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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1:41 583회 0건
6. 무림맹 총단에서 치른 시험
"쉬이익. 슈우욱. 슈숫,"
예리하고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어느 객잔안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두 남녀의 감탄어린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우와~ 영천 오라버니는 정말 대단하세요. 한번 본 것 뿐인데 제 무공을 따라하시다니.."
"하하하. 너무 그렇게 띄우지마. 겨우 기본자세 따라한것 가지고 되게 그러네."
"아니에요, 형. 대단한 거지요. 한번 본 무공을 그대로 따라한다라.... 형은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게신 거에요."
객잔안에는 한무리의 소년소녀들이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영천, 원필, 그리고 미유, 미호 자매였다. 지금 그들은 무림맹 총단으로 가는 길이다.
사천에서 무림맹 총단까지의 거리는 상당히 멀어서 날이 어두워지자 객잔에 들른것이다. 삭민은 분타 소속 무사들과 함께 내일 볼 태극단 추가 인원 모집 시험에서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원하며 고량주를 마시고 있었고, 영천과 아이들은 자신들의 무공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천의 천뢰현, 원필의 승천비룡 13식, 미유, 미호 자매의 풍신권. 이들중 단연 화제가 된 무공은 바로 천뢰현이었다.
사실 무림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검이나 도, 곤, 창 등의 무기를 사용했다. 그런데 이런 무림인들과 달리 영천은 천뢰현이라는 천담만사를 사용했으니 당연히 모든이들의 관심이 모여질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상대방의 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영천은 지난밤 미호와 싸울때 미호가 펼쳤던 권법식을 대강 흉내내보았다. 그런데 그런 영천의 흉내가 상당히 그럴듯 했었던지 원필과 미호는 지금 이렇듯 영천의 얼굴에 금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에요...."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 만큼이나 아름다운 얼굴. 바로 미호의 언니인 미유였다. 올해로 15살인 그녀는 대채로 활달하고 귀여운 점이 매력인 미호와는 달리 상당히 내성적이었다. 청아한 아름다움을 물씬 풍기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송이의 백합을 연상시키는 듯 했다. 특히나 얼굴에 살짝 홍조를 띨 때는 터미네이터의 강철심장도 스르르 녹아버릴것만 같았다.
미유까지 칭찬하자 더 이상 겸손을 떠는것은 건방지게 보이는 지름길이라 생각한 영천은 가볍게 칭찬에 응했다.
"누님까지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더 이상 겸손 떨수가 없네요. 어찌 되었든 칭찬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영천 공자는 그럴 칭찬을 들을만한 자격이 있는걸요."
거듭되는 미유의 칭찬에 영천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구어 졌다.
"어~ 영천 오라버니. 얼굴이 빨갛게 변했어요. 어디 아파요??"
"아.. 아니."
영천은 미호의 당돌한 질문에 식은땀을 흘릴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르자 삭민은 고량주에 잔뜩 절어서 코가 시뻘게진 채 방으로 향했다. 그런 삭민을 보고 이들 넷은 피식 웃었다.
"밤이 늦었다. 이제 우리도 그만 자자."
"벌써요?? 영천 오라버니. 조금만 더 있다가 자요.."
"미호야. 들어가자."
미호의 어리광에 미유는 따끔하게 미호를 꾸짖어 놓았다. 영천은 그런 미호의 어리광이 싫지는 않았지만 자신도 상당히 졸렸고 내일 시험을 위해서라도 꼭 자두어야 했기에 자기로 했다.
"미호야. 이 오라버니도 미호와 더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하지만 내일 아침 일찍 무림맹 총단으로 출발해야 하잖아. 그리고 내일 오후쯤이면 총단에서 시험을 치를거야. 그런데 늦게까지 자지 않고 체력을 소비하면 내일 시험을 제대로 치를수 없겠지?"
영천의 말에 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을 제대로 안자면 우리 예쁜 미호 피부가 안좋아질수도 있어. 그러니까 이만 자도록 하자."
"예. 오라버니."
영천의 사탕발림에 미호는 얼굴이 벌겋게 익어가지고는 언니 미유와 함께 자신이 묵을 방으로 향했다.
"이만 우리도 가도록 하자."
"예. 형."
영천역시 원필과 자신의 짐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지금 까지 분타내에서 묵었던 별당들에 비하면 상당히 초라해 보이기 까지한 방이었다. 하지만 초라하면 어떻고 화려하면 어떤가??
과거에는 이보다 더 구리구리하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부실 초가집에서 게으름뱅이 늙은이와 함께 뼈빠지게 고생하며 살았었는데..
