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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51 784회 0건
다시 시작. - 3 -

방 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고,

우리의 몸이 스치는 소리,

우리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옅은 신음소리들만이

벽 이곳 저곳으로 튕겨 웅웅거리고 있다.

그 적막감 속에서의 숨소리는 필요이상으로 크게 울려대곤 해서

흥분을 고조시키고 있고,

그의 작은 입맞춤 하나에도 내 몸은 견딜 수 없는 자극인양 꿈틀대곤 한다.

반쯤 몽롱한 정신에서 몸이 견딜 수 없을만치 달아오르고

몸 전체가 중력의 영향을 벗어나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아래층에서 홀짝대며 마신 샴페인 몇 잔이나, 달콤한 블랙러시안 두 잔 때문은 아닌 듯 하다.

색다른 분위기에서의 긴장이 풀린 탓인가..

" 지훈씨.. 나 .. 너무.. 이상해... 미치겠어... 내가 아닌거 ...같애.... "

그의 얼굴에서 읽어내기 어려운 표정이 스쳐간다.

나의 그 말을 즐기는 듯 하다.

" 아까 준 보리차... 맛있었어.. ? "

문득 하나의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어쩐지.. 이런 곳에 난데없이 생수도 아니고 보리차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 이상스럽기는 했었다.

처음 경험해보는 약기운에 몸을 내 맡기니,

전에는 한번도 느낄수 없었던 예민한 감각들이 모조리 되살아나는 듯 하다.

그는 내 몸에서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모든 이물질을 걷어내 버린 후

입술에서부터 점점 아래쪽으로 키스를 해 나가기 시작한다.

간간이 섞여지는 혀놀림이 더할나위 없는 쾌락을 불러오고,

감은 내 두 눈 위로는 사방에 낯선 공간이 펼쳐진다.

처음, 푸르스름한 빛으로 둘러싸여 있던 공간은

차츰 희미하게 물건들의 모양이 갖춰지기 시작하더니,

나는 어느새 열대식물들로 가득한 정원 한 가운데에 누워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혀가 끊임없이 내 몸을 ?아오고 있고,

나는 그 손길에 몸을 내맡기고 감각이 이끄는 대로 몸이 요동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머리칼은 하나같이 위로 솟아오른 듯 하고

맨 몸 위의 살결을 따라 싸아한 공기가 흘러다니고 있는 것 같다.

소름이 돋는 듯한 그 느낌에 부르르 떨면서도

내 몸은 그 감각을 즐기고 있다.

바닥으로 녹아들어가는 것 같은 내 머리와 함께 의식은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고

온 몸에 미친듯이 살아있는 감각들만이 내가 깨어있노라고 외쳐대고 있다.

그 때 였다. 갑작스레 나의 음부를 깨물어 대는 어떤 것에 놀라 퍼뜩 눈을 떠 보니,

내가 누워 있는 곳은 정원이 아니라 거울로 둘러쌓인 깨끗한 방이었다.

한 순간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환영이 모두 사라졌음에도

그 몽롱한 느낌만은 여전히 나를 붙잡아 매놓고 있다.

눈을 뜨고 보니, 천정의 거울로 그와 나의 전신이 비춰지고 있다.

내 둔덕 아래에 얼굴을 묻고 움직여 대는 그의 뒤통수와

그에 따라 움틀거리는 등의 움직임,

아담하게 튀어나온 매력적인 엉덩이,

운전하는 내 훔쳐보던 그의 허벅지 근육들은 고스란히 알몸을 드러내고 있고,

내게서 떨어질 줄 모르고 움직여 대는 그의 알몸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나는,

곧바로 현실감각을 놓쳐버리고 만다.

마치, 포르노 비디오를 찍어대고 있는 배우들처럼

우리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거울에 잡혀 동시상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묘한 분위기에 부끄러움 보다는 흥분이 먼저 찾아든다.

아니, 부끄러움이란 놈은 지하감옥에 갇혀있기라도 한 양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점점 뜨거워지는 나의 아랫도리는 그를 요구하고 있다.

