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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은 추억들 - 16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0:27 348회 0건
17.
[사랑 없이도 섹스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섹스 없이도 사랑을 할 수 있다.]

명희는 혼자서 달아올라 나의 몸을 마구 문질러댔다.
그리고, 나의 온 몸을 그녀의 타액으로 덮어 버리고는 나의 성기를 보물마냥 받쳐들고는 미친 듯이 빨아댔다.
아직 주눅이 들어 있던 나의 성기를 입안에서 이리저리 돌리면서 애를 태웠다.
그러면서 양손으로 나의 가슴, 배, 그리고 음낭까지 만지고, 때리고, 긁고, 쓸어가며 나의 정욕을 일으키려고 했다.
처음에 아무런 반응이 없던 나의 몸도 서서히 그녀의 수고로움에 응답을 보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내 성기가 그녀의 입안에서 서서히 부풀어 오르자 그녀의 혀는 반가워하며 더욱 강렬하게 나를 흔들었다.
그녀는 더욱 정열적으로 나의 몸을 연주했다..
나는 천정을 쳐다보며 말없이 그냥 누워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내 기둥을 강하게 감싸고는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 배를 쓸었다.
그녀의 유방이 내 허벅지를 마구 긁어 댔다.
그녀의 기다란 손가락은 나의 기둥을 훑어 내렸다.
한참을 나의 사타구니에서 얼굴을 흔들던 그녀가 고개를 들고는 천천히 내 음모와 배꼽을 혀로 핥으면서 올라 왔다.
그리고는 내 기둥을 잡고 자신의 동굴에 가져가 끝을 살짝 비벼댔다.
내 기둥 끝에 이미 그녀의 애액이 묻어 미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의 기둥을 천천히 동굴로 밀어 넣었다.
나의 기둥이 다시 한번 그녀의 동굴로 힘겹게 들어 서고 있었다.
꽉 조여지는 느낌에 누워 있던 나의 고개가 절로 들렸다.
그녀는 동굴로부터 전해지는 충만감에 몸을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음탕한 동굴은 나의 기둥을 뿌리까지 삼켰다.
그녀가 특유의 비명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아무 움직임이 없이 그냥 위에 앉아서 내 성기가 그녀의 몸에 박혀만 있는데도 그녀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아욱..아욱… 아..”
그리고는, 점점 빠르게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더욱 미쳐 가고 있었다.
나의 머리에는 이제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런 고민도 없었다.
단지 그녀의 비명 같은 신음소리만이 가득 차 있을 뿐..
내가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잡자 그녀가 내 손을 잡고는 자신의 가슴을 마구 주무르게 했다.
그리고, 나는 미친 듯이 내 위에서 움직이는 그녀의 동굴과 나의 기둥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서 그녀가 민감해 하던 부분을 마구 문질렀다.
손가락이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했을까 ?
어느 순간 움찔 하며 그녀의 샘물이 왈칵 쏟아 졌다.
그리고, 그녀는 어린애 울음소리 같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허리가 앞뒤로 좌우로 맷돌을 돌리듯 굴려댔다.
나의 허리 아래를 끊어 버리려는 듯이 비명을 질러대며 허리를 돌렸다.
“어흑..어흑..”
그녀의 신음소리가 율동에 맞춰 터져 나왔다.
나의 허리가 그녀의 열정에 부응하듯 서서히 움직였다.
내가 가슴을 주무르고 허리를 움직일 때 마다 그녀는 또다시 샘물을 토해내면서 비명을 질렀다.
내 가슴에 그녀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녀의 가슴이 내 몸에 닿아 으스러지도록 끌어안고는 미친 듯이 허리를 쳐댔다.
그녀의 몸이 휘면서 다리가 하늘로 들리고, 몸이 공중에 뜬 것처럼 들렸다.
나의 성기가 그녀의 동굴을 쑤시는 것에 맞추어 그녀의 몸이 구름에 떠 다녔다.
그녀의 샘물은 나의 성기를 타고 흐르며 그녀의 음모와 나의 음모를 적셔 주었다.
그녀의 입술이 내게 부딪혀 왔다.
내 성기를 감싸 쥐던 그녀의 혀가 나의 혀를 감싸 쥐고는 돌기 하나하나를 느끼듯 천천히 쓸어갔다.

