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에서(18)
후두둑하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소리에 고기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세월만 보낸 낚시 작황은 예상 보다 수월하게 보상받을 수 있게 되었다.
쌀쌀한 한기가 온몸을 에워싸는 가운데 비옷을 걸치고 여섯 대의 낚시를 살펴보기에는 힘이 부쳐서 두 대에만 시선을 집중시켰다.
힘차게 낚아채이는 참붕어이 어망에 가득 차면서 좁아저 서로 자리 다툼을 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푸드덕 거리며 요동친다.
"삐걱, 삐그덕~"
어디선가 노 젖는 소리가 들린다.
뱃머리를 "쿵" 하며 부딪히는 소리에 놀라 돌아 보니 머쑥한 듯 탁과 명옥이 방갈로에 올라서고 있다.
"사고났었니?"
"에? 예? 아뇨!"
"걱정 많이 했다. 명옥인 추우니까 어서 들어가고 탁인 이리와봐."
"어데예."
"장난이 아니다. 어망이 꽉 찼어."
"그래예?"
"너두 손만 좀 봐야지. 이거 맡아라." 하며 던져놓은 낚시대를 넘겨 준다.
"행님요, 어부할라꼬예?"
"하하, 비가오니 엄청 잡힌다. 정말 투망 던져 잡는 기분이야."
"고만하이소. 그리고 추운데 좀 들어가있어예.
밖엔 제가 보고있을께예."
"손맛이 그만이야.
너도 느껴보면 추위 따윈 아무것도 아닐꺼야."
"그래예? 함 해봅시다."
고기 올리는 맛에 말이 없었다.
명옥은 숙의 옆에 자리를 펴고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떡밥을 물려 또 낚시대를 던져 넣고는 길게 허리를 펴며 담배 한 대를 물었다.
"탁아, 너도 담배 한 대 피울래?"
"글찮아도 한 대 필라구예."
라이타에 불을 붙혀 탁의 턱에 들이 밀었다.
불이 붙은 담배가 빨갛게 타들어간다.
"어쩌려구 명옥일 건들었니?"
"제가 뭘예."
"상처 아물게 돌봐주라 했더니 상처만 더 깊이 패이게 만들면 어쩌냐? 쟈슥아."
"행님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몰라예.
어쩌면 존노."
딱히 할 말이 없다.
임자 없는 여자가 정을 느껴 사랑한 것을 내 어찌 탓 할 수 있나.
상처로 뻥 뚫린 가슴을 메워주는 역할을 해 줄 것이라 기대했던 탁이 마저 순간의 격정을 못 이겨 명옥에게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 버린 것을 어찌하란 말인가.
"잊을 수 있나?"
"함예, 행님이 잊으라면 잊어야제."
"그리 쉽게 잊을 일을 왜 했어?"
"어쩔 수 없었어예."
이제 와서 누굴 탓할까.
자신의 인생은 자신만이 개척할 수 있다.
명옥이 예전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작은 유혹에도 넘어갔다면 그 역시 그 녀의 몫이라는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더 이상 나무라지 않기로 했다.
"해가 뜨고 나면 입질도 없어지니까 부지런히 손 맛이나 보도록 하자."
"알써여. 행님."
탁은 얼굴을 내밀기 민망한 눈빛으로 낚시대를 드리운다.
동틀녘이 되서야 새우잠을 자던 여자들이 눈을 부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많이 잡았어요?"
"어, 일어났어? 수산물시장 차려도 될 판이야. 엄청나네."
"어디 봐요." 하며 어망을 들어 올리다 말고 깜짝 놀란다.
"몇마리에요? 엄청 많네."
"글세, 밤새도록 쉴틈없이 잡아 올렸는데 백여마리나 될까?"
"잡아볼께요, 저도."
"그래, 눈먼 고기가 많으니까 이걸로 한번 해봐."
피라미용 낚시대를 준비해서 숙에게 건내줬다.
피라미가 좋아하는 떡밥이 달린 미끼통에 수없이 많은 바늘이 달려 있는 낚시대다.
냄새를 맡고 달려든 피라미떼를 아래위로 ?으며 낚아채는 피라미낚시는 고기가 많이 몰리는 시간에는 초보자에게 좋은 도구다.
