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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2:46 810회 0건
Time 1부

주인공: 강진우(35살)

희뿌연 담배연기가 가득한 방안 창문조차 열리지 않아 폐속으로 파고드는 연기에 숨쉬기 까지 곤란하다.
진우는 오래된 박스하나를 개봉하였다.
그곳에는 오래전 자신의 일기가 먼지를 뒤집어 쓴채 바닥에 깔려 있었다.
진우는 조심스레 일기를 펼쳐보았다.
그안에는 이제껏 자신이 잊고 지냈던 지난날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무심코 버리려고 했던 낡은 박스에서 자신의 지난 일기를 발견한 건 추억은 기억에서 지워질지 몰라도 언제나 그렇게 그림자 처럼 따라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일기장은 색깔이 변해 누렇게 변했어도 지난날의 20대의 추억들은 아직까지 또렷하게 날짜별로 잘정돈이 되어 있었다.
진우는 떨리는 마음으로 일기의 첫장을 열었다.


진우는 군대를 다녀온후 막막한 심정으로 몸으로 때우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어 쓰고 있었다.
군대도 다녀왔고 집에 손을 벌린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다시 대학교를 복학한다는 건 의미가 없었다.
집안이 넉넉하다면야 그런생각도 하지않았겠지만 성적에 맞추어 학과를 선택했기 때문에 다시 학과공부를 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다시 공부를 한다는 건 진우 자신도 자신없는 일이었다.
너무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미래였다.
그날도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연신 눈이 내려 길이 공꽁 얼어 붙었다.
진우는 몸을 더욱 움추렸다.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서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오래전 친구인 경식이었다.
"군대 다녀왔으면 형님부터 찾아야 하는거 아냐?"
경식은 너스레를 떨며 대화의 첫머리를 열었다.
"어, 경식이구나! 잘있었지?"
"잔말말고, 우리집으로 와. 술이나 마시자?"
진우는 경식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가는 길을 멈추고 지하철로 향했다.
경식은 예전 그집에 살고 있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대문색깔이 바뀐 것 밖에 없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스피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예,강진우라고 하는데요."
"아예,잠시만요."
진우는 대문앞에서 기다렸다.
얼마있자 현관에서 사람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왠지모를 설레임이 드는건 왜일까?..."
진우는 자신의 감정이 혼란스러웠다.
여자의 목소리를 들을 때부터 진우는 알 수 없이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자는 문을 열어주며 진우를 맞았다.
진우는 순간 숨이 멈추어 버리는듯한 전율을 느꼈다.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여자의 말이 끝날 때 까지 진우는 여자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않았다.
뒤따라 경식이 나오고 있었다.
"어이! 강진우, 군바리티좀 벗었냐?"
경식은 진우의 어께를 안았다.
진우는 경식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왔다.
거실에는 밥과 술상이 차려있었다.
"아직 저녁전이지?"
경식의 물음에 진우는 고개를끄떡였다.
진우는 여자를 바라봤다.
경식은 진우의 눈빛을 읽었는지 여자를 소개했다.
"처음볼꺼야. 예쁘지? 나랑 결혼할 여자야."
채영은 민망하다는 듯 경식에게 눈을 흘기고는 진우를 바라봤다.
"신채영, 이라고 해요."
채영은 가볍게 다시 인사를 했다.
진우는 채영을 보는 순간에 알았다.
자신이 그토록 찾았던 여자임을...
첫눈에 채영에게 빠져 버렸다면 그동안 사랑한번 해보지 못한 진우에겐 자신도 이런 감정이 생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자신과 재일 친한 친구의 여자라 진우는 괴로웠다.
어떻게 시간이 지난는지도 모르게 진우는 취해있었다.
경식또한 취해서 한쪽에서 졸고 있었다.
진우는 흐릿한 눈빛으로 채영을 보았다.
채영또한 눈밑이 불그스럼해진 채로 어지러진 술상을 치우고 있었다.
"제가 도와 드릴께요?"
진우는 애써 몸을 일으키며 채영에게 다가갔다.
"아뇨. 제가 할 수 있어요."
채영은 연신 술상을 치우며 부엌으로가 설거지를 하였다.
진우는 경식을 바라보았다.
정신없이 졸고 있는 경식은 잠꼬대까지 하였다.
진우는 조용히 옷을 집어 들었다.
"깨우지 마세요. 저 갈께요."
"주무시고 가세요?"
채영은 고무장갑을 벗으며 진우에게 다가왔다.
진우는 망설였다.
잠시라도 그녀와 떨어지기 싫었다.
하지만 자고 간다는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아뇨, 그냥 가죠. 경식이에게는 말씀좀 잘해 주세요?"
