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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51 1,318회 0건

고교 3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고 깊게 패인 상처는 쉽게 아무는 것이 아니었다. 개강 초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은채는 쉽게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언제나 구석진 자리에 조용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학의 선배와 동기들은 그런 그녀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고 비어있는 잔을 채워주었다. 은채 역시 천성이 어두운 아이는 아니었기에 조금씩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지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렇게 은채는 조금씩이나마 여느 여대생과 같은 미소를 되찾아 나갈 수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그늘이 드리워져있던 그녀의 얼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복숭아 빛의 싱그러운 생기를 되찾았다. 최근 친구들의 강요에 의해 조금씩 시도하고 있는 화장 역시 그녀의 미모를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형편없이 야위었던 고등학생때 이미 C컵이었던 그녀의 가슴은 살이 더 붙으면서 이제는 D컵에 육박할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그럴수록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접근하는 남학생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지만, 실제로는 그녀와 연애는커녕 친하게 지내는 남학생조차 찾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과거의 기억 때문에 주변 남자들의 호의조차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길을 가다가 어떤 남자가 말만 걸어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일이 다반사였으며, 가끔씩 들어오는 미팅과 소개팅조차 한사코 거절할 뿐이었다.

그런 은채가 지금 남자친구인 수호를 만날 수 있었던 데는 조금 특별한 계기가 있었으니, 해가 바뀌어 은채가 대학교 2학년일 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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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0일 월요일 17:20]


그 날은 학기말 마지막 시험이 끝나는 날로써 이미 며칠 전부터 방과 후 친한 사람들 - 민지, 현정, 보라와 홍대로 놀러가기로 약속이 되어있던 터였다.
시험도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었다는 기분에 한껏 치장을 하고 온 친구들과 달리 은채는 여전히 스키니 진에 그녀의 체구에 비해 다소 커 보이는 흰색 티셔츠 차림이었다.

평소 낯선 사람의 시선과 접촉에 민감한 은채는 대부분의 경우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애용해왔지만 그날은 친구들과 함께여서 어쩔 수 없이 지하철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인데 별 일이야 있겠냐고 방심하고 있던 은채가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깨닫게 된 건 2호선으로 환승을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아직 본격적인 퇴근이 시작되기도 전이었지만 2호선은 이미 많은 승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은채의 친구들은 저들끼리 조잘조잘 수다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은채만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전혀 귀담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뒤에 필요이상으로 밀착해 있는 사내를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채가 접촉을 피하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최선을 다해 몸을 움직여 보았지만 뒤의 사내는 분명하게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몸을 밀착시키고 있었다. 은채는 청바지를 입었음에도 전해지는 싫은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워낙에 더 심한 일도 많이 당해온 터라 다만 묵묵히 참아낼 뿐이었다.

한편 사내는 이 예쁜 여대생이 자신의 터치에도 별 반응이 없자 점점 더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슬며시 그녀의 골반에 가져다 댄 손조차 저항을 받지 않는 것을 확인한 그는 서서히 그녀의 티셔츠 아래로 손을 넣었다. 안에 받쳐 입었던 검은색 나시는 남자가 손가락으로 몇 차례 끌어당기는 정도의 수고만으로 너무도 쉽게 그녀의 속살을 허용하고 말았다. 은채가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선택했던 넉넉한 사이즈의 티셔츠는 이 순간 오히려 치한이 자유롭게 그녀를 터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림막이 되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을 당하는 와중에도 바로 근처에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친구들에게 이 사실이 들키지 않은 채, 조금이라도 빨리 치한의 자신의 몸에 싫증을 느끼고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과거 남학생들로부터 추행을 당하고 놀림을 당하는 것보다 더 은채가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여학생들 사이에 퍼지는 근거 없는 소문들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유명한 걸레라고 시작된 소문은 은채의 가슴이 커지면서 그와 함께 점점 더 부풀려지더니 나중에는 없는 임신과 낙태 경험까지 만들어냈다.
눈물을 보이면 지는 거라고, 이를 악물며 버티던 은채조차도 여자로서 그런 소문은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런 그녀들을 향해 사실이 아니라고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해명의 기회는 지난 3년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와 같은 끔찍한 기억은 은채를 철저하게 옭아매어 이런 상황에서조차 티끌만한 저항도 할 수 없도록 그녀를 몰아가고 있었다.
반면 그런 그녀의 아픈 상처 따위는 조금도 알 리 없는 사내의 손길은 여전히 멈출 줄 모르고 이제는 단단한 브래지어로 가려진 은채의 젖가슴을 향해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얘들아~ 두정거장 남았다.」

