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사원의 여행자 1
30년이라는 시간은 무엇을 하는데 충분하고 무엇을 하는데 부족한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얼마쯤 더 시간이 있다면 알 수 있을까. 영원히 알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하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겠지. 그게 그 시간에 맞는 일인지 아닌지 그것조차 알 수 없는 일이다.
흰 빨래는 흰 빨래끼리, 색깔 빨래는 또 그것끼리, 무심한 기계를 돌려놓고 잠깐 멍하니 앉아 있다. 빨래를 삶을 때 세재를 넣어야 한다는 걸 불과 두 달 전에 알았을 때 말할 수 없이 놀랐다. 마치 세상은 그것을 알고 난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듯 하다. 지금 이시간에 얼마나 많은 집의 부엌에서 빨래들이 삶아지고 있는걸까. 자주 지켜봐야 한다. 공기에 노출된 부분은 오히려 노랗게 되고 만다. 승부..... 빨래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참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주일에 한 번씩 고생을 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흰색으로 태어나지 않는 방법밖엔 없어. 시험삼아 말해본다. 물론 대답은 없다. 화장실에서 덜컹하는 소리가 들린다. 말없는 기계가 멈춘 것이다. 빨래가 끝났을 때 나는 소리는 끝을 알리는 것일까. 아니면 기계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조금씩 문제들이 쌓여가며 언젠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탈탈 털어 빨래를 널어야 하는 것이다.
부르릉 하고 핸드폰이 울린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도 나의 핸드폰은 진동한다. 그저 귀찮은 일이다. 그래봐야 넓지 않은 원룸이다. 진동으로도 충부하다. 아침에 나가면서 진동으로 바꾸고 저녁에 들어오면서 벨소리로 바꾸는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하는 성실함이다. 날마다 벨소리를 바꾸는 일, 나는 모른다, 그런거.
- 뭐해?
그녀가 묻는다. 문득 내가 무얼 하는지를 알면 도와줄까하는 생각이 든다.
- 빨래 널어.
- 장가를 가라.
빨래널러 시집을 간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는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예의바른 말이 아니다.
- 무슨 일인데?
- 음... 내일 저녁에 뭐해?
- 특별히.... 왜?
- 그냥... 보자고.
- 쏘나?
- 보지 말자.
그녀에 대해.... 나는 많은 걸 알고 있다. 너무 많은지도 모른다. 15년 정도 알고 지내면 싫어도 이것저것을 알게 된다. 그녀도 나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정보의 양을 따지자면 나의 것과 그녀의 것은 미국의 gnp와 한국의 gnp정도의 차이가 날게 틀림없다. 물론 그건 문제가 아니다. 좀 소심한 인간이긴 해도 그런 것에 까지 등가교환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득 미국과 한국의 gnp가 궁금해졌지만 참기로 한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여름이다. 날은 이미 충분히 더워졌다. 인간들이 열심히 화석연료를 태우고 지구의 온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5월의 평균기온이 28도쯤 되면 인간들은 5월을 여름의 범주에 넣어줄까. 그렇게 되면 여름 휴가가 더 길어질까. 무용한 고민이다. 게다가 휴가라는 것과는 절대로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가끔 일을 하고 늘 휴가다. 확실히 여름의 휴가 따위를 걱정하는 것은 나에게 무용한 고민이다. 가끔 일과 늘 휴가. 적당히 좋은 부모를 만나고 적당히 눈높이를 낮추면, 그리고 결혼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의외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삶이다. 대신 스릴은 없다. 잠꼬대로 다른 여자이름을 뇌까리는 걸 부인이 들으면 어쩔까하는 고민은 절대로 할 수 없다. 횡단보도 맞은 편에 그녀가 서있다. 그녀와 나의 유일한 공통점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이다.
- 어디 갈래?
그녀가 땀을 닦으며 묻는다. 어깨 위에서 찰랑거리는 머리 중 몇가닥이 하얀 목덜미에 붙어있다. 때주고 싶은 충동을 가볍게 참아낸다.