"그럼, 저랑 같이 나가요. 저도 집에 가야 하거든요. 경식 오빠, 깨우기도 그런데..."
진우는 촉촉이 젖어 있는 채영의 눈빛을 보았다.
채영은 술이 들어가면 눈부터 젖어 들었다.
"그럼, 밖에서 기다릴께요."
"아뇨 기다리실꺼까진, 없는데..."
"이시간에 여자혼자 다니면 위험해요."
진우의 말에 채영은 미소를 지었다.
진우는 밖으로 나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 하나가 다탈때쯤 채영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경식, 오빠에겐 메모남겨놨어요."
채영은 눈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듯 진우를 바라봤다.
채영은 추운지 코트깃을 당기며 버스정류소로 바삐 움직였다.
진우는 채영의 작은 어께를 안아보고 싶었다.
진우는 그녀와 함께하는 이시간이 아까웠다.
가로등에 불빛이 너무나 아름답게 도로위를 수놓았다.
정류소에 다다를쯤 진우는 시계를 바라봤다.
"채영씨, 버스 끊긴 시간인데 택시타고 가요?"
"택시탈 생각이었어요."
채영은 코트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들었다.
"따뜻한 커피라도 마시겠어요?"
채영은 편의점으로 들어가 캔커피 두 개를 사가지고 왔다.
채영은 따뜻하다며 하나를 내밀었다.
진우는 채영을 바라보았다.
코트안에는 두터운니트와 짧은 스커트를 입고 긴롱부츠를 신었다.
"밑에가 추우시겠어요?"
진우의 말에 채영은 밑을 보며 피싯,웃었다.
"스타킹을 신어서 그렇게 안추워요."
"경식이는 언제만났죠?"
진우의 질문에 채영은 기억을 떠올리는 듯 고개를 약간 들고는 말을했다.
"아마 작년 이맘때 쯤이었을꺼예요.친척 ? 萱?내려 가는 고속버스안에서 경식오빠를 만났죠"
"친척집이 어디신데요?"
"강릉이요."
진우는 그녀의 말에 순간 경식이 군대있을 때 혼자 겨울에 면회온걸 기억하고 있었다.
진우의 부대도 강릉이었다.
역시 경식과 채영의 인연은 진우 자신에게서부터 시작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우는 택시를 잡아 채영을 태우고는 집까지 바래다 줄생각이었으나 채영이 극구사양했다.
돌아오는 길은 더욱더 진우에게 외로움만 가중시켰다.

몇일 동안을 채영의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진우는 경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식은 아버지의 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하고 있었고 나중엔 경식 자신이 사업을 이어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화기 건편에선 경식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우아냐, 그날은 왜그렇게 갔어?"
"참, 채영이 그날 고마웠데..."
진우는 경식의 말에 자신이 채영의 손을 잡은 것도 말했나 걱정했다.
그날 진우는 자신의 손은 유난히 따뜻하다며 채영의 손을 잡았다.
채영은 꺼림낌없이 진우의 손을 잡았다.
그 작고 부드러운 감촉을 진우는 비밀처럼 간직 하고 있었다.
"오늘 시간되면 내가 술을 사고 싶은데..."
진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경식이 채영을 데리고 나왔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래, 니가 술을 산다면야, 만나야지."
진우는 약속장소를 정하고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서 진우는 머리를 깎을 생각에 미장원으로 들어 갔다.
진우는 머리를 깎으면서 웃음이 났다.
채영이 나올지 안나올지 모르는데 꼭 새색시가 단장하듯 멋있게만 보이려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운 것이다.
진우는 이런 설레임은 처음이었다.
마냥 어린 아이처럼 행복했다.
집에가서 옷도 I잖은 것으로 갈아입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술집의 문을 열었을때는 R&B의 선율이 진우의 귓가에 들어 왔다.
경식은 먼저와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진우는 경식의 앞자리에 앉았다.
"먼저왔네?"
"쟈식 언제는 내가 먼저 아니었냐?"
진우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경식은 약속장소에 늘 먼저와서 기다렸다.
진우 자신이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5분전에 진우가 나가도 경식은 언제나 먼저였다.
"술좀 더시키자 채영이도 올꺼야."
경식의 말에 진우는 가슴이 뛰었다.
"역시 그녀를 볼수 있었어..."
채영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더뎠다.
"빨리 볼수만 있다면... 하지만 기다리는 이시간도 행복하다..."
진우는 경식과 술을 주고 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20분정도가 지났을까 연신 문가를 바라보던 진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채영이 친구인 지숙과 나온 것이다.
지숙은 경식과도 잘아는 사이인지 농담을 주고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진우는 지숙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자 옆으로 비켜주었다.
"처음 뵙네요?"
