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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59 712회 0건
제14화



“그러고 보면 정말 오랜만이네..”

머뭇거리며 문을 열고는 안을 들여다 보았다. 유미의 동아리를 들른 것이 참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년 때에는 거의 매일 빠짐없이 들러 같이 집으로 가곤 했었다. 그 무렵은 같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서로 바빠졌고, 자연스럽게 발길이 멀어졌던 것이다.

“정말 최악이야.. 그 따위 아르바이트 때려치던가 해야지”

“그러게.. 뭐 그런 곳이 다 있대?”

“그치? 나 같으면 죽어도 안해 그런 아르바이트”

“너무해요.. 남의 일이라고.. 언니까지.. 정말”

“그런데 말야.. 그때 정례회 때 말야..”

“아~ 그 두 사람이요? 수상하죠?”

떠들썩한 수다가 방안을 채우고 있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프로젝트의 스타트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프로젝트의 준비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유미를 만나고 싶어서 시간을 내 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유미와 어긋나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맞지 않아 벌써 일주일 가까지 만나지도 못했었다. 문자는 주고 받았지만 얼굴을 마주한지 제법 지난 것 같았다. 문득 그런 유미를 만나고 싶어졌다. 이유없이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 왔다. 유미의 얼굴을 볼 수만 있다면 그 허전함이 채워질 것만 같았다. 그저 그 뿐이었다. 이전에 유미가 만나러 왔던 것처럼 이번엔 자신이 유미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놀라며 반기는 그녀의 웃는 얼굴이 손에 잡히듯 떠 올랐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군것질 거리들을 먹어가며 수다를 떨고 있는 4인조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실례좀 할게요”

“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눈물까지 고인 얼굴로 언니라고 불린 여자아이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저기,, 유미를 좀…“

“유미 선배요?”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어딘가 곤란해 하는 표정들이었다. 가볍게 주고받던 대회가 끊기고 나머지 세명이 희성을 곁눈질로 흘깃거렸다.

“아직 안왔나요?”

그들의 반응에 당황스러워 하며 되묻는 희성에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유미 선배… 요즘 거의 안나와요.. 한달도 넘은 거 같은데…”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언니라는 여자아이를 대신해서 제일 안쪽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불쑥 끼어들었다.

“네?”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녀가 말한 이야기의 의미가 선뜻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매일 동아리에 간다고 하던 유미였다. 열심히 하는 후배들의 도움이 되고 싶다는 던 유미였다.

“그럴 리가.. 오늘도 들른다는 문자가…”

따지듯이 되물어 보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질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만이 흐르고 있었다. 유미가 동아리에 얼굴도 내비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혹시..차인 거 아니에요?”

긴 침묵을 깨고 조금전의 여학생이 마치 혼자말 처럼 중얼거렸다.

“얘.. 얘는.. 무슨.. 말을.. 여튼 그렇다는 얘기에요.. 가,가자 얘들아”

언니라는 친구의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다들 자리에서 일어서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정말 유미가 안나온다는 건가요?”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 희성 오빠~”

그들의 대답 대신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지혜야”

라켓을 손에 든 지혜가 복도에 서 있었다. 어두운 표정이었다.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고 있었다.

“지혜야.. 이게 무슨 말이야? 유미가 동아리에 안오다니.. 이게 무슨 말이지?”

거의 패닉상태였다. 지혜의 작은 어깨를 잡아 흔들며 되물어 보고 있었다. 그런 희성의 곁을 4명의 여학생이 종종걸음으로 피하며 돌아나갔다.

“…남자친구.. 몰랐나봐…”

“거봐..내가 그랬지?”

“그러네…”

“얘들아.. 그만해!”

지나치면서 자기들끼리 소근거리는 말 소리가 희성의 귀에도 똑똑히 들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지혜야.. 유미가 동아리에 안나오는 게 맞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 아파요.. 오빠”

“아! 미.. 미안.. 그러니까.. 도대체…?”

지혜의 어깨를 놓았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되물어 보는 것만 같은 말투였다. 평소의 희성이의 어조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갈라지고 쓸쓸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지혜의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런 걸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 아프게 하고.. 상처를 주고…

“지혜야.. 아는대로 말 좀 해봐.. 지난번에 유미 얘길 했었잖아.. 그래서 였던 거니? 뭐라도 좋으니까.. 제발..”

