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연 프롤로그 - 선택
프롤로그, 선택


그녀의 음성은 담담했다. 이것이 복수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감추며 나는 그녀의 마지막 인사를 들었다.

나는 어리석다. 쾌락은 쾌락일 뿐, 쾌락의 그 어떤 맥락에도 소통은 존재 하질 않는다.

나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야겠다. 한가한 어느 오후, 야한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면차라리 5분짜리 포로노를 봐라. 2시간짜리 애로 영화에는 삶도 없고 쾌락도 없다.

나는 벌거벗은 여인의 사진을 보면서 내가 그녀에게 품었던 애틋한 감정을 대신한다. 그걸 사랑이라고 말해야 할까.


도저히 알 수 없어 하늘에 물었네.
꽃은 왜 피고 또 지는가.
시간이 흘러야 사람의 마음을 아는 법.
뉘라서 정을 말하랴.


그녀의 키는 나보다 머리 하나 쯤 작다. 뒤에서 감싸 안으면 나는 그녀를 가질 수 있다. 귓볼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싶다는 게 그녀에 대한 첫 느낌이었다.

나는 인파 속에서 그녀를 만났다. 전날 만날 약속을 하면서 속옷을 입지 말라고 했는데 그녀는 지금 속옷을 입고 있을까. 그래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없다고 했다. 쉬운 일은 아니지.

"식사해요."

나는 그녀가 밥을 먹는 걸 애써 기다렸다. 어쩌면 채 기다리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를 안았다. 감미로운 허리선.
바지 속으로 나는 그녀의 맨살을 느꼈다. 왜일까. 자신 없다던 그녀가 속옷을 입지 않은 이유는.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아니면 그녀 자신을 위해서. 나는 그 이유를 언젠가 그녀에게 물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화살은 시위를 그렇게 떠났다.

자리를 옮기고, 나는 그녀에게 펠라치오를 요구 했다. 나중에서야 그녀는 징그러웠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별 거부 없이 응했다. 지배의 방식. 나는 그녀에게 바닥에 꿇어서 내 발을 핥으라고 말했다. 그녀는 역시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를 지배할 수 있을까.

산책을 하면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찻길 옆에 앉아 그녀와 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내 손끝에 남아 있는 그녀의 채취 이외에는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다. 나는 그녀의 팔목 넘어로 감추어진 그녀의 가슴을, 지나가는 차들 곁에서,볼 수 있을까 갈등했다.

돌아 오는 길에, 우리는 잠시 쉴 곳을 찾아 들어 갔다. 나는 이층 계단에서 잠긴 문을 보았다. 순간 나는 그녀를 알몸으로 만들었다. 오후의 햇살은 이 거리를 오히려 텅 비게 만든 듯 했다. 나는 그녀의 몸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금도 쉽게 설명할 수 있지만, 그 때의 나로서는 눈 앞에 있는 그녀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오로지 남은건 탐닉 뿐.

내가 한 때 그녀를 알고 있었다고 믿을 수 있는 증거라고는 그녀가 준 몇 장의 사진이 전부다.


하늘, 푸른 하늘.
비워진 공간.

바람, 잔잔한 바람.
공간의 분할.

그리움, 어떤 그리움.
분할의 흔적.


나는 그녀를 사랑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이 그녀에 대한 그리움인지, 혹은 단순한 분할의 흔적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다.

그녀는 갔다. 굳고 빛나던 그녀의 맹서와 함께.
남은 자의 몫은 추억하는 것일지니.
이제 여기 그녀의 자취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