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10)
다른 날은 아침 7시 20분경에 출근하면 보안당번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사무실 문을 일찍 열어주겠지만 어제 저녁 떡이 되도록 술 먹은 애들이 나를 위해 일찍 나올 리가 없다. 이런 날은 골목 건너편 찻집에 가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조간 신문을 ?어보는게 일이다. 오늘은 그런 날 보다 더 일찍 와버렸기 때문에 사무실 문을 열어볼 생각도 않고 바로 찻집으로 향했다. 찻집은 너무 이른지 젊은 주인 남자와 나만 앉아 있다.
"맨날 새벽에 출근하네요."
"어쿠, 어제 술 너무 많이 마셔서, 집에도 못가고 그냥 왔어요. 밥 구경 못한지도 한참 됐네요. 배고파요~"
"저두 밤새 술취한 손님들 치다거리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계란 후라이 하나 해 드릴께요."
"돈 욕심이 너무 많은거 아네요? 동네 술 취한 사람 돈 갈구리루 다 모아서 뭐 하려구요?"
"경기가 예전같지 않아요. 귀가시간을 놓친 사람 몇 명이 술에 쩔어서 시끄럽기만 하죠."
"하긴 요즘 경기가 엉망이라 하더군요. 고생하는 대신 뭔 일로 쓸진 몰라도 돈 많이 버세요. 우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 더 들어오는거 없으니까 술렁술렁 일하다 퇴근하면 되니까요."
"하하, 선생님이 젤 열심히 일한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밤새도록 술 마시는 것도 일 때문이라면서요."
"아뇨, 노는게 좋아서 마시지 누가 일 때문에 술마시겠어요? 괜한 헛소리죠."
"근데 정말 선생님이 꿈꾸는 로봇은 만들어지는 거에요?"
"가능성은 있는데 기술이 모잘라요. 우선 신호를 백만분의 일초 이상으로 끊어보고 연결해 보는 기술도 조금 딸리고..."
"다른 사람들은 돈 된다 싶은 물건 만들어서 잘 팔고 하던데 그거 만들면 돈 돼요?"
"아뇨, 희망이죠. 돈 때문에는 이 일 못해요."
"회사 사장님도 좀 또라인가 봐요?"
"네?"
"아니, 돈 안돼는 일을 벌써 몇 년째 하잖아요."
"하하, 사업은 사업대로 하면서 꿈을 꾸는거죠. 돈 안되는 일에 집착만 한다면 저도 월급받기 미안해서 벌써 떠났을꺼에요."
"근데, 맨날 술먹는 일이랑 개발하는 일이랑은 무슨 관계에요?"
"사람이죠. 기계는 사람을 닮아야 해요. 그냥 쇠덩이를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아, 술먹으면 기계가 사람되나보죠?"
"하하,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그 사람들이 뭘 바라는가 읽는거죠. 각자의 작은 소망들이 뭔가를 알아야 정말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기계를 설계할 수 있거든요. 단순히 기계의 성능만 생각한다면 인터넷을 뒤져서 제일 좋아보이는 아이디어와 구현기술을 찾아서 적용하면 되겠지만, 그런 건 꿈 없는 기술자에게 맡기고 싶어요. 전 조금 방황을 하더라도 또 시간을 많이 낭비하는 한이 있더라도 진짜 사람을 위한 로봇을 만들어야 해요."
"전 모르겠어요. 그냥 커피만 많이 팔면 되니까요."
"그래요, 어떤 사람은 1부터 경까지 계속 더하거나 곱하면서 평생을 축낸 경우도 있어요. 어떤 이는 우연히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이치만 가지고도 유명해 지기도 하죠."
"하하, 그 유명한 분들이 선생님한텐 그저 우연이군요."
"하하, 농담이에요. 이 세상에 우연은 없어요. 반드시 필연이죠. 전 그 필연을 만드는 중 이고요."
"필연이라~ 그럼 제가 찻집 하는것도 필연인가요?"
"글쎄요, 다른 찻집은 보통 아주머니들이 하는데 젊은 남자 사장님이 하는 것도 특이하군요. 어쩜 필연이라면... 혹시 내시 아니우?"
"에이, 흉합니다. 저도 다 사연이 있어요."
