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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42 670회 0건
(속)숨결-5부
- 삘릴릴리... 빌릴리... !! -

사무실 책상위의 전화벨이 울리자 상훈이 서류를 바라보던 시선을 들며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 네.. 특판 사업팀 강 상훈 대리입니다.. "
" 나다... "
" 어.. 웬일이냐... "
자신이 전화를 하기전에는 좀처럼 전화를 하지않던 재훈이 전화를 걸어오자 상훈이 조금 놀란듯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 오늘 늦게 끝냐나... "
" 아니.. 제 시간에 끝나... "
" 그럼.. 오늘 나좀 잠시 만나자... "
" 왜.. 무슨일 있냐... "
" 아니 물어볼 말이 있어서... "
" 물어볼 말이뭔데... "

- 부우웅...부우우우..! ! -

순간 진동으로 돌려놓은 핸드폰이 요상한 소리를 내며 책상위에서 떨기 시작했다.

" 잠시만 기다려.. 다른 전화좀 받고.. "
" 알았다.. "
재훈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훈이 책상위에 놓여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 여보세요... "
" 나야.. 여보... "
아내인 재희였다.

" 어.. 왜.... "
" 이따가.. 저녁에 엄마가 좀오래... "
" 어머니가... "
" 응.. 엄마가... "
" 잠시만.. 난 재훈이랑 통화중이거든.. 끊지말고 기다려... "
" 알았어... "

" 여보세요... "
상훈이 다시 수화기를 바꿔들며 재훈을 불렀다.

" 그래.... "
" 뭐 중요한 이야기냐... "
" 그런것 같다... "
" 그래... "
조금전 아내의 말을 떠올리며 상훈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재훈이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소리에 결심한듯 다시 말을 건냈다.

" 알았다.. 그럼 퇴근시간 맞춰서.. 네가 이리로 나와라.. "
" 그래.. 여섯시 반쯤에 도착하마.. "
" 그래.. 이따가보자... "
" 알았다... "
재훈과의 통화가 끝나자 상훈이 황급히 다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 여보세요... "
" 응... "
" 왜 집에 무슨일 있어... "
" 일은 무슨일.. 엄마가 지희보구 싶으시데... "
" 그래... "
" 그러니까.. 이따가 일찍 집에와서 나랑 지희 데리구가.. 알았지.. "
" 어떡하지.. 당신 택시좀 타고가면 안될까... "
" 아이...왜... "
수화기 너머로 재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응.. 재훈이 녀석한테 무슨일이 있나봐... "
" 재훈씨한테... 무슨일인데... "
" 모르겠어.. 만나서 이야기 하자는데... "
" 그래.. 그럼 할수없지... "
" 미안해... "
" 아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재훈씬 일인데... 알았어.. 택시타고 갈께... "
" 고마워... "
" 대신 데릴러는 와야돼... "
" 당연하지... "
" 알았어... "
" 그래.. 사랑해... "
" 나두... "
수화기 너머로 재희의 입맞춤 소리가 들려오자 상훈은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상훈은 다시금 아내인 재희가 고마웠다. 재훈의 일이라면 친구인 자신보다 더 염려해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하지만 그도잠시 상훈은 조금전 재훈이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는 말을 떠올리며 궁금증에 빠져 들었다.



" ........ "
뜻밖의 말에 상훈은 들고있던 커피잔을 떨어뜨릴뻔 했다.

" 너 지금 무슨소리 하는거야... "
" 너도.. 선민이에 대해서 알고있었냐고.. "
"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
상훈은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에게 선민의 이야기를 물어오는 재훈의 말에 당혹스러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 그제 선민이가 집으로 찾아왔었다... "
" 그런데... "
" 내가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더니.. 선민이 태도가 이상했다... "
" 어떻게... "
" 모르겠다.. 나도.. 하지만 선민이의 태도가 이상해.. 아무래도... "
" 아무래도.. 뭐... "
" ........ "
재훈의 말에 상훈이 다급해진 목소리로 재훈에게 묻자 재훈이 대답을 하지않은체 상훈을 바라만 보았다.

" 말해봐.. 너.. 알고있지... 선민이가 왜 그날 그렇게 이상한 태도를 보였는지... "
" ........ "
" 사실대로 말해봐... 선민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
" ........ "
재훈의 말에 상훈이 드디어 올것이 왔다는듯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들었다.


