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사랑-1부

[ 쾅.. 콰지직.. ]

- 어머.. -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강연은 커다란 충격와 함께 차가 앞으로 밀리며 그 반동에 의하여 자신의 몸이 뒤로 밀려 등받이에 묻히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 아.. -

등받이 목받침에 목을 부딪친 충격에 고통이 엄습해오는 목덜미를 어루만지던 강연의 눈에 차에서 내려 황급히 걸어오는 남자의 모습이 사이드 밀러를 통해 들어왔다.

- 괜찮으십니까.. 다치신데는 없으세요 -
- .... -

갑작스런 충격의 여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강연이 남자의 물음에 그저 목덜미만을 어루만져 댔다.

- 많이 다치신것 같으면 구급차를 부르겠읍니다.. -
- 아뇨.. 그럴 필요는 없어요 -
- 하지만 만일을 모르니까.. 구급차를 부르는게.. -
- ....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남자를 외면한체 강연이 차에서 내려 목덜미를 거머쥔체 자신의 차 뒤쪽으로 걸어갔다.

- 어머.. 뭐야.. 다 부셔졌잖아.. -
- ... -

생각보다 많이 파손된 뒷 범버를 바라보며 조금은 앙칼진 목소리로 말하는 강연의 곁으로 다가온 남자가 강연의 차 뒷부분을 살폈다.

- 좀.. 조심하시지 않구요.. -
- 죄송합니다.. 급한 약속이 있어서 서두르다보니 그쪽 차가 서있는걸 미쳐 발견하지 못했읍니다.. -
- 그래도 그렇죠.. -
-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 그나저나 어떻게 하실거예요.. -
- ... -

사고 처리를 요구하는 강연의 말에 남자가 지갑을 꺼내 자신의 명함과 주민증을 꺼내 들었다.

- 저기 죄송합니다만.. 제가 너무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그러니 여기 제 명함하고 주민 등록증을 받으시고 사고 처리는 이따가 처리하면 안되겠읍니까.. -
- 뭐예요.. 지금 그냥 가시겠다는 말씀이세요.. -
- 그런게 아니라..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러니 양해해 주시면 안되겠읍니까.. -
- .... -
- 부탁드립니다.. 사고 처리는 제가 말끔하게 하도록 하겠읍니다.. -
- 알았어요.. 이리 주세요.. -

간곡하게 부탁하는 남자의 말에 강연이 남자에게서 명함과 주민증을 넘겨 받았다.



- 아이.. 짜증나.. 오늘은 아침부터 그러더니.. -

아침 출근길에 남편과의 언쟁에 기분이 상해있던 강연은 조금전의 사고때문에 마음이 편치않자 짜증스러움을 표출하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언짢은 기분으로 운전을 하던 강연의 시선에 조금전 남자가 건내준 명함과 주민증이 들어오자 손을 뻗어 남자의 명함을 집어 들었다.

- 우성 실업.. 영업부 대리 최 성환... -

명함에 박혀있는 글씨를 읽어내리던 강연이 명함을 내려 놓은뒤 남자의 주민증을 집어 들었다.

- 성북구 길음동.. 어.. 우리 집이랑 가까운 곳이네.. 흣.. 나이는 나보다 한살 어리네.. -

남자의 주소가 자신이 사는곳과 그리 멀지 않음을 확인하던 강연이 남자의 나이가 자신보다 한살이 어리다는 사실에 조소를 지어보인뒤 주민증을 조수석에 던져 놓았다.



- 네.. 여보세요.. -

운전을 하고있던 성환이 낯선 전화번호를 확인하며 전화를 받았다.

- 최 성환씨 되시죠.. -
- 네.. 그렇습니다만.. -
- 아까 사고난 차량 주인이예요 -
- 아.. 네.. -
- 일단 차는 정비소에 맡겼거든요.. 한 칠십만원 정도 예상을 하라던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
- 정비소 위치를 알려주시면 제가 두시간후에 그곳으로 가겠읍니다.. 수리비는 보험으로 처리를 해드리죠.. -
- 알겠어요.. 정비소는 수유리쪽에 있거든요.. 그곳에 오셔서 핸드폰으로 연락 주세요.. 그럼 자세한 위치를 알려드릴께요 -
- 알겠읍니다.. 그럼 두 시간후에 뵙겠읍니다 -
- 네.. -

강연과 통화를 끝낸 성환이 서둘러 차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 사고 처리는 대충 해결된것 같군요.. -
- 그렇네요 -
-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
-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
- 저기요 -
- 네 -

정비소를 찾아온 남자와 사고 뒷수습을 처리한 강연이 인사를 하며 돌아서려는 순간 성환이 강연을 불러세웠다.

- 제가 여로모로 그쪽에 불편을 끼쳐 드린것 같아서 그런데 시간이 괜찮으시면 저녁이라도 대접을 하겠읍니다.. -
- 그러실 필요 없어요 -
- 그럼 가시는 곳까지 모셔다 드리겠읍니다.. 어차피 차도 없으신데 그렇게 하시죠 -
- .... -

이미 주민등록증을 통해 남자의 집이 자신의 집 방향과 비슷한 곳임을 알고있던 강연은 불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것 보다는 그편이 나을것 같다는 생각을하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 아.. 결혼을 하셨군요.. -
- 네.. 삼년 됐어요 -
- 전 미스인줄 알았읍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줌마티가 안나서요 -
- 아줌마라뇨.. 이제 겨우 서른밖에는 안된걸요 -
- 그런가요 -

자신의 말에 미소를 지어보이는 남자를 바라보며 강연이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그쪽은 결혼 했어요.. -
- 아직 못했읍니다 -
- 못하신거예요.. 아니면 미루고 있는거예요 -
- 못하고 있는게 맞겠죠..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이년밖에 안되다보니 결혼할 엄두가 안나네요 -
- 학교는 어디 나오셨는데요 -
- ?? 대학교 나왔읍니다 -
- 어머 정말이세요 -
- 네.. 왜요 -
- 저랑 같은 학교 다니셨네요.. 그럼 94학번.. -

성환의 나이를 알고있던 강연이 성환이 자신보다 한학번이 낮으리라는 짐작을 하며 물었다.