“!”
그 순간..
내 후각 세포에는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미미하게 떨리는 향기를 느꼈다.
그녀의 고개가 나의 공격에 들리며 신음소리를 내 질렀다.
그녀의 가슴 사이에서 또 다른 향기가 느껴졌다.
여자의 냄새.. 그것이었다.
그녀의 몸에서 여자의 살 냄새가 천천히 짙어 지고 있었다.
그녀는 내 위에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쾌락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아아악..아.. 아.. 하아..”
나는 순간 흥분감이 높아 졌다.
숨을 헐떡이며 내가 그녀의 상체를 움직이지 못하게 꽉 틀어쥐고는 허리를 미친 듯이 휘두르자,
그녀는 다시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내지르면서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가슴이 내 가슴에 닿아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비트 수 빠른 음악처럼 쿵쾅거리며 뛰는 그녀의 심장이 나의 심장과 서서히 동조되기 시작했다.
내 위에서 그녀는 머리를 흔들면서 밀려오는 쾌감을 주체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놓아 주지 않고 더욱 강하게 그녀의 동굴을 쳐 댔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의 귀를 쳐 댔다.
“아악아악아악..아아악..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팔이 나의 머리를 미친 듯이 감싸 쥐었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절정의 순간이 다가옴을 느끼고는 더욱 강하고 빠르게 그녀의 동굴에 나의 기둥을 쑤셔 넣었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나의 정액이 기둥을 타고 그녀의 깊숙한 곳까지 튀어 들어갔다.
“하아악”
내가 사정하는 순간 그녀의 눈이 커지고, 몸이 뒤로 휘면서 뻣뻣하게 굳어졌다.
그러나 그녀의 동굴은 그 순간에도 미친 듯이 경련을 하며 나의 정액을 마셔대고 있었다.
그녀의 양 손이 내 어깨에 힘을 주며 허리를 뒤로 젖히고 있었고, 그녀의 다리는 개구리 다리처럼 내 몸 위에 겹쳐 놓은 상태로 나의 마지막 정액이 그녀의 몸 안으로 튀어 들어가며, 몸을 울리던 경련이 멎을 때까지 그렇게 있었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움직임이 줄어 들면서 들렸던 허리가 바닥으로 내려오자 힘이 풀린 듯 내 몸 위로 스르륵 무너져 내려 왔다.
그리고, 아직도 여운이 남는지 내 귀에 헉헉거리고, 앙앙대며 마지막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힘이 빠졌는지 내 성기를 그녀의 몸에서 뺄 생각도 하지 않았고, 나 역시 그냥 그녀의 몸이 내 위에서 꿈틀대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잠시 후 줄어든 나의 성기가 그녀의 동굴에서 힘없이 빠져 나왔다.
그리고, 내 몸 위로 정액과 샘물이 축축하게 흘러 내렸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숨만 헐떡거리고 있었다.

한참 후에 그녀가 스르르 흘러내렸다.
내 옆에 누운 그녀는 말없이 여전히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나는 내 몸에서 그녀가 내려왔는데도 몸이 움직여 지지 않았다.
그리고, 목에서 심한 갈증이 느껴졌다.
그녀는 내 몸을 건드리지 않았다.
뭔가 주섬주섬 집어 드는 소리가 나고는 방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나가는 데도 나는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냥… 누워 있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한동안을 움직이지 못한 채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날은 토요일이었다.
몸을 일으켜 겨우 일어난 나는 방을 둘러 보았다.
이불은 온통 엉망으로 흩어져 있고, 여기저기 누렇게 나의 정액과 애액이 마른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내 몸에 흘러 내리던 정액도 끈적하게 굳어져있었다.
그리고, 조금 후 누나가 퇴근을 해서 들어 왔다.
많이 피곤한지 내가 일어난 것을 보고는 아침밥을 먹었는지 물어보고는, 피곤한 얼굴로 누나 방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까지도 나는 엊저녁의 일들이 아직도 멍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윗채 부엌으로 가서 물통에 물을 받아 놓고는 아침부터 목욕을 했다.
옷을 다시 벗고 물에 들어가기 전에 나의 늘어진 성기를 바라봤다.
사랑 없는 섹스란 이런 것인가?
또다시 예상했던 허무함이 물결치고 있었다.

