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3)


"두려워 말고 옷을 입어요. 잠자리에 들긴 이른 시간이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얘기나 해 봅시다."
청초한 외로움에 움추린 한 여인의 몸을 덮어 줄 옷가지를 찾아 건네주며 말했다.
"오늘도 안되는건가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신을 가질 수는 없소."
"어떤 준비가 필요한거죠?"
"몇날을 더 지내본 후, 결심이 변하지 않으면 여행을 떠납시다."
"아, 신혼여행이 되겠군요?"
"이젠 당신을 아끼는 마음이 많아졌어요. 그러니 서두르지 말아요."
"당신은 매사 그렇게 신중한가요?"
"다른 사람들은 맹수같이 저돌적이라고 하더군요."
"당신은 너무 신중해요. 이런것들이 내 자존심을 짓밟는것인줄은 알죠?"
"배려라고 하면 안되겠소?"
"기회는 자꾸 오는 것이 아니란 것도 아시죠?"
"하하, 이걸 기회라고 말하지 말아요. 난 당신으로부터 변함없는 진실된 마음으로 나를 원하는 그런 선물을 갖고 싶을 뿐이요."
"좋아요. 당신의 달변에 내 몸은 다 식어버렸어요."
"난 식은 몸을 언제든지 달굴수 있는 방법을 알아요. 하지만 당신의 진심을 알았는데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앞서니 어쩝니까?"
"저를 이제 마음에 두셨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지요?"
"당연한 일이지요. 우연히 만나 우연히 관계하고 잊혀지는 그런 일은 싫으니까."
"당신은 진심으로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군요!"

내 앞에서 엉거주춤 서 있던 그녀의 팔을 끌어당긴 후 살며시 그녀의 어깨를 잡아 내 가슴에 묻었다. 기쁨에 겨워 할닥이는 숨소리가 느껴질 때 가슴속 깊은 욕망이 치았다.
"참으로 사랑스런 여인이오."
"난 당신을 위해 여태 기다렸나봐요."
"그런 기다림이 헛되지 않토록 많이 배려하리라."
"가슴이 끊어질 듯 아파요."
"왜죠?"
"반쪽밖에 소유할 수 없는 상황이 가슴을 아리게 해요."

더 이상 고통스러운 생각에 그녀를 놔두는 것은 형벌과 같다는 생각에 나는 가만히 그녀의 턱을 이끌어 내 입술로 묻었다.
촉촉하게 젖은 꽃잎이 벌어지고 향기가 묻어날 듯한 새하얀 치아 사이로 뜨겁고 부드러우며 뭉칙한 혀가 나를 기다린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깊고 깊은 키스에 몰두하던 정신이 너무 아득해진다.
그녀를 이끌어 쇼파에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서로를 탐닉하며 이끌린 쇼파위로 그녀를 천천히 눕히고 있다.
"참으로 아름답소."
"가슴이 간지러워요. 만저주세요."
숨쉬는 가슴이 있다. 꼭지가 성난 듯 그 위로 치솟아 얇은 천 하나 사이로 그녀의 은밀한 가슴을 손바닥 가득이 넣어본 내 감각을 찌른다. 감정전이를 손으로 해결할 수 없다. 턱에 숨이 차진 채 한 입 가득 그 가슴을 물어본다.
고양이가 밤 새 운다.
"야옹, 야옹"
아득히 먼 곳으로부터 고양이가 운다.
"아흥, 아흥"
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