"윽.. 시험을 앞두고 그 망할 사부놈 생각이 나다니... 아무래도 내일 일진이 안좋을것 같군."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영천은 서서히 잠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다랐다. 무림맹 태극단 선발 시험!!
그 대단원의 막이 바로 오늘 오후 무림맹 총단에서 열린다. 그리고 이 시험에 참가하기 위해서 지금 수천명의 신진고수들이 무림맹 총단으로 시시각각 모여들고 있었다. 영천역시 이런 신진고수들중 한명이었다.
영천일행을 태운 마차는 이제 마을에서 벗어나 깊은 심산유곡으로 향하고 있었다.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비포장 길이라 마차를 처음 타는 원필은 거의 초죽음 상태에 이르러 있었다. 이와 달리 미유, 미호 자매는 상당히 화기 애애한 모습으로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심산유곡의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속 거북해 하는 원필을 보자 영천은 이런 원필이 문득 측은해 졌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언뜻 옛날에 초등학교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차멀미 할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조금 안정이 된다고 했던것 같아. 지금 원필아우가 격고 있는 이 이상증세는 차멀미와 상당히 유사한 형태의 질병이야. 그러므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괜찮아 지겠지?? 좋아. 내가 도목현금으로 한곡조 뽑아야 겠군."
자기 맘대로 원필을 진단하고 처방까지 내린 영천은 자신의 등에 메어 놓았던 도목현금을 풀어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
"오라버니. 정말 멋진 금이네요."
"하하하. 고마워."
"음.. 그런데 이 금에서 이상한 향기가 나는것 같아요. 복숭아 향기 같은데.."
"맞아. 이 금의 이름은 도목현금이야. 말 그대로 복숭아 나무로 만든 금이지.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이 금은 복숭아 향기를 은은히 머금고 있단다."
"영천 공자는 금을 잘 켜시나요?"
미유의 미성에 영천은 자신도 모르게 싱긋 웃었다.
"물론이죠. 그럼 제가 한 곡조 켜볼께요."
자신있게 말한 영천은 도목현금을 천천히 켜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켜는 모양새가 보통 사람들이 금켜는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마치 통기타를 치는 듯한 모습이랄까?? 그리고 켤때 나는 소리 역시 통기타 소리와 점점 비슷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뜸들이던 영천은 도목현금을 서서히 켜기 시작했다. 흥겨운 현음이 흘러나오더니 뒤이어 갑자기 영천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에
도시의 소음. 수많은 사람
빌딩 숲속을. 벗어나봐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속의 흐르는 물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속의 흐르는 물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굽이 또굽이. 깊은 산중에
시원한 바람. 나를 반기네
하늘을 보며. 노래부르세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속의 흐르는 물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굽이 또굽이. 깊은 산중에
시원한 바람. 나를 반기네
하늘을 보며. 노래부르세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속의 흐르는 물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여행을 떠나요 즐거운 마음으로 모두 함께 떠나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속의 흐르는 물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속의 흐르는 물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속의 흐르는 물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영천의 열정적인 노래에 미유와 미호는 그에 취한듯 멍한 표정을 지으며 영천을 바라보았다.
"후훗,. 내가 대학교 다닐때 한노래 했었지. 난생 처음 만나는 여자들도 노래방가서 몇곡 부르고 나면 나 없이는 못산다고 할 정도 였다니깐. 그리고 무엇보다도 용필이 형님. 이런 좋은 노래를 재공해 주신 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영천은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호는 영천의 옆에 붙어 영천에게 더 노래해 달라며 애교를 떨고 있었고 미유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라 있었다.
잠깐! 그럼 원필은???? 영천의 신나는 노래에 의해 속이 더 뜨거워진 원필은 결국 자신이 아침에 먹었던 것을 마차안에서 확인하는 참사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 덕분에 마차안에는 아침에 원필이 먹은 음식냄새로 가득차게 되었다.

거대한 건물. 아니 오히려 성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같다.
그 성이 바로 현 무림 사할의 세력을 지니고 있는 정파 연합 무림맹의 총단이다. 그리고 그 성 내에서는 지금 무림맹 태극단 선발시험이 벌어지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때문에 조금 늦게 도착한 연청들은 빠른 속도로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 앞에는 여러명의 문사인 듯한 남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시험을 치르러 온 아이들에게 신상을 물어보고 시험 번호를 알려주었다.
"얘들아. 여기부터는 너희들끼리 들어가야 한단다. 아무쪼록 시험 잘보도록 하거라. 시험에서 통과하게 되면 여기 남아 훈련을 받게 되지만 만약 떨어지게 되면 나와 함께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니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르도록 하거라."
"예!"
