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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1:41 1,431회 0건
협객도(俠客道)-1
협객도(俠客道)

이번에 연제하는 협객도(俠客道)는 성심성의껏 쓸 것입니다.
하지만 빠른 연제는 장담드릴수가 없네요.
이점 사과드립니다.


겨울밤의 비극지사

1369년, 드디어 이민족이 다스리던 원을 몰아내고 주원장의 집권아래 명(明)이 들어섰다.
태조인 주원장의 열성적인 개혁정치 아래 온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맞이했다. 사람들은 굶주리지 않는 풍족한 삶을 누릴수 있었고, 조정은 나라를 위해 분골쇄신할 충신들로 가득차 있었다. 날마다 길가에서는 주원장을 칭송하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흐르고흘러 때는 바야하르 홍무 14년으로 접어들었다.
모든이들이 잠든 늦은밤, 무당파(武當波)가 자리잡은 무당산을 살금살금 내려오는 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때는 마침 겨울이라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눈길을 내려오는 그 젊은이의 모습이 웬지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그 젊은이의 이름은 강주원(江主源)으로 무당파의 직전제자였다. 무당의 검법절기라 할수있는 태극혜검(太極慧檢)을 16세란 어린 나이에 구사했을 정도로 오성(五成)이 뛰어났던 그는 일찍부터 그의 스승인 무당파 장문 도검진인(刀檢眞人) 조해천(調海川)의 눈에들어 차기 장문인으로 지목받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정직하고 성실한 인품과 그 준수한 외모덕에 무림내에서 인기가 대단하였다.
강주원은 무엇이 그리도 조급하고 불안한지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오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산을 내려오는 그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비오듯 흘러 내리고 있었다. 강주원은 발걸음을 더욱 서두르면서도 자신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옷자락으로 스윽 문질렀다.
바로 그때 건너편 숲속에서 부스럭 낙옆밟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극도로 긴장하고 있던 강주원은 인기척이 느껴지자 등에 매고 있던 검을 뽑아들고는 당장이라도 공격해 들어갈 자세를 취하였다.
"거기 누구냐?"
"...."
숲속에서는 아무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난 무당파의 직전제자인 강주원이다. 누군지 밝히지 않으면 살수를 펴겠다."
"주원이라고요? 저 황아에요."
곧이어 숲속에서 한 묘령의 여인이 귀엽게 생긴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나왔다. 그 여인, 그러니까 황아는 숲속에서 나와 강주원을 보더니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강주원의 품에 안겼다. 같이나온 아이는 황아가 강주원을 껴안을수 있도록 슬쩍 손을 놔주었다. 아직 어려 보이는데 이런 눈썰미가 있는것을 보니 아이가 보통 영악한게 아니었다.
이 영악한 꼬마아이는 바로 강주원과 황아 사이에서 태어난 사내아이 였다.
육년전, 광동지방에서 악명이 높던 해적무리인 혈해방(血海方)을 소탕하기 위해 강주원은 광동에 간적이 있었다. 혈해방 무리들은 강주원이 자신들을 소탕하기위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반년동안이나 광동지방을 떠돈끝에 마침내 강주원은 숨어있던 혈해방의 무리를 발견하였는데, 그때 그들은 배안에서 어떤 아름다운 소녀를 희롱하고 있었다. 강주원은 일장으로 혈해방 무리들을 모두 죽인뒤 그 소녀를 구하고, 혈해방 소속의 배와 본거지를 모조리 불살라 버렸다. 그 때 강주원이 구한 소녀가 바로 황아였다.