며칠 후, 개학을 하고 고3을 향한 한 발을 더 내디뎠다.
개학 후에 한동안 나는 학교에서 방학 동안 있었던 일들로 인해 우울한 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곧이어 봄방학이 되었다.

봄방학이 시작되면서 나는 고3을 피부로 서서히 실감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에 빠졌다.
아직도 경희와 누나와의 관계는 정리가 되지 않고 있었고, 명희의 이상스런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한동안 몰입해 있던 비디오나 만화도 끊고, 공부를 위해 내 방에 있던 불필요한 것들도 모두 골방으로 가져다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아침에 시장을 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저녁 출근시간에 늦게 누나가 잠에서 깼다.
나보고 좀 깨워 주지 않았다고 원망을 날리면서, 늦었다고 어수선하게 난리를 치면서 내 저녁도 챙기지 못하고 공장으로 갔다.
누나가 출근하고 난 뒤, 나는 하루 종일 책 정리에 내 방 정리를 하느라 진이 빠져있었는데, 피로도 풀 겸 몸도 녹일 겸 목욕을 하기로 했다.
김이 올라오는 물통 속에 몸을 밀어 넣고는 눈을 감고 천천히 여러 가지 일을 다시 생각했다.
그러다가 명희의 생각이 문득 들었었다.
명희는 나에게 뭔가 이야기 하지 않은 게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뭔가 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뭘 원하는지 알아야 어떻게라도 해 줄 텐데..

그때 밖에서 누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온 거지?’
나는 물통에서 나와 부엌 문틈으로 누구인지 살폈다.
명희였다.
그녀는 내가 방에 없는 것을 보고는 두리번거리다가 문틈으로 보고 있는 내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는 윗채 부엌 쪽으로 걸어왔다.
“오래 걸려?”
“조금요..”
“할 말 있는데..”
어제 보단 사뭇 나긋나긋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라앉은 목소리다.
“좀 있다가 오시면 안돼요? 지금 목욕 중인데..”
나는 다시 물통 속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그런데 그녀가 부엌문을 살며시 열었다.
가득 차있던 김이 문을 열자 바깥으로 빠져 나가고 차가운 바람이 들어 왔다.
그녀는 부엌 문을 소리 없이 닫고는 내가 물통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보면서 아궁이가 있던 곳으로 가서 앉았다.
나는 물통 속에 몸을 넣은 채 소리를 죽이며 좀 짜증스러운 투로 말했다.
“나중에 말하시면 안돼요?”
“지금 하고 싶은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 하고 싶으신 거죠? 왜 늘 그렇게..”
“경희 이야기야..”
그녀가 내 말을 잘랐다.
경희의 이야기란 말에 뜨끔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통속에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도 날 바라보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경희 임신했다가 중절수술 받았어. 그건 알고 있었겠지?”
내가 말 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게 누구 애인지도?”
난 역시 고개를 끄떡였다.
“아닌 것 같은데..”
그녀가 내게 이상한 말투로 이야기 했다.
그녀는 내가 그 집의 사정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경희가 누구 애라고 이야기 하던?”
나는 말을 꺼내기가 싫었지만 경희에게 들은 데로 말했다.
내 말을 다 듣더니 명희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한 숨을 쉬며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그거 거짓말 인 거 몰랐어?”
“??”
“앙큼한 년.. 끝까지 속을 썩이고..”
그녀는 날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말을 했다.
“그거 네 애기야”
“!!”
“울 아빠.. 아니 아빠 같지도 않은 인간이지만.. 그 인간.. 중절 수술한지 오래됐어.”
머리가 핑 돌았다.
갑자기 내가 몸을 담그고 있던 물통의 물들이 흔들거린다고 느꼈다.
“그 전부터 그 인간 나한테도 똑 같은 짓을 해왔어. 애를 가졌다면 그년 보다 내가 더 많이 가졌을 꺼야.
난 그 인간 때문에 한동안 학교 때려치우고 술집에 나간 적도 있고..”
그녀가 담배연기를 뿜어 내게 날렸다.
“그래도 애비라고 지 딸년이 어디서 임신을 해오니까, 술 쳐먹고 그렇게 난리 부리다가 딸년 칼에 맞아 죽은 거지 뭐.”

