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의 덫 1부
빙의의 덫 1부
그 끔찍하고도 무서웠던 악몽은 공교롭게도 밀레니엄의 정점인 1999년 12월부터 시작되었다. 세상은 곧 망할 것처럼 혹은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처럼 떠들썩했지만 그것은 그녀 이외의 다른 사람들의 관심일 뿐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에도 그녀는 먹고 사는 것..그리고 누구에게도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할 사적인 근심거리들에 시달리느라 그런 고급 상상들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얼굴에 모범생이기까지 한 그녀의 아들 진우는 그 때 15살의 중학교 3년생이었다. 고달픈 살림살이에도 그녀는 자랑스런 아들 덕에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언젠가는 진우가 꼭 훌륭한 사람이 되서 지금의 고생을 충분히 보상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진우야, 넌 나중에 뭐가 될래?"
그녀가 이렇게 물으면 진우는 늘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나안~ 엄마의 나암~피언~~~!"
진우는 오른팔뚝을 직각으로 올려 알통을 드러내보이며 한쪽 눈을 찡긋이 감는다.
"떼끼! 아직도 그게 니 장래 꿈이니?"
"농담이야 히히히...엄마도 알다시피 내 꿈은 언제나 훌륭한 외과의사야 키키키"
"웃는것 하고는....."
그녀와 아들 진우는 언제나 친구처럼 지냈다.
"김민선씨~김민선씨~!"
"네에~~"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창구 앞으로 나아갔다.
"여기 등본이요...."
김민선....그리고 아들 석진우.....그게 가족의 전부였다. 민선은 동사무소 현관 계단을 내려오면서 문득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의 눈에 물기가 서렸다. 그녀는 애써 혼자 웃음 지어보이고는 육교 위로 걸어 올라갔다. 한 블록 너머의 거리에 00은행의 간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엄마! 어디 다녀 오는거야?"
아령을 신발장 위에 올려 놓으며 진우가 물었다.
"으응....니 학자금..."
"엄마도 참! 나 장학금 받는다니깐..."
"이건 니 보험하고 다른거 적금 든거에서 나오는거야"
"으응..그렇구나...히히히...엄마...내가 공부 잘 하니까 좋지?"
"짜아식...그래 인마!"
민선은 안방에 들어오자마자 옷장 깊숙히 묻어 두었던 빛바랜 앨범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진한 암갈색의 금박 입힌 양장 앨범이었지만 세월의 탓으로 표지가 많이 헤어져 있었다. 첫장에는 그녀의 부모님과 자신의 어린시절 사진이 푸른 바다가 그려진 벽면을 배경으로 찍혀 있었다. 다음 장을 넘겼다. 그녀의 눈 주위가 조금 떨렸다.
쾌남형의 건장한 청년과 뽀얀 피부의 조금 어려 보이는 귀여운 아가씨의 다정한 포즈....오른쪽 아래에 흰 펜글씨가 보였다.
"우리 사랑은 영원히 우리만의 것, 석동일과 김민선 1985.5.23"
민선은 그 해에...그러니까 그녀의 나이 스무살에 지금의 아들 진우를 낳았다. 12월 26일 성탄일 다음날이었다. 한국 10 대 기업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제법 큰 규모의 계열사 몇개를 거느리는 모 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이었던 석동일은 부모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평범한 집안의 민정과 결혼을 강행하려 했으나 결국 가출을 해 민정과 몰래 살림을 차리고 동거를 시작했다. 그 해에 진우를 얻었고 언젠가는 부모가 허락해 주리라 믿고 모든 연락을 끊은채 막노동을 해가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연명해 나갔다. 그래도 둘은 행복했다. 그러나 그 달콤한 꿈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공사판에서 불의의 사고로 석동일은 그만 목숨을 잃어야 했고 민선은 어린 아들 진우와 함께 고난 속에 뛰어 들어야 했다. 그나마 진우의 성이 동일의 성을 따르게 된 데에는 동일이 민선 몰래 이미 혼인신고를 해둔 탓이었다. 동일의 아버지 석남기 회장은 진우를 손자로 받아들이고자 했지만 부인과 자식들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민선에게 양육비조로 3억을 내 주었다. 그러나 민선은 한사코 거절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겠으니 아들 진우을 데리고 안 보이는데서 혼자 살겠노라고 했다. 홀로 시골에서 과수원을 경영하던 민선의 아버지는 그녀의 동거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가 3년 뒤 석동일이 죽고 나서야 모든 사실을 알고는 홧병으로 쓰러져 시름시름 앓다가 1년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녀는 모든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다. 한동안은 아버지와 동일에 대한 자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그녀의 희망인 진우에게 모든 인생을 걸기로 했다.
"엄마! 엄마!"
문 밖에서 진우가 소리쳐 불렀다.
"어 어엉...왜 그러니?"
눈가를 여린 손가락으로 훑으며 민선이 대답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께...친구 만나러..."
쿵!!
"그..그래..."
민선의 대답보다도 먼저 현관문이 닫혔다.
민선은 앨범을 다시 옷장 깊숙이 집어 넣고는 무릅으로 방을 가로질러 가서 철제 테이블 위에 놓인 고객 명부를 들여다 보았다.
