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오감족 1장. 잔존인류6부



로디간은 20세의 나이에도 아직 노르테를 졸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13년째 학원을 졸업하지 못하는 이유는 작년에 학점을 이수하지 못해 그런것이다. 황족의 역사상 11년을 넘긴 사례가 없는 만큼 이분야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것이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졸업하는 기간이 14년 정도 걸리는것에 비하면 늦은 것은 아니다. 때론 16년에도 졸업을 하지못해 퇴학 당하는 사람도 10%에 달하는것이다. 하지만 황족의 체면이 있지 ...... 키도 보통황족보다 작은 178센티 이고 얼굴이 귀엽게 생긴 동생 로디간을 보며 뻔뻔함에 사랑스럽다가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파들로황제이다. ......이그......쯧쯧 .... 다른건 다 잘하는데 왜 역사에는 그렇게 약한지...... 원....... 사실 빛의 학문에는 학원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전등급 만점이다. 기재라고 일컫는 수화라돈 장도 전 등급 만점을 이루지는 못했었다. 그만큼 어려운 학문이었고, 대부분의 탈락자들이 이 과목에서 학점을 얻지 못해 퇴학을 당하는 것이다. 다른 과목과는 달리 50점을 기준으로 당락이 결정되어진다. 처음에는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70점이 기준이었는데, 수많은 학생들이 여기서 탈락하는 바람에 점차 기준이 낮아져 50점이 된것이다. 거기다 생소한 언어, 코모란어, 로 되어있는 이과목은 전 학생들의 공포의 대상인것이다. 로디간은 코모란어에도 만점을 기록하고 있다. 파들로황제는 로디간의 중간 시험 성적표를 보며 인상을 찌그렸다.

수학...90
물리화학.....80
역사.....60
광학.......100
코모란......100
케난어.....82
생물학....85
체육.....95
전자학....93
성적.....16/118

특히 역사에서는 전체 105명중에서 거의 꼴찌이고 낙제이다. 마지막 평가에서 80점 이상을 얻지 못하면 또 12등급을 다녀야 한다.
“로디간 말만 하지말고 이성적표를 봐....... 너 다음 평가에서 역사과목을 잘 보지 않으면 정말로 벌을 내릴테다. 너도 알고 있지?...... 비도감옥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곳인지....”
“헉...... 비도 감옥?....... 형님 .....아니 폐하 그건 너무.......”
로디간의 얼굴에 공포의 표정이 떠오르자 파들로황제는 속으로 고소를 씹으며 엄격하게 말한다.
“그래 비도감옥이야........ 또 낙제하면 그곳에 보내 10년을 지내게 해줄테다......”
“으악...... 10년 씩이나?........”
비도 감옥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명족과 미족의 사람들이 갇히는 곳으로 명족과 미족의 학생들은 반드시 한번씩 견학을 해야한다.
......으으...... 형님도 너무하시다...... 그런곳을 보내려 하다니....... 10등급에 다닐때 견학을 갔다가 몸서리 쳐지는 처참한 광경에 공포에 떨던 기억이 떠오른다....... 흐으으.... 않되지.. 그런곳에 갔다가는 하루도 버티지 못할거야.......
“폐하...... 전 이만 ..... 역사 공부하러 물러가요.......”
뛰다시피 방으로 돌아온 로디간은 손을 덜덜 떨며 역사책을 꺼내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중도 잠시 이내 눈이 사르르 감기며 고개를 떨구고 잠에 빠져든다....... 않돼...... 졸지말고 공부를 해야돼........ 억지로 눈꺼플을 밀어 올리며..... 시선을 책에 고정하지만 ...... 아아.... 정말 나도 모르겠다....... 역사책만 보면 정신이 말짱하다가도 졸린단 말이야.... 비도감옥을 떠올리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세수를 하고 온다. 하지만 5분도 않되어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예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든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검은 눈동자가 해맑은 아름다운 여자이다. 로디간의 어머니 수빌찬첸 리 였다. ...... 아유 로디간은 왜 역사책만 보면 저렇게 조는거야.... 황제가 이번에 낙제하면 비도감옥을 보낸다고 했는데도 저러는거 보면 .... 저건 병인거야.. 어쩌면 좋지?....... 설마 진짜 보낼까?........ 아니야.... 그래도 황제의 입에서 나온 말인데.... 이거 어떻게 해야지?
수빌찬첸은 한숨을 쉬며 방으로 돌아와 시녀를 불렀다.
“그래 알아 보았어?”
“네 수빌님....... 49신도장의 딸 아졸란 소운이 역사에 대해 조예가 깊다고 합니다...”
“그래? 나이가 어떻게 되지?”
“28세로 노르테를 11년만에 졸업하여 현재 제사장의 보조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 한번 보자고 해..... ”
저녁때 아졸란이 황궁에 들어 수빌을 만나고 있었다.
“그럼 그렇게 해줄래요?”
“네 수빌님...... 제가 한번 공부를 시켜보지요.....”
“제사장한테는 내가 말해 놓을께요...... 다음 시험때 까지 역사공부를 맡아줘요...”
수빌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졸란을 바라보며.... 그녀의 명쾌한 대답에 마음이 흐뭇해 진다. .. 호오...... 나이는 많아도 저런 애를 며느리로 받아들인다면 정말 좋겠군......