익숙한 목소리에 은채는 자신도 모르게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래. 근데 사람 진짜 많다.」

「그러게. 어떻게 내려.」

여기저기서 혼잡한 열차 상황에 지친 은채 친구들의 푸념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다들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던 것인지, 아니면 중단되었던 대화가 다시금 재개된 것인지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은채 잘 챙겨.」

「알았어요. 은채야 손 이리 줘~」

평소에도 조용한 은채를 잘 챙겨주던 민지언니가 이번에도 그녀를 먼저 챙겼고, 이에 대답한 현정이가 은채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전히 치한의 손이 자신의 티셔츠 안에 파고든 채였지만, 은채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활짝 웃으며 현정이가 내민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조금만 있으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에 사내는 굉장히 다급해졌다.
치한이라는 자신의 입장은 망각한 채 어쩐지 억울하단 생각까지 하고 있는 그였다.

「헉!」

은채와 사내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짧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결국 참지 못한 그가 조급한 마음에 슬그머니 브라 위로 손을 올려 은채의 가슴을 덥썩 쥐어버린 것이다.
봉긋한 가슴 위로 사내의 손의 형태가 떠올랐다. 그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티셔츠는 이제 주변 사람 누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바로 이상한 점을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어그러지고 있었다.
깜짝 놀란 은채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주변에 눈치 챈 사람이 있는지 살폈다.
다행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제발..이제 제발.. 그만하세요.."

하지만 사내의 손은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듯 그녀의 가슴과 브래지어의 컵 사이로 파고들었고 그 마지막 한 꺼풀마저 우악스럽게 끌어내렸다.

‘흐읏-’

무방비로 드러난 그녀의 작은 돌기에 사내의 손길이 스쳤다.
낯선 감각에 흠칫 놀라고만 은채는 자기도 모르게 현정이의 손을 세게 움켜쥐었다. 현정이는 무슨 일인가 싶어 은채가 있는 쪽을 돌아봤지만 은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서있을 뿐이었다. 현정이는 여전히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내 시선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사내는 자신의 손이 닿는 순간 움찔했던 그녀의 반응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순간조차 여자를 만족에 이르게 하고 싶은 것도 일종의 본능인걸까? 여하튼 남자는 그 때부터 집요하게 그녀의 유두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새끼 손톱만한 유두를 손끝으로 쥐고 살살 문지르자 조금씩 그녀의 유두가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여자도 흥분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자 남자는 이제는 눈앞의 여자가 완전히 자기 애인이라도 된 냥 거리낌이 없었다.

은채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사내의 손길을 견디고 있었다. 한 번도 낯선 이의 손을 타지 않은 그녀의 여린 유두는 지금 처음 보는 남자의 손에 의해 사정없이 유린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보다 훨씬 더 그녀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처음 느끼는 낯선 감각에 대한 것이었다. 사내가 자신의 유두를 건드릴 때마다 어쩐지 저릿한 감각이 온 몸을 관통하고 있었고, 털이 곤두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건 정말 싫지만 결코 싫지만은 않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열차가 두 정거장도 채 가지 못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집요한 괴롭힘에 두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고, 은채는 손잡이에 의지해서야 겨우 서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저릿한 감각이 전신을 관통하는 빈도가 잦아질수록 숨이 가빠져 오고 이제는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마저 힘이 풀려가고 있다고 느끼는 그 때였다.