삭민의 응원에 아이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시험장안으로 향했다.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다다르자 아이들의 신상을 물어보던 문사가 영천에게 여러가지 신상에 관한 질문을 하였다.
"어느 분타에서 왔지?"
"운남 분타요."
"나이는??"
"14살이요."
"이름은??"
"한영천."
"좋아. 넌 891번이다. 다음!!"
의외로 질문이 간단한것에 대하여 놀란 영천은 그 문사 남자를 지나 시험장안으로 들어갔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비무대와 화려하게 치장된 심판석이 영천의 눈앞에 펼쳐졌다. 갑자기 영천의 심장 박동이 급격히 증가했다. 그리고 팔과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긴장??? 하하하하. 아니였다. 영천이 내뿜는 분위기로 보았을때 결코 긴장이나 두려움따위 때문에 그렇게 떠는 것은 아니었다. 영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투기였다. 강한자와 겨루게 된다는 그 희열감이 영천의 몸을 그리 떨게 만든 것이었다.
영천의 뒤를 이어 원필과 미유, 미호 자매도 곧 들어왔다. 그들은 영천 다음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영천의 다음번호인 892, 893, 894번이었다.
원필은 상당히 긴장했는지 계속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미호는 굳은 표정으로 풍신권을 반복하고 있었다. 미유는 친절하게 그런 미호를 도와줄 뿐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다가 영천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가만히 둘러보았다. 수백, 수천명의 아이들이 보였다.
"이 아이들은 얼마나 강할까?"
정말 신이났다. 그리고 자신을 이런 무림으로 보내준 그 정체불명의 할머니가 갑자기 고마워졌다.
"앞으로는 노인을 만나면 정중히 대해 드려야지."
얼토당토 않은 결심을 하는 영천이었다.


수천명의 아이들의 대화 때문에 소란스럽던 시험장은 세 인물의 등장과 함께 일순간 조용해 졌다. 이런 행동으로 볼때 그 세 인물은 아마도 거물급 인사인듯 했다. 이윽고 그 세 인물은 심사의원석으로 보이는 듯한 곳으로 가 조용히 섰다.
그리고 그 세명중 가운데에서 이제 겨우 20대 초반정도 되었음직한 외모를 가진 젊은이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낭랑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무림맹 태극단 시험을 보기 위해 달려온 젊은 신진고수여러분!!
본좌가 바로 태극단 단주인 태극검제 장진평이오."
그 젊은이의 말에 일순간 좌중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장진평은 한손을 들어올려 좌중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서서히 때가 다가오고 있소!!
저 사악한 혈마천군의 무리들을 몰아내고 우리 정파가 무림을 일통할 때가 다가 오고 있단 말이오!!
그러기 위해서 우린 힘을 길러야 하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험을 준비한 것이고 그러므로 이번 시험에서는 강한자들만을 중점적으로 뽑을 것이오.
신진고수들이여! 여러분이 지닌 그 모든 실력을 이자리에서 뽐내주기 바라는 바이오."
"우와와와!!! 무림일통!! 무림맹 만세!! 태극검제 장진평 만세!!"
좌중의 환호를 받으며 장진평은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무림맹 태극단 선발 시험은 시작되었다.


무림맹 총단에서 치를 마지막 시험은 바로 비무였다. 무작위적 제비뽑기를 통해 비무를 하는 방법인데 그 예를 들어보자면 이렇다. 1번 선수가 제비뽑기를 해서 2가 나왔다면 1번 선수와 2번 선수가 비무를 하게 되는 것이다. 비무를 한뒤 이긴 사람은 다음 단계로 올라가게 되고 또 제비뽑기를 통해 비무를 하게된다. 그런 비무를 계속 반복해 그 수천명의 아이들중 정확히 이백명만 뽑는다고 한다. 영천과 아이들은 행여나 자신의 번호가 불릴까 걱정하며 비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무를 바라보았다. 비무대에서의 경기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892번!! 72번과 비무."
"원필 오라버니."
"아우야."
892번. 원필의 번호였다.
"짜식. 어차피 이길 것이면서 무슨 긴장을 저리 해댄담."
한심할 노릇이었지만 이런 말을 진짜 할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영천은 그저 원필의 등을 세게 두들겨 주었다. 원필은 그의 그 거대한 창을 꼬나 집고 비무대 위로 향했다. 비무대 위에는 72번. 즉 원필과 싸울 소년이 서 있었다. 무기를 들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아마 장법을 쓰는 듯 했다.
"승천비룡 13식을 대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림맹 태극단에 들어야해. 반드시.."