"바로 그겁니다. 들어나지 않았을 때는 우연이지만 내면에는 반드시 필연이죠."
"그런 단순한 접근으로 제 의표를 찝어내네요."
"하하, 원래 논법 전개를 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과학은 논리거든요. 우린 어떤 현상도 우연으로 보지 않아요. 뭔가 그런 현상을 위한 내면의 원인이 있다는 걸 알고자 하죠."
"저, 시간 많이 나시면 제 사주 좀 봐주세요."
"웬 사주?"
"선생님의 깊은 관찰력으로 저를 봐 달란 얘기죠. 저도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단순한 일을 하면서 살거든요. 원인을 밝혀주시고 대책도 세워주세요."
"하하, 전 남의 일에 깊이 관여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흥미롭네요."
"그럼 저를 관찰해 주실거죠?"
"쥔 양반이 원한다면 함 노력해 봅시다. 이제부턴 제가 스토커가 되야 할 판이네."
조금 한가한 시간에 찻집 주인과 이런 저런 잡담을 하는 사이에 아침 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우리는 더 이상 실없는 소리를 할 수 없게 되어 슬며시 찻값을 계산하고 나는 사무실을 향해 걸어 나왔다.
아직 문은 굳게 닫혀있다. 이넘들이 정말 밤 새워 술먹고 무슨 탈이라도 난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한 바퀴 돌고 있다.
"형, 벌써 나왔어요?"
"응, 니들 어제 집에 안갔냐?"
"네, 애들이 떡이 됐어요. 그냥 술 한병만 더 시키구 단체로 룸에서 그냥 자구 일어났어요."
"미안하게 됐구나. 난 어제 머리가 아파 그냥 나갔어."
"알아요. 제가 잘 모시지 못해서 생긴 일지죠. 하지만 형 없어도 재미있게 놀긴 했어요."
"그래, 어서 사우나에 가서 머리나 감고 와라. 애들은 모두 어디갔냐?"
"건너편 사우나 갔어요. 전 형이 사무실 앞에서 오도가도 못할까봐 문 열어주려고 빠졌구요."
"문 열구 너도 얼른 사우나에 가서 좀 씻어라. 사장님 오면 내가 잘 말해놓을테니까, 넘 늦지는 말고.."
탁은 그래도 내 생각을 해서 사무실 문을 열어주려고 일행을 빠져나왔었나 보다. 일이 바쁘게 돌아갈 때 어쩔수 없이 사무실에서 밤을 새운적은 많지만 요즘처럼 술 먹다 꼬여서 외박하기는 첨이다. 나름대로의 리듬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나를 더 갈무리 해야겠다.
사장님이 조용히 할 말이 있다며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한다.
잘 가던 춘천닭갈비집에 갔다. 철판에 야채를 두르고 후루룩 익기도 전에 허겁지겁 먹었다. 여긴 조용히 말할 장소가 아니다. 왁짜지껄 떠들며 시장 북새통이다. 이런 분위기가 못 마땅한지 얼른 먹고 나가자고 한다. 나는 모른 척 하며 맛있게 야채를 다 먹고 밥을 비벼달라고 주문했다.
"왜요, 저 짜르려고요?"
"아니, 그냥 상의할 일이 있어서..."
"밥은 사람 많은데서 먹어야 맛있데요. 어서 드시고 커피熾?가서 얘기하심 되잖아요."
"그럴까?"
나는 입이 벌건 꼬추장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게걸스럽게 양치까지 하며 몇 푼 안되는 밥값이라서 사장님이 내긴 좀 곤란해 하는 걸 뒤로 하고 얼른 나와버렸다.
"제 밥값 무척 아깝죠?"
"이 사람아, 밥값 몇푼 된다고 그걸 아까와하나?"
"아뇨, 제 몸 값이요.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니까요."
"응, 사실 돈도 많지 않은 회사에서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긴 벅차. 그래서 좀..."
"저도 알아요. 제가 영업쪽 일을 했으면 하시는지."
"그래, 당신 마케팅 능력보다 더 큰 인맥이 많잖은가. 그걸 좀 이용하면 어떻겠나 해서.."
사실 우리 사장님은 프로젝트에 대한 매력도 알고 계시지만 내 인맥을 통해 회사가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를 스카웃했을 것이다. 회사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인내심을 발휘하며 도통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더니 요즘 회사가 말이 아닌지 은근히 나를 영업쪽으로 몰아 붙히려 하는 것이다.
