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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걸레여도 괜찮아 - 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2:46 1,155회 0건
사수 끝에 인서울에 성공한 나는 대학생활을 누리는 사치도 못 부리고 1학기만 마치고 곧 군대에 가야만 했고
시간이 흘러 제대를하고 26살이라는 나이에 대학 1학년 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1학기만 마치고 군에 갔던 터라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곧 적응을 했고 무엇보다 20살 21살 어린 여대생들을 보는것
만으로도 학교생활이 즐거왔다.

그 중에서도 유독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교양 수업에서 만난 체대생이었다.

서른명쯤 듣는 교양 골프 수업이었는데 여학생은 10여명 정도였고 그 중 몇명은 우리학교 체육학과 학생들이었다.
내 마음을 뺏은 그녀는 태권도를 전공이었는데 170cm 정도의 키에 길게 쭉 뻣은 팔과 다리 희고 깨끗한 피부
주먹만한 얼굴과 오밀조밀한 눈코입 그리고 짧은 머리 얼핏 보기엔 보이쉬한 소년처럼 보이기도한 그 모습에 반해버렸다.

같이 태권도를 하는 동기와 붙어 다니며 수업을 들었는데 항상 트레이닝복 차림이었지만 탄탄한 허벅지와 잘록한
허리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녀를 볼 수 있는 골프 수업이 있는 날이 내내 기다려졌지만 별 볼일 없는 나는 그져 수업 시간에 틈 날때마다 그녀를 쳐다볼뿐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고 순식간에 2학기는 끝나버리고 결국 그녀에게 말 한번 붙여보지 못하고 그렇게
2학기가 끝나버렸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와 새학기가 시작 되었지만 캠퍼스에서 그녀와 마주치지는 못했다.


혹시 그녀와 다시 같은 수업을 들을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교양 배드민턴을 신청했으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배드민턴 수업은 골프와 달리 2인 1조로 조를 지어 수업이 진행 되었는데 나는 자그마한 체구의 귀여운 아이와
한 조가 되었다.
어디선가 낯이 익은것 같았는데 잘 생각나지는 않았다.
꼴똘히 생각하던 중 그녀가 먼저 나를 아는체 했다.


"안녕하세요? 저 혹시 기억 안나세요?"


"글쎄요... 어디서 본거 같기는 한데 어디서 봤었죠?"


"작년에 골프 수업 같이 들었었잖아요 기억 안나세요?"


작년에 들었던 교양 골프 시간에 내가 그토록 홀로 사랑해 마지 않았던 그녀와 같이 딱 붙어서 수업을 듣던 그녀였다.
이름은 김수정이였고 자세히 보니 꽤 귀엽게 생겼다.
본인도 태권도 전공이고 이제 21살 2학년이라고 ?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조심스레 물어봤다.


"저기..왜 이번에는 작년에 같이 수업 듣던 친구랑 안들어요?"


"아...미현이 말하는구나...미현이는 남자친구 생겨서 남자친구랑 같이 듣는 다길래 혼자 들었어요 망할년"


아...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겼구나 말도 걸어보지 못한게 더 후회되었다.
그녀에게 남친구가 있건 없건 별로 달라지는건 없지만 그래도 왠지 마음이 아려왔다.
수정이 말로는 겨울에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사귀게 되었다는데 그럼 내가 먼저 좋아한건데 왠지 모를
억울함과 배신감도 느껴졌다.

수정이와 매주 배드민턴을 치면서 꽤나 친해졌다.
캠퍼스내에서 가장 친한 여자를 꼽으라고 하면 수정이를 떠올릴정도?
그건 물론 내가 여학생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복학한지 두학기째지만 같은과 여학생들과는 간단히 인사를 주고받는 정도였고 나이가 조금 많다는 생각에 내가 먼저 다가가지 못한것도 한 이유다.


수정이와는 수업 시간 외에도 가끔 만나 밥도 먹고 술도 가볍게 한잔 마시는 사이가 되었고 수정이는 나를 오빠 같다며 편하게 생각했고 나도 수정이가 귀여운 여동생처럼 아주 편했다.
수정이는 내가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미현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둘씩 해주었다.