지숙이 진우에게 말을 걸어 왔다.
"내친구야, 애인없는 사람끼리 잘해보라구"...
경컥?말에 지숙이 웃음을 터트렸다.
진우는 채영을 바라보았다.
채영은 진우에게 눈인사를 하며 목도리를 벗어 옆에다 두었다.
"회사에서 늦게 끝났어?"
경식은 채영에게 물었다.
"지숙이 만나서 같이오려구 늦었어."
채영은 말을 하고는 다시한번 진우를 바라보았다.
그때 종업원이 잔을 더가져왔다.
"지금 뭐하세요?"
지숙의 질문에 진우는 난처했다.
"그냥 아르바이트합니다."
진우는 순간 얼굴이 달아 올랐다.
"아직 제대한지 얼마 안돼서 자리 잡을려면 시간이 필요하지."
경식이 애써 답변을 해주었다.
"지숙이는 디자이너야 유명한 디자이너라구.."
경식의 말에 진우는 쓴 웃음을 지었다.
"채영은... 왜... 지숙을 데리고 나온 것일까?"...
진우는 곰곰이 술을 마시며 생각하였다.
그때 경식의 핸드폰이 울렸다.
경식은 전화를 받는 내내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어쩌지? 집에 일이 생겨서 말야, 진우야 운전할줄 알지? 미안하지만 채영이좀 집까지 데려다줘."
경식은 차키를 내밀었다.
"이렇게 가면 어떻게?"
채영은 서운한투로 경식에게 말했다.
"미안 어머님이 위독하시대 지방에 내려 갔다 와야 할 것 같아"
경식은 바삐 옷을 챙겨 입었다.
"진우야 술값은 내가 낼게 더마실려면 이카드써?"
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가 내가 산다고 한거잖아."
진우의 말에 경식은 쓰윽 웃음을 지으며 바삐 나갔다.
"이런, 나도 어쩌지? 오늘 집에가서 할 일이 있는데 채영아 나 그냥 먼저 갈게."
지숙이 덩달아 일어났다.
채영은 점점 난처하게 지숙을 바라봤다.
갑자기 덩거란히 채영과 남겨된 진우는 내심 좋았으나 내색할 수 없었다.
채영은 연신 술을 마셨다.
"왜, 더 안마시죠?"
채영은 잔에 술을 따르며 물었다.
"운전 해야 하니까요"
진우의 말에 채영은 풋,하며 웃음을 짖고는 다시 술잔에 입을 가져 갔다.
술을 많이 마신 채영은 몸을 가누질 못했다.
진우는 그녀의 허리을 안으며 밖으로 나왔다.
너무나 가는 허리였다.
힘을 주면 부서져 버릴것같은...진우는 채영을 부축하다 손이 순간 유방근처에 가있는 것을 느꼈다..
채영은 손이 거스리는지 팔로 밀어냈다.
"괜찮아요."
채영은 혀꼬브라진 소리를 내며 진우의 품에서 벗어났다.
진우는 주차장에 세워진 차중에 경식의 차가 어느것인지 몰랐다.
"저...경식이 차가 어떤 거죠?"
채영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검은색 스포츠카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비틀거리는 채영을 진우는 다시 부축하였다.
"집이 어디에요?"
"신사동이요"
진우는 천천히 좌석에 채영을 태우고는 차를 몰았다.
"저기...지금 한강에 가주실수 있어요?"
채영은 갑자기 진우에게 물었다.
"한강이 보고 싶으세요?"
"술이 깨야 집에 들어 갈 수 있거든요."
채영의 말에 진우는 내심기뻤다.
이대로 채영을 보내기 싫었는데 그녀가 먼저 애기를 꺼낸 것이다.
진우는 신사동에서 가까운 한강 고수부지로 차를 몰았다.
한강에 얼음은 녹아 있었다.
채영은 차문을 열고 나갔다.
진우도 따라서 내렸다.
"감기걸려요."
진우는 채영의 뒤에서 자켓을 벗어 채영의 어께를 덮었다.
채영은 한강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고맙다는 눈짖을 보냈다.
진우는 간이매점에서 예전에 채영이 그랬던 것처럼 따뜻한 캔커피 두 개를 사가지고 왔다.
하나를 채영에게 건네였다.
"따뜻해요 마셔요"
"고마워요"
채영은 진우가 내민 커피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마시지 않고 두손으로 캔커피를 만지작거렸다.
진우는 바람이 불자 냉기가 느껴져 몸을 조금떨었다.
그러자 채영이 살며시 진우의 손을 잡았다.
채영의 작은 손이 진우의 손안으로 들어 왔다.
"제 손이 따뜻할꺼에요"
채영의 말에 진우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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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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