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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1:09 1,357회 0건
그녀에게 -5-



"현아! 일어나야지. 네가 깨워달라는 2시다."

엄마가 날 깨우시는 소리에 눈을 뜬 나는 잠시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다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약속시간이 세시니까 지금부터 준비하면.... 늦는다.

"아악. 엄마 내가 1시에 깨워달랬자나요!"

"아까 1시에 깨우니까 니가 2시에 깨우라고 했잖아!"

"내가 언제 그런 말을...."

"아무튼 난 니가 원하는 시간에 깨워줬으니까 책임없어!"

엄마의 무책임한 말을 끝으로 나는 세수를 대충하고는 가그린으로 입 속을 한번 헹구고는 바로 달려 나갔
다.

"현아. 밥은?"

"몰라요. 늦었어요!"



난 현관문을 거세게 박차고 뛰어나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전철로 45분 거리라 정말 발바닥에 땀나게...
그거보다 격하게 말하자면 좆나게 달려야 한다는 말이다.

"헥헥헥! 겨우. 제. 시간. 에 도착. 했다."

가까스로 오후 세시에 학교 후문에 도착한 나는 한번 심호흡을 크게하며 숨을 골랐다.

"오빠 여기야!"

예린이는 파란 니트에 초록색 긴 치마를 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런 퀸카가 나보고 아는척을 하자
순식간에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히는게 느껴지는 듯 했다.

"예린아. 근데 이 시간에 왠 일로 날 보자고 한거야?"

"잠깐만. 오빠 땀좀 딱고 얘기하게."

예린은 그러면서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네 내 이마에 땀을 딱아주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손길을 가만히
느낄려고 했지만 주위의 시선이 너무나 많았기에 그녀의 손을 잡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까페 하나를 발
견했다.

"예린아. 저기에 앉자!"

"응."

창가쪽에 자리에 가서 앉자 종업원이 다가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음.. 너 뭘로 할래?"

"전 그냥 커피 주세요."

"그럼 커피랑 레몬에이드 주세요. 그리고 냉수도 가져다 주세요."

"네."

종업원이 가자 예린이는 상당히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빠 나와의 약속에 늦을까봐 이렇게 뛰어온거야?"

"물론이지. 누구와의 약속인데 늦냐! 당연히 시간엄수해야지."

"고마워."

예린이는 그 말을 끝으로 잠시간 아무말도 없었고 나는 그런 예린이를 보면서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았
다. 평소의 예린이라면 조금 활달하고 명랑한 애인데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것이 무슨 일이 있는
듯 싶었다.

"예린아."

"응?"

내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고 할때 종업원이 우리가 주문한 것을 들고 와서 잠시 대화의 맥이 끊겨버렸
다.

"맛있게 드십시요."

나는 냉수부터 시원하게 들이켰고 예린이는 커피를 조금 마시더니 내려놓았다. 그리고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조금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닌가!

"예린아. 혹시 할 말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봐. 뭔데 그래?"

".....오빠..흑!"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했다. 갑자기 당황을 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
았고 주위에 모든 시선이 또 우리에게 모아지는게 아닌가! 아무리봐도 내가 나쁜놈같이 보일수 밖에 없어
보이는 상황인지라 나는 더욱더 당황이 되었다.

"예린아. 무슨일인데 그래? 무슨 일 있어?"

"오빠... 흑흑흑."

답답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그녀가 운다 말인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 기억을 더듬
어 봤지만 그런 일은 결단코 없었다.

"아무래도..... 나 임신같아!"

쾅!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왠 임신? 난 하늘에 맹세코 예린이하고 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없다. 섹스를
한 적이 없는데 왠 임신이란 말인가?

"나, 나는 아, 아니야!"

나는 정말 내 인생에서 이렇게 당황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누가 오빠 아이래? 내가 임신한 것 같다고 했지."

"그, 그래."

근데 예린이가 왜 나한테 다짜고짜 임신했다고 알려오지? 원래 이런건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 하는게 도
리가 아닌가.... 비록 나와 예린이가 친한 사이라고 할 지라도 엄연히 남남인데 이런 일을 알릴 정도 까지
는 아니다.

"왜 이런 얘기를 나에게..."

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그녀는 조금씩 진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 낙태할려고 해. 근데 도저히 혼자서 병원에 못 가겠더라. 그래서 할 수없이 오빠에게 부탁할려
고 했어."

난 정말 그 말을 듣고 애 아비가 누구냐는 소리가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누르며 마음을 가라앉
히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여기서 내가 흥분한 이유가 별로 크지 않았기에 더욱 냉정해질 필요가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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