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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58 750회 0건
제9화


거대한 화분 형태의 강당에 학생들의 수는 얼마 없었다. 의욕없는 노교수의 갈라진 목소리가 잡담들 사이사이로 들려오고 있었다. 연말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기에 열린 헌법개론의 보강수업은 출석만 하면 학점을 딸 수 있었기에 다들 자리에 앉아서 졸고 있거나 딴 짓을 하고 있었다. 지훈은 혼자 떨어진 제일 뒷 자리에 앉아 마치 남의 일처럼 그런 모양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방학이 시작된지 이미 일주일이나 지나있었다. 다른 수업들은 모두 종강을 한 상태여서 평소라면 학생들로 북적대던 캠퍼스에도 사람들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문득 인기척이 느껴지고 누군가가 의자를 뒤로 빼어 옆자리에 앉았다. 지훈의 시야에 미니스커트 아래로 쭉 뻗어내린 하얀 허벅지가 들어왔다. 자리에 앉으면서 더욱 더 말려 올라가 거의 팬티 끝까지 드러난 모습이었다.

“어쩐일이에요 이런 곳까지.?”

눈은 앞을 본 채였다. 옆에 누가 앉거나 말거나 관심ㅎ도 없다는 듯한 말투였다. 대답 대신 가녀린 손이 다가와 책상 위에 놓여진 지훈의 손을 잡았다.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의 손이 지훈의 손을 잡아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 놓았다.

“응? 해줘… 지훈아.. 지금 여기서.. 응? 해줘…”

지훈의 손을 천천히 미니스커트 안쪽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해달라고 애교를 떨다니.. 답지 않아요.. 누나”

“날 이런 몸으로 만든 게 지훈이잖아.. 응? 해줘~ 유미한테… 그 거.. 응?”

귓가에 들려오는 콧소리가 섞인 유미의 달콤한 부탁에 뚱한 듯이 앉아 있던 지훈의 얼굴에 미소가 떠 올랐다.

“응..? 못참겠단 말야… 해줘… 응? 기분 좋게 만들어줘~”

유미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지훈의 손가락에 뜨겁게 젖어 있는 계곡이 만져졌다. 팬티도 스타킹도 없었다. 거기에 있었던 엷은 숲도 깨끗하게 면도가 되어 있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보지살이 바로 만져졌다. 유미의 입술에서 가벼운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는 것과 동시에 보지물이 번져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팔에 매달려 부드러운 가슴을 밀착하고 있는 유미의 유연한 몸에서 향수냄새가 은은하게 풍겨났다.

“쩝.. 어쩔 수 없군…”

애를 태우려는 듯이 천천히 지훈이 몸을 고쳐 앉았다. 회색의 커다란 다운 자켓은 앞섬이 열려 있었다. 자켓과 같은 색의 터틀넥 스웨터 위로 가슴의 라인이 뚜렷이 드러나 있었다. 지훈이가 특히 좋아하는 옆 트임이 깊게 들어간 검은 가죽 미니스커트 아래로 새하얀 다리가 곧게 뻗어내리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는 그냥 풀어놓은 채였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빨간 리본은 보이질 않았다. 평소와는 다른 인상으로 나이 이상의 성숙한 요염함을 풍기고 있는 분위기였다.

“이거봐… 나.. 벌써… 이렇게 젖었단 말야.. 그러니까.. 해줘.. 응?”

지훈을 바라보는 커다란 눈동자가 촉촉히 젖어 있었다.

“그럼.. 내가 뭐라고 했었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라고?”

“유미는 지훈님의 여자에요.. 지훈님이 마음에 들도록 뭐든지 시키는 걸 다 할게요.. 이틀이나 지훈님의 전화 받지 않아서 죄송했어요… 정말 죄송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부탁드려요.. 유미에게 벌을 주세요… 야한 유미를 괴롭혀 주세요…”

최고였다. 증오하던 남자에게 그녀를 빼앗아낸 우월감에 지훈은 소리 높여 웃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여자는 이제 자신의 것이었다. 유미의 이런 모습을 병신 같은 희성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제부터 몸도 마음도 철저하게 바꾸어 예정이었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여자로 만들고 싶었다. 그녀의 안에 남아 있는 희성이와의 추억 역시 완전히 지워버릴 생각이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희성을 괴롭히고 싶었다. 아직 이정도로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으응~”

