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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2:04 628회 0건
유혹의향기- 완결
- 과장님.. -

운전대를 잡은체 고개를 떨구며 말을 건내는 정훈을 바라보며 유정이 다급한 목소리로 정훈을 불렀다.

- 미안해.. 하지만 더 이상 아내에게 죄를짓고 싶지않아 -
- 왜.. 왜 그러시는데요.. 제가.. 제가 뭘 잘못했어요.. 그래요.. -
- 미스 최.. -
- 제가 그랬잖아요.. 전 아무런 욕심도 없다구요.. 그냥.. 그냥.. 과장님 곁에서 과장님만 볼수 있으면 된다구요.. 그런데.. 왜 이러세요.. -
- ... -

유정은 어느새 울먹이고 있었고 말조차 더듬고 있었다. 그런 유정을 정훈은 바라보지 못한체 운전대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한거예요.. 그래요.. 그러면 말씀해 주세요.. 고칠께요.. 과장님 맘에 드시도록 고칠께요.. 그러니까.. -
- 아내를 사랑해 -
- ... -

자신의 말을 가로막으며 내던진 정훈의 말에 유정이 얼어붙은듯 멍하니 정훈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 아내 역시 나를 사랑하고 있고.. 더 이상은 아내에게 나의 이런 행동을 보이고 싶지않아 -
- .... -
- 유정이한테는 미안해.. 하지만 더 이상은 안되겠어.. 더 이상은 -
- 제가 사랑을 구걸했나요 -
- .... -

유정의 낮은 음성에 정훈이 시선을 돌려 유정을 바라보았다. 유정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젖어있었다.

- 제가 언제 과장님한테 저를 사랑해 달라고 그랬나요 -
- 미스 최.. -
- 아뇨.. 전 그런적 없어요.. 과장님보고 사모님에 대한 사랑을 저에게 쏟아달라고 그런적도 없고 저만을 바라만 봐달라고 말한적 없어요 -
- 그럼.. 그런게 아니면 뭐야.. 나와 같이 섹스를 하면서 유정이 보여줬던 몸짓은 무엇을 뜻하는거지 -
- 과장님은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과장님은 제 육체를 안으시면서 저에게 사랑을 찾으셨어요.. 그런가요 -
- .... -
- 그래요.. 저 과장님 사랑해요.. 그래서 과장님이 저를 안아주실때 너무나 기뻤고 너무나 행복했어요.. 그래서 과장님에게 어떡하든지 기쁨을 주고 싶었구요.. 그래서 그랬어요.. 과장님이 제 몸을 더듬으실때마다 창녀처럼 신음을 질렀고 몸을 비틀었어요.. 과장님을 사랑해서요.. -
- .... -
- 하지만 그것뿐이였어요.. 사랑하는 남자품에 안겨서 창녀처럼 행동했어도 행여 저의 그런 감정이 과장님을 힘들게 할까봐.. 아무말도 하지못한체 그렇게 과장님의 몸을 받아들였다구요.. 그런데 이제와서 과장님이 저에게 어떻게 이러실수가 있는거예요.. 어떻게.. -
- .... -

소리를 지르는듯 말하는 유정을 바라보며 정훈은 가슴이 메어져왔다. 이유야 어쨌든 자신으로 인하여 유정이 받았을 상처가 작지 않았음을 느낄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더 이상은 희진을 두고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싶지는 않았다.

- 언제까지 우리가 함께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언제까지 유정이는 그렇게 빈 껍데기인 나를 향해 자신의 몸을 내던질거야.. -
- .... -
- 그래.. 이 모든게 나의 잘못이란거 알아.. 좀더 신중하지 못했던 나로인해 내 아내도 유정이도 상처를 받았을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멈추는게 유정이를 위해서도 좋을꺼야 -
- 과장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고요 -

도발적인 물음을 던지는 유정을 바라보던 정훈이 시선을 돌려 정면을 향했다.

- 그래.. 나를 위해서라고 하지..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 이쯤에서 유정이도 자기의 길로 돌아가.. 그러는게 우리 둘을 위해서도 좋을꺼야 -
- 흣.. -

유정이 고개를 파묻으며 울음을 터뜨리자 정훈이 고개를 돌려 그런 유정을 향해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묻어있는 시선을 던졌다.




- 야아.. 그럼 날짜 잡은거야 -
- 어.. 다음달 첫번째주 토요일이야.. 다들 축의금 두둑히들 준비해오라구 -
- 하하.. 알았어 -
- 서 과장님.. -
- .... -

김 대리의 부름에 그때까지 직원들의 대화를 듣고있던 정훈이 김 대리를 바라보았다.