시선을 떨어트린 채 입을 다물고 있는 유미가 움찔거렸다. 확실히 지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의 탓이었다. 자신이 지훈이를 도와줬기 때문에 유미 선배가… 희성 오빠를…. 희성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저.. 과.. 과외 때문에.. 늦어서요.. 죄송해요…”

희성의 눈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도망칠 수 밖에 달리 별 수가 없었다.

“지혜야…!”

혼자 남은 희성이 그렇게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동아리실을 나서자 마자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다이얼을 눌렸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숨쉬기조차 곤란한 느낌이었다. 벨이 울리는 그 몇초의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여보세요.. 희성아~”

평소와 다름없는 밝은 목소리였다.

“유미야.. 저기.. 지금.. 어디야?”

가신히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물어 보았다. 휴대폰을 쥔 손에 땀이 배어나왔다.

“지..지금? 동아리실인데?”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조금 전에 문자 보냈는데.. 못 받았어?”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유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사람 없는 겨울 캠퍼스의 풍경이 빙빙 돌고 있었다. 빈 손으로 가슴 언저리를 부여잡으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여보세요.. 희성아? 희성아..? 왜 그래?”

유미가 자신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왜 거짓말을 하냐고 따져묻고 싶은 심정을 간신히 억눌렀다. 틀림없이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유미가 자신을 속일리가 없었다. 틀림없이 이유가.. 지금까지 말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유미를 믿지 못한다면.. 누가 믿을 수 있단 말인가

“… 유미야 오늘.. 언제 와?”

“응? 오….오늘? 희성아.. 왜? 무슨 일 있어?”

“응.. 유미한테 할 말이 있어서.. 꼭 해야될 말이야..”

“내..내일 하면… 안..될까? 아.. 오늘 말야.. 친구랑 밥 먹기로.. 했거든…”

그것도 거짓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되묻고 싶은 걸 간신히 눌러 참았다. 떠보려는 듯한 가라앉은 유미의 목소리가 머리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믿는 것만으로는 안돼’

문득 지영의 말이 떠 올랐다.

“… 중요한 얘기야.. 꼭 얘기하고 싶으니까 늦어도… 좋아.. 집에서 기다릴게”

“… 응 알았어.. 가능한 빨리 갈게…”


“그 자식이야?”

끊어진 전화를 물끄러비 바라보고 있던 유미가 눈을 내려 감으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거짓말.. 제법 늘었는데?”

비웃는 지훈의 말에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입술을 깨물었다. 남자친구를 속이는 것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가슴이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지훈이와의 관계를 알게 할 수는 없었다. 희성에게 상처를 주고 힘들게 하는 일만은 결코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희성을,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가 않았다. 아무리 거짓이 쌓여간다고 해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희성을 잃는 것보다는 거짓말이 차라리 나았다.

유미는 쓸쓸한 표정을 감추려고 지훈을 향해있던 얼굴을 돌렸다.

“그래.. 그 자식이 뭐래는데?”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집에서 보자고..”

“그래서 어쩔 생각인데? 갈 생각인가?”

“……지..지훈이가.. 보.. 보내 준다면…”

휴대폰을 두 손에 꼭 쥔 채 꺼져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내가 가지 말라고 하면.. 어쩔 건데?”

“…… 시키는대로… 할게요…”

처음부터 유미가 뭐라고 대답할지 지훈은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데리고 놀았던 여자들과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떠날 리가 없었다. 더구나 이 여자는 저항하지도 못하는 여자였다. 지훈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치? 오늘 아직 못 올랐잖아?”

말을 마치자 마자 엎드려 있는 유미의 보지 안으로 반 정도 담겨 있던 자지를 거세게 밀어 넣었다. 부드러운 보지살의 감촉을 즐기면서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흣~ 아음… 하앙,.. 하아”

휴대폰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아.. 이대로 그냥 휩쓸려가버릴 것만 같았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남자친구와 연결되었던 휴대폰을 잡은 채 마음 속으로 빌었다.

