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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26 1,361회 0건
어우동이 머무는 방에 들어가며 진실은 눈이 휘둥그레 졌다.
화려하게 장식된 방이면서도 고풍스러운 것이 아늑하고 편안한 마음을 자아낸다고 느꼈다.
옛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창호지를 바른 문이며 반질반질 기름기가 흐르는 방바닥이며 은은하게 수 놓아진 벽지로 도배된 것들로부터 느껴지는 것이 아닌 무엇인가 형용하기 어려운 은은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있었다.

"우~, 멋진 방이에요." 진실이 탄성을 자아냈다.
"예, 각하께서 마련해준 방인데 저도 맘에 들어요."
"너무 현대적인 것만 보다 이런 풍경들을 보니 마음이 편해요."
"저도 몇백년 후의 미래로 여행와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었는데, 방이나마 옛스럽게 꾸며주셔서 안식을 겨우 얻었지요."
"근데, 할머니라고 해야하나 뭐라고 불러야하죠?" 진실이 어우동에게 물었다.
"언니라고 불러줘요." 어우동은 쉽게 말했다.
"연세로 따지면 거의 구백살일텐데 너무 실례가 되는건 아닐까요?"
"내가 구백살로 보였어요?"
"아뇨,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그렇다는 얘기죠."
"눈에 보이는 나이로만 얘기하면 되잖아요."
"좋아요. 언니라고 부를께요." 진실은 쉽게 어우동과 친해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동생은 귀해 보이는게 높은 사람 자제인가보군요?"
"네, 아버님이 지하제국 마라주의 주지사에요. 전 그 분의 외동딸이고요."
"오, 주지사라면 내가 살던 시절로 따지면 관찰사 쯤 되겠군요."
"전 비교할 줄 몰라요. 다만 마라주의 크기가 옛날 조선 땅 두배 크기인 것만 알죠."
"마라주가 그렇게 커요?"
"옛 조선 땅으로 치면 전라도와 경상도와 제주도 앞바다를 포함한 크기에다 지상세계의 대만까지 포함되니까 아마 한반도의 두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꺼에요."
"그렇게 큰 땅의 주지사라면 조선 왕 보다 높은 사람이군요?"
"땅 크기만 따지면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만, 아버지는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분이죠."
"권력가가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니 말이 되나요?"
"조상 대대로 세습하는 직위일 뿐이고 중앙부처에서 모든 통치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주 단위로 헌법과 법률이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올바르게 살기 때문에 굳이 통치력을 힘으로 발휘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죠."
"전쟁도 없나요?"
"지상세계와는 달리 같은 민족, 같은 가족, 같은 형제인걸요."
"유니털도 같은 민족만 사는 곳인가요?" 어우동이 물었다.
"아뇨, 유니털은 세계국가에요.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어진지 벌써 백여년이 넘었어요."
"민족 개념이 없이 어떻게 나라를 이루고 살죠?"
"세계를 하나의 지구인으로 묶는 일을 하고 계시기 때문일꺼에요."
"지구인이 뭐죠?"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수천억개의 별중 한 개에요. 그 별의 이름은 지구라고 부르죠.
지구에는 수만가지 민족이 대립하며 살았는데 지구대변혁 후 유니털이 민족 단위를 뛰어 넘어 재난으로부터 그들을 구원했다고 해요.
구원받은 민족들은 포용력이 뛰어난 유니털에 의지하여 평화와 번영을 얻게 되었죠."
"각하께서는 가끔 중국을 통합해야 한다고 벼르시던데 중국은 복속되지 않았나보죠?"
"네, 저도 어르신으로부터 중국통합에 관한 얘기를 몇번 들었지만 전공이 아니라서 자세히는 몰라요." 진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만 어우동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도 술한잔 할래요?" 어우동이 진실에게 제의했다.
"전 술을 못해요. 언니가 마시고 싶다면 한잔 정도는 마셔 볼께요."
"우리 집에 있는 술은 직접 누룩으로 만든건데 맛이 기가 막혀요.
각하께서도 운우지정에 앞서 한잔 쭈~욱 들이키곤 하는 술이거든요." 하며 어우동은 아끼는 술 한병을 진열대에서 쑥 뽑아 왔다.
"오~ 향기가 좋네요."
"호호, 여러 가지 기화이초를 넣고 누룩으로 담근 술이라서 향기가 좋기도 하지만 저랑 화합하기 전에 꼭 마시는 술이라서 각하께서는 이 술을 화합주라 이름 붙혀 주셨지요."
"그런 귀한 술을 제가 마셔도 될까요?"
"여기 많아요. 나중에 한병 드릴테니까 어르신과 함께 드셔보세요."

