)적인 대상으로엄마의 엉덩이를 보는 것이다. 정리를 어느 정도 마치고서는 민재를 보며 말했다.

“갈 데가 없다고 해서... 잠깐 짐만 맡겨놓는다고 해서 들였어... 잘 들어오지도 않아...”
“.......”
“잘해야 일주일에 서너 번이나 들어와... 바쁜가봐.”

민재는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있는데 엄마가 자꾸 자신을 변호하듯 말을 해대는 것이다.

‘죄스러움이었다.’

민재는 엄마의 그런 모습에서 죄스러움을 엿볼 수 있었다.

‘나... 없는 집에서........ 나 없는... 방에서... 둘만 있었어... 6개월 동안...’

끝난 것이다.

“엄마 맛있는 거 해줄게... 조금만 기다려?”

알았던 것일까? 엄마는 민재의 지금 상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는지 다급하게 빠져나갔다. 민재는 샤워실로 향했다. 교도소 묵은 때를 ‘박박’ 긁어댔다. 새 사람인 것이다. 교도소 열악하고도 통제된 샤워실을 생각하니 정말 세상 밖은 천국이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세상은 내 것이다. 머리를 털다 수건걸이에 결려진 엄마의 브래지어를 봤다. 컸다. 길거리 지나다니면 남자 놈들이 엄마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큰 가슴이니 당연했다. 돌연 세탁기로 눈을 돌렸다. 평소 같으면 들어오지도 않을 세탁기가 의미 있는 존재로 들어온 것이다.

저절로 손이 세탁기 뚜껑을 열었다. 세탁물이 많았다. 자질구레한 것들 사이에 엄마의 흰 블라우스에 수건 등이 보이고... 눈알을 몇 번 굴리자 역시나 속옷이 있었다. 엄마의 속옷뿐만 아니라 남자의 속옷도 있었다. 혁광이 놈의 속옷이다. 민재의 무의식 속에는 아마도 이걸 확인하고 싶어서였을 게다. 그놈이 엄마의 속옷과 뒤엉켜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정사실로, 잠재적으로 받아들이고는 있었다지만... 눈앞에서 그 실체(實體)와 연관된 대리물(代理物)들을 보니 호흡이 한 순간 무겁게 끊겼다.

샤워를 마치고 방안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고 있었다.

‘앞으로 난 뭘 하고 살아야 하지?’

침대에 누워 손깍지를 끼고서는 갑자기 평소에는 하지도 않았던 인생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지금까지는 특별한 목표도 없이 그냥 남들 하는 대로만 살아왔지만 이제는 다른 것이다.

‘전과자’

민재와는 전혀 상관없을 이 딱지가 붙여진 것이다. 전과자 하면 민재는 머리에 뿔 달린 놈들이나 되는 줄 알았는데 민재 자신에게 닥치고 보니 처음에는 암담하고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정상적인 삶은 포기를 하게 된 것이다.

‘삐리리’

민재의 휴대폰이 울렸다. 출소일에 맞춰 엄마가 민재의 방안에 둔 모양이었다. 발신자가 ‘장혁광’이었다.

‘그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돈이나 많이 벌자.’

민재는 전과 한 방으로 점점 삐뚤어지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원래 초범(初犯)이 그런 것이다. 그동안 지켜왔던 게 무너지면 인간은 쉽사리 망가지는 법이다. 보다 빨리 보다 깊게...

“여보세요.”
“어... 집이냐?”
“어... 집에 있어.”
“딴 게 아니고 앞으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마라.”

대뜸 하는 소리였다.

“어? 갑자기 왜?”
“위험하다. 네가 전과가 있어서 앞으로 거래하는 건 위험하겠다.”

민재는 황당했다.

“아니... 네 일 해주다가 그런 거잖아.”
“그건 아는데... 나중에라도 일이 잘못되어 수사대상에라도 오르게 되면 쉽게 빠져나올 것도 네 전과가 있어서 의심하지... 그러다 저번 사건도 들춰지고... 그러면 줄줄이 고구마 줄기 엮이듯 다 나오지... 너는 마약 상습거래로 형(刑)도 무거워지고...”

분명 뭔가 억울한 일이긴 한데...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하면 안 될까? 나.. 이제 전과자라...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은데...”

부탁을 했다. 사실이었다. 이마에 전과자라고 써 붙이고 다니지는 않지만 분명 법적, 사실적으로 불이익이 따르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구했어.”

퉁명스럽게 되돌아오는 말이었다.

“어?”

민재는 설마... 했다.

“구했다고... 너 말고 다른 사람 구했어. 원래 이런 일은 신상이 깨끗한 사람이 해야 돼.. 전혀 그럴 거 같지 않은 사람 말이야... 그러니 처음에 내가 널 택했지. 근데... 지금은 알다시피 너도 이제 흠이 생겼잖아. 새 사람이 필요해.”

