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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2:20 742회 0건
이민기(移民記)2

“안녕하세요. 어머님. 언제 뵈도 아름다우세요.”
“호호. 테리 그만 놀리렴.”
“아니에요. 제가 어머님을 놀리다니요.”
“그래그래. 올라가보렴.”
“예.”

문득 요즘 아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자 수정은 테리를 급히 불러 세웠다.

“테리.”
“예.”
“잠시 아줌마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테리는 순간 숨이 멈추는 줄 알아다. 여태 자신이 한 상상이 들킨 것 만 같았기 때문이다.
테리가 보기에 아니 누가 보더라도 수정은 정말 아름다웠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바비만한 아들을 두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겉보기에 그녀는 20대 중반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아직도 그녀를 처음 본 날을 잊지 않고 있다. 햇살이 눈부신 날 테리는 집 앞마당에서 공을 차며 놀고 있었다. 그 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신을 보았다. 분명 여신 같았다. 자신의 집에서 차고 5분정도 떨어진 옆집에 이사 온 동양인 여자는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셨다. 그래서 테리는 처음부터 정우랑 친해졌다. 지금까지 테리의 마돈나는 수정이었다. 아니 평생 변함없을 것이다. 요즘은 그녀를 상상하며 자위를 하는 것은 거의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좀 전에 본 그녀를 상상 속으로 그리고 있었는데 그녀가 갑자기 자신을 부러 새운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고맙다. 테리. 이제 올라가 보렴. 뭐 먹을 거라도 올려줄까?”
“그러지 않으셔도 되요. 그럼 올라가 볼게요.”

올라가는 테리를 보며 수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 까지 이웃사촌이었고 불과 몇일 전까지 자신의 아들의 애인인줄 알았던 수잔과 정우가 해어진 것이다. 뭐 별일 아니라면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정우라면 사정이 달랐다. 어려서부터 싹싹하고 붙임성 있었지만 함부로 정을 주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러다 겨우 정을 붙인 아이인데 .... 생각이 길어질수록 아들이 안타깝고 수잔이 미워지는 수정이었다.

“바비.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어. 테리. 언제 왔어?”
“조금 전에. 앗! 너 다시 담배 피는 구나.”
“훗. 그렇게 됐어. 너의 마돈나에게는 비밀이다.”

자신의 친구 바비는 정말 이해심이 많은 친구이다. 내가 자신의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자위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는 정말 난 죽는 줄 알았다. 한참 자신을 노려보던 바비는 피식 웃고는 사진을 가져갔다. 그 후 난 바비를 볼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몇 일후 바비는 도색잡지 한권을 가지고 나를 다시 찾았다.
‘니가 우리엄마를 좋아한다고 해서 뭐라고 하진 않겠어. 하지만 우리 엄마를 그런 식으로 상상하지는 말아줘. 부탁이야. 우린 친구잖아.’
어떻게 보면 정말어의 없는 일이다. 자신 같으면 결코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그나마 그때 바비의 벼랑에 선 상황을 이해하지만 말이다. 그때 바비는 가장 힘들 시기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따돌림과 이지매가 가장 심할 때였다. 그렇다고 바비가 그런 것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가볍게 생각했던 건 아니다. 바비는 내가 보기에도 정말 효자기 때문이다. 바비는 정말로 나를 친한 친구로 생각한 것이고 친구의 허물을 덮어준 것이었다.
그래서 공공연히 자신의 어머니를 ‘너의 마돈나’로 호칭하며 날 놀려대곤 했다.

“그래. 걱정마. 그런데 나. 너의 이야길 어머니께 해드렸어.”
“훗, 생각하고 있었어. 어머니라면 널 가만 보내시진 않았겠지.”
“미안하다.”
“무슨 소릴.”
“참. 너 미르에서도 나왔다며.”
“어. 이제 공부 열심히 해야지. 하버드 법대. 알잖아.”

3년전 일로 바비는 미르에 들어갔다. 미르는 정말 무서운 곳이다. 하지만 또 정의로운 곳이다. 몇 년 전까지 이곳은 많은 깡패들이 득실 거렸다. 그때 미르가 생겼다. 쉬쉬하던 소문이 사실로 알려지기 까지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웬일인지 경찰에서 그들을 뭐라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상인을 보호해 주었지만 돈을 뜯지는 않았다. 거리의 여자들을 지켜 주었지만 그녀들을 이용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불의를 용서하지 않았다. 한간에 떠돌던 소문에 의하면 미르가 생기고 경찰 경비 예산이 줄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바비는 그곳의 일원 이었다.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배웠다는데 무슨 기공인가 그랬다. 그래서 어려서도 자신보다 커다란 덩치들과 싸워 이겼다. 물론 그 일로 아주머니께 엄청나게 회초리를 맞았지만 말이다. 그때 순찰 돌던 경찰이 아동 학대 죄로 잡아가려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여간 바비가 미르에 들고부터 바비를 이유 없이 건드는 애는 없었다. 미르에 알려진 얼굴은 몇 없었다. 대부분 한인 이라는 것과 지금 학교를 같이 다니는 한인 친구 몇 그리고 주립대를 다니는 대학생 형들 몇 만 얼굴이 알려졌지 그 외에는 결코 알려진 얼굴이 없었다.

“혹시. 나오면서 다른 일은 없었어?”

자신의 친구는 다른 갱들처럼 탈퇴의 조건으로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걸로 아나보다.
하지만 미르는 회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직급이 없다. 물론 연장자를 공경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일부 알려진 얼굴들 외에는 아무도 회원들의 신상을 공개해서는 안 되었다.

“우린 그런 집단이 아니야 텔리. 걱정마.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그래. 미르가 그럴 리는 없겠지.”
“그런데 무슨 일이야.”
“쳇. 일찍도 물어본다.”
“히히.”
“오늘 저녁에 해변 파티 가지 않을래.”
“웬 파티.”
“베이론이 쏘기로 했데.”
“.......”
“이봐 바비. 이미 지나간 배잖아 미련 둔 것 아니면 가서 즐기자고. 혹시 알아 이번 기회 로 너를 가슴에 품던 애들이 득실같이 달려들지.”

테리의 말도 맞는 말 같았다. 이제 자신은 수잔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더라도 수잔을 피할 필요는 없다. 지신은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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