어우동이 권하는 술을 한잔 입술에 대었다. 향기가 코를 통해 머리 끝까지 스며든다. 한 모금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는 술은 이내 뱃속 깊이 파고 들더니 뼈속까지 은근한 흥분으로 돌아왔다. 향기로운 냄새가 솜털 구멍을 통해 다시 품어 나오는지 방안은 점차 진한 향기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거부할 수 없는 목마름이 있었다. 한 방울 남김 없이 목젓을 적시며 화합주가 넘어간다.
"언니, 한 잔만 더 주세요." 진실은 망설임도 없이 한잔을 더 마시고 싶었다.
"호호, 이 술은 한잔만 마셔요. 두잔을 마시게 되면 이성을 잃거든요."
"언니는 벌써 두잔째잖아요." 어서 한잔을 더 달라는 듯 투정같이 내 뱉었다.
"전 이성을 잃어야 잠이 와요.
아직까지 이 곳 세상에 익숙하지 않아서 잠자기 전에 꼭 이술을 마시죠.
각하께서도 제가 이술을 두잔째 마시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화합을 시작하거든요."
"언니, 그럼 두 잔을 마시게 되면 어떻게 되죠?"
"화합해야 해요. 사모하는 마음이 있는 누군가와 동침을 해야만 아침에 깨어날 수 있어요."
"언니는 각하도 없는 상태에서 두잔씩이나 마셨으니 낼 아침 어떻게 깨어날려고요?"
"각하가 없더라도 깨어날 수 있을꺼에요." 어우동은 아무렇지도 않게 장담의 말을 한다.
"제가 각하를 모셔올까요?" 진실이 당혹스러워하며 물었다.
"아뇨, 동생이 밤새도록 나랑 함께하면 깨어날 수도 있을꺼에요."
"전 여자잖아요. 낼 아침 못 깨어나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여성해방운동의 선각자이신 언니랑 밤새도록 얘기하고 싶었는데 이를 어쩌죠?"
"호호, 동생도 그럼 한잔 더 할래요?"
"전 사모하는 분이 어르신이라서 여기서 한잔 더하면 깨어날 가망이 없는 샘이잖아요."
"아뇨, 절 믿고 한잔 더해봐요." 어우동은 빈 잔에 화합주를 한잔 더 따라줬다.

갈증같은 것이 목에서부터 피어나고 있던 진실로써는 또 한잔을 마시면 어떤 일이 생긴다는 것에 대한 공포를 뻔히 알면서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어우동이 채 잔을 채우기도 전에 한잔 더 마시고 싶은 마음이 앞서 따르는 술잔을 가로채듯 입술에 붙혔다.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는 환상적인 맛을 음미하며 잔 속에 한방울의 술이라도 남길 수 없다는 듯 애타게 나머지를 마셔 버렸다. 마음속에 갈망하던 님과 함께 하지 않으면 잠에서 깨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맨발로 뛰어나가 대통령과 마주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을 어르신 품에 안기고 싶은 욕망이 부글거리며 피어났다.

어우동은 그런 욕망에 사로잡힌 진실의 손을 가만히 쥐어본다. 화합주의 작용으로 환하게 피어오른 진실의 얼굴을 가만히 품에 안아본다. 고운 머리결을 쓸어보며 목덜미에 가만히 손을 대어본다. 뜨거우면서도 조밀하게 찰진 살결이 느껴진다. 자신은 벌써 늙어 삽십줄을 훨씬 넘겼건만 자신의 품안에 안긴 아이는 실한 살결로 자신의 세월을 초라하게 눌러 버린다.

"언니, 정신은 언제 잃게되죠?" 진실은 어르신을 못볼것같은 두려움에 어우동에게 물었다.
"한시간 정도는 또렷한 정신을 갖게 되요. 한시간 이내에 동생은 어르신과 화합하면 되고 나는 각하와 화합하면 되니까 너무 서두르거나 걱정하지 말고 이 기분으로 계속 얘기해요."