- 아닙니다.. 93학번인데요 -
- 어.. 학번도 나랑 같네요 -
- 정말입니까.. -
- 네.. 영문학과 93학번이예요 -
- 하하.. 이거 정말 우연이네요.. 전 경제학과 93학번입니다.. -
- 훗.. 그러게요.. 사고낸 사람이 동문이였다니 정말 우습네요 -

너무나도 뜻밖에 성환이 자신과 같은 학교 같은 학번 출신이라는 사실에 놀란 강연이 성환에 대한 경계를 풀며 대학 시절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태워다줘서 고마워요.. -
- 고맙기는요.. 불편을 끼쳐서 오히려 제가 미안하죠 -
- 흣.. 그럼 안녕히 가세요 -
- 저기요 -
- 네 -

차문을 닫으려는 강연을 성환이 불렀다.

- 다음에 또 만날일이 잇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여 만나게되면 그때는 친구처럼 편하게 말을 놓는게 어떻습니까.. 학교도 같고 학번도 같은 동기인데.. -
- ... -
- 불편하시면 그냥 두시고요 -
- 그래요.. 그렇게해요 -

그다지 마주칠 일이 없을것 같다는 생각에 강연이 선뜻 허락의 말을 꺼냈다.

- 그럼.. 들어가세요 -
- 안녕히 가세요 -

인사를 건낸 강연이 차문을 닫자 이내 속도를 사라지는 성환의 차를 물끄러미 비라보며 강연이 미소를 지어보인뒤 자신의 집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밥 안먹을꺼야 -
- 안 먹는댔잖아 -
- 먹기 싫으면 관둬.. -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차린후 남편이 상우를 부르던 강연은 끝내 식사를 하지않겠다는 상우의 말에 화를내며 식탁쪽으로 향했다.

- 무슨 남자가 저렇게 쫀쫀하냐.. 아침에 말다툼 했다고 저녁때가지 뚱해가지고.. -

평소 조금은 소심한 성격을 보이던 상우가 아침의 말다툼 때문에 퇴근후에도 말한마디 건내지 않자 화가치민 강연이 홀로 식탁에 앉아 중얼거리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 어.. -

아침 출근길에 신호를 기다리던 강연이 옆차를 바라보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성환을 발견하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차유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 빵.. 빵.. ]

- .... -

강연이 누른 클락션 소리에 성환이 옆을 돌아보는 순간 강연이 손을 흔들어 보이자 성환이 차 유리를 내리며 강연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 출근하는 겁니까 -
- 네.. -
- 아참 다음에 만나면 친구처럼 지내자고 그랬지... 차는 이상없어 -
- 별 이상은 없는것 같아 -
- 항상 이 시간에 출근해 -
- 음.. -

[ 빠앙.. 빵.. ]

지난번의 약속을 떠올린 성환이 말을 낮추자 강연 역시 말을 낮추며 대화를 이어갈쯤 신호가 바뀌자마자 강연의 뒷차에서 클락션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 갈께.. 수고해.. -
- 그래.. 수고해라.. -

차를 출발시키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강연을 향해 성환 역시 미소와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후 몇번의 사거리에 나란히 정차한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다 각자의 갈곳을 향해 차를 몰아 흩어졌다.



- 나.. 내일 직원들하고 낚시 갈꺼야.. -
- 지난달에도 갔다 왔잖아 -
-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가지기로 했어 -
- 그럼 나도 같이가 -
- 안돼.. 와이프들은 절대로 데려오지 않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
- 그런게 어딨어...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지내야지... 자기네들만 그렇게 놀러가고 사람들이 왜그래.. 나도 갈꺼야.. -
- 야.. 다들 혼자오는데 나만 어떻게 너를 데리고가냐 -
- 그러면 자기도 가지마 -
- 내가 맨날 놀러 다니냐... 한달에 한번 머리 식히러 가는것도 마음대로 못가게하면 나보고 어떻게하란 소리냐.. -
- 나는.. 난 뭐 매일 놀러다녀.. 직장 생활하면서 살림하는게 얼마나 힘든데.. -
- 그러길래.. 누가 직장 다니래.. 누가 돈벌어 오라고 그랬냐구 -
- .... -
- 그렇게 힘들면 집에서 살림이나해.. 직장 다닌다고 유세하지 말구.. -
- .... -

상우의 말에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있던 강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

- .... -

침대에 걸터앉은 강연이 긴 한숨을 내쉬며 조금전 남편이 자신에게 내뱉은 말들을 생각하며 답답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남편의 말따라 자신이 원해서 직장 생활을 한것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할때 까지만의 생각이였다. 흔히 직장 여성들이 말하는 것처럼 자기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것도 아니였고 살림을 하는게 답답해서 직장 생활을 하는것도 아니였지만 남편인 상우는 말다툼을 할때면 강연이 직장을 다니는것을 걸고 넘어졌고 그럴때마다 강연은 작은 상처를 받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강연은 그런 남편을 한편으로는 이해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남편을 설득해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할때까지만 아이를 갖지 말자고 했던것이 남편으로써는 불만인것을 강연은 잘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남편을 이해하면서도 강연은 자신의 어려움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상우의 태도가 못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