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이별여행) 1장

정신없이 바쁜 시간들 속에 어느덧 대학도 휴강을 하고 방학을 맞이했다. 그녀의 사랑을 확인한 성년식 사건 이후에 그녀를 대하는데 조금 편해 졌지만 특별히 변한 건 없었다. 내 생활은 변한 게 없었다. 직장, 학교 그리고 밀리는 리포트 나만의 자유시간이 없었다. 그날그날 시간을 쪼개가며 생활하기도 바쁜 나날이라 그녀를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이젠 그녀도 지친 건지 아침에 보는 것도 띄엄띄엄 볼 수 있었다. 주말에 도서관에서 우리 집에서 만나도 밀린 리포트 하느라 다른데 신경 쓰지도 않았다.

방학을 하고 직장만 다니면서 자유시간이 생겼다. 퇴근하고 란을 만나거나, 혹은 란이 내 퇴근 시간 맞추어 회사 앞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몸이 한가해 지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란과 만나면서 과연 란은 나에게 무엇인지 정리 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도 내 마음은 란을 다해는데 벽이 있었다.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란 인식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가 날 사랑한다는 것을 알겠지만 언제라도 좋은 사람이 있다면 떠나보내야 할 사람 이였다.
그녀는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나보다 능력 있고, 나보다 더 이해하고 감싸줄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란은 자꾸만 나와 더 가까워지려 하는데 난 언제나 도망갔다. 그러다 보니 우리 둘 사이에 많은 다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란과 만나는 것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서서히 고통스런 만남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도망 다니는 남자, 그런 남자를 보지 못하고 타지고, 대들며 피곤하게 하는 여자. 우린 그런 사이가 되어 있었다. 만나면 향상 싸우는 그런 사이 말이다.
그때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1년 넘게 사귀던 재운과 미선이 사이가 급속하게 틀어져 버린 것이다.

어느 날 4명의 남녀가 한자리에 모였다. 미선과 재운, 나와 란
문제가 있는 4명의 남녀가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을 마시다보니 테이블이 갈라지며 재운이와 미선, 나와 란이 불꽃 튀게 싸우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서로에게 양보하거나 타협하려 하지 않았다. 재운이와 미선의 다툼은 사소한 문제에서 발생되었다. 재운이가 미선에 집에 대려다 주었는데 그 모습을 미선이 어머니가 본 것이다. 재운이는 미선이 어머니 줄 모르고 그냥 지나쳐 왔다. 그것을 미선을 어머니가 보시고 둘 사이를 반대했고, 미선이가 그 문제로 재운에게 따지자 재운은 별일도 아닌 것으로 피곤하게 한다며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조금씩 서로에게 양보하면 끝나는 것인데 둘은 감정적으로 싸우기 시작해서 이제는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사이가 된 것이다.
나와 란은 서로의 감정은 숨긴 체, 서로가 상대방의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트집 잡아 물고 늘어지는 지루한 공방전 이였다.

“야. 잠깐 우리 이렇지 말고 대책을 세우자”
재운이의 말에 모든 대화가 중단되고 재운이를 보았다.
“서로 감정이 격해 있는 지금 싸운다고 답이 나오지 않잖아. 똑같은 말만 되풀이 되며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하고 있어”
“.....”
“.....”
“이러지 말고 차분하게 서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
“어떻게”
“수혼이 다음주 휴가지. 여행가자”
“여행”
“여행 가서 감정을 서로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고, 좋은 기분에서 다시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서로 정리할 것인지 결정하자”

모두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무의미한 싸움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것에 모두 공감했다. 나도 란과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싸우는 것은 그만두고 싶었다.

“좋아. 다음주에 휴가니까 다 같이 가자. 2박3일 일정으로 떠나는 거야. 가서 지금까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고, 즐겁게 놀고, 즐겁게 얘기하고 그리고..... 서로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는 거야.”
“수혼의 말대로 하는 거야. 더 이상의 말싸움은 서로에게 상처만 줘. 헤어질 때 헤어져도 우리 좋은 감정으로 헤어지자.”
“여행의 태마는 이별여행. 물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희망여행이 될 수도 있겠지”
“어때.... 둘다”
여자들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 준비는 4명이 같이 했다. 상대에 대한 섭섭한 모든 감정을 접고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했다. 절대 싸우거나 화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