그뒤 그 둘은 자주 만나게 되었고 서서히 정이 들어갔다. 강주원은 황아의 아름다움과 지혜로움에 끌렸고, 황아는 강주원의 정직함과 성실함에 반해 결국 둘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서로를 너무 사랑한 그 둘은 남들모르게 조촐히 결혼식을 올리고 동방의 화촉을 밝혔다. 얼마후, 강주원이 사부의 부름을 받고 다시 무당파로 돌아갈때 황아도 강주원을 따라 무당산으로 갔다. 무당산 가까이로 집을 옮긴 황아는 야밤을 틈타 산밑에서 강주원과 몰래 만났고 다행히 강주원은 이런 자신의 행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오년전, 황아는 정말 귀엽게 생긴 사내 아이를 낳았다. 그들 부부는 이 아이가 나중에커서 빼어난 보배가 되란 뜻에서 이름을 강수(江秀)라고 지었다. 강수의 나이는 이제 겨우 다섯살이었지만 어머니를 닮은 탓인지 매우 총명했다. 선생에게서 제대로 글을 배우지 못했지만 강수는 혼자서 그 어려운 한자를 모두 익혔다. 뿐만아니라 그 생김새까지 아버지와 어머니를 쏙 빼닮아 외모가 귀엽고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강주원과 황아는 아이가 점점 성장하자 이렇게 야밤에 만나며 살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깨닳았다. 그래서 오늘밤 야반도주를 하여 멀리 다른곳에가 가족끼리 행복하게 살기로 한것이다.
강주원과 황아는 서로를 얼싸앉고 있다가 살짝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았다. 강주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왜 이곳까지 올라온거야. 산밑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당신이 걱정되서..... 미안해요."
그 두사람은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며 한참동안 서로를 응시했다. 황아는 강주원의 눈을 바라보며 행복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전에 제게 말해주셨던 곳 기억나세요?"
"어디?"
"일년 내내 꽃이 핀다는 세외도원(世外道遠)말이에요."
"물론 기억나지."
"우리 그곳으로 가요.. 그리고 그곳에서 집도 짓고, 닭과 오리를 기르며, 또 아이도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아요."
"그래. 우리 그곳에 가서 행복하게 살자."
강주원의 말에 황아는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얼른 무당산을 내려가자는 듯이 강주원의 손을 잡아 끌었다. 강주원은 황아의 뜻을 알아채고 그녀에게 슬쩍 미소지어 보이고는 다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산길 저 아래에 누군가가 서있는게 보였다. 강주원은 자신이 기척도 감지하지 못할 정도라면 분명 대단한 고수라고 생각하고 다시 칼을 뽑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 누군가를 쏘아보았다. 한편 황아는 남편과 자신이 속삭인 밀어를 저 사람이 들었다고 생각하자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가득했다. 길 앞에 서있는 그 인영은 한참동안 가만히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강주원에게 말을 건냈다.
"주원아. 내 너를 친자식처럼 아끼고 귀애해 주었거늘 어찌 요망한 계집의 치마폭에 빠져 사문(師問)을 저버릴수가 있느냐?"
그 인영은 바로 강주원의 사부이자 무당의 제21대 장문인인 도검진인(刀檢眞人) 조해천이었다. 조해천의 엄한 질책은 계속 되었다.
"우리 무당의 수천 제자들과 장로님들은 네가 무당파를 무림 최고의 문파로 만들어줄 그날만을 기다리며 널 믿었는데 그따위 계집과 야밤에 만나는것도 모자라 이제는 야반도주를 해!?"
갑자기 사부인 조해천이 눈앞에 나타나자 강주원은 머리가 어지러워 졌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듯했고, 눈앞이 노래졌다. 거기다가 사부의 화난모습을 보자 강주원은 혀가 굳어지며 뭐라 말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또 어떻게 이 난관을 타개 해야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사부님은 성정이 불같으신 데다가 흉폭하시다. 사문을 져버린 불충제자를 가만 놔두실리 없을터.... 내 운이 다하여 내가 오늘 이렇게 죽는구나. 내가 오늘 이렇게 죽는것은 상관없지만 죄없는 황아와 어린 강수까지 죽을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어떻게든 그 둘의 살길을 구해줘야 되겠다)
조해천은 강주원이 자신의 꾸중을 듣고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더욱 화가 솟구쳤다. 그래도 제자들중에 유일하게 친자식처럼 아끼던 제자라 자신의 잘못을 간곡히 빌고 계집을 죽여버리면 용서하고 무당파로 데려가려고했던 그였다. 하지만 강주원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땅만 바라볼 뿐이었다.
"주원아. 당장이라도 네가 너의 잘못을 깨닫고 그 요망한 계집을 죽여버린다면 내 너의 잘못을 용서해주마. 그리고 일년뒤 너에게 장문인의 자리를 물려주마."