갑자기 보지 안으로 파고 들어온 손가락 탓에 유미는 신음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짜릿한 느낌이.. 반복해서 새겨졌던 그 절정의 기억이 되살아나 온몬이 달아올랐다. 수업이 이어지고 있는 강의실에서 책상에 엎드려버린 유미는 손을 들어 스웨터 안쪽으로 집어넣고는 스스로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남은 한 손으로는 바지 위에서 지훈의 자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아응… 으음… 아읏.. 조.. 좋아.. 하으응”

뜨겁게 젖어 있던 보지를 헤집고, 얼굴을 내밀고 있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지훈의 교묘한 손놀림에 유미는 손가락을 깨물면서 몇번이고 가벼운 절정을 맞이했다. 유미의 도취를 말해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촉촉한 보지물이 스커트를 적시고 허벅지에서 종아리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두 다 잊어버리고만 싶었다. 사람들이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공간에서 유미는 그렇게 쾌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메시지를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그럴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일이 현실로 다가오자 그건 충격이었다. 희성이에게 버림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아 어쩌면 좋을지를 몰랐다.

그 여행에서 돌아온 후 유미는 집에 틀어박혀만 있었다.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고, 불조차 켜지 않은 방안에서 그렇게 웅크리고만 있었다. 되돌리지 못하는 현실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잠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몇번인가 걸려온 지훈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희성을 만나다고 해도.. 이제와서 뭐라고 해야할지.. 더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용서받을 수만 있다면 매달려서 용서라도 빌고 싶었다. 벽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인 희성의 집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희성의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희성이도 그걸 원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희성의 귀가를 기다리는 심정을 지울 수가 없어 사소한 기척에도 귀를 기울이곤 했었다.

만나고 싶었다. 그때의 그 모습은 진짜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자신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얘기하고만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했던 일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자신을 탓하는 마음과 그런 자신을 안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서로 뒤섞여 있었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이틀이 지났다. 희성은 그동안 한번도 집에 오질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만나고 싶은 마음과 외로움은 커져만 갔다. 어쩌면 좋을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던 것이다.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유미를 거부하는 메시지 뿐이었다. 역시 희성이는 더 이상… 그랬다. 용서받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희성이가 착하다고 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욕망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희성의 눈 앞에서 지훈을 선택하고 말았던 유미였다. 선택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육체를 제어하지 못했었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창피할 정도로 느껴버렸고, 또 휩쓸려가바리고 말았다. 그렇게 지훈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강제가 아닌 선택이었다. 자신을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던 사람을 버리고 말았다.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주고 말았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

이제 정말 끝이었다. 전부.. 끝….

눈 앞이 캄캄해졌다. 마음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갇혀버리는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아무래도 좋았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대로..

진한 화장을 하고 지훈이 좋아하는 옷을 입고 유미는 삼일만에 집을 나섰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마음을 닫아버리면 더 이상 힘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수업을 중도에 빠져나와 옥상으로 향했다. 밝은 곳으로 나와서야 유미의 모습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울어서 부어버린 눈을 가리려는 듯한 평소보다 짙은 화장. 거친 피부, 거친 머리결, 그리고 어두운 표정이 그녀를 다른 모습의 그녀로 만들고 있었다. 지훈을 마주보고 있기는 했었지만 생기가 없는 눈동자는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 했다.

“어서… 손가락만으로는 싫어.. 못견딜 거 같아.. 어서 해줘…”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

지훈은 가방에서 딜도를 꺼내들고는 스위치를 넣은 후 바닥에 내려 놓았다. 수직으로 솟아 오른 딜도의 귀두부분은 거대했다. 그 거대한 귀두가 빙빙 돌고 있었다. 유미는 바닥에 놓인 딜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자.. 이거.. 스스로 넣어봐.. 손 쓰지 말고”

“아응… 네..”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마치고 유미는 무릎을 굽혀 딜도 위로 걸터앉기 시작했다.

“아응.. 싫어.. 너무 움직여…”

시키는대로 스스로 허리를 내려 넣으려고 해보았지만 불규칙한 움직임 탓에 손을 쓰지 않고서는 좀처럼 들어가지가 않았다. 딜도의 움직임을 쫓아 허리를 돌렸다. 미니스커트를 허리까지 걷고 하얀 엉덩이를 돌리고 있었다.

