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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37 603회 0건
"돌아가서 전하세요. 당신과 나의 인연은 그 날 이후로 완전히 끝났다구요."
경화는 자신을 찾아온 이에게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맹주님은 당신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경화는 어이가 없었다. 애타게? 과연 애타게 찾고 있을까? 자신에게 한일을 생각하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저는 무림맹으로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니 그렇게 아세요."
"하지만....."
"더 이상 말하게 하지 마세요."
경화를 찾아온 이는 결국 포기하고 돌아갔다.
청기루에 일이 있어 처리해주고 오는 길이던 풍운은 누군가가 자신의 집에서 나오는걸 보았다. 흰옷에 검을 차고 있고 등에는 武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무림맹에서 나온 사람인 것 같았다. 풍운은 무림맹 사람이 집을 잘못 찾아온 것으로 생각했다.
풍운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경화가 풍운을 반겨주었다. 그러나 경화는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풍운은 아까 온 무림맹사람과 지금 경화가 눈시울을 붉히는 이유를 연관지어서 생각하지 못했다.
"무슨일이 있었느냐?"
경화는 자신의 눈이 붉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재빨리 등을 돌렸다.
"아닙니다. 바느질 하다가 손에 바늘을 찔려서 그럽니다."
"조심하거라. 너는 이미 너만의 것이 아님을 앓아야한다."
풍운에 말에 경화는 가슴에 찡하는 것을 느꼈다. 풍운이 자신을 인생에 동반자로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 기뻤다. 너무나 기뻤다. 아까 자신을 찾아온 불쾌한 이는 잊을 정도로 기뻤다.


천하제일가로 불리는 남궁세가. 지금 이곳에서 지금 두 남자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아니 한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보고를 한다고 해야 어울릴 것이다. 왜냐하면 한 남자는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고 있고 다른 남자는 무릎을 꿇고 있기 때문이다.
"뭐라고! 지금 그걸 나한테 보고라고 하는 거냐! 그 계집을 억지로라도 끌고 와야지."
지금 말하는 남자는 남궁세가의 장남 남궁혁. 무림에서 사룡중에 일룡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으는 남궁혁이었다. 무림에서는 무림을 이끌어갈 후기지수들을 용에 비교해서 불렀다. 강호에는 사룡이 있었는데 그 중에 으뜸인 일룡을 남궁혁이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차기 무림맹주로 불리며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그였다.
"....."
무릎을 꿇고 있는 사내는 낮에 경화를 찾아간 그였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경화의 아버지인 무림맹주가 보낸 게 아니고 남궁혁이 보낸 거란 말인가!
"키키, 오늘은 그 계집을 찾은 것만으로 만족하지. 어차피 그 계집은 내 손안에 있으니까. 5년이 지났지만 고 계집의 속살맛은 잊혀지지가 않아. 킬킬."
5년전 경화를 강간한 이는 바로 남궁혁이었다.




달빛이 시린 한밤중. 검은색 일색인 차림을 한 남자들이 풍운에 집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들은 상당히 빠른 경공을 쓰며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남궁혁이 보낸 이들이었다. 이들은 지금 경화를 데리러 가고 있는 것이다. 데리러 간다고 하는 것보단 납치라고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들이 경화를 설득해서 데려간다면 검은색 복장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3호는 뒷문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봉쇄하라."
"예."
"2호는 나를 따른다."
"예,"
검은색 복장의 그들은 발소리를 죽이며 풍운에 집으로 다가갔다.
똑똑
"누구세요."
경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제대로 집을 찾아 왔다는 신호를 주고 받았다.
딸칵
문이 열리고 경화의 모습이 들어났다.
"가가에요? 읍...음음음"
1호는 미리 준비해둔 수면약을 경화에게 먹였다. 경화는 몸에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1호는 즉시 경화를 업었다.
"즉시 철수한다."
"예."
"예."
그들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빠른 경공을 쓰며 남궁세가로 향했다.


풍운은 집 문이 열려있는걸 보고 무슨 일이 있나 의문이 들었지만 단순히 문이 열린 거 가지고 민감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는 자신을 반겨줄 경화가 없었다.
"장보러 나갔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풍운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몇 시간이 지나도 경화는 돌아오지 않았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던 아니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던 풍운은 점점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것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요즘 인신매매단이....... 아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만 야기 시킬 뿐이다. 하지만... 하지만.... 자꾸 불길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구나."
경화를 기다리다 지친 풍운은 온 마을을 뒤지며 돌아다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결국 열흘이 흘렀다. 그러나 경화를 찾을 수는 없었다. 경화를 봤다는 사람조차 없었다.


경화는 긴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날 때 극심한 두통이 있었긴 했지만 지금 문제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곳은 어디지?"
자신과 풍운의 집은 이런 멋진 집이 아니었다. 멋진 장식들도 없었고 웅장한 가구들도 없었다.
"그 때 분명 문을 열고..... 그 때부터 기억이 나질 않아.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그 때 누군가가 문을 열었다.
"일어났군."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차가운 인상의 남자였다. 경화는 낯익은 얼굴이었지만 생각이 나질 않았다.
"이곳은 어디죠?"
"내 집이다."
"제가 왜 이곳에 있는거죠?"
"내가 원했기 때문이지."
상대의 대답에 궁금중만 더욱 커져갔다.
"이거 오랜만의 만남인데 너무 딱딱한 대화만 나누는 거 아닌가?"
오랜만이라니? 경화는 이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설마 내 얼굴을 잊어 먹은 건가? 내 이름을 말해줄까?"
경화는 저 남자의 얼굴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가장 떠올리기 싫은 어린 시절의 기억. 아니 떠올려선 안되는 기억. 이미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그 얼굴.
"남궁혁."
"꺄아아아아."
경화는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옆에 꽃병이 보였다. 경화는 그것을 집어서 남궁혁에게 집어 던졌다. 그러나 그것을 남궁혁은 너무나도 쉽게 피해 버렸다. 경화는 다시 옆에서 집어던질게 없나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어떻게 해서든지 저 남자를 죽여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차지했다.
"사라져!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크하하하."
남궁혁은 경화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경화의 두손을 꼼짝 못하게 잡았다.
"더이상의 앙탈은 용서 못해. 내 말 알아들어? 너는 이제 나의 소유물이 된거야."
남궁혁은 이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경화는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다시는 안볼줄 알았는데. 이젠 기억에서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풍운의 품이 그리웠다. 따뜻한 그의 품이 그리웠다.
"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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