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연 3장 - 일상과 일탈
그녀, 연


3장 일상과 일탈


"오른 손으로 보지 만져 봐."
"손 브레지어 밑으로 넣어 봐."
"바지 호크 풀러 봐."

전화기 너머에 그녀가 있다.
그리고 다르게 말하면 길 건너 전화부스 안에 그녀가 있다.

"팬티 안에 손 넣어 봐."

그녀의 숨 소리가 빨라지는 것을 느낀다.

"바지 벗고 싶어?"
"오빠가 원하시면요."
"너는 어때?"
"잘 모르겠어요."
"벗을 수 있겠어?"
"네."

그녀의 나이 이제 스물 일곱.
달무리가 곱게 지던 그밤,
그녀와 나는 아직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 한 가운데서
은밀하지만 강렬한 자극을 교환 했다.

"옷 추스리고 기다려."

나는 길을 건너 그녀에게 갔다.
어쩌면 울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차마 그녀를 마주 보지 못하고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저 배고파요."
"뭐 먹을 래?"
"과일 쥬스 사 주세요."

나는 웨이터에게 과일 쥬스 두 잔을 주문 했다.
우리가 신선이라서 과일 쥬스로 끼니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이 곳의 쥬스는 정말 양이 많다.

"옷 갈아 입고 와라."

그녀는 나를 만날 때면 늘 미니스커트를 가지고 다니다.
집에서 입고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 스커트를 입히고
은밀하면서도 공개된 노출을 즐기곤 한다.

그녀가 돌아와 앉자
나는 단추를 풀라고 했다.

노골적인 노출은 파국에 이르기 쉽고, 자극도 단발적이다.
나는 파국에 이르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자극될 수 있는
그 긴장을 즐긴다. 너무 싱거워도 안 되니까.

그녀를 어떻게 곤란하게 만들까 궁리 중인 동안에
옆 테이블에서 한 아가씨가 건너 와 그녀에게 메모지를 주고 돌아 갔다.

메모지를 펴본 그녀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이거 보실래요?"

메모지에는 "단추가 풀려 있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웃으면 단추를 채우라고 했다.
그래 이것이 일상이다.

자극은 늘상 더 큰 자극을 요구한다.
고통에 적응하듯이, 자극에도 적응을 하기 때문이다.

돌아갈 곳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아무도 다치지 않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