“안돼… 아으응…”

넘어진 딜도를 고쳐 세우고 또 다시 허리놀림이 시작되었다. 동아리의 모든 남자들이 동경하고 있던 미모의 여대생, 그리고 자신이 증오해 마지 않던 남자가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여인. 그런 유미의 노골적일 정도로 흐트러진 모습을 지훈은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아.. 들어갔다.. 드디어.. 아으음…”

딜도의 귀두 부분이 보지 안으로 들어갔다고 여기는 순간 그대로 허리를 내려버렸다.

“아응.. 들어와… 아앙.. 지훈아.. 봐봐.. 이거 봐.. 아읏.. 제대로 들어가 버렸어… “

뒤로 엉덩방아를 찧은 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날씬한 다리를 M자로 크게 벌렸다. 보지물로 젖어버린 엉덩이가 햇빛 아래서 반짝이고 있었다. 활짝 벌려진 보지 한가운데 검고 굵은 딜도가 모터소리를 내며 박혀 있었다. 유미는 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움켜 쥐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딜도의 끝을 잡고 주저없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응.. 좋아.. 너무 좋아.. 미치겠어.. “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욕망만 가득한 그런 모습이었다. 젖은 혀 끝으로 입술을 핥으며 그렇게 자위에 몰두하고 있었다. 유미를 아는 사람이 본다면 그 누구도 그게 유미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아으응… 이거 봐.. 유미의 가슴.. 벌써.. 이렇게나.. 젖꼭지가 서 버렸어… 아응.. 여기는.. 벌써 이렇게 젖었네.. 질컥질컥 해.. 아응.. 좋아…”

유미에게는 어울리지 않던 말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내 뱉았다.

“아흑.. 이거 봐.. 유미의 음란한 모습… 아주 야하지 않아..? 지훈아.. 응… ? 아응.. 가.. 갈 거 같아.. 아읏.. 유미가 싸는 거… 보여…? 아으으응~”

이윽고 유미의 허리가 뒤로 휘어져 버렸다. 그런 모양을 바라보던 지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어딘가 평소와는 다른 유미의 모습에 가슴 어딘가가 막혀오는 듯한 느낌에 당황스러운 기색마저 띄우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여운에 빠져 숨을 고르고 있던 유미의 입에서 더욱 더 놀라운 이야기가 튀어 나왔다.

“지훈아.. 이런 거 말고.. 지훈이 거.. 넣어줘… 유미에게.. 지훈이 자지를… 응? 부탁이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젖은 눈빛으로 지훈이를 보면서 애원했다. 그런 유미의 모습에서는 과거 지훈에게 유미가 보여주던 포근하던 인상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풀려버린 눈동자로 유미는 지훈을 보고 있었다.

“넣어줄까?”

“응.. 넣어줘.. 넣고 싶어…”

“이걸 넣고 싶단 말이지?”

지훈은 슬슬 힘이 들어가고 있던 자지를 꺼내어 유미의 눈앞에 들이 밀었다.

“응.. 이거.. 이게 필요해…”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유미가 지훈의 자지에 손을 뻗었다.

“이거? 뭐여.. 제대로 말하지 못해?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아응.. 미.. 미안.. 지훈이.. 자지가.. 유미가 가장 좋아하는 지훈이의 자지가 필요해요…”

말을 마친 유미가 짙은 장미색의 립스틱이 칠해진 입술로 지훈의 자지에 입을 맞췄다.

“그 새끼 보다.. 그 병신 새끼보다.. 내가 더 좋다는 건가?”

“…네”

“똑바로 얘기해 이 씨발년아”

어딘가 모르게 차가워진 말투였다.

“희.. 희성이.. 희성이.. 보다… 지훈이의… 지훈이의.. 자지가 더 좋아…”

“그 병신새끼 보다 나한테 안기는 게 더 느껴지지? 기분 좋지?”

“…네.. 지훈이가 안아주는 게.. 더 좋아요…”

“유미… 넌 몸도 마음도 내 여자야.. 맞지?”

“맞아요.. 유미는 지훈이의 여자에요.. 지훈이 마음대로 해요… 지훈이가 시키는대로 할 테니까…”

“좋아.. 그럼 두번 다시 그 병신새끼랑 만나지 마. 말도 해서는 안돼.. 말을 걸어오더라도 무시해버려.. 할 수 있지?”