‘희성아.. 나 좀..제발… 도와줘…’

입밖으로 꺼내어 말하지는 못했지만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정작 입밖으로 내뱉는 소리는 지훈의 자지로 인한 신음소리 뿐이었다.

“하으응.. 하아.. 아앙..”

강한 허리 놀림에 맞춰어 땀이 배어나온 등줄기를 천천히 쓰다듬던 지훈의 손길이 출렁거리는 유미의 가슴을 등 뒤에서 잡아왔다. 전류 같은 강한 느낌이 활처럼 휘어 있는 등줄기를 따라 흘렀다.

“아음… 아… 응… 하앗… 하흑.. 아아앙~”

유미의 보지물로 흠뻑 젖은 지훈의 굵은 자지가 들락날락할 때마다 젖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느끼지 않으려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배게에 얼굴을 묻은 유미가 막힌 듯한 신음소리를 터트리고 말았다.

“참을 필요 없잖아? 마음 놓고 느껴보라고.. 소리 질러 보라고”

침대 밑, 꼬질꼬질해 보이는 바닥에는 유미의 청바지와 희성이 좋아하던 하얀색 스웨터가 벗겨져 나뒹굴고 있었다. 물론 속옷은 보이질 않았다.

“하으음… 으응… 하으읏!.. 아응”

유미는 신음소리를 억눌러 참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 마자 이렇게 지훈의 방에서 몇번이고 지훈이 질릴 때까지 안겨야 했었다. 전신을 사용한 봉사의 나날들이 이젠 일과가 되어 있었다. 사랑 없이, 그저 쾌락만이 가득한 행위. 노예와 같은 처지에서 그 모든 것을 몸에 새겼다. 오늘도 방에 들어오자 마자 침대 위에 올라가 옷을 벗고 알몸을 보이라는 지훈의 명령이었다. 그리고 남자친구의 전화가 걸려왔던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 자식은 등신같단 말야. 자기 여자가 매일 다른 남자한테 안기고 있는데도 말야.. 전혀 눈치를 못채요. 그런 병신 같은 자식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 아니, 어쩌면… 네 생각 같은 건 전혀 안하는 거 아냐?”

“아.. 아니야.. 제발…희……하읏.. 희성이를 그렇게.. 아아음.. 마..말하지 말아줘..”

유미를 안을 때면 반드시 희성을 매도했다. 그럴 때마다 유미의 뜨겁게 젖은 보지가 강하게 자지를 조여왔었다. 죄악감을 자극하는 것이 유미를 느끼게 만드는 기폭제가 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더구나 그로 인해 희성에 대한 우월감 마저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자식 따위는 내가 잊게 만들어주지”

“아흑.. 아음… 흣.. 아항~”

뿌리까지 틀어박혔다. 자궁까지 파고 들어오는 듯 했다. 지훈의 허리가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쾌감의 파도에 흔들리고 있던 유미의 이성이 어느 순간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집요하게 이어지는 자극에 반응하는 육체가 쾌감만을 원하기 시작했다.

“하흐응~ 아흣.. 하아.. 하아앙.. 하음~”

유미의 하얀 손가락이 시트를 움켜쥐었다. 베게머리에서 휴대폰이 굴러 떨어졌다.

“어때? 못참겠지? 미칠 거 같지 않아?”

도망 갈 수도 없었다. 남자친구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저 모욕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쾌감에 빠져 흘러가는 동안에는 그 무엇이라도 잊어버릴 수가 있었다.

“하응… 하아.. 하아.. 하으응.. 미.. 미칠 거 같아요.. 모.. 못참겠어요.. 하으읏”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쾌락에 빠져 눈을 감은 채 사랑스러운 입술에서 음란한 대답이 터져나왔다.

“그렇지.. 그렇게 솔직하기만 하다면야.. 오늘은 집에 보내줄게”

빠르게 절정을 향해 치달리고 있는 유미와는 대조적으로 지훈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유미의 가는 허리를 잡고 뒤에서 올라탄 자세로 허리를 놀리고 있었다.

“하흑.. 고.. 고마워요.. 하으응”

천천히 애를 태우는가 싶다가도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하면서 지훈은 음란한 암컷을 연주해가고 있었다.

