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3

뜨악 하니 바라보는 나를 의식함인지, 샐쭉한니 내어민 아랫입술이 지그시 내려닫힌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긴하지만, 이제 나는 처음 내가 원하던 목적지 까지 갈수있음을
안도하며, 다시 찌든 때로 끈끈한 시트속으로 깊숙히 몸을묻었고, 이내 눈을 내리닫았다.

"이거하나 잡술래유 ?"
얼마나 오래돼었던 시골버스 속의 고요 였을까 ?
나긋한 소리에 귀를 의심하며,설마 날보고 다시 시작하자는 것은아니지 하는 기대와 ,잠시
밀려오던 오수의 끝자락을놓기싫어,내리닫은 눈자위에 더욱힘을몰아주었다.
그리고 아우러져 나타나지는 입가의 비틀어짐을 ,의도적으로 표시하려 어금니를 당겨 마주대었다.

"거시기유 ? 시장하시믄 이거하나 뇨기하서유?"
"......................."
그랬다. 다시 나였다.
귓가에 나즈막하게 부딪히는 목소리에 박자를 맞추어 느껴지는,미세한 숨결이 그녀의 입술이 바로 내 귓가에 있음을 상기시키며, 적지않은 솟구침이 가슴에서 밀려올라왔다.

"제......."
"미..미안혀유........."
난 잠시 말끝을 잊지못하고 목을가다듬으려 ,부러 큼,큼, 하며 낮게 목을 가다듬으며
초도 지나지않은 기억을 더듬고있었다.
내가,내가 도대체 무슨말을 하려했었는지,어리둥절하며,눈은 자리를잡지못한채 허공을맴돌다가, 다시그녀의 미안쩍어하는 눈과 마주치고말았다.

"드서보서유,안적 따끈항께유"
여전히 나즈막한 믿기지않는 소리와 함께 수줍게 건너오는 계란을,겹쳐끼m던 팔을풀지도못한채 손바닥만 벌려 허겁하게 받았다.
그리고 이젠 어차피 피할 이유가 그다지없어졌다는,다소의 가라앉은 뻔뻔함을 짧은 호흡으로 다듬으며,다시 그녀의 얼굴을 건네보았다.
전혀, 수분전 아니 아직 한시간도 넘기지않은 멀지않은 시간전에 흥분하여 거친상소리라도
하고싶었던,가만 되짚어보니 한번도 제대로 본적이없었던,그네의 얼굴을 다시 막연하게
보고만 있었다.

아름다움 을 형용할수있는 단어들이 몃개나 될까?
아니,잠깐의 되짚음으로도 떠오르는 그 어구들이 과연 얼마나 사실을 사진처럼 다른이에게
인지시킬수 있을까 ?
그랬다.
그녀의 눈, 사람에게 저런 눈도 줄수있게 바로 흔히 말하는 신 이아닐까 ,하는 소용돌이 들이
어지럽게 뇌리를 뒤죽박죽 무질서하게 흔들고있었다.

그다지 이쁘다 라는 점수를 주기엔,미흡한 얼굴, 이율배반 이라는 말을 여기에 붙이면 제대로
사용처를 갖추었다싶은 그녀의 눈 ,에 나는 그저 망연히 맥을 놓은 ,단거리 스프린트 처럼,
긴숨을 토해내며,어렵고 힘들게,마치 처음 소리를 만들어보는 농아 처럼 숨을 놓아 기도를
움직였다.

"고맙습니다."
"원 시상에요 기란 한개갖구 머 고맙구그려유, 어서드서유,요기 소금도 있슈"
"네..."

그때에서야 내손에 들어와서 한동안 용처를 찻지못하던 계란이 이미 껍질이 벗겨져 있음을
알았다. 난 느린 몸짓으로 팔을 풀고,잠시 침을넘겨 목을 가라앉히며 계란을 반입 잘라물었다.

"아유 맛나게 드시니께 안주 뵈기가 좋구만유,,요기 만응께 더드서유"
"아 ..네.."

버스는 저만치 검게 가라앉은 바다를 오른편으로 밀어내며,키작은 솔밭을 감아들어가고있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
이번에는 이미 내달아난 소리를 겉을수없음을,아차 하며 내가먼저 물었다.
"지두 무창포가유,,아까 거기 산다구 말씀드린듯헌디,,,"
"아..그..그러셧지요.."
"무창포에 갓시믄 워데 H을디는 기정하신거여유 ?"
"아..아니요..그냥 가는건데요,,가보면 있겠지요뭐.."
"그라시믄,,거시기 녀관이나 그러디에 주무시야 것쥬 ?"
"네..그래얄것같습니다"
"잘됫네유.."
"네 ?"
"가시무는 동백장여인숙 이라구 있슈,,거기 성님이 원래 본읍이 동백장 인디유,,,그랑께 그성님이 동백장서 무창포로 시집을오서갓구유, 여인숙 이름이 글키 지은거지유"
"아..네그렇군요,,잘아시는 분이신가봐요 ?"
"아유,,그람유..지를얼마나 아껴주시는디유 그성님이유..참 그라고 머시냐 긍께 그여인숙이
무창포서는 질루 긋하구,바로 바다앞이라서 문밖풍치두 아주 그만인게..거가 질 안성이것네유,,한번 도착하구 거기부터 가보서유,,,차부에서두 멀지않어유.."
"네에.. 감사합니다.."

이제 한달여조금 넘게 남은 시간인데,무언가 이해할수없는 이 느낌은 무얼까,,,,,
난 지금 무창포 에 가서 어떤 또다른 일을 만들어 내발목을 다시 잡는 불행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이막연한 불안감은 어디에서 시작돼었을까 ....?

쿠럭쿠럭 하며 바퀴를 따라온 누런 흙먼지가 차창밖 을씨년스러운 거리를 스산하게 덮는다.

무창포......
1978 년 4 월을 이틀더 남겨놓은 봄의 끝자락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