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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2:31 562회 0건
7장. 방해자.
자향이 다가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필부소뿐이었다.
"저 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대로 있다간 아가씨와 이당주가 위험하다"
필부소는 두 여인을 걱정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아닌 다른 자가 두 여인을 품에 안는 게 싫었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자지 한 번 못 넣어보고 넘길 수 있단 말인가? 어서 빨리 마혈을 풀고 자향을 막고 싶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마혈 누위를 가볍게 누르는 감촉과 함께 혈도가 풀리는 것이었다.
"어엇.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필부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 이유가 어찌되었든 자신이 자유롭게 되었다는 게 중요했다. 상대는 자신이 마혈이 풀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흐흐, 이번에는 네 녀석이 당할 차례다"
필부소는 가려움증을 참고 십이성의 내공을 쌍장에 모은 채 좀 더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하악... 하아하아... 보지가 불타고 있어요"
"어서... 보지물을 싸서 내 몸 좀 식혀줘요"
자향은 온몸을 밀착시켜 지렁이처럼 몸을 비비는 두 여인의 음탕한 행위를 보면서 다가갔다. 필부소의 존재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 자신이 손을 쓰지 않아도 춘화음독분의 독성에 백치가 될 것이니까.
"흐흐, 다 된 밥을 양보하게 되었으니 배가 아프겠군"
자향은 필부소의 앞에 잠시 멈춰서 그를 약올렸다. 과연 필부소가 흥분해서 살기를 뿜어낸다. 허나 혈도가 제압되었는데 어찌 하겠는가.
"흐흐흐.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눈을 부라리는군. 그대가 백치가 되기 전에 영원히 잊지 못할 음탕한 장면을 보게 해주리다"
자향의 시선이 두 여인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돌연 필부소가 쌍장을 내치는 것이 아닌가.
꽝! 자향은 방심하고 있다가 가슴에 일격을 얻어맞고 뒤로 나뒹굴었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비릿한 선혈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가볍지 않은 내상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자향은 고통보다 의문이 앞서서 필부소를 보았다.
"크크크. 어리석은 놈. 먼저 죽는 사람은 바로 네 놈이다"
필부소는 단번에 자향을 박살낼 심산으로 붕 날아올라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쇄도했다.
자향은 황급히 신형을 퉁기며 뒤로 물러섰다. 간발의 차이로 가공할 장력이 땅을 후려쳤다. 춘화음독분에 중독되었어도 내공은 변함이 없는 상태라 그 위력이 대단했다. 용봉세가의 외관당주로써 손색이 없는 무공이었다.
"제길, 뭐가 어떻게 됐는지 몰라도 더럽게 꼬였군"
자향은 내심 욕설을 퍼부으며 검을 뽑았다. 만(卍)자의 오묘한 원리를 적용한 만륜회보(卍輪廻步)로 맹렬하게 쏟아지는 장풍을 피하고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필부소의 공수가 대단하여 접근이 어려웠다. 힐끗 두 여인을 살폈다. 그녀들은 두 사람이 치열한 혈전을 벌이고 있음에도 어서 먹어달라는 듯 여전히 서로를 탐하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필부소가 십이성의 내공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춘화음독분의 독성이 금세 혈관을 타고 심장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러자 간지러움을 참기 힘든지 필부소의 동작이 흐트러졌다.
"옳거니. 이제 되었구나"
자향은 내심 쾌재를 부르며 공세를 펼쳤다. 장풍이 교묘하게 방해하며 쇄도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예리함이 약해져 간단히 피할 수가 있었다.
"천변자룡칠층(天變紫?v能?!"
자향은 사부로부터 전수받은 검법을 토대로 창안한 검공을 칠성의 위력으로 펼쳤다. 유혹적인 빛깔의 자룡이 검신을 타고 포옹하듯 필부소의 품으로 날아갔다. 필부소가 피하지 않고 장풍을 쏟아낸다. 한 치가 길면 공격력도 증가한다. 그것을 증명하듯 장품이 가슴 한 치 앞으로 도달했을 때 검극이 필부소의 가슴을 찔렀다.
"크윽!"
필부소가 비틀거리며 물러선다.
