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겨울, 기숙사속의 내공간 - 3
3. 유키의 친구 - 가나에

항문섹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그 다음번 섹스는 상당히 정상적이면서도 정성어린 애무로 유키를 아주 행복하면서도 음란한 표정으로 만들어주었다. 간만의 육체적 포만감탓이었을까 유키도 나도 까무룩히 잠에 들었다... 한시간정도나 지났을까? 유키는 내 어깨에 부드러운 머릿결을 베개삼아 고른숨을 내쉬며 귀여운 얼굴로 잠들어있었고 나는 한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깊게 잠든탓인지 육체적인 피로를 거의 회복한듯 또다른 성적욕망의 대상물을 갈구하기 시작했자.

인터넷에 도는 사진들과는 다르게 일본애들중에 얼굴 반반한애들 찾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대개 얼굴이 계란형이 아니라 둥근편이고 어깨는 좀 좁고 다리는 가늘다. 가슴은 체형에 비해서는 큰편이지만 엉덩이나 허벅지가 가늘어...아니 말랐다는 표현에 더 가까운 탓인지 앳되고 청순한맛은 있어도 풍만하고 음욕적인 몸매의 일본애를 만나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하지만 이또한 행운이라면 행운일까 내가 속한 켐퍼스에는 위의 단점과는 거리가 먼(아쉽게도 키만큼은 좀 작았다) 한번쯤 잇몸에 힘줘 전신을 잘근잘근 깨물고 싶은 일본애가 하나 더 있었다. 얼굴 좀 반반한 애들끼리 뭉쳐다니는게 우리나라 여자애들만의 특징은 아닌듯 유키의 가장 친한친구(약간은 레즈같이 보일정도로 친한) 가네에가 그 잘빠진 몸매의 주인공이었다.

나가노출신의 유키의 약간 귀염성있고 풋풋한 이미지와는 달리 도쿄물 좀 먹고 온 탓인지 가나에는 좀더 대담하고 어떻게 보면 턴턴하기까지한 일본애치고는 드문 성격의 여자였기에 그것또한 정복해가는 맛이 쏠쏠치 않으리라 생각하며 방문을 조용히 나섰다

기숙사 지하실에는 스터디 라운지가 있는데 쉽게 말해 간이식 독서실같은 분위기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약간은 어두침침한 조명과 칸막이 책상 스무개 남짓 자정무렵의 시간이었던 탓에 미국애들을포함해서 몇몇 공부하는 애들이 보였고 그중에서도 상큼한 숏컷트의 가나에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 가나에짱 개강하자마자 시험같은거라도 있어? 늦게까지 열심히네요? "
" 웅...오늘 이번전공 교수는 첫가의때부터 팝퀴즈로 학생들에대한 잣대를 정한다나봐요 "

어설프게배운 일본어를 조금이나마 격식차리기위해서 난 나이안가리고 존댓말로 일본애들을 대하는 버릇이 있다. 아쉽게도 내 일어실력이 그저그래서 경어와 하댓말이 섞여 남들보기엔 그냥 가까우면서도 어느정도 선은 그어진 관계로 비춰질 정도만..아 물론 이 말투는 오직 여자애들에게만 쓴다왜냐구? 좀 더듬거리기는 하지만 자신의 모국어를, 그것도 경어를 써가며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에게 적대감보다는 호감이 앞선다는 간단한 이유에서다. 맘속으로야 엊그제까지는 친구로 대했지만, 지금의 내게는 모두 암컷으로 비춰지는 기분이 들지만...

" 그래도 좀 늦은거 같은데? 잠깨개 커피라도 한잔마실테야? "
" 히~ 진짜? 나 스타바마시고 시퍼요 "

독서실같은 분위기탓에 서로 귓가에 조그맣게 소근대며 그녀의 체취를 느껴보려 애썼다. 은은하게 퍼지는 옅은 화장품냄새가 평소같으면 그냥 좋게만 느껴졌겠지만, 지금의 내게는 어떤 최음제보다 강하게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 니넨 진짜 스타벅스좋아한다....-_- "
" 일본사람만 그런건 아니잖아, 한국인 친구들도 좋아하던데요 뭐 "
" 그래 그럼 가까운 가게가서 사오고 좀 춥긴하겠지만 드라이브라도 갈래? "
" 흠....잠깐이라면, 아니 고마워요. 근데 짐에서 운동이라도 하고 왔어요? 이시간에? 땀흘렸네? "

어설픈대답대신 씩~한번웃어주고는 마음속으로 가나에에게도 내 땀과 같은 성욕의 찌꺼기로 더럽히고 싶다는 막연한 상상을 했다. 어찌?학점과 잠시동안의 휴식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녀는 내 바지 허리춤에서 반짝이는 BMW로고가 박힌 차열쇠에 시선이 닿았을때 그녀의 갈등은 핑계거리를 찾은듯,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하며 일어선다

캠퍼스에서 차로 10분이 안되는 거리에 있는 24시간 식료품점에서 스타벅스 작은박스 하나를 집어들고는 내가 주로 혼자일때 달렸던 길로 향했다. 간간히 비춰지는 가로등들을 통과하며 영화음악들을 중심으로 연주되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흥얼거리는 그녀를 옆눈으로 훔쳐보며 어떻게 실타래를 풀어갈까 고민하던 나는 가나에의 질문에 대답하는데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 근데 방학때 아무데도 안가고 심심하지 않아요? "
" 뭐 괜찮아, 유키짱이나 가나에짱볼수 있다는 기다림에 나름대로 즐거웠는걸? "
" 피........거짓말. 내가 아니라 유키만이겠죠 "
" 어? 나 가나에짱의 숏컷트 아래로 보이는 하얀목에 상당히 매력을 느끼는걸? 몰랐단말야? "
" ...... "

부끄러운듯 폴라티셔츠속으로 숨기라도 할려는지 가나에는 목을 한껏 움츠려들였다. 이젠 내가 말을 건넬차례인가?

