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화장대 위에 그의 명함이 보인다.

일주일째 저렇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명함 위로 얇은 먼지가 한 켜 내려앉아 있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왠만하면 cd 나 카셋트를 트는 편인데, 요즘은

제 멋대로 아무 곡이나 흘러나오는,

간간이 다른 사람의 사연도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내내 틀어놓고 있다.

명함에 눈길이 한동안 멈춘다. 명함을 들어 손으로 먼지를 ?어낸다.

갑자기 그가 보고싶어진다. 좀 당혹스럽다.

명함을 다시 내려놓고 이것 저것 끄적여대고 있지만

그놈의 명함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다시 화장대로 향해 전화기를 연다.

번호를 하나하나 누르고 벨소리를 기다린다.

청량한 음악소리가 들린다. Don"t worry, Be happy 의 전주곡 휘파람 부분이다.

은연중에 그 노랠 따라 부르다 갑자기 튀어나온 남자의 목소리에 흠칫 놀란다.

" 네 , 이지훈입니다. "

다소 사무적이다.

" ... 안녕하세요 ? "

" 음.. 아 ! 예... 전화하셨네요.. 안하시는 줄 알고 포기해야하나 생각중이었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포기 했다는 말은 아니구.. "

그가 횡설수설하는 것 같다. 귀엽다.

" 저. 해 뜨는 것 좀 보여주실래요 ? "


,


그는 한 시간을 달려 내게로 왔다.

어디로 갈까요..하는 물음도 없이 어디론가 다짜고짜 운전해 나간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끌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편안하다.

30 여 분을 아무 말도 없이 달리다가

그의 손이 내 손등으로 와 포개진다.

나는 물끄러미 그의 손등을 바라본다. 세심해 보이는 손이다.

내게서 아무런 거부 반응이 없자 그는 손을 꼬옥 잡으며 기어봉 위로 살며시 올려놓는다.

그리고는 내 손을 조심스레 만져댄다.

그 손을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자니 마음이 설레인다.

그의 손등에 살짝 입을 맞추고 싶다.

하지만, 아직 이르다. 마른침을 삼키고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


해안으로 늘어선 길을 따라 한참을 달렸다.

그는 한 곳에 차를 대고 내 손을 이끈다.

9월의 새벽인데도 간간이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는 모래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나란히 앉았다.

지나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다정해보인다.

"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겠지요 ? "

" 전.. 아직 마음을 비우지 못했어요... "

" 괜찮아요 "

" 전 그다지 얌전한 여자도 아니구요... "

" 괜찮아요 "

" 고집도 정말 센데.. "

" 괜찮아요.."

" 뭐가 그렇게 괜찮아요.. "

" 괜찮아요 "

훗. 그도 따라 웃는다.

그와 눈이 마주친다. 그가 내게로 다가온다. 난 살며시 눈을 감는다.

포근한 입맞춤이 이어진다.

잠시후 여기저기 술렁이는 소리가 들린다.

해가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말없이 한 곳을 바라본다.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이 실로 장대하다. 그 위엄은 누구도 깨뜨리지 못할 것 같다.

그래.. 날마다 태양은 떠오르지..

나도 다시 떠오를 거야. 한번에 안되면 날마다 떠올라서 높은 곳으로 올라갈거야.

두고봐. 네가 날 버렸어도 난 다 떨쳐낼거야.

넌 너대로 잘 살아. 난 나대로 정말 잘 살거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내 옆에 앉은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이사람에게 이렇게 기대어도 되나..

이 사람에게 죄를 짓고 있는 건 아닐까...

태양은 이미 반 가까이 떠오르고 있다.

나는 그의 손을 이끌며 일어선다.

" 왜... 벌써 일어나게요... ? "

" 내가 안 봐도 별 탈 없이 잘 떠오를 거거든요. "

그가 웃는다.


,


그가 물을 트는 소리가 들린다.

눈꺼풀이 뻑뻑하다. 밤을 지샌 피곤이 몰려오나 보다.

나는 망설이고 있다.

오늘, 그냥 아무 일 없이 팔베개를 하고 잠을 청할까..

그러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기도 하다.

한참을 고민하다, 이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살며시 옷을 벗어 내리고, 그가 있는 욕실 문을 빼꼼이 연다.

그가 흠칫 놀라며 엉겁결에 뒤돌아선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가 다시 내게로 돌아선다.