정말이지 귀가 솔깃한 재안이었다. 아마 보통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당장 여자를 죽인뒤 사부에게 용서를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주원은 의를 소중히 여기는 의협(義俠)이었다. 그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지 오래였다.
"사부님. 사부님의 은혜는 드넓은 하늘과도 같고 사부님의 존재는 제게 있어 어버이와 같습니다. 그런 사부님의 말씀을 어찌 거역할수 있겠습니까. 허나.. 전 벌써 황아와 부부의 연을 맺었고, 이미 아이까지 낳은 상태입니다. 군자일언(君子一言)은 중천금(重千)이라고 하였거늘 제 어찌 아내와 아이를 버리고 제 목숨을 취하는 비겁한 소인배의 짓거리를 할수 있겠습니까? 부디 사부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이 어린것과 어미를 살려주시기 바랍니다."
정말이지 의기넘치고 호기로운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호기로운 말이 오히려 조해천의 속을 긁을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실 조해천은 무당파 장문인이긴 했지만 성정이 괴팍하고 포악해 훌륭한 장문인감이 못되었다. 그래서 몇몇 무림인들은 그를 소인배 무당장문이라고 놀리며 헐뜯어댔다. 평소 그런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던 조해천 이었으나, 아끼던 제자에게서 소인배라는 말을 듣자 가슴속에 묻혀있던 치부가 뜨끔하며 주체할수없는 화가 치솟아 올랐다. 물론 강주원이 자신을 가르켜 소인배라 한것은 아니었지만 성정이 불같은 조해천은 강주원이 소인배라고 하는것만 듣고 그 나머지 내용은 모두다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럼 니 놈의 말인즉 내가 너를 나같이 비겁한 소인배로 만들려 하고있단 말이냐!!"
조해천의 호통에 순간 강주원은 뭔가 일이 잘못돌아가고 있다는것을 느꼈다.
(아뿔사.. 스승님이 내가 말한 소인배가 자신을 가리키는걸로 오해하셨구나)
강주원이 변명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조해천의 노기서린 말에 막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 죽일놈! 네놈이 사문을 져버리는 것도 모자라 이 스승에게 모욕까지 주는구나. 오냐, 내 오늘 네놈과 저 계집을 살려두지 않겠다."
조해천은 비록 화가 났지만 그래도 장문인의 신분에 차마 아이까지는 죽일수없어서 강주원과 황아만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조해천은 가슴까지 닿는 긴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허리춤에 매여있던 한자루의 검과 도를 꺼내쥐었다. 무기를 손에쥔 조해천은 공격할 자세를 취하였다. 그런데 그 공격자세가 정말이지 엉성해보이기 짝이없었다. 마치 무공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엉거주춤하게 서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엉성한 폼이야 말로 무당파의 절기인 태극혜검의 정수이자 극치였다.
<무(無)인듯 하면서 유(有)이고, 약(弱)인듯 하면서 강(强)인것> 태극혜검 안에는 이 말한마디가 몽땅 배어들어 있었다. 지금 조해천의 자세가 엉성하고 불안해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패도적인 위력이 숨어있고, 그의 곳곳에 헛점이 엿보였지만 이것은 모두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는 함정이었다.
강주원은 자신의 사부와 칼을 맞대고 싶지 않았다. 또 설령 싸운다해도 자신의 실력으로는 사부 조해천에게 내상조차 입히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미 업질러진 물이요, 조각난 꽃병이었다. 강주원은 각오를 단단히하고 손에있는 칼을 꽉 쥐었다. 그런 그의 곁으로 황아와 강수가 다가왔다. 황아는 강주원의 손을 꼬옥잡고 그의 눈을 응시했다. 이미 그 둘은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능히 확인할수 있었다. 자신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황아의 눈빛을 바라보다가 잡고있던 손을 놓고 싸우러 나가려는데 이번에는 어린강수가 다가와서는 강주원의 다리를 꽉 붙잡았다. 강수는 강주원의 다리를 붙잡고 강주원을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저는 어떻게되도 좋아요. 그러니까 사부님과 싸우지 마세요."
