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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42 1,288회 0건
상념의선-28부(완결)
" ......... "
민우는 떨리는 자신의 손끝에 들려있는 편지 한통을 내려다 보았다.

" 선영이를 화장한뒤 바로 다음날.. 나한테 두통의 편지가 도착했어... 한통은 내 이름으로 .. 한통은 네 이름으로.... 나한테 보낸 편지엔 그렇게 떠나버린 자신을 용서해 달라며.. 그동안 자신의 친구로써 있어준 나에게 고맙다는 말과 나머지 편지 한통을 너에게 전해 달라는 말을 남겼어.. 절대 뜯어봐서는 안된다는 말과 함께......... "

민우는 그렇게 자신에게 편지를 전하고 돌아섰던 지혜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의 이름 석자가 고운 글씨로 적혀있는 편지 봉투를 뜯어 그 안의 편지지를 뜯어보았다.

" ........ "
그렇게 안의 내용물을 끄집어 내는 순간 발끝으로 작은 종이 한장이 떨어지자 민우는 상체를 숙여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

[ 내 친구 민우.....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
그렇게 선영의 글씨인듯한 조그만 글자가 새겨져 있는 종이를 돌려보는 순간 민우는 그것이 한장의 사진이였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사진속에 활짝웃고 있는 자신과 선영의 모습을 발견하자 민우는 왈칵 밀려드는 눈물에 자신의 시야가 뿌옇게 흐려짐을 느꼈다.

언젠가 선영의 애원으로 지혜와 함께 셋이 놀러갔던 놀이 동산에서 지혜가 찍어주었던 사진이였다. 민우는 뿌옇게 흐려지는 자신의 시야를 느끼며 그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살며시 웃고있는 자신과는 달리 자신의 팔장을 낀체 환하게 웃고있는 선영의 모습은 지금이라도 당장 사진속에서 튀어나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환하게 웃을것만 같았다. 그렇게 사진속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선영을 바라보던 민우의 어깨가 살며시 떨리고 있었고 민우의 시야를 뿌옇게 흐려놓았던 눈물은 어느새 민우의 뺨을타고 흘러 내리고 있었다.

" ........ "
그렇게 한참을 사진을 들고 바라보던 민우가 자신의 뺨을 흐르던 눈물을 닦지도 않은체 사진을 옆에 내려놓은뒤 편지지를 펼쳐 들었다. 그러자 민우의 시야에 곱게 나열된 선영의 자취가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 사랑.. 영원의 사랑....

언제부터인가...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내가 늘 가슴속에 새겨만 왔던 말들이 내 곁으로 성큼 다가섰어....
그리고 그렇게 다가선 사랑앞에서 난 늘행복했어...
그 사람 곁에서그 사람의 체취를 느끼며.. 그 사람의 숨결을 느끼며 말야....

하지만 이제야 알았어...
내가 꿈꾸어왔던 저 말들은 결코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만들수 없다는걸 말야...
때로는 그렇게 꿈꾸어온 사랑앞에서 상처도 받아야 하고 때로는 그 상처에 많은 시간을 울어도 해야하고... 그 울음을 통해서 상처를 치유해야 된다는걸......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겐 그런것이 소용이 없는것 같아...
내가 꿈꾸어왔던 사랑앞에서 난 너무도 바보같이 모든걸 다 던져버렸어...
그래서 나에겐 울어야할 힘도.... 상처를 치유해야할 힘도 없는것 같아...
아니 무너져 버린 사랑앞에서 그 상처가 던져주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것 같아...

민우야... 미안해....... 그리고 용서해줘....
너의 허락도 없이 너를 향한 사랑 그대로를 간직한체 떠나려하는 나를...
그리고... 부탁할께.... 행여 바보같은 길을 택한 나를위해 울지말아....
난 정말 행복했던 너와의 기억만을 간추린체 떠나려 하는 지금이 너무도 행복해....

