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기 7-8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남산에서 기를 수련하고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데 밑에서 올라오던 중년
남자가 나를 부른다 왠일인가 해서 발을 멈추고 다가가니 그가 나를 자세히 쳐다보며 말한다.
얼마전 부터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는 나를 봐 왔다는것이다. 시간이 나면 한번 들리라고 하며
명함을 준다. 명함을 받아보니 00고등학교 육상부 코치라고 적혀있다. 알았다고 말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와 집으로 갔다. 요즘은 김씨가 나오지 않아 며칠째 일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목수일도 이제 싫증이 나는 편이다. 밥을 먹고 앉아서 기를 수련하다가 문득 명함생각이
떠올라 한번 찾아 가기로 했다. 주인여자에게 물어보니 집에서 멀지도 않았다.
학교 운동장에는 한떼의 아이들이 체육시간인지 모여서 배구를 하고 있었다. 교무실을 물어
찾아가 코치를 찾는데 한쪽에 앉아 있던 그분이 나를 알아보고 오라고 손짓한다.
나에 대해서 이것저것 묻고는 운동은 어떤걸 해봤냐고 묻는다. 간략하게 혼자서 그냥 뛰는 연
습을 하고 있다고 하니 따라오라고 하며 운동장으로 나간다. 전력을 다해 운동장을 한바퀴
돌아보라고 한다. 전력을 다하면 놀랄것 같아 조금 힘을 내어 달려 돌아오니 어느틈엔가 초
시계를 들고 시간을 재고 있었다. " 전력을 다한건가? " " 아니요.. 조금 더 빨리 달릴수도
있어요.. " " 흐음….." 초 시계를 들여다 보던 그가 좀더 힘을내 달려 보라고 한다.
그의 말대로 조금만 더 힘을 더해 운동장을 돌아오자 그가 눈을 반짝이며 다가온다.
" 달리는 폼만 좀 교정하면 되겠어…. 22초라…. 괜찮아… 아주 좋아… " " …….."
" 어떤가 육상을 한번 해보지 않겠나? 하겠다면 내가 소개를 해주지…" " 전 일을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요? " " 하하하 지금 목수일을 해서 벌고 있다고 했지? 얼마를 버는가? "
" 네 대략 한달에 백이십만원 정도…." " 걱정말게 그정도는 달리기를 해도 버니까… 만약에
잘만되면 자네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받을수 있을거야. " " 정말입니까? 그럼 잘 부탁드리
겠습니다." 그가 교무실로 가서 어디론지 전화를 하고는 같이 가자고 한다. 그를 따라 간곳은
경기도의 한 기업 연수원이었다. 그와 함께 들어가자 안에는 체육관이 있었고 한쪽 사무실로
들어가 안에 있던 또래의 남자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 어이 형철이 잘있었나? "
" 어 자넨가 어서 오라구… 자 이쪽으로… 이친군가? 얘기한 사람이? " 그가 나를 모자쓴
남자에게 소개를 한다. " 장철환입니다. " " 어서 오게.." 둘이서 한참 말을 주고 받더니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나가서 시키는 데로 넓은 운동장을 뛰어 돌아오니 초시계를 재던 모자
가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일부러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숙이고 있는데 모자가 다가와 내일
부터 여기로 나오라고 한다. 모자는 00그룹 육상부 감독이었다 그는 나의 선수등록 부터 시작
해서 여러가지 사무적인 일처리를 일사천리고 끝내고 정식 직원으로 발령이 나자 합숙소로
들어가도록 주선을 하고 본격적으로 나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100m 달리기 10초 39, 400m 달리기 44초 33, 1500m 3분 38초, 5000m 13분 19초…
한감독이 입이 벌어져 어쩔줄을 모른다 그뒤부터 그는 나에게 매달려 폼을 교정해 주고 주법
과 힘의 안배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앞으로 전국체전이 20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거기에 출전할수 있도록 해주겠다는것이다. 20일이 지나가고 나의 폼은 이제 어느정
도 선수의 폼을 닮아 있었다. 나는 경기도 대표로 다섯종목에 출전하기로 특별히 선발되었다.
규정상 어려운 일이었지만 나의 달리기를 본 협회 회장의 강력한 추천으로 출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무난하게 예선을 통과하고 전 종목 모두 결승에 진출하였다. 100미터에서 한국신기
록을 세우며 9초 99로 최초로 10초 벽을 통과한 한국인으로 기록되었으며 나머지 모두 아시아
기록을 갈아치우며 신문에 대서 특필 되었다. 27세 만으로 25세인 전과자 출신의 장철환!
역경을 이겨내고 10초 벽을 무너뜨리다! 신문사와 방송사로 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겸손에 겸손을 다하여 모두 감독님과 회사의 지원때문이라고 말을 했다. 과거를 묻는말에는
고개를 떨구며 죄송하다며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이후부터는 모든
인터뷰를 사양하고 운동에만 열중할수 있도록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내년에 있을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 강도 높은 훈련이 시작되었다. 사실 별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호흡을 맞춰가며 훈련을 해 나갔다. 그렇게 한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봄이
오고 여름이 다가왔다. 미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하여 다른 대표들과 마찬가지로
일주일전에 현지에 도착 운동장 적응훈련을 하고 있었다. 다른국가의 유명한 선수들에게는
기자진들이 떼로 몰려 다녔지만 나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한국의 기자와 일본의
기자 한사람이 나의 컨디션을 묻고 갔을 뿐이다. 이때쯤 나는 운동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계획
을 세우고 있었고 나의 최종 목표는 전무후무한 모든 종류의 스포츠에서 정상에 서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번이 나를 알릴 첫번째 찬스였다. 모든 종목의 단거리에서 가볍게 예선을 상위로
통과 하자 서서히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벌써부터 난리가
나있었다. 예선을 통과한 적이 별로 없는 종목이었기 때문이다. 전 종목에서 준결승을 통과하
자 그때 부터 기자들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