유미의 모든 것을 빼았았다. 그건 마음 속에 자라기 시작한 동요를 유미 스스로 가라앉히려는 의도였다.

“그렇게.. 할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유미가 지훈을 올려다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잊어버리게.. 해줘.. 유미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서… 전부… 전부 다 잊게 해주세요..”

“좋아. 거기를 잡고 이쪽으로 엉덩이 내밀어봐”

유미는 힘 없이 일어섰다. 난간을 손으로 잡고 엎드렸다. 미니스커트는 이미 말려 올라가 있어 새하얀 엉덩이가 그대로 다 드러나고 있었다.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이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지훈은 유미의 보지에서 딜도를 뽑아버렸다.

“아으응~”

유미가 신음소리를 흘렸다. 보지물을 흘려대고 있는 유미의 젖은 보지에서 음란한 여인의 향기가 풍겨나왔다.

“조용히 하는 게 좋지 않겠어? 누가 올지도 모른다고.. 참.. 넌 사람들이 볼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을 더 좋아하긴 하지? 노출색녀라니까…”

지훈이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단단하게 일어선 자지를 뜨겁게 젖어 있는 유미의 보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으읏.. 으응…”

딜도와는 완전히 달랐다. 살아있는 자지가 전해주는 생생한 감촉에 목이 뒤로 젖혀졌다. 입술을 깨물고 몸을 떨었다.

“뭘.. 참고 그래? 더 크게 짖어봐.. 밑에 있는 애들한테 다 들리도록”

가녀린 유미의 허리를 두 손으로 단단하게 잡고 지훈은 끝까지 자지를 밀어 넣었다. 박아대는 각도를 바꿔가면서 귀두가 닿는 위치를 조절해 가면서 마치 기관차처럼 강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아래를 향한 유미의 가슴이 무참히 흔들리고 있었다.

“아응.. 좋아.. 더.. 더 해줘.. 더.. 아으응”

“그렇게 큰 소리를 내다가는 진짜 애들이 본다니까? 학교에서 소문이라도 나고 싶은 모양이지?”

“아.. 좋아.. 굉장해… 아응.. 보지..끝에 닿는 것이 느껴져… 아응.. 좋아.. 지훈이 자지.. 너무 좋아…”

유미는 신음소리를 참으려고 하지 않았다. 지훈의 자지를 물어주면서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육체가 만들어주는 쾌감의 늪으로 스스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럼.. 소리 듣고 올라온 새끼한테 던져줘도 좋겠는걸?”

“응.. 좋아.. 지훈이가 그렇게 하라고 하면.. 아응.. 유미는.. 시키는 대로 할 수 있어.. 아응.. 무슨 짓이든… 아응… 누구한테 안기라고 하면…. 그렇게 할게.. 그러니까.. 더 … 아응.. 더 세게…”

“씨팔..”

너무 순종적인 유미의 태도에 지훈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런 짜증을 지우기라도 하듯이 지훈은 더욱 더 거칠게 움직였다.

“아응.. 싸.. 쌀 거 같아.. 아응… 유미가.. 싸는 거,, 와서 보라고 해.. 아으으응”


조용한 연구실안에서 계산기의 낮은 가동음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분주하기 그지 없던 연구실도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사람들이 적어지고 말았다. 이 며칠 연구실을 지키고 있는 것은 지영과 희성이 뿐이었다. 프로젝트의 실행 준비 작업이 일단락 되었고, 또 다시 바빠질 연초까지는 조금 늦어지고 있는 기초 데이터의 해석에만 전념하면 되었다. 마리에 역시 T공대의 일도 겸임하고 있었던 탓으로 가끔 얼굴을 내비칠 뿐이었다. 하루 중 거의 태반을 희성이 혼자 연구실을 지키고 있었다. 지금의 희성이로써는 차라리 그게 나았다. 아무와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은 그저 혼자 있고 싶을 뿐이었다.

어두운 실내의 블라인드 사이로 석양이 비쳐들고 있었다. 그날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감각도 없었다. 아직도 그 일이 진짜 있었던 일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아니 그것보다 현실이라고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있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잠시 멈추고 차가워진 손가락을 내려다 보았다. 난방을 틀어두고는 있었지만 그날 이후부터 손끝이 시려오는 듯한 감각이 가시지를 않았다.

