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1



여명.. 첫번째

아직 어둠이 겉히지 않은 이른 새벽,무거운 안개에 눌려 숨소리조차 내지못하고
가라앉은 창밖의 호수에서 이따끔 작은 물고기들이 튀어오르는 소리로 희미하게
정적을 깬다.
새벽잠이 깊은 아내가 깰세라,더듬더듬 어둠 을 짚어,짙은 어둠을 한웅큼 가득풀어
끓인 커피를 들고 조심히 컴퓨터앞에 앉았다.
소리나지않게 끌어올린 창으로 안개가득한 새벽바람이 호수의 비릿한 내음을실어 방안 을 시나브로 서늘하게 바꾸어준다.

사월은 ....누군가 전쟁으로 초토화된 대지에 새싹이 돋지못하는것을 안타까워하며
사월은 잔인한달이라고 말한것을 머언 옛적 학창 시절에 읽은 듯하다.

지금 나는 사월의 이른 새벽에 향기그윽한 커피한잔을 가슴에 안고 ,막연히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머나먼 시절의 또다른 사월을 떠올리며,입안을 맴돌며 넘기지못하는
커피처럼 아스라히 ,안타까운 추억에 젖어본다.

사월의 바닷가는 때론 춥기도 하고,때론 볕이좋으면 적당한곶에 몸을눕히기만하면
잠이들어버리곤하는 아주 변화무쌍한 매력이가득한 곶이다.
열아홉의 사월은 방황으로 갈곳을 잃은 발길을 바닷가 한적한 어촌에서 멈추게하기에 아주 훌륭한시기이였다.

지금 그곳이어디쯤인지조차도 기억이 희미한 나이이지만,그래도 마치 각인된 조각처럼 아직도 눈만감으면 선명하게,떠오르는 사람 .....
사월의 바닷가에서 만난 ,나이도 이름 도 성도 ,기억에없지만 , 그녀와나누었던 밤과
그녀의 몸,그리고 열정으로 흐느끼던 그녀의 육음....
어느샌가 식어버린 커피를 탓하며,이제는 그녀를 다시 기억속에만 묻어두기에는
노쇠하고 지친 뇌세포가 벅찰듯하여,더오르는대로,졸필이나마 글로라도 남겨,
다시 잊지않게되기를 바라고,아울러 이글을 읽는 모든이와 그녀를 함께 공유할수있다면 이또한 고개를 넘긴 나이에 더할나위없이 커다란 기쁨이라고나 표현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