「악!!」

두 눈을 질끈 감은 은채의 뒤에서 갑자기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치한의 손이 쑤욱 하고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학생 지금 뭐하는 거지?」

「아 뭐야 씨x!!」

갑작스런 소란에 순식간에 열차 안 승객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아직 어린 학생 같은데 지금 뭐하는 거냐고?」

「아 씨x. 내가 뭘~」

「지금 앞에 계신 여자 분한테 몹쓸 짓 한 거 같은데? 잘못 본거면 내가 사과하고.」

남자의 말에 승객들의 이목은 이제 은채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애써 태연한 척 서있던 은채는 갑작스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난감할 뿐이었다.

"친구들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데..‘
그 순간까지도 은채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

「아 좀 놔봐 씨x~」

「뭐야? 무슨 일이야?」

「은채야 괜찮아? 무슨 일 있었어?」

비로소 상황을 이해한 친구들이 은채에게 다가와 물었다. 반면 은채는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아..저..친구들이세요?」

「네에..」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친구 분께서 이 학생한테 그.. 서..성추행을 당하신 것 같습니다.」

"아.."

은채는 끝내 자신이 추행당한 사실이 친구들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마치 자신이 고교시절 3년 내내 따돌림 당하고, 남학생들의 성적 놀림감이 되었던 과거까지도 모두 들통 난 기분이었다.
이미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겨우 서있는 은채에게 현정이가 와락 안기며 펑펑 울음을 터뜨린 것은 그녀는 물론 주변 사람들로서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으앙~ 은채야 미안해. 우리 은채 어떡해~ 엉엉~」

현정이가 왜 우는지 영문을 모른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은채의 어깨에 부드러운 두 손이 살포시 얹어졌다. 민지언니였다.

「은채야. 저 분 말이 사실이야? 바보같이 왜 말 안했어?」

「아저씨 그 새끼 꼭 잡고 있어줘요. 아 놔 저 변태새끼. 은채야 괜찮아?」

그제야 비로소 은채는 자신이 위로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르륵-.

참았던 눈물을 흘러내렸다.
자그마치 5년 만에 받은 따뜻한 위로였다.
그렇게 터져버린 눈물은 그 오랜 시간 곪았던 상처를 다 메꾸기라도 하려는 듯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목적지였던 홍대를 한참 지나칠 때까지 멈출 줄 모르고 흐르던 은채의 눈물은 주변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열차에 탑승하면서 겨우 멎을 수 있었다.

.
.
.

조사 결과 은채를 성추행했던 범인은 고작 중학교 2학년인 앳된 남학생이었다. 은채의 친구들은 쪼끄만 놈이 벌써부터 그딴 짓이냐며, 당장 감방에 쳐넣어야 된다며 난리를 쳤지만 만 14세 미만이라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은채 역시 자세하게 자신이 추행당한 사실을 진술하기 보다는 빨리 상황을 마무리 짓고 자리를 벗어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결국 간단한 조사를 마친 채 가해자인 남학생을 남겨두고 은채와 친구들은 먼저 자리를 뜨게 되었다.
그런 그녀들과 함께 진술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남자가 있었다. 바로 가해자를 제압했던 남자-수호였다. 함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수호는 제대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23살의 대학생이었다.
어느 누구도 선뜻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잠시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오늘..정말 감사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며 은채가 수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게. 오늘 진짜 멋있었어요. 오빠~」

「역시 이래서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돼.」

「감사해요~」
은채의 인사를 시작으로 친구들 역시 한마디씩 거들며 수호에게 마찬가지로 감사를 표했다.

「아.. 아니에요. 제가 뭐 한 게 있다고..」
아까의 그 용기 있던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홍당무가 된 수호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런 수호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은채의 친구들은 신이 나서 계속 말을 붙였다.

