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1부
늦가을이라 몹시 추웠다. 회사가 부도상태라 더욱 그랬고, 오늘은 집을 담보로 돌린 어음이 만기가 되는 날이다. 어떻게든 막아야 되는데, 더이상 끌어쓸 돈이 없다. 지금도 사채업자 에게 사정을 하러가는 중이다. 이내에 사채업자인 가희의 집에 다 왔다. 전화를 했는데, 집으로 오란다. 오늘은 몸이 피곤해서 맛사지를 받는다고, 사무실에 나가지 않는단다. 팔자도 좋다. 누구는 돈 꾸려고 발에 땀이 나도록 뛰는 데 새파랗게 젊은 년이 맛사지라니...초인종??누르니, 웬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집안의 정원과 수영장 거의 재벌의 수준이었다. 가희는 상고를 나와서 증권회사에 입사해 대박의 신화를 창조했던 여자이다. 그길로 투신을 운영하면서 사채업의 큰손으로 불리는 25살의 젊은 아가씨였다. 지금까지 40억가량을 빌렸고, 한푼도 갚지 못했 오늘도 말을 잘해서 더 빌려야 할 상황었다. 내실로 들어가니까, 주방에는 나와 거의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일을 하고 있었고, 거실 중간의 큰 침대같은 곳에서 엎드려 있었다. 검정색 속옷을 입고, 기름인지 먼지 몸에서 윤기가 번지르하게 나고 있었다. 맹인으로 보이는 두명의 남자가 맛사지?하는 중이었고, 희진은 잠이 들었는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는 "저 한사장 나 왔어"하고 말했다. 저만한 딸이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말을 했다. 그러니까,"네 앉아계세요. 아줌마 차좀 내와요" 하고 말하고, 맹인들에게 "됐어요"하고 내보냈다. 그리고 샤워실로 가서 샤워를 하고 까운을 입고 나와 앉았다. "돈을 가지고 오셨나요? 아님 더 빌리실려고,,,"하고 물었다. 난 통사정을 했다. 이번만 막으면 다음달에는 돈이 들어오니, 20억가량은 갚을 수 있다고, 하지만 가희는 냉소적이었다. 하긴 빌려간 돈의 이자도 제대로 못갚고 점점 불어가고 있으니,,,,"아무것도 담보도 이젠 없을테고, 그렇다고 그냥 빌려주기도 그렇고, 기한도 지났고, 그만 정리하죠,"그러고 나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난 한번만 봐달라고 한 번만 도와 달라고 했지만, 앞에 있는 주스를 나한테 던지고 날 밀어냈다. "당신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해? 하고 쓰러져 있는 내앞에 와서 날 내려다 봤다. 까운이 살짝 올려져서 가희의 허벅지가 보였다. 키도 나보다 좀 큰 편이었고, 어디다 내놔도 빠지지 않는 미모인 그녀는 이내 크게 웃어댔다." 나한테는 뭘 해주실꺼예요? 돈도 못갚고 기한도 다되고, 재산처분해봤자, 반도 안될텐데.." 난 할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내 발에 키스하면 한번은 더 도와드리죠"하고 말했다. 난 "어?"했다. 그러자 "난 두번 말 안해요"하고 소파에 앉더니, 긴다리를 꼬고 날 보고 있었다. 난 천천히 홀린 듯이 다가가서 가희의 발을 쳐다보았다, 젊었더라면 한번쯤은 좋아할만한 여자고 목숨까지도 바칠정도로 예쁘지만, 난 50대고 이만한 딸이 있다. 회사를 살려야 되지만, 쉽게 할 수가 없었다. 손으로 가희의 발을 잡고,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가희는 그런 나를 내려다 보며,"그렇게 자존심 부려서 회사가 살겠어?"하고 반말조로 내뱉었다. 그러더니"내가 잡고 있던 왼발을 두고 오른발로 내 얼굴을 밀어내었다. 50대인 나는 힘없이 뒤로 나자빠졌다. 어차피 난 돈을 갚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곧 재산도 넘어갈 것이고, 평생 사채업자들 한테 쫓겨 다닐지도 모른다. 난 다시 몸을 추스리고 소파에 앉아있는 가희에게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리고는 다시 발을 잡고, 키스를 했다. 몸이 많이 떨렸다. 딸같은 여자애한테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으니.."됐어. 기한은 한달이야" 어느새 반말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었다. 난 나도 모르게 "예 고맙습니다"를 연발하고, 그 집을 나왔다. 한달뒤 신문에는 "우신건설 최종부도"김영빈사장 잠적" 이라는 문구가 실렸다. 난 잠적이 아니고 도망을 다니고 있었다. 군시절의 친구 별장으로 피신중이었다. 어차피 구속 아니면 사채업자들 한테 맞아죽을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던중 친구가 "딸이 전화를 했는데...한일투신에서 가산을 측정하고 갔다더군" 한일투신이면 한가희의 회사이다. 이젠 그쪽으로 잡혀도 끝이다. 그리고 얼마후에 딸을 납치했다는 연락이 왔다. 난 수배중인 것도 잊은채 서울로 올라가서 한일투신으로 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그리고 사장실로 직행했다. 