" ....... "
말없이 담배를 피워대는 상훈을 재훈이 뚫어지게 바라보자 상훈이 어쩔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다... "
" ......... "
" 벌써 오래전부터 네곁에서 맴돌고 있었다... "
" ......... "
상훈의 말에 재훈이 충격을 받은듯 눈을 내려감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 재훈아.. 이제 그만 선영씨의 그늘에서 벗어나라... "
" ........ "
" 선민이도 그렇고 나도 너의 그런 모습 더이상 보고있기 힘들다... "
" ........ "
" 선민이 그동안 많이 힘들어했다.... "
" ........ "
상훈의 말을 애써 외면하려는듯 의자에 기댄체 눈을 감은체로 아무말없이 앉아있는 재훈을 바라보며 상훈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한체 가만히 그런 재훈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 ........ "
상훈은 운전을 하면서 조금전 힘없이 일어나 자리를 떠난 재훈을 떠올리며 마치 운명처럼 얽혀버린 현실앞에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망설여졌다. 아직도 선영의 그늘을 떨치지 못한 재훈.. 그리고 그런 재훈을 사랑하게된 선민... 상훈은 그렇게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재훈과 선민을 생각하며 선영으로 부터 출발한 이 가혹한 운명앞에서 과연 자신이 무엇을 할수있는지 종잡을수가 없었다. 그저 이런 현실을 만들어놓은 가혹한 운명이 야속할 뿐이였다.

" ........ "
그렇게 실타래처럼 모든걸 뒤엉켜놓은 운명을 탓하며 상훈은 거취대에 놓여있는 핸드폰의 단추를 누르기 시작했다.


- 비리리리... 비리리..!! -

낮에 있었던 수연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선민이 핸드폰 벨이 울리자 생각에서 깨어나 황급히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 여보세요.... "
" 나다.. 상훈이... "
" 네.. 오빠... "
핸드폰 너머로 상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선민이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을했다.

" 집이니... "
" 네 오늘은 일찍 퇴근했어요.. "
" 그래.. 쉬는데 내가 방해한거 아닌가... "
" 아니예요.. 그냥 앉아 있었어요.. "
" 그래... "
" 근데 무슨일로 오빠가 전화를 다하셨어요... "
" 왜... 난 너한테 전화하면 안되냐... "
" 그게 아니구.. 반가워서 그러죠... "
" 말이라두 고맙다... "
" 그런데.. 진짜 무슨일로 전화하신거예요... "
상훈의 목소리가 웬지 가라앉아 있다는 느낌에 선민은 알수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조심스레 물었다.

" ........ "
" 여보세요.. 오빠.. "
자신의 물음에 상훈이 대답이 없자 선민이 다시 상훈을 불렀다.

" 조금전에 재훈이 만났다... "
" 재훈 오빠를요... "
" 그래... "
" 무슨일로... "
선민은 엊그제 재훈을 찾아가 보였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재훈이가.. 너에 대해서 물었다... "
" ........ "
" 이미.. 모든걸 아는 눈치 같아서 내가 이야기했다.. "
" ........ "
" 여보세요... "
상훈의 말에 선민이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말이없자 이번에는 상훈이 그런 선민을 불렀다.

" 듣고 있어요... "
" 그래서.. 너도 알아야될것 같아서 전화했다... "
" 네.. 고마워요... "
" 선민아.... "
" 네... "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힘들면... "
" 오빠... "
선민이 상훈의 말을 가로막으며 상훈을 불렀다.

" 말해라... "
" 제가 그랬죠... 거두기엔 이미 늦었다고... "
" 하지만.. 선민아... "
" 어차피 언제가는 부딪쳐야할 문제예요... "
" ........ "
"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 그래... "
" 전화 고마워요... 끊을께요.. 오빠... "
" 알았다... "
상훈과의 전화를 끝낸 선민이 힘없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상훈과의 통화를 끝낸 선민은 갑자기 모든것이 두려워졌다. 비록 상훈에겐 언제가는 벌어질 일들이라고 애써 담담히 말했지만 선민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 앞에서 모든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떠나버린 언니의 남자.. 그리고 떠나버린 언니의 그늘에서 아직도 허우적 거리는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를 사랑하게된 자신.. 그렇게 선민은 그동안 조금씩 떨쳐갔던 모든것들이 일순간 고개를 쳐들며 자신을 휘감아오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더우기 이제 모든것을 알아버린 재훈은 자신을 피할것이 너무도 분명했기에 선민은 자신이 선택한 사랑앞에서 처음으로 모든것을 되돌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훈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결코 거둬들일수 없을만큼 많은 걸음을 내딛었다는 사실에 선민은 책상에 쓰러지듯 엎드리며 소리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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