견디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흘리며 마치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지훈에게 깔려 흔들리던 유미의 알몸이 머리 속에서 지줘지질 않았다. ‘지훈의 여자’라고 하던 유미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머리 속을 울려대고 있었다.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어 보았지만 지줘지질 않았다.

자신의 탓으로 유미가.. 그동안 무엇을 했던 말인가.. 하는 자책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게 너 때문이야..’라던 지훈의 목소리가 마치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랬다. 자신이 없다면.. 자신만 없다면.. 유미를 끌어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만…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 보았다. 복도의 조명을 등지고 지혜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뛰어 온 것인지 숨이 거칠었다. 색바랜 청바지에 코트를 입고 있는 차림이었다. 평상시 희성을 의식해 차려입었던 복장과는 사뭇 달라진 간편한 옷차림이었다. 지혜의 변화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런 것을 의식할 여유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오빠.. 유미 선배를 걸고 내기를 하신다는 게 정말이에요? 왜 그런.. “

똑바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혜의 눈을 마주 볼 수가 없었다. 희성은 눈을 피하고 말았다.

“그런.. 그런 내기라면.. 당연히 유미 선배가 상처를 받잖아요.. 오빠가 그랬잖아요.. 누구보다도 유미 선배가 소중하다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만 하세요.. 유미 선배를…”

지혜의 말투와 태도에는 어떤 거리낌도 없었다.

“나쁜 건.. 유미선배가 아니에요.. 나.. 나 때문에.. 그러니까.. 나.. 유미선배를 돕고 싶어요.. 이대로라면…”

희성은 그런 지혜로부터 피하듯이 몸을 돌렸다.

“이대로 두면… 유미 선배.. 망가져버린단 말이에요.. 오빠.. 유미 선배 사랑하시잖아요.. 이대로 두면.. 되돌릴 수 없단 말이에요..”

그래도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희성이 아무런 말이 없자 지혜가 희성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유미선배가.. 그만큼 소중하다면서요… 지금 유미선배한테는 오빠의 힘이 필요하단 말이에요.. 제발.. 부탁이에요.. 오빠 정신 좀 차리세요..”

유미를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뭐라고 말을 할 듯 하던 희성이 또 다시 입을 닫아버렸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유미선배를 도울 수 있는 건 오빠 뿐이라니까요.. 유미 선배도 틀림없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구요.. 내가 뭐든지 할게요.. 내가 어떻게 되든… 어떻게 해서라도 꼭 유미선배를 돕고 싶단 말이에요.. 그렇지 못하면.. 난…”

“가만히 좀 두란 말이야.. 그만.. 가만히 좀 내버려 둬”

희성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희성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오빠…”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단 말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늦었어.. 유미는..”

“거..거짓말..”

어떤 일이 있어도.. 그렇게나 유미를 소중하게 생각하던 희성이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질 뿐이었다.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희성의 모습에 지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반쯤 열린 문 저쪽에서 손잡이를 잡은 채 그 모습을 지영은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봐..”


“집에 안가도 괜찮나?”

낡은 아파트의 삐걱이는 계단 앞에서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지훈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 건냈다. 해가 지고 주변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북풍이 기세를 드높여 한층 더 추워져 있었다.

“나.. 돌아갈 곳이 없는 걸?”

혼자말인지 지훈의 물음에 대한 대답인지 몰랐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있는 것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아무 말도 없이 지훈이 방의 불을 켰다. 여전히 생활감이 느껴지지 않는 살풍경한 집안의 모습이었다. 유미는 가만히 문을 닫았다. 삐걱이며 문이 닫히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집에까지 따라온 걸 보면..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는 뜻이지?”

우물쭈물하며 서 있는 유미에게 내뱉듯이 말을 걸었다.

“……”

“대답해봐. 그럼 아침까지 아주 뿅가게 해줄게.. 이 밝히는 년아”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빈정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자신이 왜 그토록 짜증이 나는지 지훈이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유미는.. 음란한 년이에요.. 그러니까.. 더.. 괴롭혀 주세요.. 제발…그러니까…”

음란하다.. 아무래도 좋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엉망진창이 되고만 싶었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엉망진창이… 차리라 그러는 편이 나았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느끼고 싶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잊어버리고만 싶었다. 없어져버리고만 싶었다.