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아니 하나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녀의 모든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 하고 싶었다.
명희는 날 보고는 계속 이야기 했다.
“경희 그 년.. 널 엄청 좋아하긴 하나 보네.. 너한테 그런 이야기 하나도 안 한 걸 보면..”
나는 경희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나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물통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희 지금 어디 있어요?”
명희는 날 쳐다 보고는 약간 비웃는 듯한 웃음을 보였다.
“경희 지금 어디 있냐구요!”
내가 다시 묻자 그녀는 천천히 말을 했다.
“병원 갔어..”
“병원엔 왜..”
명희는 나를 보면서 또 한 숨을 쉬었다.
“너한테 수술 받은 것도 제대로 이야기 안 했나 보네..”
나는 명희를 쳐다 봤다.
“전번에.. 낙태하면서 걔 임신 못하게 됐어… 영원히..”
명희가 담배를 비벼 끄면서 말했다.
“전번에 수술은 자궁 들어 내려고 한 수술이야”
나는 더 이상 서있을 수가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너무 아득해서..난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명희는 한 숨을 쉬며 일어나서는 부엌문을 열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난 어쩌면 좋지?
수백 가지 생각들이 쏜 살처럼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내 몸을 오들오들 떨게 만들었다.

명희가 나에게 수건을 던져주었다.
“안방으로 와.. 아직 할 얘기 남았어..”

머리 속에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나는 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도 모른 채 안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명희는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시 담배를 꺼내 들었다.
그때, 그녀의 손이 바르르 떨리고 있는 것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나는 그 앞에 힘없이 앉았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내가 왜 너랑 잤는지 알아?”
나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만 힘없이 고개만 저었다.