- 많이 기다렸냐는 정도는 좀 물어라.
- 아프냐?
그녀가 나에게 보여주는 무신경함에는 질려버린지 오래다. 참을 수 없었던 적도 있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폭발하기 전에 적응해 버렸다. 그것은 아마도 두산이라는 팀을 응원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팀을 응원하려면 무엇이든지, 특히 진다는 것에 대해 무심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요새는 열심히 이겨주어서 애써 얻은 미덕을 잊어버리려 하고 있지만.
둘이 들어선 주점은 평소처럼 적당하다. 석달 만일까. 앉아 있는 손님들도 적당 - 그러니까 수와 취향이 - 하고 실내온도도 알맞게 서늘하다. 시끄러운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살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 집에도 틀림없이 찾아오겠지만 나는 보지 못했다. 그저 앞으로도 마주치치 말았으면 하고 의외로 성실하게 빌고 있다.
- 저녁 먹었어?
- 점심 늦게 먹었다.
- 다행이네.
- 형 저녁은?
- 지방 갔어.
- 의사는.... 바쁘네...
그녀의 이빨이 내 입술을 스친다. 그녀의 습관이다. 그것을 뺀다면 키스의 기술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장점중에 하나다.
- 너 무슨 일 있지.
- 미안. 아파?
내 턱에 그녀의 이빨 자국이 살짝 난 듯 하다. 그녀가 그 위에 입술을 포갠다. 혀로 살짝살짝 두드려준다. 그녀의 팔이 내 목에 둘러지고 내 손이 그녀의 등위로 미끄러진다. 그녀는 거의 나만큼 크다. 힐을 신으면 확실히 나보다 커보이겠지. 그래서 나는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키스를 할 수 있다. 그녀의 입술이 가만가만 내 목덜미에 부딪힌다.
30년이라는 시간은 무엇을 하는데 충분하고 무엇을 하는데 부족한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얼마쯤 더 시간이 있다면 알 수 있을까. 영원히 알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하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겠지. 그게 그 시간에 맞는 일인지 아닌지 그것조차 알 수 없는 일이다.
흰 빨래는 흰 빨래끼리, 색깔 빨래는 또 그것끼리, 무심한 기계를 돌려놓고 잠깐 멍하니 앉아 있다. 빨래를 삶을 때 세재를 넣어야 한다는 걸 불과 두 달 전에 알았을 때 말할 수 없이 놀랐다. 마치 세상은 그것을 알고 난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듯 하다. 지금 이시간에 얼마나 많은 집의 부엌에서 빨래들이 삶아지고 있는걸까. 자주 지켜봐야 한다. 공기에 노출된 부분은 오히려 노랗게 되고 만다. 승부..... 빨래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참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주일에 한 번씩 고생을 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흰색으로 태어나지 않는 방법밖엔 없어. 시험삼아 말해본다. 물론 대답은 없다. 화장실에서 덜컹하는 소리가 들린다. 말없는 기계가 멈춘 것이다. 빨래가 끝났을 때 나는 소리는 끝을 알리는 것일까. 아니면 기계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조금씩 문제들이 쌓여가며 언젠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탈탈 털어 빨래를 널어야 하는 것이다.
부르릉 하고 핸드폰이 울린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도 나의 핸드폰은 진동한다. 그저 귀찮은 일이다. 그래봐야 넓지 않은 원룸이다. 진동으로도 충부하다. 아침에 나가면서 진동으로 바꾸고 저녁에 들어오면서 벨소리로 바꾸는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하는 성실함이다. 날마다 벨소리를 바꾸는 일, 나는 모른다, 그런거.
- 뭐해?
그녀가 묻는다. 문득 내가 무얼 하는지를 알면 도와줄까하는 생각이 든다.
- 빨래 널어.
- 장가를 가라.
빨래널러 시집을 간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는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예의바른 말이 아니다.
- 무슨 일인데?
