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폰섹.-1

왼종일 장마비가 질척이며 내린다.

아내는 모처럼의 친정 나들이로 들떠서 밤새 뒤척이며 잠못이뤄 하더니
아침부터 부산하다.
별것도 아닌것 같은데 뭐그리 챙겨갈게 많은지. 올망졸망한 보따리가 꽤 여러개다.

저녁나절이 되어서야 열차편으로 아내를 배웅하기위해 집을 나설수 있었다.
아내는 가만히 조수석에 앉아서 창밖에 흐르는 빗줄기를 바라보다가 불현듯
: 나없는 동안 다른데가서 하지마.....라며 곁눈으로 흘겨본다.
" 알았어.....언제는 다른데가서 했나.....별소릴 다하네........

산골의 땅거미는 일찍도 내려온다.
아내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소꿉친구와 둘이서 염소 전골에 소주 세병을 나눠마시고
집에오니 벌써 어둠이 내린다.

음산하리만치 고요한 산촌에 들리는것이라곤 장대비 소리뿐.......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온다.
아내 있던 자리가 이렇게 컷던가....
몇번인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괜찮다는 직장을 다 내동이치고
그놈의 향수병을 이기지못해 낙향후 고생만 시키는 못난 남편을 그래도 좋다고 따라주는
아내가 한없이 고맙다.

언뜻 친구녀석을 생각하니 빙그레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도대체 이녀석은 여자라면 가리는게 없다.
늙었든... 젊든.....잘생겼든...못생겼든...그저 치마만 두르면 그만이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그것도 그녀석의 타고난 복이라고 치부해야 될런지....
그녀석 아내는 남자라면 한번씩은 눈길을 주는 빼어난 미모에 지성까지 겸비하고 있는데
왠일인지 그들의 부부관계만은 그리 원활치 않은것같은 느낌이다.
언젠가 그들 부부와 소주한잔할때 언뜻 그녀는 내게 이런 이야길 한적이 있다.
" 남편이라고하는 사람이 한달에 한두번 밖에 오지않으면서........그나마 땀만 삐질삐질 흘리다가 내려가고 ....속상해 죽겠어요...휴....저사람 바람피는것은 언제나 끝날런지.........
남의 부부생활을 알바도 아니지만 하여간 알수없는게 부부관계인것 같다.

술기운 탓인지 졸음이 P아진다.

얼마나 잤을까?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눈을떠보니 아직 한밤인것 같은데 몇시인지는 모르겠다.
창밖엔 아직도 장대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있고.........
숙취일까. 무거운 머리를 간신히 추스리고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자기야 ..나야....자고 있었어........마누라는 친정간다더니........갔어? .......
; 응......저녁 열차로 .........근데 허전하네........
- 샘통이다. ...오늘은 하지도 못하겠네.......호호......
; 이럴때 자기라도 옆에 있었으면 좋겠는데........근데 이밤중에 왠 전화야.....남편은?....
- 으응 자고있어.....난 작은방에 있고.........도둑전화 하는거야.....자기 마누라없다고 돌아다니면서 딴짓하는건 아닌지.....감시도 할겸.........아이 ........비는 왜이리 지겹도록 오는지.......거기도 비 많이와?.........몸도 찌뿌듯하고....잠도 안오고 .....미치겠네.........호호호........
; 별소릴 다하네...그럼 신랑하고 사랑놀이나 해봐라....잠 잘올거다.....누구 약올리는 건가.......

그녀는 배실배실 웃음소릴 흘리면서 전화를 끊을줄 모른다.