“만일 내가 임신을 했다면.. 넌 망가졌을 꺼야..”
나는 이미 받은 충격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뒤섞여서 말을 못했다.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 콱 막히는 느낌이 들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명희는 몸을 가늘게 떨면서 나를 쏘아봤다.
“난 네가 너무 미웠어.. 경희를 그렇게 만든 것도 미웠고.. 아무것도 모른 채 경희랑 그렇게 지내는 것도 난 싫었어.”
그녀의 눈에 독기가 서려 있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나를 향해 그 동안 가슴에 쌓여있던 모든 말들을 나에게 쏟아 냈다.
“네가 저질러 놓은 일 때문에 우리 엄마가 그렇게 된 것도 원망스러웠고.. 너 때문에 경희가 평생 여자구실 못하게 된 것도 너무 원망스러웠어.. 하지만, 나나 경희나 너에게 뭐라고 보상 받을 수도 없어.. 이미 모든 게 끝난 상황이었으니까”
나를 보던 그녀의 눈빛이 조금 일그러지면서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가 한번 훌쩍이면서 내게서 고개를 돌리면서 힘겹게 말했다.
“그래서… 난… 난… 너를 어떻게든 유혹해서.. 네가 날 임신시키면.. 그걸로.. 널 죽을 때까지 고통을 주려고 했어.. 그런데… “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면서 울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말을 잊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 격정에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그녀의 가슴에서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는 막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떨면서 울었다.
난 비참하고 처절한 마음에 뭐라고 말 한마디 못한 채 가슴에 뭔가가 콱 눌린듯한 느낌을 받았다.
경희 생각이 났다.
경희의 얼굴이… 나한테 장난 치며 웃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 하던 그 때가 떠올랐다.
기억 속에서 그녀의 붉어진 눈을 보는 순간 내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아.. 경희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나에게 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그러면서도 늘 내게 웃으면서 그럴 수 있었을까?’
나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방 바닥에 떨어져서 형광등 불빛에 번들거렸다.
명희는 눈물을 닦으면서 힘겹게 감정을 추스르고 말했다.
“경희한테 미안하다고 해.. 그리고 고맙다고 해..”
명희는 다시 날 보면서 말했다.
그녀의 눈은 이미 눈물로 얼룩져서 더욱 우울해 보였다.
그녀는 계속 훌쩍이면서 말을 했다.
“걔가.. 내가 너랑 잔 것을 알고는 어떻게 내 생각을 알았는지 울면서 날 말리더라.
자기는 너한테 빚진 것 없으니 그냥 두라고..
하지만 난… 앞으로 몇 번이던 간에 너의 씨를 받아서 어떻게든 그러려고 했어.
그리고, 영원히 애기 가지지 못하는 우리 경희.. 불쌍한 우리 경희 대신에..
내가 어떻게든 해 주고 싶었어. ”
그녀의 울음이 다시 터져 나왔다.
나는 명희 곁에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당시는 충격 때문이었는지 말이 나오지 않고 입만 벙긋거렸다.
미안했다.
아니…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그녀가 너무 불쌍하고, 애처로웠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계속 눈물만 흘렸다.
속 울음을 울며 몸을 떨던 명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내 무릎에 엎어져서는 ‘엉엉’ 소리를 내면서 울기 시작했다.

하나님.. 부처님.. 조물주여.. 당신들이 정말 존재 한다면..
왜.. 경희 같은 아이에게 그런 벌을 주십니까?
나는 종교를 믿지도 않았지만.. 그 순간 하늘에서 인간사를 주관하는 그 어떤 신이든 모두가 원망스러웠다.
세상이 모두 거멓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한참을 울고 있던 명희와 같이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다음날 나는 눈을 뜨고는 곧장 경희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병실에 들어서서 자고 있는 경희를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그녀의 옆에 가 앉아서 자고 있던 경희의 가냘픈 손을 잡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미안해.. 나 때문에.. 내 욕심 때문에.. 미안해.. 정말..”
나는 그녀의 침대에 머리를 묻고는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나는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눈물만 흘렸다.
내가 그녀의 손을 만지면서 울자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날 보고는 베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 오빠가 미안할게 뭐 있어.. 같이 저지른 짓인데..”
난 그녀를 보고 너무 미안하고 너무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래도.. 나만 안 그랬으면,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네가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 꺼 잔아.”
경희가 다른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쓸었다.
“오빠는 아무 잘 못 없어. 다 내가 잘못한 거지.. 울지마..응”
나를 끝까지 위로 하는 그녀에게 나는 머리를 들 수가 없었다.
그날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나 혼자서 그 많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하지만, 내가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경희에게 무엇도 할 수가 없었고,
명희를 위해서도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고, 너무 슬펐다.
문득 정말 명희를 임신시켜서 부모님께 돈이라도 어떻게든 타내서 그 집에 주고 싶었다.

나 혼자 고민에 혼자 슬픔에 쌓여서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자고 있던 누나가 내 방문을 열고는 나를 쳐다봤다.
“너 무슨 일 있니? 어제부터 정신 나간 애 마냥..”
나는 누나의 얼굴을 보자 속에서 쌓여 있던 두려움과 공포가 한꺼번에 몰려 나왔다.
나는 누나에게 달려가 누나를 붙잡고는 펑펑 울었다.
누나는 출근을 하려다 말고 이유도 모른 채 나를 토닥거리면서 달래어 주었다.

나는 다음날 누나가 퇴근해서 돌아올 때를 기다렸다가 이 사실들을 말했다.
처음 누나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시계를 거꾸로 가게 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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