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제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조용하다.

아이들이 어수선하게 난장판을 만들고 제각기 학교를 가고 형식적으로 함께 살고 있는 와이프가 외출한 후 장선은 지난 몇 년동안 항상 해온 것처럼 부엌에 나가 원두커피를 내리고 하얀 김이 모락거리는 상태로 가을의 분위기를 음미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하나도 변함없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의 탈바꿈은 그나마 유일하게 장선을 배신하지 않는 듯 하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바람에 잔잔히 흔들리는 활엽수들이 색단장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여름동안 받아먹은 에너지가 충만하게 있다는 것을 뽐내는 듯 하였다.

장선도 한 때 세상이 부럽지 않았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성공적으로 유지되던 사업이 넘어지고 경제적 기능을 상실한 후 너무 초라한 모습으로 변했다. 주변의 친구들에 대한 자존심도 파괴되고 그나마 성격적 불합으로 아기자기한 삶을 살지 못했던 처는 남편에 대한 존경이 없어진 상태에서 남자의 의견이 무시되고 점차적으로 집안의 분위기는 화목이라는 단어를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바깥 일이 바빠서 집안일은 모르고 지내다 처음에는 집안에 쳐박혀서 답답해서 무엇인가 해야할 듯 해서 집안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처는 당연하다는 듯이 외출 전에 산더미같이 설거지와 빨레를 쌓아놓는다. 이제는 한 숨을 쉬면서 습관적으로 움직여야만 할 상태이다.

많은 남자들이 마찬가지이지만 인생을 살면서 한 “획”을 M는다는 각오로 열심을 하지만 급변하는 경제적 구조로 이미 우리 사회는 많은 능력있는 일꾼들을 ?아내고 있었다. 처와 얼굴 마주치기가 불편해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방안에서 컴퓨타로 세상과 접촉하게 되었다.

지난 일들을 돌이켜본다.

나는 그나마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아서 여자를 만나고 상대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것처럼 느끼며 살아왔고 결혼하여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려왔는데 이제 돌이켜보니 헛된 것 뿐이었다. 무심코 살을 섞었던 여자들을 기억해 본다. 100명 정도? 아마 더 될 수 도 있다. 애정이나 관심없이 충동적으로 업소에서 접한 여성까지 합한다면 아마 배는 될 듯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처에게 무시되면서 방도 따로 사용한지 이미 3년 이상이 되다 보니 경제적 능력보다 남자로서의 능력이 나도 의심되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잘 나갈 때는 우리 처 주변의 친구들로 부터 은근한 관심있는 눈길을 받아본 적도 많았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초라하고 내일이 있을까 걱정되는 비참한 삶을 연명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시작하련다.

다시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자신을 갖고 사회의 일꾼으로 마지막 호흡이 다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이대로 쓸어질 수 없었다.

나는 별이 쏟아진 어두컴컴한 밤에 뜰에 서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감옥에 같혀서 사는 이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사회의 일원으로 무엇인가 제공하고 헌신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벌써 수 차례 세상이 잠든 시간에 밖에서 나는 애통하였다. 하늘을 보고 속으로 외쳤다. 이런 삶을 주려면 나를 차라리 데려가서 세상에서 음식 축내는 일이라도 없게 해달라고….

이 이야기는 새롭게 시작하는 남자의 삶을 조명하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