"좋아요, 개발팀은 그대로 두세요. 제가 우리팀 밥벌이 할 정도는 움직여 줄께요."
"그래주겠나?"
"조그만 회사에서 개발이 어려운건 다 알아요. 그래도 사장님이 저를 받아 주셔서 고마워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압력이 들어올지는 몰랐네요."
"아냐, 경기가 넘 어려워. 잘못하단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몰라."
"저도 그런 눈치는 알고 있었어요. 사장님을 도울께요."
"그럼 난 자네만 믿네. 자네가 영업팀장을 맡아 주게."
"아뇨, 개발팀을 계속 맡을께요. 하지만 특판팀이란 생각으로 제 몫은 할께요."
"어떤 형태든 도와준다니 큰 힘이 되겠어. 고맙네."
로봇개발이란 대형국책사업으로도 받아주지 않는 허무맹랑한 프로젝트라서 어떤 곳에서도 선뜻 받아주지 않았지만 우리 사장님은 여력 남는 것을 모두 개발에 투자해 주셨다. 나는 그런 정성을 알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장이 떠밀이서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인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여자분이 당신에 대해 상세히 물어보던데 무슨 일 있나?"
"아뇨, 제가 아는 여자라곤 마누라하고 술집 여자들 뿐인걸요."
"그래?"
난 퍼드득 정신이 들었다.
"아니 그 아줌만 무슨일을 그렇게 하지?"
"알아?"
"아뇨, 기분 나빠서요."
"그 여자분은 엄청난 재력가야. 아버지 유산을 물려 받았는데, 엄청 깐깐하다고 하더라."
"사장님은 그 여잘 어떻게 알아요?"
"이 사람아, 그 여자가 이 동네 유지 아닌가. 몇번 사장들 모임에서 만났다네."
"아~"
"그 사람 도움만 받을 수 있다면 사업이 엄청 커질텐데, 자네에 대해 묻길래 조금 희망을 가져봤지만, 왜 묻는지 통 모르겠더군."
다른 날은 아침 7시 20분경에 출근하면 보안당번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사무실 문을 일찍 열어주겠지만 어제 저녁 떡이 되도록 술 먹은 애들이 나를 위해 일찍 나올 리가 없다. 이런 날은 골목 건너편 찻집에 가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조간 신문을 ?어보는게 일이다. 오늘은 그런 날 보다 더 일찍 와버렸기 때문에 사무실 문을 열어볼 생각도 않고 바로 찻집으로 향했다. 찻집은 너무 이른지 젊은 주인 남자와 나만 앉아 있다.
"맨날 새벽에 출근하네요."
"어쿠, 어제 술 너무 많이 마셔서, 집에도 못가고 그냥 왔어요. 밥 구경 못한지도 한참 됐네요. 배고파요~"
"저두 밤새 술취한 손님들 치다거리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계란 후라이 하나 해 드릴께요."
"돈 욕심이 너무 많은거 아네요? 동네 술 취한 사람 돈 갈구리루 다 모아서 뭐 하려구요?"
"경기가 예전같지 않아요. 귀가시간을 놓친 사람 몇 명이 술에 쩔어서 시끄럽기만 하죠."
"하긴 요즘 경기가 엉망이라 하더군요. 고생하는 대신 뭔 일로 쓸진 몰라도 돈 많이 버세요. 우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 더 들어오는거 없으니까 술렁술렁 일하다 퇴근하면 되니까요."
"하하, 선생님이 젤 열심히 일한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밤새도록 술 마시는 것도 일 때문이라면서요."
"아뇨, 노는게 좋아서 마시지 누가 일 때문에 술마시겠어요? 괜한 헛소리죠."
"근데 정말 선생님이 꿈꾸는 로봇은 만들어지는 거에요?"
"가능성은 있는데 기술이 모잘라요. 우선 신호를 백만분의 일초 이상으로 끊어보고 연결해 보는 기술도 조금 딸리고..."
"다른 사람들은 돈 된다 싶은 물건 만들어서 잘 팔고 하던데 그거 만들면 돈 돼요?"
"아뇨, 희망이죠. 돈 때문에는 이 일 못해요."
