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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2:02 777회 0건
유비쿼터스(9)

개발 때문에 늦게까지 야근하거나 술에 취해 새벽녘에 들어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최근 몇일간 처럼 집앞을 멤돌며 비껴 지나가야 하는 일이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매일 퇴근시간에 맞춰 팔당으로 끌려 다녀야 한다면 가정의 평화는 기대할 수도 없고 점점 더 강한 집념을 보이기 시작한 숙의 의지에 휘말려 개발 진행도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사랑을 잊고 살던 숙의 몸을 활짝 열었재친 내 책임이 모든 변화의 기점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녀의 행동을 쉽게 제지할 수도 없다.

밤이 깊어 되돌아갈 형편도 아니다.
꼬리치며 반기는 세퍼트 등을 쓰다듬으며 잠시 정신을 챙겨본다.

탁이 쉽게 명옥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혼을 거론할 정도로 둘 사이가 급속히 가까워진 것도 어쩌면 평지 풍파를 자초한 내 잘못을 빼곤 얘기할 수 없다.
잘못된 모든 일들의 한 가운데에는 내가 서 있다.
"될대로 되라." 혼잣말로 한숨지으며 현관문을 들어섰다.

"정신좀 차려요. 술을 얼마나 먹었길래 이래요?"
"아냐, 한잔 했는데 급히 마셨나봐."
"차가운 꿀물 타올테니까 텔레리젼이나 보고 계세요."

오늘의 주가 동향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의 석유 생산이 통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산유국들이 감산을 결의한 때문에 석유관련주 들이 많이 떨어지고 반도체 관련주가 소폭 내림세를 나타냈으며 바이오관련주가 회복 추세를 보이고 유비쿼터스 관련주가 곤두박질치는 장을 회복세로 이끌었다며 증권관계자가 해석을 한다.

"유비쿼터스..."
산업으로까지 가려면 5년, 실생활에 익숙해지려면 10년을 내다봐야할 유비쿼터스가 증권시장에서 벌써 익숙한 용어가 되버렸다는걸 새삼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

"왜요? 좋은 뉴스 있어요?" 꿀물을 내밀며 숙이 거들고 들어온다.
"아냐, 유비쿼터스라는 말이 주식시장에서 나오길래..."
"맞아요. 당신이 꿈꾸던 유비쿼터스가 시장에서 먹히고 있더라구요."
"아직 멀었어. 해야할 일도 산적하고..."
"새로운 사회적 테마로 부각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만 준다면 현실에 구현될 시간도 단축되겠죠."
"저 사람들이 말하는 유비쿼터스는 단품을 말하는거야.
어떤 개체 하나에 센서를 부착하곤 컴퓨터의 제어를 받게하는 단순한 것들이지.
저런게 수천만개 모여야 진정한 유비쿼터스가 실현될텐데
개별 품목 하나를 가지고 벌써 난리라면 개념만 혼탁스러워질 뿐이지."
"당신이 꿈꾸는 유비쿼터스는 뭔데?"
"모든 사물에 지능을 부여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지."
"돌멩이에도?"
"응, 돌멩이 하나까지도 생명력을 부여해 보는거야."
"가능한 일이야?"
"모든 개체는 고유 주파수를 갖고 있잖아.
내가 물체에 주파수를 쏴서 되돌아오는 시간을 거리로 환산하는 기존의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것이지.
모든 물체가 발산하는 주파수를 내가 수신해서 해석하고 주파수를 지문처럼 인식하고 성질을 판독하고 물체의 성질이 파악되면 이제는 내가 쏴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면 물체의 성질과 좌표가 계산되기 때문에 내 행동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지."
"그럼 모든 개체의 주파수 지문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야겠네?"
"그래, 노가다지.
그걸 얻기위해 대학이 뛰어야 하는거야.
모든 지식인이 개체의 지문을 얻기 위한 노력을 수년간 쏟아 부은 다음에야 진정한 유비쿼터스를 구현할 수 있는것인데 저 사람들처럼 한 개의 현상을 함부로 유비쿼터스에 결부시킨다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란 말야."
"어차피 사람들은 유비쿼터스가 뭔지 모르잖아.
증권회사에서 그렇다면 그런줄 알고 주식을 사고 팔 뿐인데 뭘 신경써?"
"파장이 빠르기 때문이지.
잘못 인식된 상식으로 사회를 정의해 나간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왜곡된 투영으로 구축될 것 아니겠어?"
"당신은 과학자일 뿐이야.
사회현상까지 걱정하면서 어떻게 개발에 몰두하겠어?" 하며 더 이상의 논쟁을 피하려는 듯 두 팔로 목을 껴 안으며 입술을 덮쳐 온다.
부드러운 입술만큼이나 아스라이 솟은 가슴살이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은 두 팔에 힘이 들어가면서 따뜻한 두 사람의 배꼽 부위가 맞닥뜨려졌다.
호흡이 가까진다.
조금은 멀리 놓아둬야 할 여자의 살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부드러워 찰진 피부가 휘감기듯 내 몸을 덮어왔다.
쇼파에 기대듯 무너지며 한 마리 작은 새를 가슴에 안아본다.
파득이는 심장이 "꿍꿍" 거리며 귓가에 전해졌다.
미색 양장을 미쳐 벗기도 전에 내 손이 불쑥 브라우스를 파고 들어 앙증맞은 젖무덤을 덮어버렸다.
도톰한 아랫배를 오목히 감싸며 내 씨앗이 어서 자랐으면 하는 욕망이 불끈 치솟는다.
스커트를 걷어 올리며 스타킹 위로 뜨거운 손맛을 전했다.
벌어지는 두 다리 사이로 팬티가 만져진다.
계곡에 뛰어 들어 심연의 샘물을 마시고 싶다.