텅 비어있는 질 속을 가득 메우는 그 느낌을 어서 달라고, 그에게 매달려 졸라대고 있다.

내 몸은 머리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그 격정적인 쾌락을 즐기느라

그의 얼굴 언저리에서 이리저리 움직여대고 있고,

그는 배가 된 나의 흥분을 즐기는 듯 사타구니에서 떠나질 않고 즐기고 있다.

" 아으.. 나... 하고..싶..어... "

그러나 그는 올라올줄 모르고, 보드라운 살들을 ?고 빠는 데만 집중해있다.

" 아.. .못 참겠단 말야.. 제..발... 어?....제발...좀... 아아... "

간절한 요구가 몇 번이나 더 이어진 후에야 그는 서서히 내 위로 올라와

키스를 하며 엉덩이를 내쪽에 밀어 넣는다.

나도 그에게 짜릿한 애무를 해주고 싶다, 그의 물건을 잡고 미친듯히 ?아대고 싶다.

하지만, 나는 나를 둘러싸고 계속되는 쾌락의 흐름이 끊길까 두려워 이내 그를 받아들이고 만다.

그가 내게로 들어오는 동안, 어떤 거대한 우주선이 내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느게 현실이고 어느게 환영인지 이젠 분간할 수도 없다.

(사실 분간하고 싶지 않. 다. 는. 것이 더 솔직할 지도 모르겠다... )

내 위에서 그의 움직임이 계속되는 동안 내 눈은 천장의 거울에 붙박혀있다.

그와 내 몸이 벌이는 절묘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나는 그를 일으켜 앉히고, 그의 위에 올라 탄다.

엉덩이를 서서히 들어 귀두만을 남겨놓고 그를 내게서 몰아낸뒤

서서히 엉덩이를 그에게로 눌러대자 그의 몸이 쑤욱. 하고 내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쾌락이 등줄기를 따라 흘러다닌다.

나의 움직임은 점차로 빨라지고, 그의 숨결은 거칠어 진다.

우리의 오른쪽 옆으로 펼쳐진 웨이브진 거울에는 고스란히 우리의 몸이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거울의 굴곡 탓인가, 우리의 몸은 부분부분이 일그러져 보이고,

그것은 또다시 나의 내면을 환영의 세계로 이끌어 들인다.

공간도 시간도 느낄 수 없는 곳에서, 한껏 고조되어 있는 감각만이 우리를 이끌어대고 있다.

내 몸의 움직임은 갈수록 거칠어 지고,

상체가 저절로 뒤로 휘어지면서, 감각은 최고조를 향해 치닫는다.

둔덕에 몰려있는 피들이 제멋대로 뒤엉켜, 통제되지 않는 한 무리의 동물떼처럼 나를 휘젓고 돌아다닌다.

하아.. 하아...

그의 물건이 나의 속을 가득 메워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의 입에서도 나의 입에서도 주체할 수 없는 신음들이 연달아 튀어 나온다.

하아.. 하아.. 오우, .........어........어.........................

.

아.

내게서 맑은 물이 물컹 하고 쏟아져 내린다.

우리가 맞닿은 그곳에 뜨듯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내 안에 무사히 사정을 마친 그 역시 황홀한 표정을 그대로 얼굴에 머금고 있다.

우리는 다시 서로를 뜨겁게 끌어안은채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앉아있었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나에게 리본이 매여있는 작고 넙적한 상자를 하나 주었다.

혼자 있을 때 보라는 당부가 의미심장하다.

집에 와서도 나는 별장에서 있었던 그 일이 머릿속에 맴돌아 잠을 이룰수가 없다.

한참을 뒤척이던 나는 그가 준 영화CD를 기억해 내고 컴퓨터를 켠다.

상자 속에는 작은 메모가 한 장 들어있다.

< 원본이야. 복사본은 없으니 가슴 졸이지 말구, , , 사랑해. >

???

뭐지?

영화가 시작된 화면에는 ,

방 안으로 들어서던 우리의 모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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