철저히 이용되었다.

“그동안 수고한 것도 있고 ‘1억’ 줄게... 그걸로 서로 끝내자. 대신 이거 먹고... 죽을 때까지 비밀로 붙여야 한다... 너 입 잘못 놀리면... 죽는다.. 죽어... 진짜야... 너도 알겠지만 이거 엄청난 거래고 엄청난 놈들이 뒤에 있어... 새겨들어라.”

민재는 솔깃해졌다. 좀 전의 억울한 기분이 1억이라는 소리에 순식간에 풀려나갔다. 민재 나이에 1억이라니... 엄청난 돈이었다. 죽네 마네 하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그래?”
“그래.. 그걸로 장사를 하든 뭘 하든 너 알아서 하고... 대신 죽는다..!! 말했다..!!!”
“아.. 알았어.. 나도 그랬던 거 발각되면 또 교도소 가는데 싫지.”
“그래... 이걸로 우리 사업관계는 끝이다. 애초에 서로 일이 없었던 거다. 앞으로 만나면 순수한 친구로 만나는 거다. 알았냐? 다시는 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어.. 어허허... 그래.. 알았어.. 아무튼 고마워.”

뭐가 고마운지 민재는 전과자를 만든 그놈에게 고맙다는 말까지 하게 되었다. 어린 민재에게 그만큼 ‘1억’이라는 돈은 큰돈인 것이다. 그나저나 얼마나 거대한 규모의 마약거래를 하기에 ‘입막음’용으로 1억을 준단 말인가. 새삼 민재는 그들의 실체가 궁금하기도 하고 두려워졌다.

‘새로 들어온 놈은 땡잡았네.’

민재는 여전히 그 고수익 알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단순히 조그마한 물건 배달해주고 받는 돈이 회당 ‘1백만’이니... 어지간한 전문직 성인 직장인들보다도 훨씬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 더욱이 혁광이 말로는 앞으로는 국내에서 더 많은 수요가 있을 거라 했으니 계산해보면 심장이 떨릴 수익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1억이란 돈이 생겨 신났다.

엄마가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교도소에서 찍어내는 공장형 음식들만 먹다 이리 엄마의 손맛이 담긴 요리를 먹으니 역시나 바깥세상은 천국인 것이다.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 보니 금세 저녁을 지나 잠 들 시간이 되었다. 엄마가 좀 달라져 있었다. 거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민재에게 평소 하지 않던 커피를 대령하는 것이다. 쟁반까지 챙겨서 말이다. 복장도 과감해졌다. 트레이닝 회색 짧은 반바지를 입고 허벅지를 다 드러내놓고 맨발로 돌아다니는 거다. 원래 집에서 편하게 입던 반바지가 있었는데 그것보다도 훨씬 과감한 의상이었다. 새삼 엄마의 몸을 유심히 관찰했다. 중년의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적당히 아랫배가 나와 있었고 그로 인해 깊숙이 ‘쑤욱’ 들어간 허벅지 사이 보지두덩은 걸을 때마다 음란하게 씹혀지며 극도의 자극을 주었다. 날씬한 허리에 위에서부터 커지는 중년 여자의 골반과 엉덩이는 만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익어 있는 욕정의 몸이 되어 있었다. 남자의 손길이 없다면 낭비인 것이다.

며칠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혁광이는 엄마가 없을 때 딱 한 번 집에 들렀었다. 바쁜 모양이었다. 그때 1억을 직접 건네받았다. 엄마에게는 당연히 비밀로 했다.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 자유의 몸으로 어린 나이에 1억을 손에 쥐자 세상을 얻었다. 이유 없이 즐거웠다. 엄마는 뭐가 그리 바쁜지 자리를 자주 비워댔다. 본래 동네에서 조그마한 ‘네일 아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출소해 보니 가게를 정리하고 새로운 가게를 알아보러 다닌다 했다.

민재는 오늘도 만화방을 갔다. 출소해서 제일 먼저 간 곳이 만화방이었다. 6개월이란 기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어져왔던 사회와의 단절은 확실히 시켜줄 만한 기간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스무 살 초입에 ‘리셋(reset)’되어 새로 태어난 것이다. 다시 아이로 돌아갔다. 새로 태어난 아이 민재는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만화방을 찾아갔던 것이다. 어릴 적에도 엄마는 집을 자주 비웠고 그럴 때면 민재는 늘상 만화방을 찾았다. 특히나 요즘 엄마와 민재의 돌아가는 상황이 어릴 적 그때와 유사해 귀소본능(歸巢本能)이 작용했던 게 컸다.

‘흐음.. 오늘은 어떤 걸 볼까...’