어린 아들의 엄숙한 말에 순간 강주원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몰라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총명한 강수는 옆에서 강주원과 조해천이 나누는말을 들으며 그들이 원하는게 어머니와 자신의 목숨이라는걸 알았다. 강수는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야반도주 하려고 했다는것을 이미 황아로부터 들어서 알고있었다. 강수는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야반도주 하다가 사부와 싸움을 하게되자 가슴이 아파 강주원에게 이런말을 건낸거였다. 강주원은 강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준뒤 이렇게 사랑스런 아들을 죽게할수 없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뒤 조해천의 앞으로 다가갔다. 조해천은 그런 강주원을 성난 눈으로 쳐다보며 즉시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도를 들고 태극혜검의 구결에따라 둥그런 원을 그리며 덮쳐왔다.
조해천의 공격은 마치 물흐르는 듯 부드러웠으며 때로는 패도적인 위력을 과시하였다. 마치 부드러운 물결속에 강맹한 파도가 잠재되어 있는것과 흡사했다.무당파의 태표절기라 할수있는 태극혜검은 바로 이런 부드러움속에 강함을, 또 강함속에 부드러움을 넣는것은 중요시하고 있었다.
조해천의 검과 도는 계속해서 둥그런 원을 그리며 강주원을 좌우로 압박해 들어갔다. 그런 조해천의 검에 맞서 강주원 역시 태극혜검의 수법을 사용하여 칼을 휘둘렀다. 강하게 찌르고 들어오는 조해천의 검과 도를 강주원이 검으로 원을 그리며 막아냈다. 자신의 공격이 강주원에 의해 막히자 조해천은 이번에는 검으로는 도법을, 도로는 검법을 사용하며 강주원을 공격해나갔다. 이 공격도 강주원은 원을 그려서 와해시킨뒤 검을 가볍게 흔들며 조해천을 공격해 나갔다. 하지만 강주원의 검법은 모두 조해천이 가르친 것이었다. 조해천은 강주원이 다음초에 어느곳을 어떻게 공격할지 이미 모두 예측할수 있었다.
"하하하. 주원아. 네녀석의 검로가 훤히 보이는구나. 네녀석의 그 태극혜검은 바로 내가 가르치지 않았더냐!!"
조해천의 말에 마음의 안정을 잃은 강주원은 그만 손발이 어지러워 졌다. 강주원이 당황해 하는것을 본 조해천은 냉소를 지으며 그의 검과 도를 강주원의 머리와 다리를 향해 찔러들어갔다. 조해천의 검이 자신의 머리를 향해, 도가 자신의 다리를 베어오는것을 본 강주원은 다급히 검으로 원을 그리며 그 공격을 막았다. 팅 하는 소리와 함께 강주원의 검이 조해천의 검과 도를 맞았다. 하지만 곧이어 강주원은 울컥 하며 검붉은 선혈을 토해냈다. 내상을 입은 것이였다.
"이 사부의 검맛이 어떠냐! 이것도 느껴보거라!"
일갈을 내질른 조해천은 무당파의 두번째 대표절기라 할수있는 절정의 경공술 제운종(濟雲綜)을 펼쳤다. 마치 신선이 구름을 타고 떠다니는것 같은 모습으로 땅위로 삼장이나 치솟은 조해천은 강주원을 향해 왼손에 들고있던 도에 2할 정도의 공력을 실어 던졌다. 강주원은 그 도를 검끝으로 가볍게 쳐서 공격의 방향을 조해천에게로 바꾸었다. 이 방법은 바로 남의 힘을 자신의 힘으로 바꾸는 어력차력(於力次力)으로 태극혜검의 절초중 하나였다. 이 남의힘을 자신의 힘으로 바꾸는 무공에는 여러가지 주의점이 있었다. 먼저 그 첫번째는 자신보다 내공이 높은 사람에게는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조해천의 내공은 확실히 강주원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번도에는 그의 전 공력중 2할밖에 넣지 않았기에 강주원이 능히 힘을방향을 돌릴수 있었던 것이다. 그 장면은 참으로 아찔하여 싸움을 관전하던 황아는 아으 하고 몸서리를 쳤다. 한편 제운종으로 하늘에 떠있던 조해천은 강주원이 자신의 도를 쳐내는것을 보고 움찔했다.
