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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2:35 1,440회 0건
[연재]나쁜 친구들-3-

미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눈으로 사촌동생을 바라봤다.
"네가 봤어?"
"아니. 난 못 봤지만 체육선생한테 걸렸어. 원래 알아주는 애들이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학교에서 퇴학시키려다가 말았지."
"그럼 학교는 계속 다니는 거야?"
"응. 돈으로 어떻게 했겠지. 퇴학은 안 당하고 그냥 다른 학교로 전학 갔어."
"햐- 정말 대단하구나. 그런데 넌 그 애하고 몇 번이나 해 본거니?"
"난,그렇게 많이 하진 않구. 열 몇번쯤 될거야."
"기분이 어때?"
"솔직히 말해서 잘은 모르겠어. 뭐 그리 대단히 재미난 것도 아니고 그저 그래. 짜식이 좋아하니까 해주는 건데 그렇다고 싫진 않드라. 아주 근사한 남자랑 하면 재미있을지도 몰라."
"아깐 기분이 어땠어?"
"일주일만에 기회를 줬더니 너무 무식하게 달려 들어서 조금 아팠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미나와 현경은 송이의 말에 빠져 들었다가 현경이가 조금은 쑥스러웠는지 피곤하다면서 자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미나와 현경이가 서울에 온지도 열흘이 다 되어간다.
이제 오늘은 정식으로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러 다니게 된다.
미나와 현경이는 처음 등교하는 날이니만큼 일찍 학교에 가기로 하고 학교에 가기위해 지하철에 오른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의자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으나 지하철은 오지 않았다. 한 십분쯤 지났을까 중간에 오던 지하철이 고장나서 멈춰서는 바람에 소통이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 직원의 멘트가 나오더니 다시 십분이나 흐른 시각에 지하철이 온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평소,같은 시각엔 항상 지하철이 한가했지만 지하철이 고장 나는 바람에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지하철이 오자마자 사람들은 길게 늘어서 있던 대열이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서로 먼저 타겠다고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겨우 올라탄 지하철에선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비명소리도 들려오고 한참 어수선해져 버렸다.
사람이 너무 많아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서 겨우 복도 중간쯤에 자리를 고정할수 있었다.
손잡이도 잡지 못하고 현경이와 나란이 서있던 미나는 가슴이 사람들에 의해 눌려지자 두손으로 가슴쪽으로 손을 올려 사마귀처럼 웅크려서 방어를 했다.
지하철의 문이 닫히고 한정거장을 지나칠무렵 미나의 엉덩이에 이상한 감촉이 전해왔다.
처음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손은 떨어질 줄 몰랐고 약간씩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학교가 가까워서 걸어서 등교를 했으므로 등교때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본적이 없었고 간혹 버스나 지하철을 타더라도 그리 혼잡하지 않아서 아무런 일이 없었었다.
그런데 막상 치한의 손이 다가오자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처음엔 손을 피해 움직여서 다른 곳으로 가려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좀처럼 제자리를 벗어나질 못했다.
치한의 손은 점점 활발해지더니 용기를 얻었는지 미나의 엉덩이 아래쪽으로 계속 파고 들어 왔다.
화가 난 미나는 고개를 돌려 그사람을 째려 봤는데 교복을 입은 짧은 머리를 한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였다.
그 중학생은 미나가 째려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시선은 다른 곳에 두고서 미나의 엉덩이를 열심히 더듬고 있다가 미나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금새 손을 뗐다.
미나는 옆에 서있던 현경에게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짓과 표정으로 이야기 했다.
두 정거장이 지날때까지도 좀처럼 사람은 줄지 않았다.
그 중학생도 미나의 옆에 서 있기는 했지만 미나의 엉덩이를 더이상 더듬지는 않았다.
그 중학생의 손은 다시 현경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경은 미나와는 달랐다.
화가 난 얼굴로 그 중학생의 얼굴을 노려 보더니 커다란 소리를 내 질렀다.
"이봐요! 그 손좀 치워 주시겠어요!" 미나도 깜짝 놀라 중학생에게 시선을 줬고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어린 학생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가득 들어찬 사람들을 힘겹게 밀쳐내고 출입구 쪽으로 나가더니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 듯 했다.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고 처음으로 황당한 일까지 당한 미나와 현경이는 목적지에 내려서 화장실로 달려가 흩어진 옷 매무새와 머리를 가다듬고 학교로 향했다.
다행히 학교에 도착했을때는 집에서 일찍 나와서 강의실에는 서너명만 모습을 비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한참이 지나서 강의가 시작되었다. 수업을 담당하게 된 교수는 여성이었는데 텔레비변에서 몇 번 본적이 있었던 마일광이라는 유명한 교수였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왔을때 집에는 송미만 정원을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문으로 들어서자 마자 송미가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했다.
"미나야. 안녕. 현경이도 오랫 만이야."
"응. 반가워. 그동안 몰라보게 예뻐 졌구나."
현경이가 말했다.
"야-- 사년전에 키 조그맣고 안경쓰고 비쩍 마른 애가 이렇게 변하다니. 너무 예뻐져서 얼굴도 몰라 보겠어."
"돈 좀 들였지 뭐."
"돈?"
"여기 저기 뜯어 고치고 눈도 수술하고. 요즘 세상에 성형 안하는 애들이 어딨어. 다들 시대에 맞춰 사는거지."
"근데 오늘도 어른들은 안 오시는 건가?"
"멀리 갔는데 금방 오겠어. 한 일주일쯤 있다 오겠지."
"가정부는?"
"가정부도 한 일주일쯤 후에 오려나봐."
"쌀쌀한 날씨에 방에 안 있고 왜 나와 있어?"
"그냥. 손님이 오기로 했거든."
"어떤 손님?"
송미는 새끼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거."
"애인이 오기로 한 모양이구나."
"응. 너희들은 먼저 들어가 있어. 금방 오기로 했으니까. 오면 소개시켜 줄께."
현경이와 미나는 곧 안으로 들어갔다.
미나가 옷을 갈아 입고 텔레비젼을 보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송미가 남자 한명을 데리고 들어 왔다.

