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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50 1,369회 0건
죽음 보다 더 아픈 첫사랑 이야기 1부



오늘도 몰래 그녀에게 다녀왔다. 아무도 없는 곳이지만, 아직도 눈앞에 어른

거리는 추억을 잊지 못해 다시 한번 그곳에 다녀왔다. 이런 삶을 아직도 모

르고 있는 충실하고 정숙한 아내에게는 크나큰 죄악이라 생각하면서도, 죄악

보다는 그립고 아스라한 마음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내가 이상하다. 정훈이,

나와 국민학교 동창이며, 동네 친구이다.

막내인 내가 7살에 5남매를 두고 돌아가신 엄마의 영향에선지, 국민학교 생

활을 보내는동안 머리는 있어서 공부에는 특출난 실력발휘를 했으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싸움으로 달래던 나에 비해서, 정훈이는 풍족한 집안의 1남

1녀의 맡으로 밑에는 2살 터울의 여동생을 데리고 있었다. 정훈이는 몸도 약

하고, 싸움은 물론 계집애처럼 얌전한 아이였다. 그로 인해 친구들의 놀림감

이었고, 인탤리 여성이었던, 정훈이 엄마는 나를 어떻게 잘 구슬렸는지 학교

에서 또 동네에서 나를 정훈이의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였다. 그

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집에 놀러 가는 일도 많았고 또한, 그 여동생 정

미와도 자연스럽게 놀아주기도 했었다. 그때 정미는 소꿉놀이를(60년대) 즐

겨했는 데 저는 엄마, 나는 아빠 그리고 매일 불평하는 오빠 정훈이를 아기

를 시켰다. 그런데 정훈이는 그 동생에게 지금 생각해도 어린 나이에 너무나

좋은 오빠였던 것 같다. 중학교 올라가면서도 정훈이네 와의 그 관계는 이어

졌고, 그 어머니도 좀 싸움꾼이지만 공부도 꽤 했던 나를 마치 친어머니처럼

대해 주었다. 서울에서 두번째 좋다는 고등학교 시험을 마치고(정훈이는 다

른 학교를 치룸) 정훈이네 집에 놀러갔을 때, 매우 침울한 집안 공기에 정훈

이 방에 잠깐 들렸다가 정미가 많이 아프다는 소리만을 듣고 아무런 이야기

도 못하고 얼굴이 파리하게 변한 정미가 ‘오빠 왔어’ 하는 인사 소리에 건

성으로 대답하고,

‘다음에 놀러 와라’ 라는 정훈이 엄마의 약간은 울먹이는 목소리를 뒤로

한 체 서먹하게 나오게 되었다. 같은 동네에 있으면서도, 그 날의 분위기 때

문이었는지 가끔 바쁘게 움직이는 그 집 부모나 볼 뿐 정훈이도 얼굴보기가

힘들 정도로 집에만 있는 듯했다.

그 당지 집에 전화가 없어서, 학교에 발표를 보러 갔다가 합격한 것을 확인

후 집으로 기분 좋아서 오는 날,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훈이 엄마와 만

나게 되었다. 그리고 합격했다는 말에 뭔가 모르게 침울하면서도 기뻐해 주

시던 그 얼굴이 아직도 선하다.

정훈이도 비록 2류 지만 합격을 했다고 해서 같이 이제 실컷 놀아도 되겠다

고 했더니, ‘그래 그것도 좋지만 나와 이야기 좀 하지 않을래?’ 하시고는

대답도 안 듣고 앞장서서 걸어가시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가 ‘내가 합격 선

물로 점심을 사주고 싶은데 뭘 먹고 싶니?’ 하더니 ‘아차 너는 짜장면을

좋아하지?’ 하고 혼잣말을 계속 한 다음에 중국집으로 향했다. 마음대로 먹

으라는 말에 기껏 짜장면 곱빼기 였지만, 배가 부른 다음에서야 ‘왜 정훈이

는 안 왔어요?’하고 물으니 정훈이는 아버지 출장에 쫓아가서 한 일주일 있

다가 온다고 했다. 그러다 정미 생각이 나서 ‘정미는 괜찮아요?’하고 물으

니까 갑자기 아줌마의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하고 흐르는 모습을 보고 어찌

할 바를 모르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는 다시 나가서 집에 가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아줌마는 아무 소리 없이, 걷다가 구두방 앞에 서더니 합격

선물을 사준다고 괜찮다는 나를 끌고 구두방에서 그 당시는 흔하지 않았던,

학생용 구두를 한켤레 사 주셨다. 그리고는 곧장 우리집 앞을 지나, 정훈이

네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집에 도착하여 대문을 열쇠로 여는 것을 보고 아무도 없나 하고 생각 했던

나는 집안에 들어서자 마자 ‘엄마 왔어?’ 하는 가녀린 목소리를 들었다.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고는 매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 영기 오빠도 왔네?’