"어머, 뭐가 걸렸어."
긴 낚시줄에 퍼득이는 은빛 물고기가 한 마리 걸려있다.
"하하, 피라미야. 한번에 몇마리씩 잡아 봐요."
"이게 피라미에요? 참 예쁘네?"
"감이 잡혀요?"
"그럼요. 물속에서 퍼득이는 느낌이 들어서 꺼내봤더니 정말 잡혔어요."
"손맛을 느꼈어요?"
"말로 하긴 어려워도 뭔가 감이 오네요."
"자꾸 해봐요. 익숙해 질때까지."
명옥이도지지 않으려는 듯 눈을 부비며 똑 같은 낚시대를 만들어 달랜다.
두 사람이 방갈로 뒷편으로 피라미 낚시로 재미를 보며 즐거워 한다.
"행님은 교수님과 아무일 없어예?"
"왜?"
"심상치 않은 눈빛이고만."
"글쎄다. 좋은분이니 나를 생각해서 잘 모셔라."
"알써예. 행수님 대접해 드릴께예."
"네가 어떤 생각을 하던 그건 네 문제고. 올챙이 프로젝트를 도와줄 분이다."
"행님요. 괜찬은 분 같던데 함 해보시죠."
"내 문제일 뿐이니까 간섭하지 않아도 된다."
"대단한 미인이네예."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행님이 대단해 보이네예."
새벽 낚시를 대충 마무리 하고 준비한 매운탕 거리에 붕어를 넣고 찜을 했다.
달콤하며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직접 잡은 붕어를 요리해 먹은 것은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옛적 조상들의 원시시대를 연상시킨다. 날카롭게 갈아 만든 화살촉, 회를 칠 정도의 칼날, 큰 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던 작살들이 비록 우리의 손에는 없더라도 최첨단 과학이 만들어낸 날카로운 바늘, 탄력이 충분히 보장된 최고급 낚시대.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디지털 찌, 탁 꺾어서 걸면 발광하는 초크 등이 비록 우리를 도왔다 하더라도 자연에 맞서 자연의 힘으로 싱싱한 붕어를 낚아 채는 손맛이 가미된 지금의 낚시를 어떤 놀이와 바꿀 수 있을까.
짐을꾸려 방갈로를 나왔다.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어젯저녁부터 지금까지의 여정을 되돌아 본다.
한낮에 맹위를 떨치던 더위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던 빗줄기, 한기로 이빨마져 시리게 하던 추위를 이겨내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았던가.
삐그덕 거리며 좌표를 잊은 듯 수위를 맴돌던 배도 어느덧 목표지점에 도달하여 닻을 내리고 있다.
좌대 주인이 반갑게 뛰어나와 조황을 확인하고 연신 굽신거리는 것이 매운탕 거리로 넘겨 줬으면 하는 바램이 역력하다.
따뜻한 모닝 커피를 한잔씩 하며, 어망에 갇힌 물고기들을 방생했다.
매운탕집 주인의 갈망하며 아쉬운 눈빛을 모른척 외면했다.
"행님요, 입 찢어진 고길 방생하면 더 나빠예."
"맞아. 어차피 물에 들어가도 먹이를 먹기 힘들어서 죽게 될꺼야."
"근데, 왜 방생해여?"
"잔인한 일을 하는거지.
어차피 잡힌 놈이니 내 손에 의해 또 다른 운명이 결정되는 그런 것이랄까?"
"흐미, 그냥 매운탕집에 넘겨버리면 죽을 놈 한방에 죽고 말텐데..."
"용궁 의사한테 치료받고 사는 놈도 있지 않겠니?
복잡한 물고기 세상까지 이해하고 싶지 않다.
미끼에 걸려들지 말고 유유자적 살면 될텐데 이놈들은 어차피 내 덫에 걸려든 놈이잖니.
이놈들 만이라도 내 결정이 이놈들 운명이다."
무심한 백로가 뭍에 나와 길게 목을 빼고 넣으며 끼룩 거리다 날라간다.
아쉬운 듯 커피잔을 들고 서성이는 일행을 밀어 넣고 낚시터를 출발하는 일만 남았다.
아직 새벽이라 막힘없이 차를 달리고 있다.