민우야... 그리고...
빌어줄께... 네가 선택한 사랑이 아름다운 결과를 맺기를 말이야....
꼭 행복해야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그건 내 가슴에 고이 간직하고 떠날께....
안녕......... 민우야...... ]

" 흐으윽.... 선영아... 선영아..... "
선영의 눈물 자욱인듯 간혹 얼룩져 있는 자신에게 남긴 선영의 마지막 편지를 다 읽은 민우가 편지를 든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안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민우는 그렇게 선영의 편지를 읽은뒤 오열하며 선영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엄청난 선택을 해버린 선영... 그리고 그렇게 떠나는 마지막 길에서도 사랑한다는 마지막 말조차 하지 못한체 떠나버린 선영.... 그런 선영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자신의 사랑을 빌어주는 말이였다는 사실에 민우는 마치 자신의 폐부를 예리한 칼로 도려내는듯한 괴로움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진체 울부짖기 시작했다.

" 아아악... 선영아...... 선영아....... "

자신에게 닥친 엄청난 현실앞에 참을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듯 울부짖는 젊은 청춘의 울부짖음은 마치 자신의 몸안 모든것을 토해낼듯 계속해서 이어지며 스러져갔고 그렇게 처절하게 울부짖는 한 젊음의 곁에서 죽음이란 마지막 선택을 통해서 자신의 사랑을 고이 간직하려 했던 한 여인의 애절한 사연이 서려있는 편지 한장만이 쓸쓸하게 그 젊음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탕....!!! "
그토록 애절했던 한 여인의 사랑이 한 남자에게 전해진 며칠후 어느 한 부대안에서 한발의 총성이 고요한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 애..애..앵...... 앵....... "
" 어디야....... "
" 무기고 같습니다....... "
" 뭐하는 거야... 새끼야... 어서뛰어.... "
밤 하늘을 울렸던 한발의 총성이 다시 어둠속에 묻혀져갈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더불어 다급하게 외치는 군인들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이내 어디론가 뛰어가는 요란한 군화 소리가 다시 밤 하늘을 메워갈쯤 부대 안의 어느 한적한 무기고 안에서 한 젊은 병사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체 쓰러져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피투성이가 된체 쓰러져있는 병사의 옆에 한장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남자와 그 남자의 곁에서 남자의 팔에 팔장을 낀체 환하게 웃고있는 여인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 한장의 사진이 그렇게 피투성이가 된 병사의 바로 옆에서 말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 ........... "
오열하는 한 사람들의 무리속에서 한 여인이 말없이 걸음을 옮겨 화장터 밖으로 향했다.
" ........... "
그렇게 밖으로 나온 여인은 하늘을 향해 꼬리를 물어가며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를 응시하며 눈가에 이슬을 머금은체 멍한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 ......... "
한참을 그렇게 슬픈 눈으로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던 여인이 하늘을 향했던 시선을 거두며 자신의 외투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바라보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한쪽 구석에 다다른 여인이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자신의 손에 들려진 한장의 종이에 라이터로 불을 당기기 시작했다.
" 민우씨...... "
그리고 자신이 당긴 불씨에 의해 종이가 활활 타오르자 여인은 나즈막히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자신의 손에서 타오르는 종이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여인은 자신이 던져놓은 타오르는 종이 사이로 문득 보여지는 글자에 시선을 가져갔다.

[ 사랑.. 영원의 사랑....

이제야 알았읍니다.. 제가 선택한건 사랑이였지만.. 그 사랑이 영원한 사랑이 될수 없음을.. 그렇기에...... ]
하지만 그것뿐이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인해 보여지는 글자는 그것이 전부였고 서서히 그 글자마져도 불길에 의해 사그러지자 여인은 그제서야 몸을돌려 다시 화장터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서가는 여인의 뒤로 종이를 태운 불꽃이 사그러지며 마지막으로 피워내는 연기가 아른거리며 하늘로 향하고 있었고 하늘로 향하는 그 연기를 따라 화장터 건물에 우뚝 솟아있는 굴뚝에서도 한줄기 연기가 하늘로 향했다. 마치 자유로운 세상을 향해 날개짓 하며 솟아로르는 한마리 자유로운 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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