- 음... 내일 저녁에 뭐해?
- 특별히.... 왜?
- 그냥... 보자고.
- 쏘나?
- 보지 말자.
그녀에 대해.... 나는 많은 걸 알고 있다. 너무 많은지도 모른다. 15년 정도 알고 지내면 싫어도 이것저것을 알게 된다. 그녀도 나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정보의 양을 따지자면 나의 것과 그녀의 것은 미국의 gnp와 한국의 gnp정도의 차이가 날게 틀림없다. 물론 그건 문제가 아니다. 좀 소심한 인간이긴 해도 그런 것에 까지 등가교환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득 미국과 한국의 gnp가 궁금해졌지만 참기로 한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여름이다. 날은 이미 충분히 더워졌다. 인간들이 열심히 화석연료를 태우고 지구의 온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5월의 평균기온이 28도쯤 되면 인간들은 5월을 여름의 범주에 넣어줄까. 그렇게 되면 여름 휴가가 더 길어질까. 무용한 고민이다. 게다가 휴가라는 것과는 절대로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가끔 일을 하고 늘 휴가다. 확실히 여름의 휴가 따위를 걱정하는 것은 나에게 무용한 고민이다. 가끔 일과 늘 휴가. 적당히 좋은 부모를 만나고 적당히 눈높이를 낮추면, 그리고 결혼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의외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삶이다. 대신 스릴은 없다. 잠꼬대로 다른 여자이름을 뇌까리는 걸 부인이 들으면 어쩔까하는 고민은 절대로 할 수 없다. 횡단보도 맞은 편에 그녀가 서있다. 그녀와 나의 유일한 공통점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이다.
- 어디 갈래?
그녀가 땀을 닦으며 묻는다. 어깨 위에서 찰랑거리는 머리 중 몇가닥이 하얀 목덜미에 붙어있다. 때주고 싶은 충동을 가볍게 참아낸다.
- 많이 기다렸냐는 정도는 좀 물어라.
- 아프냐?
그녀가 나에게 보여주는 무신경함에는 질려버린지 오래다. 참을 수 없었던 적도 있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폭발하기 전에 적응해 버렸다. 그것은 아마도 두산이라는 팀을 응원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팀을 응원하려면 무엇이든지, 특히 진다는 것에 대해 무심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요새는 열심히 이겨주어서 애써 얻은 미덕을 잊어버리려 하고 있지만.
둘이 들어선 주점은 평소처럼 적당하다. 석달 만일까. 앉아 있는 손님들도 적당 - 그러니까 수와 취향이 - 하고 실내온도도 알맞게 서늘하다. 시끄러운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살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 집에도 틀림없이 찾아오겠지만 나는 보지 못했다. 그저 앞으로도 마주치치 말았으면 하고 의외로 성실하게 빌고 있다.
- 저녁 먹었어?
- 점심 늦게 먹었다.
- 다행이네.
- 형 저녁은?
- 지방 갔어.
- 의사는.... 바쁘네...
그녀의 이빨이 내 입술을 스친다. 그녀의 습관이다. 그것을 뺀다면 키스의 기술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장점중에 하나다.
- 너 무슨 일 있지.
- 미안. 아파?
내 턱에 그녀의 이빨 자국이 살짝 난 듯 하다. 그녀가 그 위에 입술을 포갠다. 혀로 살짝살짝 두드려준다. 그녀의 팔이 내 목에 둘러지고 내 손이 그녀의 등위로 미끄러진다. 그녀는 거의 나만큼 크다. 힐을 신으면 확실히 나보다 커보이겠지. 그래서 나는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키스를 할 수 있다. 그녀의 입술이 가만가만 내 목덜미에 부딪힌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09-21 |
---|---|---|---|
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09-21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황진이-무료한국야동,일본야동,중국야동,성인야설,토렌트,성인야사,애니야동
야동토렌트, 국산야동토렌트, 성인토렌트, 한국야동, 중국야동토렌트, 19금토렌트 |
추천 0 비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