밝은 웃음을 띈 송미가 그 남자를 데리고 와서 미나가 있는 소파에 앉히더니 말을 꺼냈다.
"송미야. 인사해. 내 애인이야. 얘는 송미라고 동갑인 내 사촌이고 이 근사한 남정네는 심은철이라고 해."
미나는 엉거주춤 반쯤 일어서서 인사를 했고 그 사내도 약간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앉았다.
"안녕하세요. 전 성미나라고 해요.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왔어요."
예. 안녕하세요. 저는 심은철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도식적인 인삿말이 오가고 미나는 처음 보는 남자가 있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텔리비젼 화면만 주시하고 있었다.
"현경이는 어디 간거야? 애인 소개시켜 준다고 했는데 금새 어딜 간 거야."
"응. 아직 샤워 중인가 봐. 곧 내려 온다고 했는데."
그때 현경이가 윗층에서 간편한 옷차림으로 물기에 적신 풋풋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내려와 미나의 옆에 앉는다.
"현경아. 내가 소개시켜 준다고 했던 내 애인이야. 인사해."
둘의 인사가 오갔고 송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얼랠래. 너희 둘 은철씨한테 뿅 갔구나. 넘볼걸 넘봐라. 다른건 줄수 있어도 은철씨는 안돼."

조금은 어색한 시간이 한시간쯤 흐른후 미나와 현경이는 송미하고 애인이라는 처음보는 남자와 헤어져 미나의 방으로 올라와서 침대에 누웠다.
"현경아. 이제 뭐하지. 너무 시간이 남아 도니까 그것도 문제네."
"난 책이나 좀 보려구."

미나와 현경은 같은 이층에 있는 서고에서 책을 얼마든지 읽어도 좋다는 말을 미나의 삼촌에게서 들었다.
"미나야. 우리 같이 서고에 있는 책들 구경가지 않을래?"
"좋아. 가보자."

미나와 현경이가 넓은 서고에 들어 섰을때 수많은 책들에 놀랐다.
"이야- 마치 작은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구나."
"그러게 말야. 이 많은 책을 다 읽으려면 평생 읽어도 못 읽겠다."
현경은 안쪽으로 들어가 책을 이것저것 훑어 보다가 커피색 겉장을 가진한권의 책을 골랐다.
"그게 무슨 책이야?"
"오래된 소설책."
"소설 읽으려구."
"응. 그동안 책도 많이 읽지 못했으니까. 넌 뭘 골랐어."
"아니. 난 그냥 별로 책 읽고 싶은 생각 없어."
둘은 곧 서고를 빠져 나왔다.
서고를 나와 미나의 방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글쎄 멀리서 들리는 비명소리 같은데."
"가보자."
"어딜. 무서워."
미나는 무서우니까 소리나는 쪽으로 가지 말자고 했지만 현경은 아뭇소리 없이 소리나는 쪽으로 향했다.
자꾸만 소리는 커졌는데 소리나는 곳이 윗층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현경이는 꼿꼿하고 당당하게 소리나는 쪽으로 향했지만 미나는 현경의 뒤에 붙어 웅크린 자세로 살금살금 따라 나섰다.
"아아아-- 아아아--" 소리는 점점 커졌다.
소리의 종착지에 다가온 두사람은 그 소리가 송미의 방에서 들려 온 것임을 알았다.

"아아아-- 아악--"
미나와 현경이는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경험은 없었지만 대충 짐작할수 있었다.
"미나야. 내려가자."
보일러 장치가 잘 된 집이어서 밖은 쌀쌀 했지만 안은 제법 더웠다.
송미와 은철은 아무도 없는 집이어서 아마도 방문을 열어 놓고 대담하게 밀애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집은 미나가 오래전 어릴적에 놀러와서 윗층에서 사촌들과 쿵쾅거리고 놀았어도 아랫층에 소리가 전달되지 않을 정도로 방음도 잘 된 집이어서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현경이는 송미의 방안을 한번 흘낏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미나에게 나지막히 내려갈 것을 말했다.
미나는 손을 내저으며 현경에게 먼저 내려가라고 말했다.
"현경아. 너 먼저 내려가 있어."
"같이 내려가자. 들키면 곤란하쟎아."
"안 들키면 되지."
"그럼 난 먼저 내려간다."
"그래."
현경이는 미나를 남겨두고 그 자리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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