하늘을 가리던 먹구름 사이로 찬란한 빛이 조금씩 위로 치솟고 있다.
찬 아침 공기도 차츰 더위를 먹어가며 차창 곁에 숨결을 토해낸다.
"낚시는 인생의 축소판이군요.
수없는 입질 속에 단 한 마리 못 잡아 올리기도 하고,
입질조차 없이 빈 낚시대만 드리기도 하고..."
"그래 넓은 저수지 공간 아무곳이나 낚시를 드리운다고 고기가 입질하지 않지.
수요예측이 틀리면 입질조차 없는것이고 예측이 정확하면 입질이 많은 이치와 같아."
"입질이 많다고 고기가 잡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찌가 오를때나 내려갈 때 정확히 채지 못하면 빈 낚시대만 올리게 되요."
"맞아, 기회가 왔더라도 그것이 기회인지 모르면 빈 낚시바늘만 올라오지.
찌가 한번 움직였을 때 잡아채야 할 것도 있고 여러번 움직인 후 잡아채야 할 것도 있는데 우리 사는 세상에서도 판단을 잘못하면 기회인줄 알고 잡아 챈 것이 오히려 사기꾼만 걸려들기도 하고 포기한 듯 망연자실 할 때 또 달려드는 기회마져 놓쳐버릴 수 있지.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능력이고 활용하는 것도 능력이지."
"기다리는 거요. 어쩔 때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요."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다섯시간을 기다렸었지.
내 앞에 고기들이 뛰어 노는 것이 뻔히 보이지만 내 낚시대에 걸려든 것은 아닌 이상 어찌해볼 방법이 없잖아.
목표한 일이 성급하게 달성되지 않는다고 안달할 것이 아니라 이런 기회에 기다림을 배워야 해."
"행님요, 그리구 교수님요.
두분은 낚시 한번 와서는 철학을 합니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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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에서를 마칩니다.
다음은 유비쿼터스를 주제로 올챙이 프로젝트와 최종목표인 로봇을 설계하는 과정에 대해 숙과 나의 대화, 탁과 명옥의 부침, 찻집주인과 명옥의 관계를 엮어 보겠습니다.
감사해요.
후두둑하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소리에 고기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세월만 보낸 낚시 작황은 예상 보다 수월하게 보상받을 수 있게 되었다.
쌀쌀한 한기가 온몸을 에워싸는 가운데 비옷을 걸치고 여섯 대의 낚시를 살펴보기에는 힘이 부쳐서 두 대에만 시선을 집중시켰다.
힘차게 낚아채이는 참붕어이 어망에 가득 차면서 좁아저 서로 자리 다툼을 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푸드덕 거리며 요동친다.
"삐걱, 삐그덕~"
어디선가 노 젖는 소리가 들린다.
뱃머리를 "쿵" 하며 부딪히는 소리에 놀라 돌아 보니 머쑥한 듯 탁과 명옥이 방갈로에 올라서고 있다.
"사고났었니?"
"에? 예? 아뇨!"
"걱정 많이 했다. 명옥인 추우니까 어서 들어가고 탁인 이리와봐."
"어데예."
"장난이 아니다. 어망이 꽉 찼어."
"그래예?"
"너두 손만 좀 봐야지. 이거 맡아라." 하며 던져놓은 낚시대를 넘겨 준다.
"행님요, 어부할라꼬예?"
"하하, 비가오니 엄청 잡힌다. 정말 투망 던져 잡는 기분이야."
"고만하이소. 그리고 추운데 좀 들어가있어예.
밖엔 제가 보고있을께예."
"손맛이 그만이야.
너도 느껴보면 추위 따윈 아무것도 아닐꺼야."
"그래예? 함 해봅시다."
고기 올리는 맛에 말이 없었다.
명옥은 숙의 옆에 자리를 펴고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떡밥을 물려 또 낚시대를 던져 넣고는 길게 허리를 펴며 담배 한 대를 물었다.
"탁아, 너도 담배 한 대 피울래?"
"글찮아도 한 대 필라구예."
라이타에 불을 붙혀 탁의 턱에 들이 밀었다.
불이 붙은 담배가 빨갛게 타들어간다.
"어쩌려구 명옥일 건들었니?"
"제가 뭘예."
