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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2:04 689회 0건
유비쿼터스(5)

"미안해. 밤낚시 때문에 피곤했나봐."

"샤워하고 계세요. 저녁 준비할께요."

"배는 별로 고프지 않지만 당신이 만든 저녁상을 보고 싶어.
설마 토스트를 내밀진 않겠지?"

"흥, 무성의한 사람이 밥 챙기는걸 보면 오래 살고 싶은가 보죠?"

샤워를 했다.
화장실을 겸한 샤워장은 고급 사우너 보다 잘 꾸며져있다.
가정집의 욕탕과 달리 십여명이 함께 목욕할 정도로 넓은 탕이 있다.
목욕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두어 시간은 물을 받아야 겨우 탕에 물이 찰 크기다.
샤워기에는 온도 조절기가 부착되어 있어서 뜨거운 물과 찬물을 적절히 선택할 수 있다.
적외선 시설에 들어서면 뜨거운 열이 발생하여 혼자서 찜질을 할 수 있다.
탕속에 몸을 넣으면 파도를 일으키는 장치들이 작동하여 안마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최소한 삼십분 이상 기다려야 적절한 수위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용을 포기했다.
벽에 붙어있는 거울은 김이 서리지 않고 언제나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빛나고 있다.

낯선 사물들이 점차 친근하게 받아 들여지며 처음과는 달리 새삼스럽게 잘 꾸며진 이 집의 세간들이 눈에 들어온다.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며 벌거숭이 상태로 대청에 나왔다.
똑딱 거리며 부엌에서 칼질하는 소리와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가 들린다.

"무슨 요릴 하길래 칼질까지해? 난 샤워 다했는데."
"그래요? 당신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있잖아요. 텔레비전 잠시만 보고 계세요."

소리가 나는 부엌 쪽으로 타월을 살짝 걸친 채 다가갔다.
거대한 냉장고가 벽처럼 한쪽면을 차지하고 있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칸칸마다 슈퍼마켓 식품코너를 보는 듯 온갖 재료로 가득하다.

"우와~, 대단하네. 야채가게가 따로 없군."

"여긴 외딴곳이라서 일주일에 한번씩 장을 봐다 냉장고에 보관해야 해요.
여러 가지 재료가 필요할 것 같아서 사다 놓기는 해도 별로 먹지 않을 때가 많아서 매번 버리곤 하지만 신선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

"이 재료들이라면 세계 각국의 요리를 모두 할 수 있겠는걸?"

"물론이죠. 혼자 살면서 입맛이 나빠지면 몇일째 밥하기 싫어서 굶을 때도 있는데.
이렇게 장을 봐다 놓으면 귀찮아도 그날의 입맛에 따라 여러 가지 요리를 해 보면서 맛을 챙기게 되요."

"오늘은 뭘 준비하는 중인데?"

"꽃게탕이랑 베이컨요리죠."

"꽃게탕은 속 풀어주는데 얼큰하고 좋겠는데 베이컨은 좀 텁텁하지 않을까?"

"술국으로 꽃게탕을 먹으면 속이 확 풀릴꺼에요. 하지만 열량이 부족하니까 활동량에 따라 에너지를 보충한다는 의미에서 짭짤하게 요리한 베이컨도 좋겠다는 생각인데, 뭐 다른 걸로 할까요?"

"아냐, 돼지고긴 싫지만 베이컨은 그런대로 먹거든."

"잡곡밥인데 깔깔하지 않을까 몰라요."

"한가지 한가지가 모두 과학적 계산이 앞서있는 샘이군."

"몸에 밴걸 어떻해요.
나름대로는 건강과 미용에 좋다는 생각에 따르고 있어요."

"당신 몸매가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었네."

"아후, 맛있다." 꽃게탕 찌개에 숫가락을 넣어 입맛을 보며 탄성을 지른다.

두 팔을 반쯤올리며 맛을 보는 겉어올린 팔굼치가 아름다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뒤로 돌아 허리를 안았다.

"징그러~" 살짝 엉덩이를 뒤로 빼며 몸을 살짝 밀쳐낸다.
"사랑해~" 귓볼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으며 속삭였다.

"아이, 간지러." 몸이 꼬이며 국자가 들려진 손이 내 목을 감아온다.

고개를 숙여 젖무덤 쪽으로 입술을 옮기며 작은 깨물음으로 몸을 탐해 본다.