"회사 사장님도 좀 또라인가 봐요?"
"네?"
"아니, 돈 안돼는 일을 벌써 몇 년째 하잖아요."
"하하, 사업은 사업대로 하면서 꿈을 꾸는거죠. 돈 안되는 일에 집착만 한다면 저도 월급받기 미안해서 벌써 떠났을꺼에요."
"근데, 맨날 술먹는 일이랑 개발하는 일이랑은 무슨 관계에요?"
"사람이죠. 기계는 사람을 닮아야 해요. 그냥 쇠덩이를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아, 술먹으면 기계가 사람되나보죠?"
"하하,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그 사람들이 뭘 바라는가 읽는거죠. 각자의 작은 소망들이 뭔가를 알아야 정말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기계를 설계할 수 있거든요. 단순히 기계의 성능만 생각한다면 인터넷을 뒤져서 제일 좋아보이는 아이디어와 구현기술을 찾아서 적용하면 되겠지만, 그런 건 꿈 없는 기술자에게 맡기고 싶어요. 전 조금 방황을 하더라도 또 시간을 많이 낭비하는 한이 있더라도 진짜 사람을 위한 로봇을 만들어야 해요."
"전 모르겠어요. 그냥 커피만 많이 팔면 되니까요."
"그래요, 어떤 사람은 1부터 경까지 계속 더하거나 곱하면서 평생을 축낸 경우도 있어요. 어떤 이는 우연히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이치만 가지고도 유명해 지기도 하죠."
"하하, 그 유명한 분들이 선생님한텐 그저 우연이군요."
"하하, 농담이에요. 이 세상에 우연은 없어요. 반드시 필연이죠. 전 그 필연을 만드는 중 이고요."
"필연이라~ 그럼 제가 찻집 하는것도 필연인가요?"
"글쎄요, 다른 찻집은 보통 아주머니들이 하는데 젊은 남자 사장님이 하는 것도 특이하군요. 어쩜 필연이라면... 혹시 내시 아니우?"
"에이, 흉합니다. 저도 다 사연이 있어요."
"바로 그겁니다. 들어나지 않았을 때는 우연이지만 내면에는 반드시 필연이죠."
"그런 단순한 접근으로 제 의표를 찝어내네요."
"하하, 원래 논법 전개를 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과학은 논리거든요. 우린 어떤 현상도 우연으로 보지 않아요. 뭔가 그런 현상을 위한 내면의 원인이 있다는 걸 알고자 하죠."
"저, 시간 많이 나시면 제 사주 좀 봐주세요."
"웬 사주?"
"선생님의 깊은 관찰력으로 저를 봐 달란 얘기죠. 저도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단순한 일을 하면서 살거든요. 원인을 밝혀주시고 대책도 세워주세요."
"하하, 전 남의 일에 깊이 관여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흥미롭네요."
"그럼 저를 관찰해 주실거죠?"
"쥔 양반이 원한다면 함 노력해 봅시다. 이제부턴 제가 스토커가 되야 할 판이네."
조금 한가한 시간에 찻집 주인과 이런 저런 잡담을 하는 사이에 아침 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우리는 더 이상 실없는 소리를 할 수 없게 되어 슬며시 찻값을 계산하고 나는 사무실을 향해 걸어 나왔다.
아직 문은 굳게 닫혀있다. 이넘들이 정말 밤 새워 술먹고 무슨 탈이라도 난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한 바퀴 돌고 있다.
"형, 벌써 나왔어요?"
"응, 니들 어제 집에 안갔냐?"
"네, 애들이 떡이 됐어요. 그냥 술 한병만 더 시키구 단체로 룸에서 그냥 자구 일어났어요."
"미안하게 됐구나. 난 어제 머리가 아파 그냥 나갔어."
"알아요. 제가 잘 모시지 못해서 생긴 일지죠. 하지만 형 없어도 재미있게 놀긴 했어요."
"그래, 어서 사우나에 가서 머리나 감고 와라. 애들은 모두 어디갔냐?"
"건너편 사우나 갔어요. 전 형이 사무실 앞에서 오도가도 못할까봐 문 열어주려고 빠졌구요."
"문 열구 너도 얼른 사우나에 가서 좀 씻어라. 사장님 오면 내가 잘 말해놓을테니까, 넘 늦지는 말고.."