마음을 굳게 다잡은 원필은 그 우락부락한 얼굴을 찌푸리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원필의 날카로운 기새에 상대는 일순간 움찔했다.
"비무 시작!"
"승천비룡 1식 비룡쾌공."
재빠른 원필의 공격에 상대는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원필을 쳐다보았다.
"892번 승!"
"이 얏호!!~"
첫 비무에서 승리했다는 기쁨에 원필은 비무대에서 힘차게 내려왔다, 하지만 곧 이어 또다른 아이와 비무를 하게 되었고 물론 그 경기에서도 역시 승리하였다.
영천과 미유, 미호 자매 역시 무수히 많은 비무자들을 누루고 결승을 향해 점점 올라갔다. 이들 외에도 그 지닌 실력이 고강했던 신진고수들은 서서히 그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수천명에 이르던 인원은 어느덧 구백이 되었고, 곧이어 팔백이.. 칠백이.. 육백이.... 그리고 이백에 가까워 졌다.

무림맹 총단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지 3시진. 이제 남은것은 891번과 1번의 마지막 시합뿐이었다.
"891번!! 1번과 비무."
마지막 비무....
시험장 안에 있던 수천 인원의 시선이 비무대로 모아졌다. 심판석에 앉아있던 장진평도 좌우의 두 인물과 함께 서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영천 오라버니. 꼭 이기세요."
"형. 잘하세요."
"공자님. 마지막 시합인만큼 열심히 하세요."
친구들의 격려를 받으며 마음을 다잡은 영천은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상대편인 1번은 얼굴에 복면을 하고 있어서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영천이 비무대 위로 올라가자 1번은 영천을 빤히 바라보다가 얼굴에 쓰고 있던 복면을 벗어던졌다. 복면이 벗겨지며 나타난 것은 상당히 준수한 외모를 가진 남자였다. 옆에 있는 영천 때문에 그리 빛을 발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준수한 소년이었다.
그런 그 소년을 보는순간 갑자기 장진평이 흠칫 놀랐다. 그리고 그 소년을 아는지 몇몇 사람들이 아는척을 하였다.
"남궁철이다!!!!"
남궁철이라는 말에 비무를 관람하던 수천의 사람들은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이토록 술렁이게 만든 남궁철이란 자는 과연 누구일까?
남궁철은 바로 무림맹 맹주인 검황 남궁민의 외동아들이다. 숱한 여자들을 매혹시킨 그 수려한 외모와 아버지를 능가하는 뛰어난 검에 대한 감각 덕에 그는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미검랑 남궁철이란 거창한 명호를 얻었다. 하지만 이런점은 남궁철의 자만심과 교만심을 키우고 그를 잘난체 대마왕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유야 무엇이건 남궁철이 태극단 시험에 참가했다는 사실은 금시 초문이었는지라 많은 사람들은 놀랄수밖에 없었다. 그들중 일부는 영천이 질것이 뻔할 것이라며 영천의 명복을 빌어주는 짓까지 했다.
남궁철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영천을 바라보며 그의 검을 뽑았다.
"만나서 반갑소. 난 미검랑 남궁철이라 하오. 소협의 이름은 무엇이오?"
처음 만나는 사이이면서 소협이라고 자신을 낮추어 부르자 영천은 부아가 치밀기 시작했다.
"저런 싸가지 없는 놈을 봤나. 생긴것도 나보다 못생긴 놈이 별 폼은 다 잡고 있군. 하지만 무공만큼은 상당히 고강해 보여..."
"미검랑이라... 상당히 거창한 칭호를 붙이셨군요. 소협."
"뭐야!"
영천의 시큰둥한 대꾸에 이번에는 남궁철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남궁철은 영천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영천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날카로운 기세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네놈의 그 입을 찢어주마. 무념검법 1장 호위늠름."
검황 남궁민의 독문무공인 무념검법은 허초와 변초가 다양하고 검세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과연 소문대로 남궁철이 펼친 검세는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강하게 영천을 압박해 들어갔다.
영천은 천뢰현을 이용하여 남궁철의 검세를 차단해 나갔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크윽.. 저녀석 생각외로 상당히 강하다. 잘못하면 질수도 있겠는걸..."
"천뢰현 비류현!"
밝은 빛을 흩날리며 천뢰현은 남궁철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호위늠름에 의하여 막혀 버리고 말았다.
"그 따위 은사로 지금까지는 잘 버텨왔을지는 몰라도 나 미검랑에게는 어림없는 일이다. 무념검법 2장 봉황파륙."
날카로운 검기가 영천의 머리를 덮쳐왔다. 붉으스름한 빛을 띠는 검기를 보고 영천역시 다음 초식을 전개했다.