「오빠, 어디 놀러가시던 거 아니에요?」

「그러게. 제대한지 일주일밖에 안되셨다면서~」

「아.. 아니에요. 낮에 잠깐 학교 들렀다가 이제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어우~~ 그게 뭐야~~ 놀아야죠.」

「그러게. 아직 7시 반밖에 안됐는데 벌써 집에 가서 뭐하게요~」

「그..그냥 엄마랑 저녁 머ㄱ...」

「아! 맞다. 나 완전 배고파~ 우리 저녁 안 먹어~?」

「그러게. 힉~ 벌써 7시 반이야.」

「오빠도 같이 저녁 먹으러 가요~」

「..네..네?!」

은채가 그런 친구들 뒤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친구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꺄르르 웃으며 수호를 곯려대고 있었다.

「은채는 진짜 오빠한테 밥이라도 한 끼 사드려야지~」

「그럼 그 못된 변태새끼한테서 구해주셨는데~」

「..어?」

평소에도 장난기 많던 보라가 분위기를 몰아갔고, 당황한 은채는 얼떨결에 수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그만 눈이 마주치고는 부끄러워 황급히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친구들이 그 장면을 놓칠 리 만무했고, 그 뒤로는 그녀들의 페이스대로 흘러갈 뿐이었다.

평소 남자와 어울리는 것을 지나치게 기피하던 은채가 내심 답답했던 그녀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분위기를 몰아갔고, 결국 반강제적으로 연락처까지 교환하게끔 만들었다.
이후에도 틈틈이 은채의 휴대폰을 빼앗아 수호에게 먼저 만나자고 카톡을 날리는 등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대신 펼쳐준 덕분에 둘은 연인관계까지 발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은채 역시 그런 떠밀리는 분위기에서 억지로 교제를 하게 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은채에게 있어서 그때까지의 남자들이란 항상 자신의 몸을 음흉한 시선으로 훑어보고 함부로 손대기 일쑤인 두렵기만 한 존재였으나, 수호는 그런 그녀에게 "남자"라기보다는 난생 처음으로 그러한 위해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고마운 "사람"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호 역시 그 전까지 한 번도 여자 친구를 사귀어 본 적 없는 쑥맥이었고, 연인이 된 이후에도 은채와의 스킨십에 있어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수호의 배려가 녹아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녀가 유난히 스킨십에 거부감이 심하다는 것을 눈치 챈 그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첫 만남에서 힌트를 얻어 이전에도 그런 일이 자주 있었냐고 그녀를 채근했고, 처음엔 굳게 입을 다물었던 그녀도 수차례에 걸친 물음에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치한들에 대한 이야기를 -고교 시절의 일은 제외한- 털어놓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그는 그런 그녀를 충분히 이해하고 기다려주었다.
은채의 친구들은 그런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마다 단순히 진도가 느린 것을 답답해하며 그런 사람이 어떻게 전철에서는 그런 용기를 냈었는지 의문이라고들 하지만, 수호의 진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은채로서는 그런 점까지도 너무나 다행스럽고 또 고마운 최고의 남자친구가 아닐 수 없었다.

.
.
.

그리고
두 사람은 사귄지 꼭 1년째 되는 2012년 8월 20일, 그녀의 방에서 처음 사랑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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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번에는 이런 코멘트 없이 가려고 했었는데.. 전에 썼던 허접한 작품까지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놀랍고 감사한 마음에 인사남깁니다. ^ ^;
무엇보다 지금 완결을 지어놓지 않은 채로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한 것을 후회하게 되네요.
저번에도 그랬지만 어떤 일을 겪거나 목격한 일을 토대로, 그 순간 떠올랐던 음란한 상상들을 가미하여 끄적거리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뒤로 갈수록 상상력과 경험?의 부재가 발목을 잡는군요. 너무 오랫동안 마무리가 안 지어지길래 앞부분을 올리기 시작하면 부담감에라도 뒷부분을 마무리지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올린 것인데.. 휴.. 아무리 졸작이 되더라도 중간에 끊기는 일은 없도록 해봐야지요ㅋ. 허접한 글에 댓글까지 달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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