탁은 그래도 내 생각을 해서 사무실 문을 열어주려고 일행을 빠져나왔었나 보다. 일이 바쁘게 돌아갈 때 어쩔수 없이 사무실에서 밤을 새운적은 많지만 요즘처럼 술 먹다 꼬여서 외박하기는 첨이다. 나름대로의 리듬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나를 더 갈무리 해야겠다.
사장님이 조용히 할 말이 있다며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한다.
잘 가던 춘천닭갈비집에 갔다. 철판에 야채를 두르고 후루룩 익기도 전에 허겁지겁 먹었다. 여긴 조용히 말할 장소가 아니다. 왁짜지껄 떠들며 시장 북새통이다. 이런 분위기가 못 마땅한지 얼른 먹고 나가자고 한다. 나는 모른 척 하며 맛있게 야채를 다 먹고 밥을 비벼달라고 주문했다.
"왜요, 저 짜르려고요?"
"아니, 그냥 상의할 일이 있어서..."
"밥은 사람 많은데서 먹어야 맛있데요. 어서 드시고 커피熾?가서 얘기하심 되잖아요."
"그럴까?"
나는 입이 벌건 꼬추장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게걸스럽게 양치까지 하며 몇 푼 안되는 밥값이라서 사장님이 내긴 좀 곤란해 하는 걸 뒤로 하고 얼른 나와버렸다.
"제 밥값 무척 아깝죠?"
"이 사람아, 밥값 몇푼 된다고 그걸 아까와하나?"
"아뇨, 제 몸 값이요.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니까요."
"응, 사실 돈도 많지 않은 회사에서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긴 벅차. 그래서 좀..."
"저도 알아요. 제가 영업쪽 일을 했으면 하시는지."
"그래, 당신 마케팅 능력보다 더 큰 인맥이 많잖은가. 그걸 좀 이용하면 어떻겠나 해서.."
사실 우리 사장님은 프로젝트에 대한 매력도 알고 계시지만 내 인맥을 통해 회사가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를 스카웃했을 것이다. 회사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인내심을 발휘하며 도통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더니 요즘 회사가 말이 아닌지 은근히 나를 영업쪽으로 몰아 붙히려 하는 것이다.
"좋아요, 개발팀은 그대로 두세요. 제가 우리팀 밥벌이 할 정도는 움직여 줄께요."
"그래주겠나?"
"조그만 회사에서 개발이 어려운건 다 알아요. 그래도 사장님이 저를 받아 주셔서 고마워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압력이 들어올지는 몰랐네요."
"아냐, 경기가 넘 어려워. 잘못하단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몰라."
"저도 그런 눈치는 알고 있었어요. 사장님을 도울께요."
"그럼 난 자네만 믿네. 자네가 영업팀장을 맡아 주게."
"아뇨, 개발팀을 계속 맡을께요. 하지만 특판팀이란 생각으로 제 몫은 할께요."
"어떤 형태든 도와준다니 큰 힘이 되겠어. 고맙네."
로봇개발이란 대형국책사업으로도 받아주지 않는 허무맹랑한 프로젝트라서 어떤 곳에서도 선뜻 받아주지 않았지만 우리 사장님은 여력 남는 것을 모두 개발에 투자해 주셨다. 나는 그런 정성을 알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장이 떠밀이서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인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여자분이 당신에 대해 상세히 물어보던데 무슨 일 있나?"
"아뇨, 제가 아는 여자라곤 마누라하고 술집 여자들 뿐인걸요."
"그래?"
난 퍼드득 정신이 들었다.
"아니 그 아줌만 무슨일을 그렇게 하지?"
"알아?"
"아뇨, 기분 나빠서요."
"그 여자분은 엄청난 재력가야. 아버지 유산을 물려 받았는데, 엄청 깐깐하다고 하더라."
"사장님은 그 여잘 어떻게 알아요?"
"이 사람아, 그 여자가 이 동네 유지 아닌가. 몇번 사장들 모임에서 만났다네."
"아~"
"그 사람 도움만 받을 수 있다면 사업이 엄청 커질텐데, 자네에 대해 묻길래 조금 희망을 가져봤지만, 왜 묻는지 통 모르겠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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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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