"아잉~, 그러지마. 국물 넘친단말야."

"국물? 어떤 국물?"

"꽃게탕 국물이 넘친다구!!"

"하하, 난 또 보지국물이 넘치는줄 알고 괜히 좋아했네."

"인간이 짐승되가는 소릴 하구 그래?" 눈을 흘기며 미소 짓는 숙의 얼굴은 행복 그 자체가 드러난 환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밥해먹기 싫어서 아침은 빵먹고, 저녁엔 먹고 들어오고, 쉬는 날도 쇼핑하며 돌아다니면서 이것 저것 배를 채웠는데, 당신을 위해 밥을 짓는다는게 이렇게 좋은지 몰랐어."

"그래? 난 그럼 항상 배가 고파있어야겠네?"

"이제까진 몰랐어. 애들 가르칠 자료를 수집한다 실험한다 하며 종일 뛰어 다니며 힘을 쏟다 보면 모든게 지쳐버려서 사무실에 가서는 올라온 결재서류나 뒤적이다 뭘 먹을까 잠시 고민하곤 말았는데. 한 남자를 위해 요리하는 것이 얼마나 초라한 몰골일까 싶어서 결혼도 안했는데, 당신 앞에서 처음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기쁨이 나를 행복하는거 있지!"

"설겆이라도 도와줄까 생각했는데, 설거지하는 행복도 맛보라고 도와주지 말아야겠는걸."

"치이~."

"하하, 설것이는 하기 싫어?"

"응, 다 먹고 설거지할땐 도와줘요."

식탁에 마주 안아 처음으로 식사다운 식사를 해 본다.
먹음직한 꽃게탕 국물이 속에 들어가면서 숙취로 지친 몸을 개운하게 풀어준다.
짭짤한 베이컨을 잡곡밥 한술 떠서 먹는 입에 손가락으로 넣어줄 땐 그 손가락까지 "쪼옥" 소리가 날 정도로 빨아줬다.

"여보야~."
"응?"
"자꾸 욕심이 생긴다."
"무슨?"
"처음엔 당신과 주말부부같이 살면 되겠다 싶었는데, 몇일 되지도 않은 지금은 완전히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겠다 싶은 그런 욕심.."
"나도 그 문제는 풀지 못하겠는걸..."
"기다리면 될까?"
"글세, 딱히 방법이 없어."
"처음 맘 먹은거 변하지 않음 될까?"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일꺼야."
"그래, 여태 혼자서도 잘 했는데, 한꺼번에 욕심 부리지 않도록 이를 악물어볼게."
"고마워~"

느긋한 마음이 생겼다.
오랫동안 거처한 내 집같은 느낌이 들었다.
야들한 피부가 마치 오랫동안 느끼고 싶었던 그 여자의 살결과 같았다.
늘어진 곳 없이 팽팽한 피부로부터 품어나오는 향기는 유혹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티 없이 맑은 눈을 가진 여자.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을 자신감으로 긴 시간을 살아온 여자.
단 한번의 느낌으로 나를 택하고 그 순간이 절망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면서 모든 것을 던져 버린 이 여자를 위해 나는 어떤 행동으로 보상해야 할까?

