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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1:39 1,360회 0건
바람의 고향 6

6. 첫 수업

잠시라고 생각되었다. 사모님이 내 팔 안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내 가슴으로 밀려왔다. 그리고는 향긋한 머리카락의 샴푸 냄새를 코끝에 풍기면서 얼굴이 다가왔다.
“바보 같아. 키스하고 싶지?”
뜨거운 말이었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올랐다.
“내가 너 마음을 모를 줄 알았니?”
어찌해야할까 당황했다. 꾸중인 것도 같았고, 놀림인 것도 같았다. 스승님의 가르침도 생각나지 않았다. 열다섯 살 소년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밖에는 없었다.
“뭐 해? 키스할 줄 몰라?”
사모님이 입술을 가져 왔다.
뜨거운 맛이었다. 첫 키스는 그렇게 뜨거웠다. 정신이 아뜩해지도록 뜨거운 키스였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사모님의 입술이 뜨겁게 느껴졌다.
혀가 밀려들어왔다. 그때서야 키스를 하는 줄 알았다. 갑자기 내 입은 사모님의 혀를 깊게 빨아들이면서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흑!”
사모님이 내 입속에 묻혀진 입을 통해 짧은 탄성을 지르며 내게 무너졌다. 우리의 입술 주위는 서로가 분비한 타액으로 젖어갔다. 허리를 감은 손 하나를 풀어서 사모님의 가슴을 찾았다. 짧은 티셔츠 안으로 손을 밀어 올려서 가슴을 움켜쥐었다. 약간 탄력이 풀린 가슴이 하나 잡혔다. 하지만 훌륭한 첫 느낌이었다. 젖꼭지가 손끝에 닿았다. 사모님의 몸이 떨렸다.
“아야. 살살.”
사모님이 가슴을 내게 밀면서 속삭였다. 허리를 감은 다른 손이 사모님의 엉덩이 쪽으로 내려갔다. 그 순간 사모님의 손이 내 바지 위로 솟아난 악마의 깃봉을 잡았다.
“어머, 이게 뭐야?”
장난기조차 어린 음성이었다.
바로 그때, 선생님의 자전거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은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다시 자건거를 타고 귀가했다.

“선생님 오시네.”
그녀가 급하게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서운했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었다.
나는 마당에 재빨리 내려서서 평온을 가장했다.
“가지 말고 기다려”
사모님이 낮고 빠르게 말하고는 문을 열려고 대문으로 향했다.
“왜, 이리 늦었어요?”
사모님이 평시 음성으로 선생님에게 질책성 귀가 인사를 했다. 여자는 너무 대담하다. 여자는 너무 태연하다. 무섭도록 변색하는 여자를 그때 처음 보았다.

“응, 오늘 교대 동창인 조선생이 찾아와서 술 한 잔 했어. 어? 혁진이 왔네. 어제는 왜 안 왔어?”
선생님은 늘 하던 어조보단 약간 어눌한 말투였다. 잘 못 마시는 술 탓인지.
“혁진이가 같이 있어 주어서 다행이지. 혼자 있으려니 무서워. 이사를 가던지 해야지.”
“혁진이 수고했다. 나 저녁 먹고 왔으니, 수박이나 먹지”
“알았어요.”

“어? 웬 맥주?”
사모님이 수박과 맥주를 채반에 받쳐 들고 나오자 선생님이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너무 더워서 갈증이 안 가셔. 맥주가 갈증엔 제일이라데.”
사모님이 내 얼굴을 보고 웃을 듯 말 듯 미소를 보였다. 나에게 가지 말라고 한, 그 이유가 거기 있었다. 선생님은 술을 잘 못 하신다. 맥주 한 병에 곧 기울어진다.
선생님 집은 안방을 돌아가면 큰 감나무가 있고, 그 뒤로는 산과 마주하고 있다. 마을의 끝머리 있는 집이라서 산이 뒤로 병풍을 이루고 있다. 평상도 거기에 펴져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생님은 맥주 한 병을 다 마시자, 곧 고개를 아래 위로 끄덕였다. 잠이 온다는 신호였다.
“이그, 몸이 약해서, 맥주 한 병에......, 방에 들어가서 자요.”
“응, 응.”
선생님은 방으로 들어갔다. 사모님도 뒤따라 들어갔다. 그러면서 눈짓으로 날 향해서 그 자리에 있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가라고해도 갈 수 없는 나였지만, 모르는 척, 착한 척, 순진한 척, 그렇게 위장을 하고 가만히 있었다. 곧 다가올 알 수 없는 흥분을 상상하면서.

하늘에 별이 갑자기 많아 보였다. 비밀은 없다고 스승이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것이 좋다는 가르침도 있었다. 은밀할 때 더 즐겁고 아름답다고 했다. 그리고 위험도 뒤 따른다는 말도 했다.
꿀을 먹으려면 벌에 쏘일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두려움이나, 조심성 보다는 우선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욕망을 달래는 것이 더 절실했다. 손끝에는 조금 전 닿았던 사모님의 부드럽고 촉촉한 젖꼭지와 가슴살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그것이 사라질까 두려워서 손에 베인 땀을 닦아내지 못했다. 사모님은 오래 방안에 머물렀다. 은근히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스며들었다. ‘너, 집에 들어가’라는 말이 들리지나 않을까 하여 조바심이 났다.
은하수가 하늘 한 가운데로 자리를 잡았다. 이웃집들의 모깃불도 연기가 사그라졌다.

“많이 기다렸지? 샤워 좀 하느라고.”
호박잎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사모님이 나타났다. 가까이 오지 않아도, 기분 좋은 비누 냄새가 풍긴다. 내 옆으로 몸을 가까이 했다. 티셔츠를 벗고 약간 헐렁한 남방 같은 것을 입었다. 폭이 넓은 치마를 입고 왔다. 여자는 어떤 순간에 맨 먼저 생각하는 것은 옷일 것이다. 남자가 급한 일을 당하면 지갑을 먼저 챙기고, 여자가 일을 당하면 거울을 먼저 본다는 탈무드의 말이 생각났다.
“벌써부터 네 마음을 알고 있었어.”
사모님이 속삭였다. 내 마음을 들킨 것이 부끄러웠다. 그것을 알아내는 사모님이 더 놀라웠다.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여자에게 은근히 마음을 전하라는 것이 통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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