둘다 태권도를 아주 좋아하지만 진로가 불투명해 고민도 되고 여학생도 너무 적고 군기도 쎄서 조금 힘들다는 등
내게 자신의 고민거리도 잘 털어 놓았다.


"오빠 술 한잔 사주세요"


수정이에게 문자메세지가 왔다.
자취방에서 뒹굴던 나는 대충 차려입고 학교 앞으로 나섰고 학교 정문 쪽에서 만나기로 해서 정문쪽으로 향했고
멀리서 수정이와 또 한명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수정이와 같이 있던 사람은 바로 미현이였고 둘은 내가 오자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오빠 미현이 기억하죠? 같이 저녁운동 끝나고 오빠 만나러 간다니까 미현이가 잠깐 기다려줬어요"


"같이 먹으러 가지..."


"그럴걸 그랬나? 오빠 얼른 가요~"


몇 달만에 잠시 본 미현이는 여전히 예뻣고 수정이와 술을 마셨지만 술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 였다.
수정이는 자기랑 있으면서 다른 생각한다고 장난식으로 화를 냈고 이내 곧 정신을 차렸지만 내 입에서는 계속 주저리 주저리 미현이 이야기만 해댔다.

미현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 미현이랑 여전히 친하게 지내냐는 둥 지금도 남자친구와 잘 지내고 있냐는 둥
지금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골똘히 무언가 생각하던 수정이가 내게 말을 건냈다.


"오빠 혹시 미현이 좋아해요?"


"응?"


"말해봐요 오빠 오늘따라 좀 이상한데 유난히 미현이 이야기만 하고"


당사자에게 말하는것도 아니고 친구에게 이야기 하는거지만 어찌 이야기 해야 할지 감당이 안됐다.
수정이의 계속 된 질문 공세에 난 고개를 끄덕였고 수정이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크게 웃어대며 박수를 쳐댔다.


"설마 설마 했는데 오빠 완전 대박이에요"


"오빠 그럼 작년에 교양 수업때 미현이 좋아서 그렇게 쳐다 본거에요?"


"알고 있었어?"


"그렇게 티나게 쳐다 보는데 어떻게 모를수가 있어요 미현이랑 나랑 설마 설마 했는데 그냥 째려보는 줄 알았거든요"


이런...짝사랑 하는 소년의 마음으로 수줍게 쳐다보던 눈빛이 다른이에게는 째려보는 눈빛으로 보였었나 보다.
그래서 그렇게 날 바라보는 눈빛이 안 좋았던게 이해가 되었다.

수정이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나에게 물었다


"오빠 미현이 좋아하는거 진심이에요?"


"응"


"오빠 오빠가 상처 받을지도 모르는데...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이게 무슨소리? 어리둥절했다.
거절 당할수 있다는 말인가...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무슨 시도라고 해보고 싶어졌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수정이는


"알겠어요 오빠 오빠 근데 명심해요 오빠 절대 미현이 스타일 아니에요 그리고...오빠가 상처 많이 받을수도 있구요
오빠가 미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애가 아닐수도 있어요"

"....."


"그래도 오빠가 꽤 진지한거 같고 오빠가 나쁜 사람 아니니까 내가 옆에서 도와 줄게요 자연스럽게 같이 어울리는
자리도 만들어 줄테니까 오빠 모습 한번 잘 어필해봐요 알겠죠 오빠?"


"응 고마워..."


"아 진짜 답답해 그런식으로 이야기하면 오빠 여자 못만나요 그리고 내일 나랑 같이 옷 좀 사러가요 내가 골라줄테니까 오빠는요 좀 꾸여야 되요 알겠죠?"


"알겠어"


집에 돌아와 눕고 눈을 감으니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손에 잡힐거 같지도 않던 그녀를 향해 한발자국 내 딛은 기분이었다.
그녀와 꼭 사귀지 않아도 될거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를 볼수만 있다면 또 이야기를 해 볼수만 있다면 그걸 상상하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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