“옷 벗고 거기 엎드려”

가슴 한구석에서 치밀어 오르는 정체모를 짜증스러움 때문에 지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유미는 알몸이 되어 바닥에 엎드리고는 지훈을 향해 엉덩이를 치켜 들었다.

“어쭈.. 이젠 아주 자동인데?”

지훈이 손을 들어 크게 휘둘렀다. 짜악 하고 엉덩이를 때리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과 동시에.. 유미의 입에서 막힌 듯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렇게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지”

짜증이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또 한차례 그렇게 거칠게 엉덩이를 때렸다. 지훈의 힘에 밀려 유미의 몸이 앞으로 흔들렸다. 엉덩이를 때리는 거친 소리만이 그렇게 몇번이고 방안에서 울려퍼지고 있을 뿐이었다.

“으읏… 아으읏”

유미의 입에서 고통을 참는 신음과 뜨거운 한숨이 뒤섞여 새어 나왔다. 고통마저도 괘락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조교를 받아왔었기 때문에 지훈의 손이 한번 휘둘러 질 때마다 아픔과는 또 다른 감각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타오르는 듯이 빨개진 엉덩이가 저절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감각 속으로 빠져들어간다면 잊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으읏.. 으으응.. 아읏… 응…”

하지만 결국 폭력일 뿐이었다. 거침없이 되풀이해서 맞았던 덕분에 부풀어 오른 엉덩이에서는 마치 불에 데인 것 같은 아픔만이 남을 뿐이었다. 멈추지 않는 지훈의 손놀림에 유미는 바닥을 긁으며 아픔을 참고 있었다.

“으읏.. 아… 으으읏…”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유미의 비명이 들려오자 지훈은 손을 멈추었다. 하지만 유미는 달랐다.

“더.. 더 때려줘.. 유미를.. 더 괴롭혀 주세요…”

떨리는 입술이 그 말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 유미야…”

얼마동안 그렇게 엉덩이를 때리고 있었는지 지훈이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뜨거움으로 꽤 오랜 시간 그러고 있었다고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생각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유미를 가만히 안아들고는 추위와 아픔에 떨고 있는 유미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 이젠.. 엉덩이에.. 엉덩이에.. 넣어줘… 응?”

옷을 벗은 지훈이 유미를 가만히 안고는 차가워진 몸을 덥혀주기라도 하려는 듯 품고만 있었다.

“응…? 왜.. 왜 그래?”

긴 머리를, 유미의 청초한 얼굴을 지훈은 손끝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입술을 가만히 가슴에 대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엉덩이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부드럽게 유미의 온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처음 지훈이에게 안겼을 때와 같은 부드러운 애무였다.

“그..그만.. 싫어.. 이런 거”

넓은 가슴을 밀쳐대며 반항하고 있는 유미를 있는 힘껏 끌어안고 하지만 부드러움을 잃지 않은채 그렇게 유미를 안고만 있었다.

“이런 거 싫어.. 괴롭혀줘.. 괴롭혀 달란 말야.. 아으응~”

지훈의 자지가 몸으로 파고 들었다. 두 사람의 몸이 하나가 되었다.

“아… 아… 아음…”

뻥 뚫려 있던 가슴으로 무엇인가가 채워들고 있었다. 그만하고 싶었다. 이런 따뜻함을 바란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따뜻함을 원하는 사람은 지훈이가 아니었다. 지훈이한테 그런 것을 바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모를 일이었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만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오늘도 늦게까지 고생 많네”

문득 등 뒤에서 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오전1시가 넘어 있었다. 지영은 두 손에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이제 막 탄 듯한 커피 특유의 향기가 느껴졌다.

“이제 그만 들어가.. 몸도 좀 쉬어야 하지 않겠어? 이제 시작했을 뿐인데.. 그렇게 무리를 해서는 안돼”

“지금은.. 그냥.. 연구만 생각하고 싶어서요…”

“그래…”

지영이 조용히 희성의 책상 위에 커피잔을 올렸다.

수염이 거칠게 자라나 까칠해진 얼굴을 한 희성은 눈을 마주하지 않은채 입을 열었다.