"여보야, 유비쿼터스를 구현하는 방법이야 나중에 찾으면 되겠지만
모든 사물을 식별하는 방법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뭐야? 분위기 깨는 소릴 하구?"
"당신 로봇 개발 장비 때문에 허구헌날 여길 드나들텐데,
적어도 당신의 컨셉을 내가 알아야 준비할 것은 준비하고 공부할 것은 공부할 것 아냐?"
"그렇긴 해도 오늘은 이런 무드를 계속 유지하자."
"싫어, 아까두 배위에서 코골면서 잤으면서 무드는 무슨 무드?"
"아깐 넘 졸려서 그랬나봐. 밥 먹었으니까 한바탕 놀아볼까?"
"정말?"
"응, 당신 아래가 아직 익숙치 않아서 뻑뻑하니까
자꾸 길을 들여놔야 할 것 같단 말야."
"치이~, 나를 사랑하는게 아니고 그것만 밝히나봐?"
"그럴 리가?"
"안 그럼 시도 때도 없이 그런 생각만 하고 살아?"
"당신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면 나 보다 먼저 내 물건을 만지려 들걸?"
"메롱~, 난 적어도 그런 속물까진 안된다."
"뭐? 속물? 아까 차 안에서 내 위에 손 얹고 만지작 거렸잖아!"
"흥, 그땐 그때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몰래 그랬을 뿐이야!"
"하하, 그래. 앞으로도 장담 하지마.
당신은 나에게 길들여질꺼야. 내 눈빛만 보고도 옷을 벗을 수 있는 그런 길들여진 여자로 만들고 말테니까."
"나를?"
"응."
"어려울걸? 난 남자몸을 좋아하지 않아. 수십년을 남자 없이 살아온 경험이 있는데!"
"그건, 과거의 일일테고, 앞으론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원하게 될거야. 조심하라고!"
"해봐~, 한번 해봐."
"임마, 벼루고 있는 놈한테 누가 시도하냐?"
"임마, 임마 하지마? 듣는 임마 열받아."
"컥, 정겨운 마음에 말을 너무 낮췄네. 미안해."
"아냐, 듣기 좋았단 말야. 하지만 그런 표현은 더 이상 쓰진 말아죠." 하며 숙이 자리를 옮기며 내 허벅지 위로 앉았다.
다가온 그녀의 어깨 밑으로 팔을 둘러 몸을 틀며 입술을 찾았 헤맸다.
"추~읍."
"읍~읍~"
뜨거운 키스가 폭풍같이 지나간다.
반쯤 기대어 온 가슴을 거침 없이 만져 본다.
"아파!" 젖가슴이 짖눌려질 때 신음하듯 내 b는 말이다.
나는 듣지 못한 듯 계속 단단하게 몽오리 선 가슴을 압박해 들어갔다.
어느새 다리가 풀리며 살며시 내 손을 잡아 치마 위의 둔덕에 올려 놓는다.
도톰한 언덕이 만져졌다.
더 아래로 팔을 뻗었다 걷어 올리듯 계곡을 ?어본다.
"아~"
아득한 계곡의 메아리처럼 심연 깊은곳으로부터 신음이 터져 나왔다.
허벅지에 걸쳐진 몸을 안아서 바닥에 똑畢?
치마를 살짝 걷어 올리며 팬티 사이로 축축하게 젖은 계곡을 따라 손바닥 전체로 원을 그리듯 ?어본다.
울컥하며 쏟아 지는 물줄기를 느끼고 있다.
벌름거리며 꽃잎이 나부끼고 있는 것을 손바닥으로 고스란이 느끼고 있다.
허리를 들어 팬티가 벋겨지기 쉽도록 도와주는 것은 무의식의 세계일 것이다.
서둘러 꺼덕이는 좆을 집어 넣었다.
울컥이며 조이며 세포가 달라붙어 몸부림치듯 흡착하는 느낌이 머리를 때린다.
젖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자궁 깊이 뿌리를 내려본다.
물이 밀려오듯 서서이 쾌감이 머리를 지배할 때, 숨을 헉덕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여보, 여보, 여보~, 오른 것 같아. 미치겠어."
기둥 뿌리까지 깊이 박혀 자궁벽에 걸린 그 놈이 힘찬 분수를 품어 냈다.
"아흑~" 숨넘어 가는 소리와 함께 까무러친 몸이 있었다.

한참동안 정신 차리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하얀 티슈를 찾아서 정성스럽게 그곳을 닦아야 했다. 어디서 나오는 지 모를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이 쉬지 않고 흘러 나온다.
"여보, 나 어떻게 된거야?"
물을 한참 닦고 있는 나를 향해 눈자위를 바로 돌리며 정신을 챙긴 그녀의 첫 마디는 마치 아무도 모르는 곳을 혼자 다녀온 듯한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이렇게 밥상 머리에서도 하는 거였어요?"
"왜? 허리 아파?"
"아뇨, 침대에서 할 때와 또 달랐어요."
"사랑하면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아무데서나 해도 다 행복이 묻어 나는 거야.
이젠 내가 설거지 할까?"
"아뇨, 이렇게 조금만 더 함께 있어요. 당신 간 다음에 나 혼자 설거지 할께요."
드러난 그녀의 배 위에 사랑스러운 손길이 놓여있다.
꼼지락 거리며 벌렁이는 배의 근육도 또 하나의 파도로 밀려 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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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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