"상처 아물게 돌봐주라 했더니 상처만 더 깊이 패이게 만들면 어쩌냐? 쟈슥아."
"행님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몰라예.
어쩌면 존노."
딱히 할 말이 없다.
임자 없는 여자가 정을 느껴 사랑한 것을 내 어찌 탓 할 수 있나.
상처로 뻥 뚫린 가슴을 메워주는 역할을 해 줄 것이라 기대했던 탁이 마저 순간의 격정을 못 이겨 명옥에게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 버린 것을 어찌하란 말인가.
"잊을 수 있나?"
"함예, 행님이 잊으라면 잊어야제."
"그리 쉽게 잊을 일을 왜 했어?"
"어쩔 수 없었어예."
이제 와서 누굴 탓할까.
자신의 인생은 자신만이 개척할 수 있다.
명옥이 예전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작은 유혹에도 넘어갔다면 그 역시 그 녀의 몫이라는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더 이상 나무라지 않기로 했다.
"해가 뜨고 나면 입질도 없어지니까 부지런히 손 맛이나 보도록 하자."
"알써여. 행님."
탁은 얼굴을 내밀기 민망한 눈빛으로 낚시대를 드리운다.
동틀녘이 되서야 새우잠을 자던 여자들이 눈을 부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많이 잡았어요?"
"어, 일어났어? 수산물시장 차려도 될 판이야. 엄청나네."
"어디 봐요." 하며 어망을 들어 올리다 말고 깜짝 놀란다.
"몇마리에요? 엄청 많네."
"글세, 밤새도록 쉴틈없이 잡아 올렸는데 백여마리나 될까?"
"잡아볼께요, 저도."
"그래, 눈먼 고기가 많으니까 이걸로 한번 해봐."
피라미용 낚시대를 준비해서 숙에게 건내줬다.
피라미가 좋아하는 떡밥이 달린 미끼통에 수없이 많은 바늘이 달려 있는 낚시대다.
냄새를 맡고 달려든 피라미떼를 아래위로 ?으며 낚아채는 피라미낚시는 고기가 많이 몰리는 시간에는 초보자에게 좋은 도구다.
"어머, 뭐가 걸렸어."
긴 낚시줄에 퍼득이는 은빛 물고기가 한 마리 걸려있다.
"하하, 피라미야. 한번에 몇마리씩 잡아 봐요."
"이게 피라미에요? 참 예쁘네?"
"감이 잡혀요?"
"그럼요. 물속에서 퍼득이는 느낌이 들어서 꺼내봤더니 정말 잡혔어요."
"손맛을 느꼈어요?"
"말로 하긴 어려워도 뭔가 감이 오네요."
"자꾸 해봐요. 익숙해 질때까지."
명옥이도지지 않으려는 듯 눈을 부비며 똑 같은 낚시대를 만들어 달랜다.
두 사람이 방갈로 뒷편으로 피라미 낚시로 재미를 보며 즐거워 한다.
"행님은 교수님과 아무일 없어예?"
"왜?"
"심상치 않은 눈빛이고만."
"글쎄다. 좋은분이니 나를 생각해서 잘 모셔라."
"알써예. 행수님 대접해 드릴께예."
"네가 어떤 생각을 하던 그건 네 문제고. 올챙이 프로젝트를 도와줄 분이다."
"행님요. 괜찬은 분 같던데 함 해보시죠."
"내 문제일 뿐이니까 간섭하지 않아도 된다."
"대단한 미인이네예."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행님이 대단해 보이네예."
새벽 낚시를 대충 마무리 하고 준비한 매운탕 거리에 붕어를 넣고 찜을 했다.
달콤하며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직접 잡은 붕어를 요리해 먹은 것은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옛적 조상들의 원시시대를 연상시킨다. 날카롭게 갈아 만든 화살촉, 회를 칠 정도의 칼날, 큰 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던 작살들이 비록 우리의 손에는 없더라도 최첨단 과학이 만들어낸 날카로운 바늘, 탄력이 충분히 보장된 최고급 낚시대.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디지털 찌, 탁 꺾어서 걸면 발광하는 초크 등이 비록 우리를 도왔다 하더라도 자연에 맞서 자연의 힘으로 싱싱한 붕어를 낚아 채는 손맛이 가미된 지금의 낚시를 어떤 놀이와 바꿀 수 있을까.