“아.. 선생님..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전에 얘기했던…”

이러는 것이 최선이었다. 더 이상 유미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없어지면 되는 일이었다. 자신만 눈 앞에서 사라지면 유미도.. 그 자식도… 그동안 버려두고 있었던 자신의 잘못에 대한 보상…소중한 사람의 아픔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에 대한… 물론 유미에게 대한 속죄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된 바에야. 차라리 자신이 없어지는 것으로써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만 있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훈의 지갑안에 들어 있던 두 사람의 사진이 떠 올랐다. 해맑은 웃음을 지훈이에게 보여주었던 유미의 생각이 났다. 자신에게만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웃는 얼굴이… 이제는 더 이상 자신에게 향할 수 없는 그 웃는 얼굴이 생각 났다.

문득 정신을 차리자 여전히 체온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손가락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뻗어보았지만 닿을 수 없었던 그 손가락만을 그렇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연구…연구에만 전념하기로 하자. 그리고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더 강한 남자가.. 조금이라도 더 강한 남자가 되어야만 했다. 이제부터는 혼자서…

“그래? 결정했어?”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희성의 머리에 지영의 손길이 느껴졌다.

“이제부터는 내 오른팔이 되어야 한다는 거 잘 알지? 기대할게”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 그럼 내일은… 아. 회의가 있었지.. 그럼 모레 어때?”

마치 혼자말 처럼 그렇게 말을 마친 지영이 핸드폰을 꺼내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영이에요.. 이 시간에 미안해요.. 좀 급한 일이어서요..모레.. 좀 비워둘 수 있죠? 네.. 네.. 맞아요.. 좀 보여주고 싶은 애가 있어서요.. 후후후.. 맞아요.. 전에 얘기 했던… 안돼요? 글피는 괜찮다구요? 오케이.. 알았어요.. 그럼..”

영문도 모른채 지영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희성을 향해서 지영이 입을 열었다.

“그럼 그런 관계로.. 3일 후에.. 시간 좀 비워두라고.. 집으로 오도록 해. 식사라도 하자고.. 나중에 주소는 문자로 보내줄 테니까”

“네? 왜 갑자기..?”

“전에 약속했었지? 집으로 부르겠다고.. 자 그럼.. 먼저 갈게”

가운을 펄럭이며 지영은 교수실 쪽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저.. 저기.. 선생님!”

“응 뭐? 내말.. 안듣겠다는 거니?”

“그.. 그게 아니라..”

“뭐야.. 똑바로 얘기해봐”

“… 아니.. 갑자기.. 왜 그렇게 저한테…?”

“그건 네 재능이 아깝기 때문이야.. 이 세계는 머리만 좋아서는 안돼.. 뭔가 반짝이는 게 있어야 하거든. 희성이 너한테는 그러니까.. 열심히만 하면 틀림없이 좋은 연구자가 될 재능이 있거든. 내 눈이 틀리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야”

“아니.. 그게 아니라요.. 물론 선생님이 그렇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왜… 왜 유독 저한테만 그렇게..”

그 질문에 지영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약간의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가늘고 긴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지영이 대답했다.

“네가.. 닯았거든…”

“닮아요? 누구랑요?”

지영이 답지 않은 작은 목소리였다.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사람…”

“선생님의 첫사랑이요?”

“응.. 너랑 꼭 닮았어. 부드럽고, 굉장히 성실하고.. 무엇보다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 너무 닮았어.. 그 사람하고는 아주 아프게 헤어지고 말았지만 말야..”

그렇게 잠깐 희성이와 눈을 맞춘 후에 지영이 말을 이었다.

“이정도면 대답이 되었을래나?”

하지만 희성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지영은 교수실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소중한 사람을 빼앗기는 것까지는 닮지 않아도 되는데 말야…’

소파에 몸을 기댄 지영이 씁쓸한 웃음을 띄우고는 식어버린 커피잔에 입을 대었다.


그 무렵 지훈의 방에서는 지훈의 침대에 마치 태아처럼 몸을 웅크린채 담요를 덮은 유미가 며칠만에 처음으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청초해 보이는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깜깜한 방안을 달빛만이 비쳐주고 있었다. 잠든 유미를 내려다 보는 희성의 눈빛이 왠ㅑ지 쓸쓸해 보였다. 유미를 손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그런 기분이 드는지 몰랐다. 유미의 잠든 얼굴을, 유미의 깨끗한 뺨을 가만히 손끝으로 어루만지던 지훈이 혼자말 처럼 중얼거렸다.

“여기로 오면 돼. 이곳으로 돌아오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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