빽빽이 차여진 만화들 중에서 제목의 자극도와 표지의 선정성이 구독의 기준이었다. 그 중 민재의 아랫도리를 순간 꼴리게 하는 신간 만화책을 빌렸다. 민재는 결코 만화방에서 보지 않았다. 조용히 집안으로 불러들여 이불속에서 만화 속에 등장하는 음란한, 때로는 애처로운 엄마나 아내를 상대로 자위를 해왔던 것이다. 대상(對象)을 부르며 울부짖으며 말이다. 몰입은 극에 달해 있었다. 이른바...

‘극강 몰입 자위법’

자위의 최상단 반열에 오른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시전할 수 있다는 그 자위법이었다. 민재는 이미 오래전부터 즐겨해 왔었다. 그러니 끊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타인에게 범해지는 만화 속 아내의 보지두덩을 비집고 들어가 놈과 함께 좆물을 싸버렸다.

“후우...”

쌓였던 흥분의 울분이 일시에 쏟아졌다. 짜릿함 끝에 밀려오는 혼미함... 오늘은 여기까지다. 페이지를 접어놨다. 사정을 하고 난 후에는 책을 읽지 않았다. 다시금 흥분이 차오르면 이어서 보는 것이다. 문득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궁금해 페이지를 빨리 ‘휘리릭’ 날려보았다. 끝 페이지에 왔다.

‘음귀(淫鬼)’

작가의 필명이었다. 역시나 예사롭지 않았다. 작가의 필명을 만화내용에 연관시켜 음미해보았다. 역시나 어울리는 필명이었다.

‘어..?’

순간 민재의 뇌리를 스치는 뭔가 있었다.

‘음귀’

이 필명은 민재가 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때 보았던 그 만화책의 끝자락에 새겨진 작가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의 음란함과 기괴함... 흡사한 그림체... 틀림없었다.

‘선배님’

민재는 반가운 마음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미안해요, 엄마는 M이에요’
‘무당’

교도소 수감 기간 중 두 작품을 완성했다는 그 선배님인 것이다. 민재에게 그는 이미 선배님이 되어 있었다. 10년이란 기간 차를 두었지만 같은 감방에서 동고동락을 해왔던 거나 다름없는 사이인 것이다. 그가 겪었던 것들, 그가 사용했던 것들은 고스란히 민재에게도 이어져 왔으니 선배님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더욱이 작품을 통해 그와는 이미 그의 여자들과 함께 교감을 한 사이가 아닌가. 자전적 소재를 작품으로 승화한다는 그 작가 말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유심히 보니 아내인 듯한 여자와 함게 다정히 찍은 사진... 아니 펜으로 간략히 스케치된 그림이 작가란에 있었다. 작가의 사무실 주소와 전화번호를 따로 적어 갈무리해 두었다.

동네 미용실로 향했다. 출소 후 처음 가보는 미용실이었다. 교도소 삭막한 아저씨들의 가위질이 아닌 상냥한 아가씨와 아줌들의 손길이 있는 것이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울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요.”

예쁘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긴 염색머리의 예쁜 아가씨가 맞이했다. 손님은 없었다. 여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날씬한 몸매였다. 엄마와는 대조되는 몸매였다. 교도소 출소 후에는 여자의 얼굴보다는 몸매에 시선이 쏠리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봉긋한 가슴에 허리는 날씬했고 엉덩이는 탱탱하니 올라서 있었다. 꽃무늬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누나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아줌마라고 말하기에는 더더욱 아니었다.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어... 그냥 지금 이 상태로 정리해주세요.”
“네.. 선불이에요.”

선불을 먼저 요구하는 것이다. 민재는 별 생각 없이 앉은 자리에서 계산을 치렀다.

‘칙.... 칙.... 푹.... 푹....’

머리카락에 분무기 물이 쏟아졌다. 좀 적셔지자 커다란 빗으로 머리카락을 2:8로 큰 가르마를 만들어 한쪽으로 쓸어 넘겼다. 우스꽝스러웠다. 그러더니 이제는 다시 반대편으로 쓸어 넘겼다.

‘뭐지?’

민재는 좀 의아했다.

‘머릿결을 부드럽게 해주는 건가?’

그냥 좀 당황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앉아 있었다.

‘딸랑’

그 여자가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민재의 머리를 요리조리 왔다갔다 넘기더니 그대로 나가버린 것이다.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뭐지?’

자꾸 의문을 품게 하는 여자였다. 곧이어...

‘딸랑’

또 다시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아줌마였다. 민재와 한동안 눈이 길게 마주쳤다. 서로가 의아해하는 얼굴이었다.

“소... 손님이세요?‘

아줌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 네...”

민재가 어리둥절해 답을 했다.

“혹시... 아가씨가 손님 받았어요?”
“네..”

아줌마는 그때서야 상황파악이 되었는지...

“혹시.. 돈 줬어요?”

