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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1:58 696회 0건
빙의의 덫 2부
빙의의 덫 2부

"이제 그만 만나요 영헌씨"
민선은 냉정하게 말했다.
"왜요? 왜 그래야 하죠?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뭐라고 해요? 아니면 ?"
수척해 보이는 가죽 점퍼의 남자가 항의하듯 두팔을 옆으로 벌리며 소리쳤다.
"좀 조용히 좀 해 줘요. 애가 깨니까..."
"민선씨! 내 말좀 똑똑히 들어봐요. 우린 떳떳해요. 동일이는 죽었고.."
"그만!! 그 말은 하지 말아요."
"미 미안...일부러 그런건 아녜요. 하지만..."
"네...알아요. 저와 진우에게 잘해 주시는건 고마와요. 그렇지만 전 그게 부담되요."
"뭐가 부담되죠? 자! 내 눈 똑바로 바라보고 얘기해요. 똑봐로 보라구"
"그러지 말아요. 제 뜻은 이미 말했어요"
"당신도 내가 좋지 않아요? 애써 부정하지 말라구요"
"그래요. 맞아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예요. 나는 영헌씨가 좋긴 하지만...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구요..그리고...그리고.....난 도저히 새로 사랑을 할수 없어요."
"이봐요 민선씨! 너무 자괴감에 빠지지 말아요. 언제까지 이렇게 살건가요? 네?"
"제발...영헌씨...제발..절 그냥 내버려 두세요..부탁이예요...그냥..떠나주세요"
방 한쪽의 이불이 들썩거리며 잠자던 진우가 조금 칭얼댄다. 꿈을 꾸는 모양이었다.
"애가 깨요..이제 그만 가 주세요"
"............."
장영헌은 미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표정은 어둡고 침울했다. 며칠이나 면도도 하지 않은 그의 턱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정 그렇다면..이제 그만 만나죠. 하지만 이건 알아둬요. 나중에 당신은 후회할거요. 세상에 두 눈 똑바로 뜨고 나가지 않는 한 세상은 늘 당신 앞에 두려운 존재일 뿐이요."
"............."
문이 닫히고 멀리 발자국 소리가 사라져 갔다.
민선은 그대로 주저앉아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얼마 참지 못하고 방바닥에 엎드리고말았다.
동일이 죽고 난 후 그의 친한 친구였던 영헌은 그녀를 거의 3년간 돌보아왔다. 그러던 중 서로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고 몇개월 전부터 육체관계도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민선은 그 관계를 도저히 지속할수 없었다. 아직 동일에 대한 그리움이 사그러지지 않은데다가 영헌에 대한 감정도 사랑이라고 말할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너무 힘들어서 잠시 영헌에게 기대는 것 뿐이라고..그렇게 생각했다. 아무것도 앞날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여기저기 일거리를 위해 뛰었으나 여자 혼자 생활을 감당하기도 힘들었다. 더구나 홀몸도 아니라 애도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반기는 일터도 그다지 많지 않았고 가끔 일할 만한 곳이 있더라도 아직 20대 청춘의 요조숙녀 같은 그녀를 주위 남자들이 가만 두지 않았다. 그녀는 더욱더 소극적이 되어갔다. 어쩌다 새로운 남자를 만나 새출발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으나 진우의 장래를 생각하면 그것도 쉬운건 아니었다. 영헌은 그런 그녀에게 힘이 되어 주었지만 어쩐지 그녀에게는 영헌이 그다지 믿음직스럽지는 않았다. 정확히 꼬집어 말할수는 없지만 영헌은 동일과 민선이 사귀고 있을때부터 주위를 맴돌며 민선에게 야릇한 감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민선은 여자의 육감으로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동일이 없는 지금은 비록 그녀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고 해도 그 무엇인가가 그녀를 압박하고 있다는걸 느끼고 있었다. 영헌은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게 아니라고 여겨졌다. 그에게 사랑의 감정이 있다 해도 그것은 조금 이기적인...그녀를 소유하고 싶다는 강한 집착에 다름 아니라고 그녀는 확연하게 알수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이별을 선언했던 것이다.
민선은 영헌과 헤어진 후 2주만에 집을 옮겼다. 전화번호도 바꾸고 그녀의 소재를 알수 없도록 생각나는 모든것을 단속했다.

민선에게 밤은 언제나 고통이었다.
아들 진우가 잠든 옆 자리에서 깊은 시름에 잠겨 있노라면 어느새 시간은 새벽으로 치닫고 있었고 그녀는 자주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이미 남자를 알아버린 나이라 주체할수 없는 욕망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번져 올라오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몰래 이불 속에서 자위를 하곤 했다. 자위를 처음 경험한 때는 동일과 동거할때부터이다. 동일은 그녀에게 자위를 시키고 그것을 지켜보면서 흡족해하기도 했다. 그의 장난끼였다. 민선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동일을 위해 기꺼이 응해 주었다. 그것이 지금은 은밀한 욕망을 삭이는 도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아......"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클리톨리스를 부드럽게 문지르고 있었다. 호흡이 턱까지 차 올라 그녀는 몸을 뒤틀었다. 동일의 환영이 자신의 몸 위에서 더듬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 환영은 영헌으로 바뀌어지기도 했다. 모를 일이었다. 한때 몸을 섞었다고 영헌의 육체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어쨌든 그녀는 영헌의 환영이 떠올라지면 죄스러움을 먼저 느꼈다. 동일에게....말이다. 그러면서도 더욱 야릇한 흥분이 일기도 했다. 이성과 욕망은 이리도 다른것일까. 민선은 희미하게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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