짐을꾸려 방갈로를 나왔다.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어젯저녁부터 지금까지의 여정을 되돌아 본다.
한낮에 맹위를 떨치던 더위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던 빗줄기, 한기로 이빨마져 시리게 하던 추위를 이겨내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았던가.
삐그덕 거리며 좌표를 잊은 듯 수위를 맴돌던 배도 어느덧 목표지점에 도달하여 닻을 내리고 있다.
좌대 주인이 반갑게 뛰어나와 조황을 확인하고 연신 굽신거리는 것이 매운탕 거리로 넘겨 줬으면 하는 바램이 역력하다.
따뜻한 모닝 커피를 한잔씩 하며, 어망에 갇힌 물고기들을 방생했다.
매운탕집 주인의 갈망하며 아쉬운 눈빛을 모른척 외면했다.
"행님요, 입 찢어진 고길 방생하면 더 나빠예."
"맞아. 어차피 물에 들어가도 먹이를 먹기 힘들어서 죽게 될꺼야."
"근데, 왜 방생해여?"
"잔인한 일을 하는거지.
어차피 잡힌 놈이니 내 손에 의해 또 다른 운명이 결정되는 그런 것이랄까?"
"흐미, 그냥 매운탕집에 넘겨버리면 죽을 놈 한방에 죽고 말텐데..."
"용궁 의사한테 치료받고 사는 놈도 있지 않겠니?
복잡한 물고기 세상까지 이해하고 싶지 않다.
미끼에 걸려들지 말고 유유자적 살면 될텐데 이놈들은 어차피 내 덫에 걸려든 놈이잖니.
이놈들 만이라도 내 결정이 이놈들 운명이다."
무심한 백로가 뭍에 나와 길게 목을 빼고 넣으며 끼룩 거리다 날라간다.
아쉬운 듯 커피잔을 들고 서성이는 일행을 밀어 넣고 낚시터를 출발하는 일만 남았다.
아직 새벽이라 막힘없이 차를 달리고 있다.
하늘을 가리던 먹구름 사이로 찬란한 빛이 조금씩 위로 치솟고 있다.
찬 아침 공기도 차츰 더위를 먹어가며 차창 곁에 숨결을 토해낸다.
"낚시는 인생의 축소판이군요.
수없는 입질 속에 단 한 마리 못 잡아 올리기도 하고,
입질조차 없이 빈 낚시대만 드리기도 하고..."
"그래 넓은 저수지 공간 아무곳이나 낚시를 드리운다고 고기가 입질하지 않지.
수요예측이 틀리면 입질조차 없는것이고 예측이 정확하면 입질이 많은 이치와 같아."
"입질이 많다고 고기가 잡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찌가 오를때나 내려갈 때 정확히 채지 못하면 빈 낚시대만 올리게 되요."
"맞아, 기회가 왔더라도 그것이 기회인지 모르면 빈 낚시바늘만 올라오지.
찌가 한번 움직였을 때 잡아채야 할 것도 있고 여러번 움직인 후 잡아채야 할 것도 있는데 우리 사는 세상에서도 판단을 잘못하면 기회인줄 알고 잡아 챈 것이 오히려 사기꾼만 걸려들기도 하고 포기한 듯 망연자실 할 때 또 달려드는 기회마져 놓쳐버릴 수 있지.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능력이고 활용하는 것도 능력이지."
"기다리는 거요. 어쩔 때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요."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다섯시간을 기다렸었지.
내 앞에 고기들이 뛰어 노는 것이 뻔히 보이지만 내 낚시대에 걸려든 것은 아닌 이상 어찌해볼 방법이 없잖아.
목표한 일이 성급하게 달성되지 않는다고 안달할 것이 아니라 이런 기회에 기다림을 배워야 해."
"행님요, 그리구 교수님요.
두분은 낚시 한번 와서는 철학을 합니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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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에서를 마칩니다.
다음은 유비쿼터스를 주제로 올챙이 프로젝트와 최종목표인 로봇을 설계하는 과정에 대해 숙과 나의 대화, 탁과 명옥의 부침, 찻집주인과 명옥의 관계를 엮어 보겠습니다.
감사해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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