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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2:01 1,433회 0건
유비쿼터스(11)

모처럼 낮게 색색 코바람을 불며 자는 아이들을 보고 출근하는 길이라 여늬때 보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출근했다.
아직 보안당번이 출근했을리 없을 시간이라 총각이 운영하는 찻집을 모처럼 들렀다.
몇일 전, 명옥을 중신하려고 운을 뗀 이후 불과 몇일 사이에 상황은 급박하게 변해버렸다.

밤샘 손님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면서 혼쭐난 총각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내 자리에 걸터 앉는다.

"김박사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그렇지? 하지만 자네집 커피 맛까지 잊은 것은 아냐."
"하시는 일은 잘되시고요?"
"그래, 자넨 얼굴이 많이 폈네."
"네,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지 그저께 소식이 왔어요."
"허~, 아직 자네 맘은 변함없나?"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강아지라도 어미 품속을 잊을수 있겠어요?
한참 바쁠 때, 삐끔 얼굴을 내밀고 찾아왔더군요.
눈짓으로 찔끔 받아주겠다는 싸인을 했어요.
눈물을 찔끔 거리는게 보여 모른척했더니 낮에 집에 들어왔더군요.

"자네 맘이 변함없었다면 그냥 받아 줬겠구먼?"
"골드문트의 마음으로 나르시스를 받아 주고 말았죠."
"헤메며 지친 몸을 왔던가?"
"고향이다 싶은 안식으로 찾은 것 같았어요.
몇일 째 집에서 빨래하고 청소하며 조신한 걸 보면 더 이상의 방황은 없지 싶네요."

"하긴 나르시스는 항상 골드문트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하나님마저 저주하는 방탕의 세월을 보냈지만 결국 품 안으로 들어오지 않던가."
"어쩜 데미안 같은 선각자의 길을 걸었다 싶어 덮어주는 마음이 더 해요."
"그래, 사랑이란 그런것이겠지.
아무튼 자네가 사랑을 되 찾았다니 다행이네."
"아뇨, 몸이 황폐해져서 아직 걱정이에요."
"자네가 기다린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황폐해졌겠지.
자네의 보살핌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서게 된다면 그때 부턴 자네의 행복이 시작되네."
"그렇겠죠?"
"암, 자신을 거두어준 사람을 다신 잊지 못할꺼야."
"그렇게 되길 바랄 뿐이죠."
"무슨 미련이 남았나?"
"아무일 없었으면 더 좋았겠다 하는 미련은 남죠."
"그럼 자넨 사랑이 약한거야.
더 보듬어 주게."
"아직 멀었죠?
뛰쳐 나갔을 땐 오매불망 돌아올 날만 기다렸는데, 막상 돌아오니 기다림이 후회되는게 무슨 이유일까요?"
"사람이라면 당연한 생각일세.
자네가 예수나 공자같은 성현이길 바라는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 자네 감정에 맡겨 보게.
다만 잊어선 안될 일이,
복수를 위해 기다렸으면 안된다는 것일세.
난, 지난날 자네의 말이 생각나네.
미움조차도 사랑으로 승화되었다는 말."
"그랬죠. 하지만 막상 닥치니 기다림이 후회스럽단 얘기에요."
"아, 아, 자넨 역시 평범한 찻집 주인이었단 말인가?"
"어떻하면 좋죠?"
"그럼 잊어 버리게.
그 여잔 자네의 사랑이 아닌게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서 마음이 아린걸요."
"그렇지 않네. 자넨 복수를 위해 기다린 초라한 범부에 지나지 않네.
내가 사람을 잘못 봤어."

실망스런 마음이야 찻집 총각이 더 하겠지만 나는 총각의 평범함에 더욱 실망감을 떨출 수 없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직원들이 자리를 잡고 바쁜 일상에 빠져 들어가 있다.
방문으로 향하며 습관처럼 자판기의 커피를 또 한잔 뽑아들고 걷고 있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탁과장이 반기며 문을 열어준다.

"왜? 무슨일야?"
"행님요, 개인적인 상담좀 할라꼬예."
"맨날 개인적 상담을 해야할 일이 뭐 있나?"

방문을 넘어서 책상 앞에 접대용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진지한 표정으로 탁이 닥아선다.

"행님요, 어제 미안했심더.
하지만 행님이랑 교수님을 옭아멜라 있었던게 아임니더.
명옥이 그넘이 밖에서 기다린다 떼쓰릴래 딱해서 안절부절 못했서예."

"탁아, 니 뜻이 그렇다면 나는 모른척하마.
네가 택한 그 길이 네 눈에는 행복으로 비칠지 몰라도 또 한쪽에선 불행이 싹트고 있다는 걸 모르진않겠지?
그런 가운데서도 심지 굳은 네가 선택한 일이라면 어차피 사생활이 될 뿐이니, 나로서는 너의 결정에 관여할 수 없구나."
"행님요, 하루 370쌍이 이혼한데요.
저두 다른 사람처럼 이혼의 자유는 있는겁니다.
당돌하게 이혼문제만 따지는게 아니구여.
몇 년동안 맘 속에 다짐한 걸 이제야 실천하는거 아님니꺼."

