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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2:39 688회 0건
대한정기 3-4부

또다시 이년이란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고 어느 여름 오전 수련을 마치고 흘러내리는 땀을
식히기 위해 움막 바위 옆쪽 그늘에서 앉아 있었다. 바로 아래에는 절벽이 있어서 바람이 시원
하게 불기 때문이다. 앉아 있다가 문득 뛰어 내릴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3층
높이쯤 되었는데 바닥에 낙엽도 있고 평편한 바닥이 있었기에 가능할것도 같았다. 또한 예전에
보았던 사람이 다닌 흔적도 생각이 났기에 호기심이 치밀어 올랐다. 그동안 수련을 해서 몸이
가벼워 진 자신감도 있었기에 조금 망설이다가 아랫배에 힘을 한번 주고 숨을 고른뒤에 뛰어
내렸다. 바닥에 착지하면서 충격을 줄이기 위해 몸을 한바퀴 굴렸지만 발목에 오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약간 삔듯이 시큰거렸다. 뛰어 놓고 보니 올라갈 길이 막막했다… 지금은 내
키높이를 나무를 들고 뛰어넘고 빈손으로는 키보다 두뼘 높이를 뛰어 넘을수 있지만 어디
디딜때도 없는 절벽을 올라가기에는 무리였다. 이런 바보 올라갈 생각도 했어야지…. 머리에
스스로 꿀밤을 먹이며 후회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른길을 찾아야 했다. 시큰거리는
발목이 아팠지만 해 지기 전에 돌아갈 생각으로 예전의 기억을 살려 방향을 잡고 절뚝거리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우거진 잡목숲을 헤치며 가파른 산을 내려갔다.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 휴 엎친데 덮친격이군 비까지 오네 " 이내 어두컴컴 해지며 소나기가 내린다.
잠시 비를 피할곳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좌측 멀지않은곳에 작은 쌍바위가 있고 그틈에 공
간이 있어보인다. 도착해보니 동굴같이 틈이 있었는데 안쪽은 어두워 보이지가 않는다. 입구
에 주저 앉아 비를 피하고 있는데 그칠 생각을 않한다. " 여기서 자고 아침에 길을 찾아 봐야
겠군" 중얼거리며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 팔벼게를 하고 누웠다 마닥에는 마른잎이 깔려 있는
지 머리를 바친 손에 마른 잎사귀가 부시럭 만져진다. 더듬더듬 잎사귀를 만지며 안쪽으로
들어 가는데 뭔가 딱딱한 것이 닿는다. 손에 들고 바깥쪽으로 나와 보니 뼈다귀였다.
흠칫 놀라 떨어 뜨렸다가 살펴보니 아무래도 이상해서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 더듬어 봤다
뼈들이 한데 뭉쳐서 있었고 천 같은 것도 만져지는데 사람의 유골인듯 싶어 섬칫한 기분이
들었다. 함부로 만질수가 없어서 날이 밝으면 보기로 하고 입구쪽에 주저 앉아 호흡법을 수련
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기 수련을 하고 명상에 잠겨 있다가 눈을 뜨니 사방이 칠흑같은 어둠
에 잠겨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짐승들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 풀벌레 소리 들이 고요한 적
막을 간간히 깨트리고 있을뿐 숲사이로 반짝이는 별들만이 내 마음을 위로 하고 있었다.
" 누구일까 …. 누군데 이런데서 죽은걸까…. " 모로 누워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새벽 일찍 습관대로 잠이 깨어 밖으로 나와 보니 새벽안개가 짙게 깔려 바로 앞의 나무도 보이
지 않는다. 입구에 가부좌를 틀고 호흡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기를 돌리고 충만해진 기운을
느끼며 눈을 뜨니 아침 햇살에 안개가 걷혀 있었다. 안쪽을 보니 컴컴해서 잘보이지 않는다.
안으로 들어가 어둠에 익숙해질때 까지 기다려 살펴보기 시작했다. 유골은 가운데 마치 누가
모아놓은듯이 뭉쳐있었고 해골은 뒤쪽으로 약간 떨어진곳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다
뼈들 사이로 썩다만 천이 조금씩 남아 있었다. 해골의 뒤쪽에 보자기가 하나 있었는데 풀러
보려니 삭아서 부스러진다. 그 안에는 가죽천 하나가 접혀져 있고, 누렇게 변색된 접혀진
종이 한장, 옥으로 만들어진 술잔 하나가 있었다. 우선 종이를 들어 부서지지 않을까 조심하며
펼쳐보니 의외로 상태가 괜찮았다. 두장의 4절지 크기의 종이에 연필로 쓴 작은 글씨들이 있
었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가죽천을 펼쳐보니 뭔가 흐릿하게 지도같은 그림들이
있는듯 했다. 술잔과 나머지 유품들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종이에는 놀라운 일들이 써있었
다. 저 유골은 한구어른임에 틀림이 없었다. 속세의 인연이 다해서 여기서 마지막을 맞이하
며, 아마도 동팔이 형님이 찾아 올것이라 생각 했는지 "대명아" 라고 말하며 부탁의 말이
있었던 것이다. 부디 광명한 마음으로 살아 갈것을 제삼 부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도는 아주
오래전 부터 전해져 오던것을 사부님 한테 받은것으로 아마도 조선초기 지도인것 같은데
무언가가 표시된 장소에 있을것이라고 하였다. 옥배는 한열옥배라고 하는데 아침에는 찬기운
이 오후에는 따뜻한 기운이 도는데 아침 저녁으로 석잔씩 물을 받아 마시면 수련에 도움이
된다고 적혀 있었다. 물은 이 바위의 옆으로 가면 바위 속에서 떨어 진 물이 고여있는 밥그릇
만한 파인곳에 있는 물을 마시라고 써 있었다. 나머지 한장에는 광장 수련법과 기 운용법이
적혀 있었는데 그동안 수련한 방법과 크게 틀리지 않았다 다만 기 운용법은 동팔이 형님한테
배우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어딘지 전혀 알수가 없었고 다만 군데군데
알수없는 한문이 적혀져 있었다. 아마도 지명이나 지형을 설명한것 같았지만 한문을 배운적이
없어서 하나도 알아 볼수가 없었다. 옥배를 들고 바위 옆쪽으로 돌아 가니 말한데로 바위에서
물이 한방울씩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고 그밑에는 오랜세월 떨어진 물방울이 작은 돌을 뚫어
파인 홈에 물이 고여있었다 술잔으로 물을 떠서 한잔 마시자 차가운 기운이 뱃속을 청량하게
만든다. 아주 시원했다. 동팔이 형님이 나를 여기로 보낸것이 이런 또다른 인연을 만든것이다
주변의 나무를 꺽어서 입구를 막아놓고 노인께 절을 올렸다. 품속에 유품을 챙겨 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차피 하루에 두번 여기를 와야 물을 마실수가 있었다. 다시 절벽쪽으로 가서
방도를 생각해보기로 하고 왔던길을 더듬어 절벽쪽으로 돌아갔다.
" 흠… 어떻게 저기를 올라 다닌단 말인가. " 찬찬히 절벽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데 3m쯤
되는곳에 작은 돌뿌리가 조금 튀어나와 있고 그위로 2m 쯤 위에 나무뿌리인듯한 것이 20cm
정도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돌로된 매끄러운 면이 있는데 갈라진 틈이 있어서 잡고
올라가면 될듯했다. 아래쪽은 그래도 조금 경사가 있어서 빠르게 뛰어 올라가 돌뿌리를 디디고
도약하면 나무뿌리를 잡고 올라갈수 있을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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