(이 녀석. 검술실력이 보통이 아니구나. 비록 아직 내공의 깊이가 얕고, 웅후하지 못하나 내공정도야 나이가 들면서 늘릴수 있다. 아직 젊은데도 검술이 이정도라면 분명 크면 더 큰 인물이 될것이다. 이런 사람이 무당파의 장문인이 된다면 우리 무당은 무림 최고의 문파가 될수 있을터인데..)
조해천은 문득 강주원을 죽이는것이 아까워 졌다. 물론 지금이야 자신보다 약하지만 아마 강주원이 점점더 자라 조해천의 나이정도가 되면 아마 무림에서 독보적이 존재가 될것이 뻔했다. 그렇게 된다면 강주원이 장문인으로 있는 무당파역시 그 위세가 드높아 지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조해천은 강주원을 반드시 사문으로 귀의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려면 저 황아라는 여자가 없어져야 했다. 성질이 불같은 조해천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바로 황아를 향해 5할정도의 공력을 실은 검을 집어던졌다. 조해천의 검은 위잉 하는 굉음을 내며 빠른속도로 황아를 향해 날아갔다. 이에 깜짝놀란 황아는 자신의 손을잡고 있던 강수를 끌어안고 옆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이미 강주원과 야반도주를 결심했을 때부터 죽음을 각오한 그녀였다.
죽음의 문턱이 눈앞으로 다가온 바로 그 순간.
황아의 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황아를 대신해 조해천이 던진 검에 맞고 말았다. 조해천은 똑똑히 볼수있었다. 자신이 던진칼에 가슴이 힌 강주원을.
푹! 하는 둔탁한 소리와함께 강주원의 가슴에서 붉은 선혈이 폭포수처럼 쏟아져나왔다.
"여... 여보!"
이 갑작스런 상황에 황아는 얼이 빠진듯했다. 한편 황아의 품에 안겨있던 강수는 강주원이 갑자기 쓰러지자 깜짝놀라서 그녀의 품속에서 뛰쳐나와 강주원의 상태를 살폈다. 황아는 곧바로 강주원에게로 달려가 그의 머리를 자신의 무릅위에 올려놓았다.
"여보.. 왜 그랬어요.. 흑흑흑.. 차라리 내가 죽는게 낮지. 당신이 죽으면 어떻게 해요... 수아와 함께 세외도원에서 행복하게 살기로 했잖아요."
황아의 눈물이 강주원의 볼위에 떨어졌다.
"울지말어. 당신을 위해 죽은것 만으로도 난 행복하니깐."
"저와 이 작은것은 어찌하라고 먼저 가시는 거에요."
강주원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옆에 서있는 강수의 작은손을 잡았다.
"불쌍한것... 이 못난 아비때문에 네가 고달프겠구나.. 헉헉..!!"
순간 강주원이 울컥! 하며 또 한모금의 피를 토해냈다.
"여보!! 왜 그래요? 정신차려요!"
"아버지!!! 죽으면 안되요!! 으앙..."
"여보. 그리고 수아야. 이 아비는 아무래도..... 오래 버티지 못할것 같구나...."
입가에 피를 머금은채 강주원은 계속 말을이었다.
"부디... 행복하게.. 살아... 다오.."
"아버지!!!!!"
행복하게 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강주원의 숨은 끊어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황아의 대성통곡이 무당산에 울려 퍼졌다. 옆에있던 강수도 아버지의 참혹한 죽음에 가슴이 아파져서 황아를 따라 시끄럽게 울어댔다. 그런 그녀의 뒤에서 조해천이 멍한눈으로 이미죽어 싸늘한 시신이된 자신의 제자 강주원을 바라보았다.
(내가.. 내가 주원이를 죽이다니. 친자식같은 존재였는데... 주원이를..)