"언니, 기분이 묘한게 마치 구름위를 걷는 듯해요."
"그렇죠? 화합주를 마시고 결합하면 세상을 매일 독차지한 기분이 든답니다."
"어떻게 만드는지 저에게 가르쳐 줄수 있어요?" 진실이 호기심이 발동하여 물었다.
"아뇨, 이 술은 옛사람의 손끝으로 빚어야 효염이 있어요. 동생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이 술은 흉내만 날뿐 만들 수 없어요."
"왜죠? 제가 성분 분석해서 개체생성기로 만들면 될것같은데요?"
"글쎄요, 모든 것이 그렇게 마음먹은대로 될 것이라 믿는 동생이 가상하네요."
"이 술은 어떻게 배웠어요?"
"내가 뭍 사내들을 호릴 때 사용하던 술인데, 이 시대에 와선 재료 구하기가 어려웠죠.
각하에게 이러이러한 재료를 구해 달라고 졸랐더니 개체생성기로 뚝딱하고 만들어주셨어요.
그 재료로 술을 빚었더니 지금 같은 화합주가 아니라 잡탕술이 되더군요.
자연산 재료를 구해달라고 다시 졸랐더니 전국에 영을 내려 자연산을 구해오더군요."
"언니는 정말 사내들을 호릴 때 이 술을 사용했던거에요?"
"그럼요, 이 술 한 잔만 마셔도 맛이 휘리릭 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보통 한 잔을 마시면 또 한잔을 달라고 하지요. 두 잔만 마시면 더 이상 주고 말것도 없이 눈이 뒤집혀서 아무나 덮치려고 난리라니까요."
"그럼 길거리 담벼락 같은데서도 관계를 했었다고 알고 있는데 언니는 이 술을 호리병에 차고 다녔나보죠?"
"전 길거리에서 관계한 적이 없어요. 안방 차지를 먼저 한 후에야 몸을 풀었거든요."
"세상 사람들이 과장해서 전한것이군요?"
"나는 매일 사람을 바꿔가며 관계했어요. 이 곳 안가에는 남자라곤 각하뿐이라서 요즘 몸살이 날 지경이라니까요."
"호호, 대단하셨군요. 지하국 어른들은 유전적으로 장대한 물건을 타고 났을텐데 만족하지 못하셨어요?"
"만족요? 꽉 차죠. 대 만족이에요. 날마다 기절하며 사는 여자가 된걸요."
"그런데 아쉬워할 게 없잖아요."
"아아, 동생은 너무 몰라. 만족하다 안하다는 육체적인 것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내면 세계의 문제랍니다. 나는 각하에게 대 만족이에요. 하지만 늘상 바꿔치기하던 기질 때문에 갈망하는 바를 완전히 해소시킬 수 없다는 것이죠."
"예전에도 날마다 바꿀 수 없는 날은 있지 않았나요?" 진실이 진지하게 물었다.
"있었죠. 그때는 종년을 올라타며 부족한 뭔가를 채울 수 있었어요."
"어머, 그럼 여자끼리도 해요?" 눈이 둥그래지며 진실이 화들짝 놀라워한다.
"호호, 즐기는데 여자끼리면 어때요? 더 섬세하고 좋아요. 남자랑 붙으면 찔끔거리며 정액을 쏴 버리면 끝이지만 여자랑 하면 밤새도록 서로를 탐닉해도 끝날 줄 모른다니까요."
"여자끼리는 어떻게 하나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진실이 어우동에게 물었다.
"말할 수 없어요. 시범적으로 가볍게 동생에게 해 볼테니까 거부감이 느껴지면 싫다고 말해요. 그렇게 되면 서둘러서 각자 서방님들을 맞이해야 할테니까요."

어우동은 진실의 어깨를 가볍게 끌어 안았다.
한 손으로 목덜미를 스치듯 지나 머리결을 쓰다 듬어 준다.
진실의 앵두같은 입술에 가볍게 자신의 입술을 터치하며 점차 어깨선을 따라 몸 전체를 감싸듯 안아 들어간다. 비스듬이 누워진 자세를 취하게 된 진실의 호흡이 점차 가빠지고 있다.
아련하게 가쁜 호흡이 밀려들고 있다는 의식은 남아있지만 스믈거리며 자신을 나락 속으로 밀어 넣은 어떤 기분에 사로잡혀 도저히 거부할 의사 표시를 할 수가 없다. 아랫배에 머물던 손길이 점차 위로 향하더니 젖가리게를 위로 밀치며 섬세하게 젖살을 쥐어온다. 힘있게 더러는 힘없이 잡혀드는 젖살의 감흥은 머리끝까지 순간적으로 전율시키며 학학 거릴 호흡을 연출한다. 몸이 뒤틀리고 있다. 숨이 가빠지고 있다. 얇은 옷을 사이에 두고 앙앙 거리는 이빨을 느끼고 있다. 깨물을 듯 깨물지 않고 빨 듯 빨리지 않는 젖꼭지의 애무는 발끝까지 자지러질 흥분을 일으켰다. 더듬으며 천천히 이동하는 어우동의 손끝은 처음 느낌보다 더욱 자신의 육신을 달구어 놓는다. 가슴과 가슴을 넘나들던 입술이 순간적으로 아랫배에 머물러 있다. 이빨 자국이 날 정도로 깨물리거나 깨물어질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감흥은 벌써 활짝 벌어진 계곡에도 있었다. 아래로 위로 ?어내듯 빨아들이며 찔러대며 밀리며 쓸리던 수수밭은 진탕되어 계곡물을 주르르 흘려댄다. 자신의 버려진 두 팔은 허공중에서 허우적 거리다 어느새 뒤로 돌려 어우동의 머리채를 잡아들였다. 두 사람은 서로가 같은 방향에서 일방적으로 어우동의 손 끝에의해 진실의 몸이 달구어지고 있었다.

"언니, 하악, 뭔가 허전해.."
"동생, 손을 넣어줄게." 어우동은 가느다란 손을 길게 펴서 질펀한 입구에 넣었다.
엄지손가락으로 클리톨리스를 자극하며 가운데 손가락이 자궁 끝까지 닿도록 깊이 찔러 넣는 동시에 새끼손가락은 회음에 닿도록 하여 동시에 세가지 즐거움이 몰려오도록 했다.
"하악, 언니 꽉 채워죠!!" 진실은 부족한 무언가를 갈망하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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