“아주 질질 싸는데? 이제 나 아님 못느낄 거 같지? 그 자식으로는 무리지.. 널 만족시키기에는…”

“하악~ 조.. 좋아요.. 아아응.. 괴.. 굉장해… 아.. 나… 나.. 하으읏”

“못참겠나 보지? 좋아.. 싸게 해줄 테니까.. 항상 하던 것처럼 애원해봐”

“제.. 제발.. 하으윽.. 나.. 하으응.. 싸게.. 해주세요.. 부..부탁이에요”

둥글게 올려붙은 엉덩이를 높이 치켜든채 지훈의 하반신으로 스스로 밀착시켰다.

“유미를… 하으응… 하아.. 하아.. 유미를… 지훈이.. 자.. 자지로.,. 하으응… 싸게.. 해… 하읏.. 주세요.. 아앙~”

어두운 방안의 형광등 불빛 아래서 유미의 몸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허름한 방안에서 절정을 맞이한 유미의 신음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시계 바늘은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논문집을 읽고 있기는 했지만 집중이라고는 전혀 되질 않고 있었다. 페이지가 넘어가질 않고 있었다. 몇번이고 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그 동안 지나가 버린 시간 만이 아직 유미의 부재를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길래.. 이시간까지…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유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 따위는 인정하고 싶지도 믿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만 믿고 있으면 되리라는 생각은 산산히 부셔져 버렸다. 초조하기만 할 뿐이었다. 가슴을 억누르고 있는 불길한 생각들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 귀가가 늦었다. 부모님이 출장 중일 때도 피곤하다며 자신의 집으로 가버리는 적이 많았다. 며칠째 얼굴조차 보지 못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불안한 생각들만이 떠올리는 자신이 짜증스러웠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보이지 않는 것도 있거든’

지영의 말이 또 다시 생각났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유미를 믿었다. 그날 이후부터 쭉 이어온 믿음이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왔었다. 그동안 유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미 역시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었음이 틀림 없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서로 이야기를 해보면 오해를 풀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만 싶었다.

주머니에서 꺼낸 파란색 작은 상자를 손 위에 올려두고 바라보았다. 연구는 이제 시작이었지만, 아직 성과는 못내기는 했지만, 조금 이르기는 해도 오늘 이걸 전해줄 생각이었다. 그러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분명해 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한번 자신의 마음을 분명히 전해야만 했다.

오전 12시 30분. 이렇게 식탁에 앉아 유미를 기다린지 벌써 5시간이 지나 있었다. 유미로부터 아직 연락이 없었다. 평소대로라면 기다리고 있는 희성을 생각해서 반드시 연락을 하던 유미였다. 하지만 그런 연락조차 없었다. 손에 들었던 휴대폰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맞은편의 유미의 지정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유미를 믿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멍하니 하고 있을 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초인종이 울렸다. 뛰어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유미가 돌아왔다. 희성의 생각대로였다.

“유미야.. 어서와!”

밝은 목소리로 문을 열었다. 여자친구의 귀가를 맞이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는 유미의 어깨에 취해서 늘어진 남자가 기대어 있었다.

‘왜 저 자식이…? 왜 유미가 저 놈이랑 같이…?’

술냄새를 풍기는 지훈이 술주정 같은 혼자말을 흘리고 있었다. 유미의 얼굴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유미야.. 어떻게…?”

어두운 표정으로 묻는 희성에게 유미의 대답이 돌아왔다.

“미.. 미안해.. 동아리 애들이랑 회식이 있었는데.. 그래서 늦었거든.. 근데.. 이 친구가.. 너무 취해서.. 다들 나한테 떠넘기지 뭐야.. 택시 태워 보낼 수도 없고 해서.. 어쩔 수 없었어.. 미안.. 엄마 아빠 안계시니까 우리 집에 재울 수도 없고.. 그래서 희성이네서 하루밤 재워보낼까 하고..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유미가 변명을 늘어 놓았다. 거짓말 투성이의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 어쨌든.. 들어와”

비틀거리는 유미를 대신해서 지훈을 부축해 거실 쇼파에 눕혔다. 어깨와 팔에 느껴지는 단단한 체구에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느껴졌다.

“희성아.. 미안해..”