" 근데 가나에짱, 나 궁금한거 있는데...가나에짱...유키짱을 좋아해? "
" 에? 당연한걸요 친군데 "
" 음? 나는 좀더 어른들의 질문을 한건데? 유키짱을 친구이상으로 좋아하는거냐는 뜻의... "
" 왜 그런걸 물어보는거죠? "
" (자존심을 건드렸나?) 아니, 난 가나에짱을 친구이상의 상대로 생각하고 싶거든 "
" .....나 그런거 생각 안해봤는데.................. 그냥...그냥 유키는 동갑이면서도 동생같아서.. "
" 그럼 질문을 바꿔서, 내가 유키장과 섹스하고 싶다고하면 화내겠네? "

잠을 잔다던가 하는 표현대신 일부러 "섹스"라는 노골적인 어휘로 차안의 분위기를 조금 묘하게 몰고 간 내의도는 간단하다 "질투심"

" 무슨말을 하는거에요, 엣찌.... "
" 어...사실은 지금 유키짱 내방에서 자고 있어 "

가르등불이 미치지않는, 동계기간에는 문을 열지않는 으슥한 공원입구에서 헤드라이트불을 끄며 내가 건넨말에 그녀는 적지않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 무....무슨말이에요? 지금 유키가....뭐라고요? "
" 말그대로야 유키짱 지금 내 침대에서 자고 있다고 옷가지하나 걸치지않은 예쁜모습으로 "
" ...왜 나한테 이런얘기를 하는거죠? "
"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내가 좋아하는건 가나에, 너였다는걸 고백하는거지... 이렇게 "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왼손을 뻗어 조수석을 뒤로 젖긴채 그녀의 입술을 덥쳐갔다. 단 유키때와는 달리 부드럽게...긍정도 부정도 아닌 정신적으로 혼란스런 그녀의 심리를 보여주듯 그녀는 그녀 입안으로 들어가는 내 혀를 반기지도,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고 있었다...

" 의도적인건 아니였어 두사람모두 분위기에 취해선 한 행동이었는걸 "

"의도적"이란 말의 해석에 따라서는 전혀 거짓이 아닌 내 대답에 그녀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조금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 유키...울렸어요? 그랬어요? 그런거에요? ... 그리고 이제는 날 울리고 싶은건가요? "
" 아니, 이제는 너랑같이 행복하고싶을 뿐이야 "

내 사악함이 연기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서 진심어린듯, 낮고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아니 그때 조금은 가나에에게 단순한 육체적이상의 느낌을 갖지않았다면 거짓이겠지...그래도 반년가까이 친하게 선배, 후배, 오빠, 동생, 친구인듯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조금은 동경의 대상이었으니까. "단지 돈이 날 이렇게 바꾼거야"라는 어줍지않은 내자신에의 자조를 던지며 진심인지 거짓인지 나도 불분명하게 느껴지는 대답에 그녀는 두팔을 내 목에 조심스레 휘감으며 나의 양심을 괴롭혀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순간에 내가 겪은 갈등은 가나에의 것에비하면 보잘것 없는 것이었지만

" 나...좋아해요? "
" 응, 굳이 유키랑 비교하거나하는짓 않아도 대답할 수 있어 나 가나에가 좋아 "
" 미안하지만 날 좋아하면 안되요 "
" 괜찮아, 난 가나에를 좋아하는걸 "
" 치.....자기 멋대로야........흡 "

보이쉬한 그녀의 겉모습과 달리 섹스가 아닌 "사랑"을 기대하는 그녀의 모습에 난 순간적으로 마음속 깊은 욕망아닌 애정이 피어올랐고 그녀의 입술을 다시금 조용히 훔쳤다

" 잠깐, 나 미리 밝히고 싶은거 있어요 "

내 입술이 그녀의 부드러운 목선을 따라가고 있을무렵 그녀의 비음섞인 야릇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러왔다

" 아까, 나 좋아하면 안된다는 말 거짓말 아니에요...나도 오빠 좋아하고...흡...지금이러는거 조금 기쁘고 흥분되고 그렇지만 하나만 약속해줘요. 나 좋아하지는 않겠다고 "
" 내의지를 한가지라도 꺾고싶은거야? "
" 아니, 나 더러워요. 안아주는건 나도 좋지만 나 좋아하면 안되는걸요 "

성욕보다도 지금 이순간에 궁금증을 풀지못하면 답답해 죽을거 같은 기분에 농도짙은 애무에서 그녀의 귓가에 가벼운 입맞춤만을 하는 나는 그녀의 지난 짧지만, 받아들이기 쉽지않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 우리집, 유키처럼 잘사는집 아니에요 내가 너무나도 공부하고 싶어서 내가벌어서 학교다니는걸...아니, 내몸조각조각을 팔아서 학교다니는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