"천뢰현 격광해일."
"쉬이이잇~ 슈슈슛. 퍼벙!!"
폭발음과 함께 붉으스름한 검기는 수십갈래로 깨어져 버렸다.
"무념검법 1장 호위늠름."
"천뢰현 비류현!"
"무념검법 3장 청린검류."
"천뢰현 수회쾌류."
혼전의 거듭이었다. 좌중들은 이 두 젊은 신진고수의 화려한 초식대결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천과 남궁철은 모두다 땀을 뻘뻘 흘리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와중에도 영천의 두눈은 날카롭게 남궁철의 검이 가는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계속 혼전이 거듭되자 이쯤에서 끝을 봐야 겠다고 생각했는지 둘은 멀찍이 떨어졌다.
"놈!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왔지만 네녀석의 운도 이젠 끝이다. 무념검법 4장 태천능운!!!"
거대한 기세의 검사가 영천의 몸을 압박해 들어왔다.
"윽.. 비장의 초식을 쓰기 위해서는 이 것을 막아야 하는데.. 이것을 막을만한 초식이...!!"
순간 영천의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 영천은 천뢰현에 내공을 더더욱 많이 주입시켰다. 그러자 천뢰현은 마치 살아있는듯 더욱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뢰현 유수현참."
천뢰현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날카로운 기세로 남궁철의 초식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놀라웠다. 영천의 초식 유수현참은 남궁철의 태천능운을 산산히 부수어 버렸다.
수천의 사람들은 이 믿지 못할 사건에 입을 쩍 벌리고 영천을 바라보았다.
"크억!!"
하지만 태천능운을 깨부수자마자 영천이 많은 양의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사실 방금 영천이 쓴 유수현참은 체현합의 경지에 올라야만 쓸수 있는 무공이었다. 그런데 그런것을 아직 쾌섬류의 경지에 불과한 영천이 함부로 ㎱릿?내상을 입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남궁철은 그런 영천을 보곤 히죽 웃더니 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이게 마지막이다. 무념검법 1장 호위늠름."
남궁철의 검은 영천의 목을 노리며 다가왔다. 남궁철의 검은 서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검이 영천의 목을 베려는 순간 갑자기 영천의 현이 붉으스름한 검기를 내뿜었다.
"무념검법 2장 봉황파륙!!!"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내어 공격을 한 영천은 다량의 피를 토하며 비무대에 쓰러졌고 남궁철역시 봉황파륙의 위력에 의해 내상을 입고 쓰러졌다. 영천과 남궁철 둘 모두 쓰러진 비무대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남궁민의 독문무공으로 그의 아들인 남궁철만이 쓸수 있는 무념검법을 영천이 과연 어떻게 쓸수 있었을까? 간단하다. 혼전이 일었을때 영천은 남궁철의 검세를 잘 보고 머릿속으로 그 동작하나하나를 모두다 외웠다. 무림으로 올때 받은 그 재능이 또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한참 정적에 묻혀 있던 비무대가 이내 사람들의 말소리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누가 이긴거지??"
"몰라. 무승부 아냐?"
"도대체 누가 이긴거야?"
"조용히들 하시오."
장진평은 소란을 가라앉히고는 자신의 좌우에 있는 두 심판관과 앞에서 일어난 황당한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의논하였다. 잠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후 합의를 본 그들은 판정의 결과를 발표하였다.
"원래 본 무림맹 태극단 시험에서 뽑으려고 한 인원은 200명 뿐이었소. 그런데 다음 비무에서 181번과 1번이 무승부를 거두는 바람에 확실한 판정이 어렵게 되었오. 하지만 두 사람의 실력이 뛰어난 것은 감안해서 두 사람 모두 합격으로 인정하겠소. 따라서 이번 태극단 추가 인원은 모두 201명이 되겠소."
장진평의 말에 시험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동의한다는 듯한 눈빛을 내보냈다. 그때 질책하는 듯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요. 지금 다친 사람을 앞에다 두고 뭐하는 거에요? 의원을 불러야죠."
비무대 위에는 언제 올라 왔는지 두 소녀와 한 소년이 영천의 병세를 간호하고 있었다. 두 소녀는 그 생김이 마치 선녀 같았는데 얼굴이 온통 걱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한편 그제서야 비무를 한 둘이 내상을 입었다는데 생각이 미친 장진평은 빠른 속도로 영천과 남궁철이 있는 비무대위로 다가왔다.
비무대 위는 영천과 남궁철의 피로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장진평은 영천과 남궁철을 양 어깨에 매고는 의원이 있는 약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를 원필과 미유, 미호 자매가 따랐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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