따뜻한 눈으로 웃고 있다.

내 몸으로 흐르는 시선이 느껴져 얼굴이 달아오른다.

나는 그의 앞에 선다.

그는 샤워기를 내게 향한다.

그의 몸에는 이미 물방울이 방울 방울 맺혀있다.

어깨위로 흘러내리는 따뜻한 물결이 나를 기분좋게 감싼다.

옆에 비누가 보인다. 비누를 집어 양 손 가득히 거품을 낸다.

내 얼굴 위로 위치한 그의 목에 손을 감싸고 살며시 어루만진다.

흐음..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피식. 그만 내가 웃어버렸다. 그도 따라 웃는다. 둘 다 개구쟁이같다.

나는 손을 서서히 그의 가슴으로 옮긴다. 적당히 단단한 그의 가슴이 느껴진다.

그도 손에 비누칠을 하고 내 어깨를 부드럽게 문지른다.

내 손이 그의 허리로 향한다.

그의 손은 내 봉긋한 가슴으로 내려와 양 손으로 포근히 가슴을 감싸안는다.

그의 손 안에 내 가슴이 쏘옥 들어간다.

그는 가만히 손에 힘을 주었다 풀었다 하며 가슴을 주무르고 있다.

내 손은 그의 허리 언저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다.

그의 손이 한 자리에 멈추더니 엄지 손가락만이 가슴을 힘껏 누르며 작게 잡히는 살을 주물거린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내 거칠어 지는 숨소리를 들킬까 가만히 숨을 죽인다.

그와는 처음이 아닌데도, 쑥스럽다.

그는 손을 풀어 손 바닥을 유두 위로 대더니 둥글게 움직인다.

그의 손을 따라 내 유두가 둥글게 휩쓸린다.

짜릿한 전류가 내 등을 타고 내려가 타일 아래로 사라진다.

점점 딱딱해지며 곤두서는 나의 꼭지가 느껴진다.

손을 내려 그의 엉덩이를 손에 잡은 나는 그 탄력에 심취하며 맛사지 하듯 주물거리기 시작한다.

그는 내 등뒤로 손을 뻗어 등 전체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다.

내 손은 그의 등으로 올라가 다시 그의 가슴으로 향하고

그의 꼭지를 한 차례 꼬집은 후 아래로 향한다.

간간이 그의 몸이 움찔 움찔 거린다.

그의 복부를 지난 나의 손은 배꼽을 거쳐 그의 음모로 내려온다.

까슬까슬하고 풍성한 느낌이다.

나는 머리를 감겨주듯 그의 음모를 비벼주고, 앞으로 쏠아 내리고, 모근부위를 살살 긁어준다.

그의 남성이 갑자기 위로 솟아 내 손목 안쪽에 와 닿는다.

내 손은 이내 그의 기다란 살덩어리로 옮겨진다.

양손으로 그의 물건을 움켜잡았다. 따뜻함이 느껴진다.

손을 번갈아가며 그의 몸에서부터 남성 끝 쪽으로 쓸어내린다.

그의 살 가죽이 내 손을 따라 쓸려내려오는 듯 하더니 이내 단단해져 하나의 기둥처럼 느껴진다.

아아.아.. 그의 신음소리가 얕으막하게 들려오더니

이내 그의 손이 내 엉덩이로 내려와 엉덩이 사이 계곡을 타고 앞 쪽으로 나아간다.

나도 모르게 무릎이 굽혀졌다. 등에서는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이다.

그는 손가락을 판판히 편채 나의 그곳을 앞 뒤로 문질러 주다가

가운데 손가락을 좀 더 내 몸쪽으로 세운다.

내 둔덕에 피가 몰려드는 느낌이 든다.

서서히 그 곳도 뜨거워지고 있다.

나의 음순 사이로 그의 가운데 손가락이 길게 자리한다.

그렇게 앞뒤로 정성껏 손가락을 움직이던 그는 가운데 손가락을 내 그곳으로 살며시 집어 넣는다.

아아..

나는 그의 손을 잡아 제지한다.

그는 내 눈을 한 번 바라보더니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의 양손이 나를 잡고 뒤로 돌린후

바쁜 손놀림으로 내 등을 닦아 내려가기 시작한다.

나는 몸을 그에게 맡긴채 눈을 감고 고개를 약간 든다.

그의 손길이 닿는 부위마다 몸이 말랑말랑하게 변해가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