수 학...92
물리학...94
생물학...89
광학...80
코모란..95
체육..98
전문체육...98
요리..95
역사...100
졸업성적... 5/109


아졸란의 졸업 성적을 보며 특이하게 전문체육을 전공한 그녀의 성적에 관심이 생긴다.
“이게 무슨 과목이지?”
“네 수빌님....... 아졸란은 전문체육 과정중에 태구안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지요..”
“태구안?...... 그거 무술이잖아....... 어머 저렇게 예쁜 얼굴에 그런 무서운 격투기를 배웠다니.. 호호호..... 로디간이 까불다가는 얻어 맞겠는걸?........ 호호호”
“정말이요...... 수빌님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가르쳐서 성적이 나오게 만들라고 하셨으니 .......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디간은 책상에서 엎드려 자다가 아침까지 자고 말았다........ 이크....... 아이고 또 자버렸네....... 학원에 늦겠다.......
학원에서 돌아온 로디간은 어머니와 함께 서있는 아졸란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 아 저렇게 예쁜 여자가 다 있었다니......
“로디간!..... 뭘 멍청하게 서있는거야...... 인사해 앞으로 너의 역사공부를 도와주실 선생님이다......”
“헥!...... 선생님이요?....... 안녕하세요...... 로디간입니다.....”
“알아요...... 난 아졸란 소운이라고 해요....... 아졸란 이라고 부르면 되겠네요....”
아름다운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자고 한다........ 손을 만지는 순간 전류가 흐르듯 찌릿한 떨림이 오고 그가 손을 놓지 않고 계속 잡고 있자 그녀의 손에 힘이 가해진다.
“으악....... 아이고 아파라...... ”
엄청난 힘으로 조여오는 바람에 고통을 느끼고 황급히 손을 빼낸 로디간은 어떻게 저런 예쁜 손에서 무지막지한 힘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창피해서 말은 못하고 아픈손을 뒤로 감추고 엉덩이에 비벼본다...... 그 광경을 보고 수빌찬첸이 미소를 짓는다.
“자 그럼 아졸란 ...... 오늘부터 수고좀 해줘요...”
“네 수빌님......”
수빌이 돌아서 가려다 문득 고개를 돌리며 윙크를 한다.
“참........ 그리고 .... 교육중에 문제가 있으면.. 아졸란이 마음대로 해도 되요..... 어떤일이 생겨도 괜찮을거란걸 보증하죠.....”
로디간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를 하지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로디간 ...... 이건 엄마의 명령이다....... 아졸란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도록해...... 그렇지 않으면............ 비도감옥으로 엄마가 보내버릴테니.........”
항상 웃는 얼굴로 다정하던 엄마가 엄숙하게 말하자 로디간은 그때서야 뭔가 이상하게 일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이거 왠지 불안한걸?.......
“자 로디간님...... 이제부터 제가 선생님이 되었으니 반말을 하겠어요......”
“네.........”
왠지 모를 주눅이 들어 공손하게 대답하다가 장난스런 반발감이 솟아 오르는 것을 느낀다. .. 아이참 내가 뭐하는거야...... 왕자인 내가 이런 여자한테 주눅이 들다니...... 이러면 로디간이 아니지........ 흐흐흐.......
“로디간 역사책을 가지고 이리와서 앉아.....”
한손에는 언제 들었는지 길다란 막대봉을 들고 명령하듯 말하는 아졸란을 바라보며 무섭다기 보다는 이렇게 예쁜 여자와 함께 지내게 된것에 감사를 하며 자기방으로 들어가 역사책을 들고 나온다. 단추가 여러개 달려 목까지 올라오는 검정 상의와 통이 좁은 바지를 입고 있는 아졸란의 모습은 활기넘치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 에그....... 좀 예쁜 옷을 입으면 더욱 좋을텐데....... 공부가 시작되고..... 아졸란이 제국의 역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며 책의 부분부분을 짚고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졸려서 감기는 눈을 억지로 치켜뜨며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하는 로디간이다......
“딱!”
아졸란의 손에 들려있던 목봉, 지름이 3cm정도 되는, 이 로디간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친다. “아이구.......... 아파라......”
눈앞에 별이 번쩍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통스러운 외침이 로디간의 입에서 터져 나온다.
“졸때마다 한대씩 때릴거니까 마음대로 졸아봐.....”
위협용으로만 알고 있던 목봉이 엄청난 고통을 주는 실제용으로 바뀌자 로디간의 마음속에 하나의 작은 공포로 다가온다.
세시간의 오후수업이 끝나자 로디간의 머리는 수십개의 혹이 솟아나 더 이상 때릴데가 없을지경이다......... 아이고...... 너무 아프다..... 욕실에서 거울을 바라보며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아파오는 고통에 앞날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 흐유 내 불쌍한 머리......
“선생님 도저히 머리는 않되겠어요..... 한대 맞으면 외운것도 다 잊어버린단 말이에요..”
“그럼 어디를 때려줄까?......”
“차라리 엉덩이가 어때요......”
“그래 그럼 그러지 뭐.........”
또 하루가 지나자 로디간은 엉덩이가 부어 올라 앉아 있을수도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