식탁에 앉은 유미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어쩔 수 없잖아…”

정말 동아리 회식이었는지 되묻고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지금까지 가져 본적 없던 여자친구에 대한 불신이었다. 하지만 믿어야 한다고.. 간신히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유미는 고개를 숙인채 그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화 났지? 미안.. 정말 미안…”

“화 안났어. 그러니까 그만 해.. 유미도 옷 갈아입고 와”

“고..고마워.. 희성아…”

유미가 고개를 들었다. 오늘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다. 살피듯이 들여다 본 유미의 눈가에 약간의 웃음기가 떠 올라 있는 것 같았다. 그 표정을 보고서야 간신히 마음의 파문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눈 앞에서 일어서고 있는 유미를 향해서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천천히 갈아 입고 나와”

“.. 응.. 아.. 저기 있잖아..”

유미가 머뭇거리며 쇼핑 백 안에 들어 있던 위스키 병을 꺼냈다.

“이거.. 술집 주인한테.. 받았어. 갈아 입을 동안 이거라도 마시고 있어. 잘 모르지만 되게 비싼 술이래나봐. 주인이 내가 이쁘다며 서비스 해주던걸? 희성이한테 주려고 받아왔어”

희성의 등 뒤에서 평소와는 다르게 수다스럽게 얘기하며 얼음잔을 만들어 와 호박색의 액체를 따라 희성이에게 내밀었다.
술을 마시고 온 것은 사실이었다. 단지 지훈에게 이끌려 갔던 시내의 허름한 술집에서 지훈이의 지인이라던 술집 지배인 앞에서 지훈이가 시키는대로 서비스를 했을 뿐이었다. 이 위스키는 그런 서비스에 대한 보상이었다. 물론 그런 술을 소중한 남자친구에게 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훈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희성이에게 알려져서는 안되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감정을 억누르고 억지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 그럼 갈아입고 올게”

욕실을 향하면서 지시 받았던 대로 갈색의 롱코트를 벗었다.

“유..유미야…”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허리까지 크게 등이 파여진 짙은 홍색의 미니 원피스였다. 검고 긴 머리카락과 눈처럼 하얀 피부. 빨간 색 드레스로 가려진 힙 라인이 눈길을 붙들고 있었다. 천천히 희성을 향해 돌아섰다.

“어때..? 어울려?”

평소와 같은 듯 달라 보이는 웃는 얼굴로 유미가 말했다. 요염해 보이는 색기가 온몸에 흐리고 있었다. 가는 어깨끈으로 이루어진 가슴 부분은 풍만한 유미의 가슴이 보기 좋은 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몸에 달라붙은 얇은 옷감은 유미의 아름다운 바디라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짧은 스커트는 무릎 위가 아닌 허벅지 바로 아래에서 끝나고 있었다. 섹시해 보이는 허벅지에서 시작되어 가늘고 쭉 벋은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부드러운 각선미가 감춤없이 드러나 있었다.

“… 어..어울리기는 해도.. 유미야.. 너무.. 화려하지 않니?”

청순하고 심플한 옷을 좋아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맨살을 노출하는 화려한 복장은 한번도 입은 적이 없었다.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희성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차림으로 술집에 갔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차림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좀 그런가?”

믿어야 한다는 마음과 어딘지 달라보이는 마음이, 복잡한 마음이 뒤섞이고 있었다. 눈길을 사로잡는 농염한 유미의 자태에서 얼굴을 돌렸다.

“어서 갈아 입어!”

자신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주먹을 꼭쥐고 눈을 내린 희성을 바라보는 유미의 표정에 아픔과 슬픔이 드러나 있는 것을 희성은 보지 못했다.