자향은 아예 목줄을 끊을 심산으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천변자룡을 팔층의 위력으로 떨쳐냈다. 필부소가 죽음을 예감한 듯 질끈 눈을 감는다. 그런데 등뒤에서 뭔가 날아오는 파공음이 들렸다. 필부소를 죽이려면 자신 또한 심한 부상을 감수해야 한다. 상대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자신과 필적하는 고수이리라. 만약 그와 싸우게 될 경우, 부상은 치명적인 패배의 원인이 된다. 어쩔 수 없이 공격을 포기하고 옆으로 피했다. 한 자루 검이 그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자향은 자신을 방해한 자를 찾았다. 10미터 뒤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백학처럼 하얀 옷, 이마를 살짝 용문양의 영웅건, 고운 눈매와 능금보다 붉은 입술을 소유한 너무나 잘 생긴 청년이었다. 자향도 스스로 잘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그 앞에 나타난 청년은 완벽을 뛰어넘어 환상적인 용모였다.
"헐, 더럽게 잘 생겼군"
자향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이내 그가 자신을 방해한 자임을 깨닫고 살기를 뿜었다.
"왜 남의 일에 간섭하는 거요?"
청년이 수중으로 돌아온 검을 회수하며 담담히 말했다.
"당신의 더러운 수작을 처음부터 보았소.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도록 손목을 잘라주리다"
"으음, 큰일났구나"
자향은 청년의 무공이 매우 강함을 직감했다.
그때 철퍼덕 소리가 들렸다. 뒤를 바라보니 필부독이 쓰러져 있었다. 춘화음독분의 독성이 백회혈까지 도달한 직후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당장 필부소를 해독시켜 주지 않으면 백치의 바보가 될 것이다.
"어서 해약을 내놓아라"
청년이 분노했는지 살기를 뿜어낸다.
"춘화음독분의 해약은 오로지 음약교합 뿐이오. 저 자를 살리려면 여자와 몸을 섞게 해주면 될 것이오"
청년이 눈쌀을 찌푸리며 한쪽에서 뒹굴고 있는 두 여인을 보았다. 그녀들은 반전의 자세로 바꿔 서로 보지를 빨고 손가락을 자지처럼 쑤시고 있었다. 그녀들도 독성이 상당히 퍼진 듯 눈동자가 풀려 있었다. 그 낯뜨거운 광경을 보자 청년이 첫날밤의 부끄러운 새색시처럼 얼굴을 붉혔다.
"저들이 서로 몸을 섞으면 해독이 가능하지만 어찌 여인의 순결을 함부로 다룰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하면 세 사람이 죽는데..."
청년은 이 순간을 해결할 방법을 참는데 고심했다.
한편, 그때 자향은 두 여인을 포기하고 청년을 피해 도망칠지, 아니면 그냥 남아 싸울지 갈등하고 있었다.
"저 자는 나보다 강하다. 거기다 난 내상을 입어 적수가 안 된다. 하지만 내가 취할 계집들을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문득 자향은 청년이 두 여인의 음탕한 행위에 얼굴을 붉히는 것을 목격했다. 경험이 부족하거나 없는 것이 분명했다.
"어서 저 여인들을 해독시켜 주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르오. 그러려면 나 아니면 당신이 나서야하오"
"어찌 여인의 순결을 함부로 하겠느냐. 저 여인들은 순결을 간직하고 그냥 죽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그런 바보같은... 여자의 순결이 목숨보다 중요하단 말이오"
"여인들은 순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끊는다"
자향은 할 말을 잃었다.
"저 자는 그냥 죽도록 할 생각이구나"
"당신의 말도 옳소. 허나 그녀들의 가족도 생각해 보시오. 그리고 저 두 여인은 용봉세가의 가주 추세중의 딸과 내관당주 이화금이오"
"......"
청년은 그녀들의 신분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맙소사, 저 여인들이 작은 숙부의 제자 추세중의 딸과 내관당주라니... 그럼 그냥 죽도록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녕 해독이 음양화합의 길뿐이냐?"
"그렇소"
청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다. 허면 내가 자리를 비켜줄테니 저 두 여인을 살려라"
자향은 뜻밖의 말에 환호하면서 또한 의문을 느꼈다. 남자라면 저 아름다운 여인을 거절할 이유가 없는데 어찌 자신에게 양보할까. 그러나 곧 그의 행동으로 보아 두 여인과 친분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흐흐. 저 자는 내가 춘화음독분을 해독하면 죽이려고 하는구나. 허나 그때는 나도 미련없이 떠날 수 있지 않은가"
"그럼 내가 희생하겠으니 어서 비켜주시오"
"만약 그녀들을 해치면 네 몸을 반드시 찾아내 죽이겠다"
청년이 강렬한 살기를 뿜어내고 훌쩍 몸을 날려 사라졌다.
자향은 청년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은신했음을 짐작했지만 마음 편히 먹고 두 여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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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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