"됐다. 이젠 내 눈치 보지말고 너의 결심에 따라 행동해라.
"눈 감아 주이소. 행님요."
"그래, 잔말말고 커피향이나 기분 좋게 맡아보자."

다독이며 탁의 어깨에 손을 올려본다.
자신의 결정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가를 모를리 없지만 나의 무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부단히 생각하며 결정한 일에 대한 더 이상의 간섭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탁의 어깨를 다시 한번 다독여야 했다.

열시쯤 되어 개발팀 전체 회의를 열었다.
올챙이의 귀는 결정됐지만 눈의 능력을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로봇프로젝트와 곧바로 연결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자연계는 오감에 의해 인식된다.
오감을 컴퓨터에서 정의하려면 물리와 화학으로 구분해야하고, 물리는 다시 광학, 온도, 압력, 풍향 등을 측정해야 한다.
사람의 코와 같이 냄새를 맡게 하려면 끈끈한 뭔가가 필요한데 결국은 물질과 물질 사이의 반응을 값으로 치환할 수 있는 화학반응이 필요하고 촉감과 같은 경우에는 물리와 화학으로도 측정하기에는 마땅하지 않으니까 결국 생체효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올챙이가 사물에 대한 반응을 한다는 것은 결국 소리를 필터링 하는 귀의 역할 이외에도 개체를 규명하기 위한 센서를 다양화 해야하는데,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스로 모든 제어권을 갖게 된다면 오버플로우가 발생하여 연산오류로 떨어질 것이다.

각 센서는 스스로 측정한 값을 디지털값이나 그래프까지 그려낼 수 있는 자체 지능형 디바이스의 역할을 해야 한다.

개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광학을 이용한다면 레이저를 사용할 것인지 초음파를 사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며 적외선과 같은 근거리 측정법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독자적인 디바이스의 판단에 의해 빛이 송출되면 되돌아온 값을 시간이나 물리량에 의해 연산하려면 아무래도 눈의 역할을 하는 회로의 크기가 작아질 수 없게 된다.

이대리는 모든 개체로부터의 판단을 올챙이가 하지 말고 단순히 물체를 촬영하여 그래픽으로 전송하고 이를 통제하는 것은 사람이 판독하여 의사결정을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초기 무인탐사위성의 경우에는 스스로 판단하는 것보다는 무한정의 상황을 빛의 속도로 지구에 전송하면 통제실에서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개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역할 분담을 했다.

하지만 올챙이의 눈은 누군가 옆에서 판단할 성질이 아니라 스스로 인공지능에 버금가는 디바이스의 능력에 의존하여 개체에 대한 상황판단을 마치고 결과값만 마이크로프로세스에 전달해야 메인보드의 크기가 작아지고 판단 속도가 증가한다.

"이대리, 오감에 해당하는 센서를 조사해봐.
제어권을 가진 놈으로 해야만 메인제어부가 부담이 없을테니까 염두에 두고."

"박사님, 열센서쪽도 봐야하나요?"
"아냐, 올챙이를 슈퍼맨으로 만들 생각이 아니니까,
일단 거리와 물체 측정을 위한 적외선 센서로 단순화 시켜보고,
물체의 원형이 나중에라도 필요하다 싶으면 저성능의 CMOS용 카메라를 부착하는게 어때?"

"그럼 오감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네요."
"그렇지. 일단 물리적 센서중에서 열과 거리만 측정하는 수준으로 올챙이를 제한하자고."

한치라도 공부를 소홀히 한 직원들은 난무하는 얘기를 놓치고 말기 때문에 똘방거리는 눈망울이 긴장감을 더하는 회의는 계속 됐다.
"올챙이가 두 마리 병렬로 연결되면 어떤 증상이 생기죠?" 김대리가 뚱딴지 같은 질문은 던졌다.
"전류를 USB에서부터 공급받기 때문에 3.3볼트 정전압이 흐를텐데, 만약 올챙이를 병렬로 연결해서 쓰는 사람이 생긴다면 같은 전압이 흘러서 별 문제는 없을겁니다." 양과장이 설명한다.
"그럼 한쪽 전류를 차단하고 누군가 병렬 연결한다면 어떻게 되죠?" 김대리가 재차 묻는다.
"전압이 약해져서 신호가 작아지니까 주파수의 파장이 작아져서 미세한 흔들림이 생길 수 있겠네." 양과장이 우려의 목소리로 받아 준다.

"그래, 사용자는 자신의 입장에서 올챙이를 다루게 되겠지.
제품으로 출시되면 일일이 따라다니며 사용법을 설명하고 지적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제품 설계단계에서 그런 우발적 사용에 대한 충분한 안정성이 고려되야 하는것일세."