하는 정미의 모습은 예전에 포동포동한 ‘뚱띠’(그 전의 별명) 모습은 간데

없고 한 1달 만에 키는 한 1m50 갓 넘을까 말까 한 체격에 적당할 정도로 말

라있었으며 얼굴은 창백한모습으로 웃고 있었으나 조금은 힘겹게 서있는 듯

했다..

‘응! 정미’하고 어설프게 인사를 받은 나를 아줌마는 힐끈 쳐다보더니, ‘

가서 누워 있어라, 영기 오빠와 조금 할 이야기가 있어’ 하고는 정미를 데

리고 방으로 들어갔다가 바로 문을 닫고 앞장서서 안방으로 가서는 ‘이리

들어 오너라’ 하시는 것이었다.

무심코 따라 들어간 나를 두고 오바를 벗어 옷장에 거시면서, ‘거기 앉아’

하시고는 곧바로 앞에 앉으셨다. 그리고는 한참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내가 그 눈빛을 피해 고개를 푹 숙이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 하고 있

는데,

“영기야, 이제부터 아줌마가 하는 이야기 잘 듣고 네가 싫으면 거절해도 좋

아”

“너도 아줌마가 보기에는 싸움은 잘하지만 아주 순진하고 착하다는 것을 잘

알아”

뭐라고 겸손의 대답을 하려는 나의 말을 곧바로 막으며 “아줌마가 너에게

부탁이 있어. 너 정미 보았지? 이제 정미는 몸이 무척 아파서 앞으로 방학이

끝나도 학교를 갈 수 없을지도 몰라”

그 즉시 물어본 말은

“왜요?”

한마디 밖에 없었다. 그 후로는 나의 대답은 머리로 대신할 수 밖에 없었던

충격적인 이야기 뿐이었기 때문이다.

“너 정미와 한 3~4일 놀아주면 안되겠니?”

놀라서 쳐다보는 나에게 정미엄마는

“너희 큰누나에게도 정훈이 아빠가 너와 정훈이를 데리고 출장지에 놀러 갔

다 온다고 허락을 받았어 그리고 시간이 없어서 바로 데리고 떠난다고 그랬

어. 너만 괜찮다면 이 집에서 나가지 말고 정미와 4일만 시간을 보내줘. 정

미는, 정미는….”

드디어 참았던 울음이 폭발하셨는 지 약간의 억눌린 소리를 내며 우시기 시

작했다. 한 십분을 바늘 방석에 앉은 듯이 아무 말도 못하고 앉아있는데 어

느 정도 안정이 되셨는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시며 대답을 기다리는 모습을

흘깃 보았을 때, 나는 조금 그러나 눈에 띄일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

더니 ‘고맙다’ 그리고는 앉은 자리에서 두툼한 가슴으로 내 머리를 안으시

며 빡빡머리에서 더부룩해진 머리에 눈물 방울을 떨구고 있었다. 얼굴에 거

의 잊어버린 엄마의 체취 같은 젖가슴의 냄새와 물컹한 젓무덤을 느낄 즈음,

정미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며

‘엄마 왜 그래? 울었어?’하고는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얼른 나를 떼어내고

반쯤 돌아앉아 치마로 얼른 얼굴을 훔치었다.

“응 집에 1주일 동안 남자가 없어서 영기가 4일정도 우리집에서 함께 있기

로 했어 괜찮지?”

하고 아줌마가 말하자 마자 정미는 힘든 모습으로

“정말?”

하더니 갑자기 얼굴이 환해짐을 느꼈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지나간 듯이 약

간은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정미

마저도 동생이 없는 나로서는 정훈를 부러워하며 친동생처럼 대하던 때여서,

성에 대한 호기심은 있더라도, 어떤 여자로 보이지 않은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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