가희와 보디가드로 보이는 남자 둘이서 사무실에 있었다. 달려드는 나를 남자들이 저지했다. "야 이년아! 돈이 그렇게 좋냐? 돈이 그렇게 좋아서 사람까지 납치하냐? 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가희는" 꿇어 앉혀"하고 말했다. 난 남자들의 힘에 눌려서 꿇어 앉혀졌다. 그러고는 검정색 정장에 짧은 치마, 검정힐을 신고 있던 가희가 오른발로 내 가슴을 후려찼다. 난 가슴이 너무 아파서 앞으로 그대로 넘어갔다. 그러더니, "니들 다 나가있어 내가 들어오라고 하기 전까진 들어오지마"하고 말했다. 한 남자가 "저희가 처리 하겠습니다. "하고 말을 하니까 매섭게 그 남자를 노려보며 얼굴을 한대 올려부쳤다. "나가"아주 저음으로 다시 말했다. 그렇게 해서 넓은 사무실에 가희와 김영빈이 남게 돼었다. 가희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쓰러져 있는 내 머리맡에 섰다. 그리고 내 머리를 사정없이 찍어 눌렀다. 난 "악"하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내가 니 딸을 납치했다고"하더니 다시 내 복부를 찼다. 난 한번 굴렀다. 다시 걸어오면서 아까 찍혀서 난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는 부분을 다시 찼다. 난 벽에 기대어 얼굴만 들고 가희를 올려다 봤다. "니가 뭔데 나한테 이년 저년이야!"하고 소리를 질렀다. "넌 죽은 목숨이야 살려주는 것도 고맙게 알아야지. 여기까지 찾아와서 뭐가 어쩌고 어째"그러더니, 오른발로 내 사타구니를 힘껏 눌러 비볐다. 난 가희의 다리를 부여잡고, 너무 아파 울었다. 하지만 가희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난 쓰러졌다. 얼마가 지났는지 눈을 떠보니, 어두컴컴한 곳에 손과 발이 묶인채로 쓰러져 있었다. 어디 지하인듯 싶다. 옷을 하나도 입지 않아서인지 추웠다. 바깥날씨도 추운 건지 바람소리가 났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나를 두명의 남자가 끌고 나갔다. 아마도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 같았다. 얼마 걸어가지 않아서, 날 파묻으려고 땅을 파고 있는게 보였다. 난 필사적으로 살려달라고 몸부림쳤다. 가족들 얼굴이 하나씩 눈에 아른거리고, 노모도 생각이 나고, 눈물가 범벅이 되서 소리치고 있었다. 정말로 나를 묻고 있었다. 추위도 잊었고, 난 머리만 나온채 묻혔다. 몸이 움직이질 못하니 아팠고, 아까 가희한테 눌린 내 자지도 시간이 지나자 점점 아파왔다. 가만히 보니 가희의 집이었다. 자기가 묻힌 곳이 가희의 정원이었던 것이다.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가희와 남자둘이 올라왔다. 남자들을 보내고, 가희는 외투를 마중나온 아줌마에게 건내주고, 파라솔이 있는 의자에 앉아서 날 쳐다봤다. 바로 옆에 내가 머리만 내놓고 가희의 긴다리선을 따라 가희를 올려다 보았다. 가희는 일어섰다. 엄청 크게 보였다. 원래 큰 기였지만, 고개가 아파서 쳐다볼수가 없었다. 난 고개가 너무 아파서 머리를 땅으로 숙였다. 그러자 가희는 " 니 앞에 내 구두 보이지?"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가희의 한마디에 따라 죽고 살기 때문이었다. "빨아" 짧게 말했다. 그러고는 의자를 끌어당겨서 내 앞에 앉더니, 내 입에 검정색 굽이 높은 힐을 밀어넣었다. 난 "웁웁"하면서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넣었다. 힐바닥의 흙과 먼지가 입속으로 밀려와서 목이 매였다. 내가 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일어서서 힐을 입안에서 뺐다. 그러고는 바로 내 눈을 힐앞부분으로 차버렸다. 눈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넌 내 말한마디면 죽는거야." 그러고 나서 내 머리위에 왼쪽 발을 올려놓고 손을 허리에 얹고, 날 내려다보며 침을 한번 뱉었다. 내가 머리만 내밀고 있는 그 앞에 떨어졌다. "핥아 먹어"가희의 말이었다. 난 도저희 고개도 숙여봤지만 워낙 단단히 묻힌지라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가희는 위에서 왼발로 내 머리를 힘껏 눌렀다. 머리가 가희가 뱉어놓은 침에 가서 쳐박혔다. 뒤통수가 아팠다. 힐굽으로 맞아서 그런것 같았다. 아까의 머리상처와 눈에서 나온 피가 말라가고 있어서 몰골이 더 흉할 것 같았다. 눈물이 나왔다. 이렇게 젊은 아가씨한테 얻어터지고, 놀아나고 있으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넌 이제 나이먹은 내 발닦이야. 내 말을 거역하면 곧 죽음이니 명심해"그러고 나서 발을 빼고 들어갔다. 바로 두명의 남자가 와서 날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하고, 목욕을 시켰다. 이 젊은 남자들도 아마 나같은 처지인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