"00 생명보험 생활설계사 김민선"
빙의의 덫 1부
그 끔찍하고도 무서웠던 악몽은 공교롭게도 밀레니엄의 정점인 1999년 12월부터 시작되었다. 세상은 곧 망할 것처럼 혹은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처럼 떠들썩했지만 그것은 그녀 이외의 다른 사람들의 관심일 뿐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에도 그녀는 먹고 사는 것..그리고 누구에게도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할 사적인 근심거리들에 시달리느라 그런 고급 상상들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얼굴에 모범생이기까지 한 그녀의 아들 진우는 그 때 15살의 중학교 3년생이었다. 고달픈 살림살이에도 그녀는 자랑스런 아들 덕에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언젠가는 진우가 꼭 훌륭한 사람이 되서 지금의 고생을 충분히 보상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진우야, 넌 나중에 뭐가 될래?"
그녀가 이렇게 물으면 진우는 늘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나안~ 엄마의 나암~피언~~~!"
진우는 오른팔뚝을 직각으로 올려 알통을 드러내보이며 한쪽 눈을 찡긋이 감는다.
"떼끼! 아직도 그게 니 장래 꿈이니?"
"농담이야 히히히...엄마도 알다시피 내 꿈은 언제나 훌륭한 외과의사야 키키키"
"웃는것 하고는....."
그녀와 아들 진우는 언제나 친구처럼 지냈다.
"김민선씨~김민선씨~!"
"네에~~"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창구 앞으로 나아갔다.
"여기 등본이요...."
김민선....그리고 아들 석진우.....그게 가족의 전부였다. 민선은 동사무소 현관 계단을 내려오면서 문득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의 눈에 물기가 서렸다. 그녀는 애써 혼자 웃음 지어보이고는 육교 위로 걸어 올라갔다. 한 블록 너머의 거리에 00은행의 간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엄마! 어디 다녀 오는거야?"
아령을 신발장 위에 올려 놓으며 진우가 물었다.
"으응....니 학자금..."
"엄마도 참! 나 장학금 받는다니깐..."
"이건 니 보험하고 다른거 적금 든거에서 나오는거야"
"으응..그렇구나...히히히...엄마...내가 공부 잘 하니까 좋지?"
"짜아식...그래 인마!"
민선은 안방에 들어오자마자 옷장 깊숙히 묻어 두었던 빛바랜 앨범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진한 암갈색의 금박 입힌 양장 앨범이었지만 세월의 탓으로 표지가 많이 헤어져 있었다. 첫장에는 그녀의 부모님과 자신의 어린시절 사진이 푸른 바다가 그려진 벽면을 배경으로 찍혀 있었다. 다음 장을 넘겼다. 그녀의 눈 주위가 조금 떨렸다.
쾌남형의 건장한 청년과 뽀얀 피부의 조금 어려 보이는 귀여운 아가씨의 다정한 포즈....오른쪽 아래에 흰 펜글씨가 보였다.
"우리 사랑은 영원히 우리만의 것, 석동일과 김민선 1985.5.23"
민선은 그 해에...그러니까 그녀의 나이 스무살에 지금의 아들 진우를 낳았다. 12월 26일 성탄일 다음날이었다. 한국 10 대 기업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제법 큰 규모의 계열사 몇개를 거느리는 모 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이었던 석동일은 부모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평범한 집안의 민정과 결혼을 강행하려 했으나 결국 가출을 해 민정과 몰래 살림을 차리고 동거를 시작했다. 그 해에 진우를 얻었고 언젠가는 부모가 허락해 주리라 믿고 모든 연락을 끊은채 막노동을 해가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연명해 나갔다. 그래도 둘은 행복했다. 그러나 그 달콤한 꿈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공사판에서 불의의 사고로 석동일은 그만 목숨을 잃어야 했고 민선은 어린 아들 진우와 함께 고난 속에 뛰어 들어야 했다. 그나마 진우의 성이 동일의 성을 따르게 된 데에는 동일이 민선 몰래 이미 혼인신고를 해둔 탓이었다. 동일의 아버지 석남기 회장은 진우를 손자로 받아들이고자 했지만 부인과 자식들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민선에게 양육비조로 3억을 내 주었다. 그러나 민선은 한사코 거절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겠으니 아들 진우을 데리고 안 보이는데서 혼자 살겠노라고 했다. 홀로 시골에서 과수원을 경영하던 민선의 아버지는 그녀의 동거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가 3년 뒤 석동일이 죽고 나서야 모든 사실을 알고는 홧병으로 쓰러져 시름시름 앓다가 1년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녀는 모든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다. 한동안은 아버지와 동일에 대한 자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그녀의 희망인 진우에게 모든 인생을 걸기로 했다.
"엄마! 엄마!"
문 밖에서 진우가 소리쳐 불렀다.
"어 어엉...왜 그러니?"
눈가를 여린 손가락으로 훑으며 민선이 대답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께...친구 만나러..."
쿵!!
"그..그래..."
민선의 대답보다도 먼저 현관문이 닫혔다.
민선은 앨범을 다시 옷장 깊숙이 집어 넣고는 무릅으로 방을 가로질러 가서 철제 테이블 위에 놓인 고객 명부를 들여다 보았다.
"00 생명보험 생활설계사 김민선"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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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09-21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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