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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1:38 1,376회 0건
바람의 고향 5



5. 만유인력의 법칙.

바람은 풍차를 돌릴 수 있지만, 풍차는 스스로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다. 내가 풍차라면 사모님은 바람이었다. 열다섯 살 소년이 마음속에 작은 악마를 감추고, 열다섯 살이나 많은 여자를 향하여 이빨을 내보이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리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나 혼자 속으로 간직한 은밀한 음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람 없이 혼자 도는 풍차는 없다. 좋은 스승이 존재하려면 좋은 제자가 있어야하고, 좋은 제자는 좋은 실습 조교도 있어야 한다. 카사노바가 내가 마음대로 정한 스승이라면 사모님은 실습을 담당한 스승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 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모님은 사춘기에 든 내 시선과, 스승님의 가르침으로 보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용암을 간직한 화산이었다. 사모님은 웃을 때나 평시 이야기할 때도 아랫입술을 잘 깨물었다. 그것이 매력이었다. 보조개가 살짝 패이는 미소 또한 매력이었다. 하지만 눈 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간 것이 녹록치 않은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마디로 하자면, 색끼는 넘쳐흐르지만 아무에게나 잘 허락하지 않는 그런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방학이 시작될 때까지는 주말에만 사모님을 찾아갔다. 물론 선생님이 같이 있을 때도 있었다. 사모님의 환상을 사기 위해서 나는 도서실에서 어려운 미술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실제 그림은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이론으로는 웬만한 것은 터득하였다. 사모님은 내가 찾아 갈 때마다 감탄을 하였다. 데상을 한 것을 보고 평도 하여 주었다.
“어쩜, 넌 모르는 것이 없니?”
“너가 미술 선생님 같다. 얘.”
“방학이 되면 나를 도와서 풍경화 그리는 데 따라 가 줄래?”
기다리던 반응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한층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그저 아무 것도 모르는 그런 소년을 가장하였다. 그러면서 사모님의 블라우스나 티셔츠 밖으로 드러나는 얕은 속살을 끝없이 탐닉하고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는 그런 가슴이었다. 가끔 아이에게 젖을 물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 살짝 보이는 뽀얀 가슴은 내 바지 속에 숨은 악마의 제자를 자극하였다.
방학이 되자 선생님 집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늘 집 안에 붙박혀 있는 선생님과 꼬마가 방해였다. 하지만, 그 방해물이 오히려 훌륭한 방어가 될 수 있다고 카사노바 스승을 말했다. 가장 거추장스러운 것이 가장 훌륭한 조력자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올 것 같지 않았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렸다. 그 동안 내 물건은 끝없이 발기했다가, 사그라지는 예비운동을 하고 있었다. 사모님은 그저 내 의도를 모르는 체 나를 반겨 주었다.
방학이 반쯤 지나가고 있었다. 은근하게 불안했다. 하지만 여름 방학이 아니면, 겨울 방학도 있다고 자위했다.

언제나 기회는 기다리면 온다. 그리고 예상하지 않는 순간에 찾아온다. 보통은 그런 기회를 놓치고는 후회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노련한 헌터는 그 순간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무언가 가슴이 울렁거리는 예감이 들었다.
사모님과 이야기는 그림 이야기만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읽은 소설과 일반 상식을 더 자주 이야기했다.
“어쩜, 넌 그런 것까지 다 아니?”
사모님은 그런 나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약간 진한 연애 이야기에도 사모님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내게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사모님이 나 같은 어린 소년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닐까하고 의심을 하였다. 그래서 실험을 하였다. 한 이틀 선생님 집에 가지 않았다. 사모님 얼굴이 눈에 선하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어디 아팠니? 무슨 일이 있었어?”
이틀 뒤에 갔을 때 사모님이 반색을 하며 물었다.
“아뇨, 숙제를 할 것이 있어서, 좀”
“어머? 그래? 그럼 연락이라도 하지, 너 기다린다고 아무 일도 못했잖아”
“정말, 저 보고 싶었어요?”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것을 말이라고 하니? 미워”
사모님은 날 껴안을 듯이 다가왔다 물러났다. 상큼한 살 냄새가 진동했다. 깊게 패인 셔츠 아래로 가슴이 반쯤 보였다. 살 냄새는 거기서 풍겨왔다. 갑자기 눈앞이 아찔했다.
이틀 간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이 되었다.
“오늘 선생님 늦으시네요. 저 이만 집에 가봐야 하는데.”
“조금 더 기다리다가 선생님 오시는 것 보고 가. 나 혼자 있으니 무서워.”
사실 갈 생각도 아니었다.
“준식이 눕히고 올게”
사모님은 평상에 앉았다가 준식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일어섰다.
“제가 안고 갈께요.”

준식이를 방안으로 안고 그녀 뒤를 따랐다. 시골집이라서 여름이면 방문을 열어놓고 산다. 시원한 산바람이 어둠과 함께 방안으로 따라왔다.
“불 켜지마. 준식이는 불 켜면 잠을 못자.”
사모님은 준식이를 안 방에다 뉘고는 모기장을 드리웠다.
준식이를 살며시 이부자리 위에 눕히고 허리를 들었다. 그 순간 모기장을 정리하던 사모님과 부딪쳤다. 의도적이었는지, 우연한 것이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와 사모님의 몸이 부딪쳤다. 넘어지려는 듯이 비틀거리는 사모님을 반사적으로 감싸 안았다. 얇은 여름 옷 아래로 사모님의 가슴이 그대로 느껴졌다.
허리를 펴면서 일어선 사모님은 내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돌아서서 나를 향해 마주 섰다. 어둠이 참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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