어느새 조해천의 눈에서는 두줄기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실 그가 성정이 불같은데다가 포악한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의 깊숙한 내면에는 따뜻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조해천은 자신이 강주원을 죽였다는 생각이 들자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때 그의 귀에 대성통곡을 하는 황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주원의 죽음을 목도하고 이미 이성을 잃은 조해천은 더이상 정상적인 사고를 할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제자 강주원이 황아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고는 그녀를 죽이기위에 왼손에 남아있던 도를 흔들며 서서히 황아에게로 다가갔다. 조해천이 다가오자 황아는 힘없는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조해천은 강주원의 시신앞에서 울고있는 황아를 보고는 그녀를 당장에 찢어 죽일듯한 살기가득한 눈빛을 번뜩였다. 한참을 그렇게 쳐다보던 조해천은 들고있던 도를 땅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황아의 옆에 꿇어앉아서는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이야... 주원아.. 네가 이 사부때문에 죽었구나.. 부디 이 멍청한 사부를 용서해 다오. 제발... 이 무지하고 흉폭한 사부를 용서해 다오."
조해천은 한참동안 통곡을 하며 강주원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며 간곡하게 빌었다. 급기야는 자신의 18대 조상들까지 들먹여가며 욕을하더니 자신의 따귀를 철석하며 후려치기까지 했다. 그의 두볼은 너무 세게 친나머지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그런 조해천을 옆에있던 황아가 싸늘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참동안 조해천을 노려보다가 그의 옆에 떨어져 있는 도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그녀의 눈이 번쩍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조해천의 옆에 떨어져있던 도를 주웠다. 황아는 오른손에 도를 잡고는 조해천을 노려보았다. 조해천은 자신의 따귀를 후려치며 강주원에게 계속 용서를 빌고 있다가 황아가 일어나서는 자기의 도를 집어드는것을 보았다.
(아.. 주원이의 부인이 날 죽여 복수할 모양이로구나. 내 주원이를 죽인죄 평생 씻지 못할터.. ..오늘 이렇게 죽는게 훨씬 낳을지도 모르겠구나.)
죽음을 각오한 조해천은 눈물을 멈추고는 두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는 가부좌를 튼체 황아가 자신을 죽이기를 기다렸다. 어린 강수의 울음소리만이 들릴뿐 그곳에는 묘한 침묵이 자리잡았다. 한참동안 가만히 있던 황아는 여전히 오른손에 도를 잡은채로 이미 죽어 싸늘한 시체가 된 강주원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는 애절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주원. 우리 결혼하던 날 기억나세요?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 우리는 아무도 알지못하는 숲속에서 조촐히 결혼식을 올렸죠. 그곳에서 당신은 저에게 영원히 행복하게 살자구 이야기 하셨어요. 그런데 이렇게 먼저가다니.... 정말 너무 하네요."
황아의 애절한 목소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던 조해천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떨어졌다. 황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그 날 우리는 약속했죠. 만약... 우리가 죽게된다면 같은날 같은시에 죽자고요.... 오늘밤 당신이 이렇게 먼저 저승으로 떠났으니 저승에서 혼자 외롭지않도록 저도 당신뒤를 따라 가렵니다."
이 말이 끝나자 곧 이어 푹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깜짝놀란 조해천은 두눈을 번쩍뜨고 황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해천의 도로 자신의 가슴을 내리 찍은뒤 행복한 미소를 짖고 있었다. 그녀는 죽으면서도 강주원의 손을 꼬옥 잡고 놓지 않으려 했다. 강수는 그 옆에서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입만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 너무도 슬픈 일들이 연달아서 일어나자 강수는 뭐가 어떻게 된건지 도저히 이해 할수가 없었다. 가슴이 터질듯이 뛰어왔고 머리가 빠개질듯이 아파왔다.
"으아!!!!! 아버지!!! 어머니!!!"
머리가 혼란해진 강수는 비명을 지르며 무당산 아래로 빠르게 달려갔다. 조해천은 그런 강수를 바라보다가 다리의 힘이 풀려서 눈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바보스런 웃음을 지었다.
허탈했다.
사문을 배신한 불충제자를 죽였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그 사제간의 비극지사에 하늘도 슬퍼졌는지 새차게 뿌려대던 눈이 그치고 어느덧 차가운 빗줄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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