- 특히 과장님은 제가 기대가 큽니다.. 부하 직원 결혼하는데 째째하게 몇만원 넣으시면 안됩니다.. 빴빴한 수표 몇장 기대하겠읍니다 -
- .... -

김 대리의 말에 정훈이 그 이상의 것을 해줄수 있다는듯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정훈의 그 미소뒤로 알수없는 미안함이 서려있었다.



- 과장님 -
- .... -

퇴근을 하기위해 사무실을 벗어나던 정훈이 낯익은 음성에 뒤를 돌아보자 유정이 시선에 들어왔다.



- 축하해.. -
- .... -

커피잔에 설탕을 넣은 정훈이 잔을 휘젓던 스푼을 내려놓으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건내자 유정의 고개가 살며시 들려지며 정훈을 바라보았다.

- 고맙습니다 -
-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랄께.. -
- .... -

자신의 말에 유정이 다시 고개를 숙이며 입을 다물자 정훈이 애써 태연함을 간직하며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 한평생 죄책감으로 살지도 모르겠어요.. -
- ... -

고개를 숙인체 말하는 유정의 말에 정훈이 들고있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유정을 바라보았다.

- 이미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줘버린 저를 사랑해주는 그 사람에게 한평생 죄를 짓게되는 거니까요 -
- .... -
- 하지만 행복하고 싶어요.. 한 남자의 아내로써 남편의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고싶어요.. 이런 제가 너무 나쁜 여자일까요 -
- .... -

고개를 들고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는 유정을 향해 정훈 또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그래서 과장님을 잊기로 했어요.. 과장님을 잊고 이제는 저만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바라보며 살꺼예요.. 그것만이 제가 느낄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수 방법일테니까요 -
- 그래야겠지 -
- ... -

정훈의 나즈막한 한마디에 유정이 입을 다물며 정훈을 바라보았다.

- 마지막으로 과장님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
- ... -

침묵을 깨고 던진 유정의 말에 정훈이 긴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단 한번이라도 저를 사랑하신적이 있나요 -
- .... -
- 없으셨나요 -
- .... -

대답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정훈의 시선에 유정이 살며시 고개를 떨궜다.

- 너무 하시네요.. 그래도 한번쯤은 저를 사랑했노라고 말씀하실줄 알았는데 -
- .... -
- 잘된건지도 모르겠어요.. 만약 과장님이 그런말을 하셨다면 어쩌면 전 평생... -
- .... -

말을 중단한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유정의 손등위로 눈물 한방울이 떨어졌다.

- 행복하세요.. 사모님에 대한 사랑 변치 마시구요.... 갈께요... -
- .... -

젖어있는 목소리로 말을건낸 유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가자 정훈이 그런 유정을 바라보지 않은체 조용히 커피잔을 집어 들었다.


-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자신의 커피잔을 모두 비워버린 정훈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 음.. 나야.. 나 지금 퇴근하는 길인데.. 당신 유란이 데리고 나올래.. 그냥 저녁이나 먹을까하고.. 그래.. 한 삼십분 걸릴꺼야.. 내가 집 근처에 가면 다시 전화할께.. 그래.. -

희진과의 통화를 끝낸 정훈이 핸드폰을 집어넣은후 조금전 자리를 떠난 유정이 마시지않고 놓아둔 커피잔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숙여 커피잔을 자신 앞으로 당긴후 설탕 몇 스푼을 넣어 휘젓기 시작했다.

- ... -

이미 식어버린 찻잔에서는 커피향 마저 사라진듯 아무 향취가 없었지만 정훈은 그렇게 식어버린 커피잔에 넣어진 설탕을 모두 녹인후 스푼을 조용히 내려놓고 커피잔을 다시 유정이 앉아있던 맞은편으로 살며시 밀어놓은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나가기 시작했다.


[ .... ]

두 사람이 떠나버린 그 자리에는 남아버린 비어있는 커피잔과 비워지지 않은 커피잔..
한 여자를 향해 마음을 비워버린 한 남자의 모습과 그 남자를 향했던 사랑 모두를 고스란히 남겨둔체 떠나야했던 한 여자의 모습처럼 남아버린 커피잔은 그렇게 썰렁함만이 가득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비워지지 않는 커피잔에 녹아있는 설탕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것이 조금전 자리를 먼저 떠난 여자에 대한 남자의 짧은 대답이였음을 말이다.

[ 주르르륵.. ]

그렇게 떠나버린 여자조차도 알수가 없었던 비어지지 않은 커피잔에 담겨있던 의미는 낯설은 한 사람의 손에 의하여 어디론가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고 곧이어 두 사람이 남겨놓았던 커피잔은 낯설은 그 사람의 손에 의하여 깨끗이 씻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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