"소리는 파장을 이루고 일정하게 진행되는 것 같지만 일단 전기신호로 바뀌고 나면 송출한 쪽의 전압이 갑작스럽게 약해져서 필터링할 때 오류가 발생할 수 있게 되는데, 그걸 막을 방법은 없나요?" 강계장이 끼어들며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지, 양과장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건가?" 양과장을 향해 방안을 물어본다.
"그건 간단해요.
우선 소리가 미세하게라도 감지되면 조건없이 증폭하고, 충분히 증폭된 소리를 필터링해서 원하는 값을 챙긴다음에 다시 감쇠하는 방법을 회로의 연속선상에서 처리하면 될테니까요."

"하하, 좋은 방법이군.
여러분들을 믿고 내가 다른 일에 몰두 해도 올챙이 프로젝트는 큰 탈없이 끝날 것같아 기분이 좋아졌어.
오늘 회의는 이만 줄이고 각자 임무로 돌아가도록 해요."

올챙이를 쇠덩이가 아닌 장치로써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펌웨어를 설계해야 한다. 컴퓨터와 올챙이 사이에 존재를 알렸다면 양 방향 통신이 가능하도록 드라이버를 또 설계해야 한다.
어떤 기능을 두 개체사이에 인터페이스화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잠시 하는 사이 전화벨이 울렸다.

"난데, 왜 아침에 그냥 출근했어?" 숙의 목소리가 날카롭다.
"응, 기분이 많이 좋아져서, 아무생각 없이 출근해 버렸네."
"뭐야? 그럼 애 엄마랑 잤어?"
"아니, 아무 생각없이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깨어 보니 아침이라서..."
"점심때 나와, 아래쪽 호텔 라운지 있지?
정식요리가 기가 막히다는데 내가 살께."

직원들이 삼삼오오 점심식사를 위해 무리를 지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압구정동 쪽의 호텔을 향해 터벅터벅 걷고 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한끼 배를 채우려 어디선가 쏟아저 나와 큰 거리를 가득 메웠다.
좁은 식당의 한 구석에서 늘 먹는 메뉴로 또 하루의 점심식사를 떼우는 일들의 표정이 한결 같이 밝은 것은 무슨 조화인가.

우리는 지금의 고난이 비록 어깨를 짓누르더라도 먼 훗날 이날의 기억을 더둠어 보면 한낱 티끌로도 남아있지 않을 가벼운 것들임에도 속아 하루를 긴 시간으로 쪼개며 살고 있는 어리석은 존재들이 아닐까?

호텔 라운지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한쪽 커다란 공간을 차지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웨이터의 음식 차림이 평범한 점심식사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주목했다.

화사한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브이자로 깊게 파진 가슴 부위를 통해 뽀얀 그래서 어쩌면 분홍으로 보이는 도톰한 가슴살이 있다.
조심스레 고개를 들면 가슴살은 어느새 볼록한 젖 무덤이 되고, 더 가까운 시선을 보이면 파리한 젖꼭지까지 드러낼 듯한 연미복이 아름답다.

머리가 몇올 남지 않은 늙은이들이 퉁퉁한 몸에 어울리지 않게 잘빠진 양복을 걸치고 좌석에 앉아 음식이 나눠질때까지 얌전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약간 어둑한 실내를 밝히려 몇군데인가 색깔이 찬란한 촛불이 출렁이며 밝고 어둠을 바람결에 흔들어 본다.

"어서와요, 김박사님." 숙이 반기며 좌중의 가운데 빈자리를 향해 앉을 것을 권유한다.
"무슨일이죠? 점심먹으러 왔는데?"
"아, 오늘 IT관련 사장단 회의가 있어서 김박사님을 게스트로 초대한거에요."

낯설지만 자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는 몸짓으로 여러 사람들이 악수를 청해온다.

"김사장, 박사장, 전사장님, 여기 오신 분이 로봇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김 박사에요.
여기 계신 분들은 저의 자회사 사장님들인데 김박사님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회사 차원에서 투자를 검토하고 있죠."

"전 일개 중소기업의 직원일 뿐입니다.
제가 수행하는 일은 회사의 프로젝트일 뿐 저의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서 감히 투자를 말할 입장이 못됩니다. 점심 초대해 주셔서 맛있게 먹긴 하겠지만 투자문제는 저희 사장님과 상의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자리에 앉아 앞에 놓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여기 사장님들께선 대충 눈치 채셨겠지만, 김박사님은 로봇설계에선 일인자입니다.
또 사적으로는 저의 낭군님이 되기도 하고요." 숙이 좌중을 둘러 본다.
식사를 하던 사장들이 수저를 놓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는 눈치였다.

"제 평생을 걸고 사랑한 유일한 낭군이죠.
제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이기도 하고, 제 운명을 거머쥔 유일한 분이에요.
이 분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개인 회사에서 수행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죠.
국가에서 지원해도 모자랄 일을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여기 사장님들 앞에 공개적으로 투자를 권하는 마당에 제 낭군임을 밝히는 것은 옳지 않지만, 개인 감정을 뛰어넘어 그만큼 장한 분이기에 망설임 없이 여러분을 모신것입니다."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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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서명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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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무료한국야동,일본야동,중국야동,성인야설,토렌트,성인야사,애니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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