“응 빨리 갈아입고 올게”

욕실의 문이 소리를 내며 닫혔다. 희성은 주머니에 들어 있던 파란 상자를 바지 위로 움켜쥐었다. 자신의 마음을 담은 작은 상자에라도 기대고 싶은 심정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욕실에서 나왔다. 지훈은 등받이를 넘어트린 쇼파에서 담요를 덮은 채 코를 골아대고 있었다. 희성은 그 옆으로 이불을 깔고 있었다.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뒷모습 만으로도 희성이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도 그런 옷 따위 입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랬음에도 그런 차림을 희성에세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던 남자친구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이 당하고 있던 일들을 본다면 어떤 표정일까 싶었다. 유미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빈 잔은을 싱크대로 치운 후 입술을 깨물면서 녹아가는 얼음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부드러운 온기가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가벼운 입맞춤을 나누고 나서 거실의 불을 껐다. 미동도 하지 않는 지훈의 소파 아래쪽에 누워있는 희성의 이불 속으로 방에서 자기로 했던 유미가 들어왔었다. 등 뒤에서 안아오는 유미의 체온이 피부로 느껴졌다. 자신의 팔 안에서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감촉을 느끼면서 그동안의 궁금함을 물어보려고 하는 순간 잠이 들고 말았었다. 그 이후로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다. 허전한 느낌에 유미가 방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다음날 물어보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온몸이 무거웠다. 머리가 아파왔다. 멍한 희성의 의식이 또 다시 멀어지려고 하는 순간 속삭임이 들려왔다.

“… 시…싫어.. 하.. 하지마..”

잘못 들을 리가 없는 분명한 유미의 목소리였다. 등 뒤의 소파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제…발.. 부탁이야.. 싫어… 제발… 아응… 아읏.. 그.. 그만해…”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모든 신경이 곤두섰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목소리에 몽롱해지던 의식이 확실하게 깨어났다.

“아흑.. 으으음.. 아읏… 으으응… 시.. 싫어….”

일어나려고 해 보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모든 관절이 따로 노는 것만 같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었다. 가위라도 눌린 듯이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 아응.. 으으음… 하읏… 아으응… 그만해.. 여..여기서는… 아흣”

막힌 듯한 소리와 함께 옷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희.. 희성이… 깬….단 말야…. 하읏… 아응… 싫…어… 희.. 희성이가…”

“괜찮아.. 그 자식.. 절대 못일어나.. 지금쯤 꿈나라일 걸? 크크큭”

취해서 널부러져 있어야 할 지훈의 목소리였다.

“어서 단추 풀어 보란 말야… 니 손으로 말이지”

그렇게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명령하는 낮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냉혹한 포식자가 된 지훈은 위스키 병에 수면제를 타 놓았던 것이다. 희성이도 유미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시,, 싫어.. 싫어… 희성이가.. 깬단 말야… “

“말 안듣지? 저 자식 두들겨 깨워줄까? 그럴까?”

유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마음만이 급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아.. 안돼.. 제발… 그것만은…”

“그럼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하란 말야. 저 바보자식한테 들키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심장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꼼짝도 할 수 없는 탓에 식은 땀만이 흐르고 있었다.

“뭐야? 이거? 젖꼭지가 왜 그렇게 발딱 서 있어? 그거 조금 만져줬다고 이렇게 되었단 말야?”

“아.. 아냐.. 그런 거.. 아흣.. 아응.. 아아앙.. 으음~”

참지 못하고 터트리는 유미의 작은 신음소리와 지훈이 가슴을 거칠게 빨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듣고 싶지 않아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젖꼭지 이렇게 가볍게 깨물어 주는 거 좋아하잖아? 안그래?”

“으흠~ 아으응~”

유미를 더 수치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지훈은 일부러 자신의 행동을 하나하나 말로 설명하고 있었다.

“이렇게 혀로 젖꼭지 굴려주는 거랑 깨무는 거랑 어떤 게 더 좋지?”

“아흑.. 하아.. 아응.. 아아응”

희성이가 잠에서 깨어 있다는 사실은 지훈도 유미도 모르고 있었다.

“자, 그럼 젖꼭지를 이렇게 하는 건?”

“하앗~! 아흑.. 조.. 좋아.. 하읏.. 으응”

“… 세게 빨아주는 거.. 좋아했었나?”