묻는 것이다.

“네..”

그러자 늘상 있는 일인 듯 미안한 표정으로 민재에게 말해주었다.

“아니.. 그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애라... 내가 좋은 일 한답시고 데리고 있는데... 또 사고를 쳤나보네요.. 에휴... 젊은 년이...”

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그 아줌마가 민재의 머리를 해주려고 다가왔다.

‘딸랑’

또 다시 바삐 미용실 가게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아저씨였다.

“푸루룹... 으흠..흠.. 쩌업.. 쩝...”

몸이 좀 비틀렸고 눈이 좀 풀렸고 자꾸 빈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초저녁부터 술에 취해 있었다.

“으이그.. 저 인간... 또 초저녁부터 술이야...”

남편인 듯했다. 남자는 미용실에 딸린 안방으로 들어갔다. 누구를 찾는 듯했다.

“어딨어..!!”

대뜸 안방 문을 열더니 민재의 머리를 해주고 있는 아줌마에게 하는 말이었다.

“뭐..!!!”

아줌마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미향이.. 미향이.. 고년 어디 있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

“아이..!!! 저 인간이.. 손님 잠깐만요?”

하더니 급히 그 아저씨를 안방으로 밀어 넣고서는 사라졌다. 안에서 두 사람의 입씨름이 이어졌다. 손님이 없었던 조용한 미용실이라 안에서의 얘기가 민재의 귓가로 흘러나왔다. 민재는 조용히 귀를 기울여봤다.

“인간아.. 왜..!! 왜..!! 고년을 왜 찾는데..!!”
“어허..!! 이 여편네가... 어디다 숨겨놨어.. 빨리 말해..!!”
“숨겨놨으면.. 숨겨놨으면...!!! 어떡할 건데.. 또 어떡할 건데..!! 이 인간아.. 이놈의 인간을 콱..!!!”
“아니.. 이 여편네가... 누구보고 훈계질이여..!! 누가 모를 줄 알어? 고년.. 고 미친년.. 몸매 반반한 거..!! 데려다가 요상한 치마 입혀놓고 남자손님들 끌게 하잖여..!!! 맞잖여..!!! 어디서 큰소리여..!!!”
“인간아.. 들어..!! 밖에서 들어.. 손님 있어 인간아... 으이그..!! 좀 있음 어련히 들어올까..!!”

아줌마가 나지막하니 힘을 주어 아저씨를 타일러댔다. 이내 두 사람의 소리가 잠잠해졌다. 민재가 인지할 수 없는 소곤소곤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얼마지 않아 아줌마가 태연한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안방 문을 열고 나왔다.

“손님..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 으휴... 술이 웬수지.. 총각은 나중에 술 많이 먹지 말아요?”

민재는 소름이 끼쳤다. 분명 안에서의 대화내용을 다 엿들었는데도 말이다. 말이 돌보는 것이지 분명 얼굴 반반하고 몸매 좋은 정신 나간 여자를 고용해서 부려먹는 일이었다. 미용실은 여자 보고 남자 놈들이 많이 가기에 충분했다.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았을 것이다. 아저씨는 이미 여러 번 욕심을 채운 듯했다. 아줌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민재의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고 재촉했다. 어떻게든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아줌마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머리도 대충 감고 그 미용실을 빠져나왔다.

‘나쁜 사람들...’

민재는 이상한 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자꾸 그 미용실 아가씨가 생각나는 것이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끝내줬다. 민재의 상상으로 그 여자가 입고 있던 짧은 치마를 벗겨보았다. 날씬한 허리에 길게 찢어진 배꼽 아래 적당히 팽팽한 하복부... 그 아래에는 날씬한 허벅지로 비추어 보아 가운데가 도톰하게 갈라진 보지두덩이 양쪽 허벅지 사이 빈 공간에서 도톰하게 자리를 차지하며 크게 위치해 있을 것이다. 다시 허벅지는 아래로 무릎에서 다소곳이 모아져 만나질 것이다.

‘아찔했다.’

순간 민재의 아랫도리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그 누나의 초점 없는 눈동자에서 백치미(白痴美)를 느낄 수 있었다.

‘만만한 상대’

비겁하지만 만만한 상대였다. 민재 맘대로 해도 될 것만 같았다. 남자란 본시 비겁한 동물이니 민재를 탓할 수는 없었다.

‘구해야 해... 그 누나... 그 여자를 구해야 해...’

민재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사실 자기를 속이는 비겁한 자기합리화였다. 정의의 사도를 외치지만 사실 그 여자를 ‘욕구받이’로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 누나의 날씬하게 벗은 몸을 상상하자 심장이 쿵쾅거렸고 발걸음도 빨라졌다. 미용실 근처에서 뻗어나가지는 길을 하나씩 뛰다시피 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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