"거추장스럽게 스타킹은 왜 신었어?" 스커트 속에서 억지로 스타킹을 벗겨내며 짜증반 애정반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옷 벗고 올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가슴을 벗어나서 뽀르르 안방으로 달려간다.

나는 기다릴 것 없이 안방으로 따라 들어가 훌훌 옷을 벗어 버린다.

"자기야, 옷을 밟으면 낼 어떻게 출근하려고 그래?" 방바닥에 널부러진 옷가지를 챙겨 옷걸이에 걸며 눈을 곱게 흘긴다.

"어, 여기선 단벌신사구나?"

"그래, 낼 당장 백화점에 가서 몇벌 사야겠다."

"싫어, 백화점에 가면 눈이 아파.
자기 전에 얼른 세탁기에 넣고 와이셔츠를 빨아놔.
안 그럼 새벽녘에 도봉동까지 가서 옷가질 챙겨야 한단말야."

"알았어." 휭하니 벗은 채로 달려나가 세탁기에 옷가지를 넣는다.

가벼운 발치로 뒤따라가 세탁기 앞의 그를 뒤에서 안았다.
제법 젖가슴이 커져있었다.
몇번인가 나를 받아 들이면서 오똑하기만 했던 젖가슴에는 살이 통통올라 처음과는 완연히 다른 느낌을 전한다.
완벽한 성형수술을 한다해도 젖가슴을 키우려고 돈을 뿌리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으로 부터의 접촉에 의한 자연스러운 발육에 비하면 뭔가 부담스러운 절차에 불과하다.
단지 몇번만의 사랑을 통해 이토록 살이 오른 젖가슴을 만들어줄 이세상의 성형의사가 어디 있겠는가 의심할 필요도 없다.
몸 전체를 성감대로 받아들이며 엉덩이를 살짝 뒤로 내 밀었다.
두 팔이 세탁기에 걸쳐있는 상태에서 뒤로 찌르는 물건을 고스란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조금 높은 듯 하여 허리를 길게 느리고 까치발로 두 다리를 벌렸다.
허리를 감으며 살짝 아랫배를 보듬으며 또 한손으로 살이 오른 젖가슴의 돌기를 손바닥 한가운데 넣어 부드럽게 오무리며 풀기를 반복하니 애액이 뚝뚝 바닥에 떨어진다.

"속에서 뭔가 나오려고 해."
"그래? 그럼 싸."
"오줌같아. 잠깐만 빼줘."
"아냐, 오줌이 아냐. 그냥 쏴."

뜨거운 물이 분수를 품듯 밀려 나왔다.
맑은 물이 애액을 씻어내며 뻑뻑한 느낌을 만든다.
끼워진 물건이 뜨거운 물에 데이듯 화들짝 놀라 심하게 요동친다.
쏟아지는 양이 만만치 않아 살짝 빼보니 마치 강력한 오줌발과 같은 물줄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나 오줌싼거야?" 부르르 몸을 떨며 까무러치듯 세탁기에 몸을 기댄다.
"하하, 아냐.
숙이 너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구나.
웬만한 놈 너한테 걸렸으면 복상사 일으키고 말겠는걸..."

"몰라. 첨이란 말야!"

"그래, 앞으로 내 보약좀 챙겨 줘야겠다."

어지러워진 바닥을 훔치는 사이 세탁기가 다 돌아갔다.
와이셔츠를 탈수하고 꺼내 다리미질을 하니 내일 아침 옷가지 걱정은 덜은샘이다.

침대에 누워 팔에 안긴 한 마리 작은 새를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세상 어느 곳이든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섹스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며 목욕탕에서 한번만 더 해달라고 조르는 숙을 겨우 달래며 잠을 청한다.

창밖에는 소쩍새가 운다.
차츰 키워 나가는 초승달이 유리창을 통해 비스듬이 비치고 있다.
처음만나 사랑하고 서로를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이 점차 초승달을 닮아 가지만 언젠가 보름달되어 또 다른 의미로 자신의 태도를 후회할 지도 모른다.

기울어가는 그 달의 모습을 생각하기 전에 차오르는 초승달의 모습으로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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