마치 실황중계라도 하는 것처럼 들렸다. 유미에게 남아 있는 자존심을 무너트리고 인형처럼 만들기 위한 지훈의 시도가 생각지도 않게 희성이에게도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군.. 어떻게 해도 좋아하는 군.. 정말 밝히는 년이라니까..남자친구가 옆에서 자고 있는데 젖꼭지 좀 만져준다고 이렇게 느끼는 것 좀 봐”

“시.. 싫어.. 말하지 마…”

“자 이젠 그 거추장스러운 거 다 벗어보지 그래? 자기 손으로 벗어 보라고.. 허리 들고”

소파가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아읏.. 하앙…”

“뭐야? 벌써 이렇게 젖은 거야? 더러운 년”

자신의 유미를 지훈이 모욕하고 있었다. 희성은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클리토스는 어때? 손가락하고 혀로 핥아주는 하고 어떤게 좋지? 네가 골라봐”

“그.. 그런.. 거 .. 모.. 못해요….”

“아직 이해가 안되나? 네 몸이 누구 거라고 했지? 얘기해봐”

유미는 자신의 여자였다. 용서할 수가 없었다. 맹렬한 분노를 느꼈다. 바로 옆에서 여자친구가 그렇게 당하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지.. 지훈이 거에요…”

유미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희성은 알 수 있었다.

“언제나 했던 것처럼 이야기 해야지.. 잘 알잖아?”

“…… 유..유미 몸은.. 지훈이의.. 지훈이의…. 자.. 장난감…이에요.. 유미는… 지훈이의 장난감…이에요..”

그럴 리가 없었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몸에 힘을 주어 보아도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자 그럼 골라봐.. 혀랑 손가락.. 어떤 쪽이지?”

“혀.. 혀로.. 핥아.. 주…세요”

“좋아 좋아.. 듬뿍 귀여워 해주지.. 저 자식이랑은 비교도 안될 거야.. 잘 알지? 내가 더 잘 느끼게 해준다는 거.. 이 몸은 벌써 외운 것 같은데?”

“아흑.. 아음.. 아아~ 아아응.. 하아… 하아…”

차츰 달콤한 신음소리에 색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시..싫어.. 아흑.. 거.. 거기.. 아흐읏~! 아흥.. 아.. 안돼.. 아으흠”

어둠 속에서 언제까지고 끝날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신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희성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고 있었다. 지훈의 몸 아래에 깔려 신음하는 유미의 하얀 알몸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다리 더 벌려봐”

“……네…”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만 하라는 외침은 그의 마음 속에서만 울렸다.

“어때? 좋아?”

“조… 좋아요.. 아흐읏~!”

“어이.. 손이 놀고 있잖아 똑바로 안흔들어?”

“아… 미..미안해요…”

‘유미야! 제발…’

“이제 슬슬 넣어줄게”

“시..싫어…! 제.. 제발…”

희성이 바로 옆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큰 소리였다. 소파가 몇번인가 크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제..제발.. 부탁이야.. 그.. 그것만은… 희.. 희성이 옆에서.. 그것만은.. 응? 제발.. 부탁할게.. 시키는대로 다 할게.. 그러니까.. 그것만은…제발…”

그물처럼 덮어오는 지훈의 몸을 피하면서 유미는 소파 위에서 무릎을 꿇고 두손을 모아 빌고 있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애원하고 있는 유미의 목소리가 도와주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와 겹쳐져 피라도 토하는 심정이었다.

“… 어쩔 수 없지.. 그럼…”

“응?”

유미의 귓가에서 지훈이 뭐라고 속삭였다.

“어떻게 할 거야? 억지로 하라고는 안해.. 네가 골라봐”

“… 아..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그래? 그럼 산책하러 나가볼까? 크크큭.. 잘 알지? 이번엔 코트도 못입는다는 거..”

“… 네..”

“자, 그럼 즐겨보도록 할까?”

현관문을 거칠게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또 다시 거실은 어둠과 침묵으로 휩싸이고 말았다.


잠이 들었는지, 의식을 잃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침햇살이 방안으로 들어올 무렵에서야 악몽에서 깨어나듯 일어났다.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키자 입술을 깨문 탓에 흘러내린 피가 이부자리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정도는 유미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유미가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유미는 분명 싫어하고 있었다. 그 자식이 강제로 그런 추한 짓을 유미에게 억지로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자식이 무엇인가 유미의 약점을 잡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유미는 자신이 걱정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자신이 유미를 지켜줄 차례였다.

희성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죽여버리고 싶을만큼의 증오였다. 희성이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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